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만 존재한다고 여겨졌던 감정들이 사실은 말의 비정상적인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 케네스, L, 마르세라, D.V.M(수의사)
토니와 팝은 서로 오랫동안 알아온 가장 친한 친구이다. 오랜 기간 같이 일했고, 같은 장소로 동시에 이사도 했다. 근래에는 은퇴 후 여유롭고 단순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고, 심지어 주변 사람들은 팝은 토니가 근처에 없을 때엔 산책도 안하고 밥도 안 먹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 팝의 건강 상태가 안 좋아 지기 시작했고, 의사의 검진 결과는 좋지 않았다. 팝의 상태는 계속해서 나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토니 옆에서 팝은 숨을 거뒀다.
토니는 망연자실했다. 그는 먹는 것에도 흥미를 잃었고 체중도 줄기 시작했다. 또한 주변 상황에 대해도 무감각해 졌으며, 심각하게 우울해 졌다. 팝 없이는, 토니는 산책도 하지 않았고, 그다지 많이 움직이지도 않았다. 운동 부족은 그의 신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근육도 감소하고 몸 상태도 저하되기 시작했다. 친구의 죽음 전에는 나아가는 듯 했던 관절염도 악화되었다. 체중감소는 활기를 앗아갔고, 면역상태도 약화되었다. 또한 토니에겐 호흡기 문제도 발생했고, 빈혈도 수반되었으며 그의 상태는 점점 악화되어 갔다.
토니는 신체적, 정식적 우울증의 모든 증상을 나타내었다.
위의 이야기는 매우 일반적 행동패턴이다; 가족의 일원, 사랑하는 사람, 또는 가까운 친구를 잃는 것은 사람들 ,특히 노인들에게, 매우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토니와 팝은 말(horse)이었다. 그리고 최근 말들의 수명이 늘면서 위와 같은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되었다. 더 많은 말들이 서로 오랜 기간(심지어 10년 이상) 같이 지내게 되었고, 무리내 친구의 죽음은 생존한 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Texas A&M 대학에서 종양 전공 수의사인 클라우디아 바튼(Claudia Barton)은 그녀의 업무 과정에서 항상 죽음, 상실감, 슬픔과 대면한다. “코끼리와 관련된 일화나 일부 관찰사실 외에는 동물들이 무리의 동물을 죽음으로 잃는 것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동물의 슬픔에 대한 기록들이 부족한 원인은 슬픔이라는 것이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매우 힘들어 연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 동물의 일생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환경 및 습관의 변화는 이들의 행동을 변화시켜 진정한 슬픔의 측정을 더욱 힘들게 한다.”라고 Barton은 말했다.
인간적 관점에서의 슬픔
수의사들은 지금까지 애완동물의 죽음이 동물의 주인에게 매우 큰 영향을 끼침을 인식해왔기 때문에 많은 수의학교에서나 개업의들은 슬픔 카운셀러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말이 가까운 파트너 또는 무리의 친구를 잃은 경우의 상실감에 대해서는 거의 과학적 접근이 없었다. 일부 연구자들은 사람이 감정이나 느낌을 동물에 이입시켜 의인화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주, 관리자 그리고 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종종 사람에서만 허용되는 그런 감정을 말이 겪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대부분의 수의사들은 동물들에게서 이런 행동적 표현을 인지할 수 있다고 한다.
팝과 토니의 예에서, 수의사들은 토니의 이런 행동이 우울감의 전형적 표현임을 인지할 것이며, 대부분의 마주 또한 토니가 슬픈 행동을 한다고 말할 것이다. 일부 과학자나 행동학자들은 이에 동의하며, 동물들이 행동하는 방식에는 좀더 과학적인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감정의 확인
수의사이자 조지아대학(University of Georgia)에서 동물행동학 박사를 수료한 샤론 크로웰 데비스(Sharon Crowell-Davis)는 동물이 특정 상황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에 대한 이런 해석적 평가가 상당히 정확하다고 확신한다. 그녀는 또한 이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법)으로 검사하면, 특정 자극에 반응한 뇌의 활동과 신경화학물질의 변화에 기초하여 감정 상태에 대해 평가가 가능합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PET 검사를 진행할 때, 실험대상에게 특정한 감정을 유발시키는 자극을 준다. 사진, 냄새, 그리고 소리 등이 이런 자극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에게 화를 유발시키는 그림을 보여주었을 때, 자극에 수반되어 나타나는 뇌의 활동과 화학적 변화가 PET검사를 통해 기록된다.
“ 동물이 인간의 특정한 감정이나 정서상태에 상응하는 동일한 패턴의 뇌 활동 및 같은 신경화학물질의 변화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이 사람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매우 비논리적입니다.” 크로웰 데비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생각과 더불어, 일부의 말들에서 전형적 임상적 우울증 증상과 유사한 행동이 얼마나 강하게 나타나는지를 고려했을 때, 이제는 일부 말들이 가까운 친구의 상실에서 슬픔을 느끼고, 이를 표현한다는 것이 인정되고 있다.
추상적 개념
동물들이 죽음에 대해 어떤 식으로 인지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이다. 하지만, 많은 마주, 관리자, 그리고 수의사들은 동물들이 기본적 수준의 인식 능력을 보인다고 말한다. 인간의 경우, 죽음에 대한 반응은 개인별 다른 성향을 보인다 ; 말에서도, 말 한 쌍 중 한 마리가 죽었을 경우, 남은 한 마리는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크게 영향을 박고 극단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수의사이자, 생리학박사이며, 코넬대 (Cornell University) 수의학대학의 동물 행동 진료소의 관리자인 캐더린 홉트(Katherine Houpt)는 말 개체에 따라 애정 정도가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일부 ‘외톨이’는 무리의 다른 말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으며, 반면 어떤 말들은 짧은 기간의 조교 중에도 유난히 다른 말들과 잘 어울리기도 한다.
“어떤 말들은 더 친밀하고 다양한 우정을 나누기도 하고, 반면, 한 마리에게만 우정을 보이며 무리 중 다른 말에게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말들도 있습니다.”라고 홉트는 말한다.
말의 모성행동은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는데, 여기에서도 다양성의 패턴이 적용된다. 망아지가 죽었을 때, 울음, 분노, 불안함 등의 강한 반응을 보이는 어미말도 있는 반면, 새끼의 죽음에 약간의 관심만 보이는 어미도 있었다. 수의사들은 어미가 죽은 망아지와 시간을 보내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 대부분의 어미 말은 망아지를 살펴보고, 멀리 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다시 멀리 가는 것을 반복한다. 개체에 따라 이 과정은 어느 기간동안 반복되기도 하지만 결국 어미는 망아지를 무시하기 시작하고, 이때 망아지의 사체를 치울 수 있다.
동일한 과정이 무리의 동료를 잃은 말에게도 추천된다. 말들이 죽은 동료의 사체에 얼마나 가까이 머무는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과정이다. 어떤 말들은 동료의 사체 곁에 서있거나 심지어 가까이에 눕기도 하는 반면, 죽은 사체 옆에서 불안해하고 흥분하거나, 심지어는 가까이 가지도 않는 말도 있다.
이런 다양성에는 인간이 죽음이나 상실을 대처하는 방법과는 다른 방법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렇게 죽은 동료의 사체와 시간을 보낼 기회가 있었던 마필은 울음이나 불안감을 덜 보여주고, 일상으로도 좀더 빨리 복귀했다.
“ 말들은 슬퍼하지만, 우리가 현 시점에서 얘기할 수 있는 한도에서는, 어느 정도 죽음에 대한 인식을 하는 것 같습니다.” 라고 크로웰 데비스씨는 말한다.
말의 슬픔극복을 돕는 법
토니와 같이, 일부 말들은 동료의 사체와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낸 후에도 아주 심한 슬픔을 나타낸다. 이런 심한 우울증의 표현은 정신상태에서 유발되는 신체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말들은 불안해하고, 침착하지 못하고, 다른 무리와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수면이나 식이에 있어 불규칙함을 보이기도 한다. 또는 정상적 활동을 멈추고, 하루 종일 잃어버린 친구를 부르고 찾아 헤매기도 한다.
이런 말들의 적절한 처치는 인간의 우울증 증상에 대한 처치와 유사하다. 우울증으로 인해 악화될 수 있는 건강 문제가 있을 경우 지지요법이 지시되기도 한다. 관절염, 근육 손실, 음수 및 음식 섭취의 감소 등이 주요 문제이다. 이런 치료의 목적은 말들이 주변 환경에 다시 관심을 갖도록 하는데 있다.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특별한 사료, 놀이 운동을 늘리고, 다른 말들과 상호작용을 늘리는 등을 시도할 수 있다. 빗질과 같이 단순한 행동이 일부 말에서는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많은 마주는 이런 우울증을 겪고 있는 말이 다시 유대감을 가지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말을 들이고 싶어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성공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 실패하기도 한다. 어떤 말은, 특히 나이든 말일 경우, 새로운 전입자에게 성을 내기도 하고 이 경우 더 많은 스트레스를 야기 시키기도 한다.
홉트씨는 나이든 말이 아프기 전에 새로운 말은 도입하는 것을 권한다. 이렇게 형성된 새로운 말과의 관계는 친구를 잃은 말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은 마주와 관리자는 이런 “어느 곳에서나 쉽게 친구를 만드는”말 - 어느 그룹에서나 쉽게 받아들여지는 말- 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이런 말은 위의 상황에서 매우 이상적이다.
약물 선택
일부, 특히 너무 심한 슬픔 때문에 산통, 빈혈, 탈수의 위험이 있거나 또는 다른 대사적 문제가 악화될 여지가 있는 말에서는 약물적 우울증 처치가 필요하다. 이런 치료의 첫 번째 선택은 디아제팜(Diazepam; 상품명 Valium)이 있다. 이 약물은 불안감을 줄이고, 식욕을 증가시킨다. 위와 같은 경우에 가장 빠른 효과를 나타낸다. 장기간 유지적 약물로는 플루옥세틴 염산염(Fluoxetine hydrochloride; 상품명 Prozac)을 적용할 수 있다. Valium 과 Prozac의 혼합사용은 말의 슬픔을 경감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Methylphenidate (중추신경자극제; 상품명 Ritalin)또한 시도된바 있으나 효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말들이 정상적 생활로 돌아가면, Prozac의 용량을 점점 줄여서가다 사용을 중지한다.
경주마보건원 노하정 <출처:Throughbred Times/2006.10.7.P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