우산과 비치파라솔 [길 위의 이야기] 나는 지금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비가 내리면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하는 동요가 생각난다. ‘파란 우산 깜장우산 찢어진 우산’ 중에 내 우산은 언제나 ‘살이 부러져 한쪽이 주저앉는 우산’이었다. 나는 우산을 써도
내 몸이 늘 젖는 이유를 내가 우산을 잘 받쳐 쓰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 우산 한쪽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느 날 학교에서
동생과 우산을 바꿔 쓰고 집에 왔는데 그때에도 멀쩡한 우산을 쓴 내 몸은 흠씬 젖고, 한쪽이 주저앉은 우산을 쓴 동생은 팔꿈치만 조금 젖었다.
아마 그때부터 나는 무조건 넓은 우산만 좋아했는가 보다. 아침에 학교 가는 아들이 우산꽂이를 뒤지며 “어, 우산이 왜 하나도 없어요?”라고
말한다. 없긴 내가 보니 네 갠가 다섯 갠가 꽂혀 있다. 이것들은 우산이 아니냐고 하자 아들이 다시 이렇게 말한다. “오라, 이것도 우산이구나.
나는 비치 파라솔인 줄 알았는데.” 그러고 보니 내가 밖에서 사들이는 건 늘 그런 우산들이고, 접는 우산은 아들이 하나씩 들고 나가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소설가 이순원 입력시간 : 2005/07/11 17:40 수정시간 : 2005/07/11 19:51
첫댓글 비오는날,덜 젖는것도 우산을 어떻게 쓰느냐에 요령이 있죠.비 오는 방향을 보면서 쓰면 덜 맞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