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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수나무꽃의 芳香을 맡으려 호랑이가 기어오르고 있었다.
2009.2.1 입춘을 사흘 앞두고 첫 겨울 눈산행에 나선 나로선 마치 소풍을 나서는 아이처럼 마음이 들떠 있었다. 사실 지난 1여년간 나는 47산악회 산행을 접었다. 계속 가게를 운영하기에 바뻐 배부른 소리 같지만 마음과 몸이 피로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벽 5시에 잠을 깬 집사람이 정성스레 싸준 도시락을 메고 나는 사슴 유치원 꽃반 어린이같이 사뿐한 걸음걸이로 집을 나섰다.
지난 추위도 한발 물러선 탓인지 날씨가 많이 풀려 겨울 산행하기엔 그야말로 좋은 날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합운동장역에 도착해보니 벌써 그리운 얼굴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신대장의 산악회원들에 대한 배려는 정말 각별한 정을 지니고 있었다.
큰 딸내미 결혼준비속의 그 바쁜 일정속에서도 그는 매생이국을 한 솥 끓여와 대원들에게 한 그릇씩 따끈한 정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나는 그의 따사로운 인간미에 감격하여 그 시원한 바다내음이 물씬 풍기는 매생이국을 후룩후룩 마셨다. 그새를 못참은 명술이는 벌써 식전에 막걸리를 마셔댄다. 이 좋은 안주에 어이 막걸리 한 사발 안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정말 재미있고 풍류를 아는 멋있는 친구가 아닌가.
오전 10시 10분경 운두령(해발 1090미터)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침목을 하나 둘 사뿐사뿐 딛고 올라서는 운두령의 공기가 향기롭다 못해 다디달다. 다만 운두령 주위의 산엔 눈이 거의 녹아 그 장엄한 설원의 풍경을 이루지 못해 다소 실망했지만 어디 그게 대수랴. 그렇지만 아직까지 담배를 끊지 못한 나로선 몹시도 가파른 깔그막길이었다. 나는 산행을 할 때 오르막길에서 내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숨을 헐떡거리고 다리도 팍팍하다. 평지와 내리막길에선 그런대로 선두를 유지할 수 있건만 오르막길에서 요즘 부쩍 후미그룹에 속하는 나를 발견하고 옛날 관악산 다람쥐 소릴 듣던 때가 그리워진다.
날씨가 포근한 탓인지 친구들이 하나 둘 등산 겉옷을 벗어대기 시작한다. 나도 겉옷을 벗고 아이젠을 신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내는 친구들의 얼굴이 아름답다. 이제 나이 이순에 접어들어 귀가 순하게 들린다는 우리들이 이렇게 매달 첫째 일요일에 벌써 94회차 산행을 지난 8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이어오고 있다는 건 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대견 한 일인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인연들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지구는 정말 초라한 하나의 별이다. 마치 창해일속과 같이 말이다. 그런데 그 지구에서 우리 코리아를 바라보면 또 그 얼마나 작은 나라인가. 그 코리아에서 멀리 남쪽 항도인 목포를 바라보면 목포 또한 그 얼마나 작디 작은 도시인가. 그 목포 용당동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다. 43여년 전에 말이다.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 우리는 홍익인간을 표방 하는 표지석을 바라보며 푸른 꿈을 키웠지 않았는가. 친구들이여!! 어처구니는 알겠지만 멧돌의 손잡이가 아닌가. 그 손잡이가 없으면 어이 멧돌를 간당가!!
이 운두령에서 운두골로 가는 길은 나목들이 긴 겨우살이를 끝내고 입춘을 맞아 몸단장을 아마 준비하고 있으리라. 다 죽은 듯 병든듯한 모습이지만 그들은 타고난 내성으로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며 그들의 체온을 섭씨 15도 정도 유지하며 오는 봄을 맞아들여 또다시 그 푸르디 푸른 새순을 쏟아내리라. 하지만 지금은 푸른 것은 간혹 가다 서있는 소나무와 산죽뿐이라는 생각이 들무렵 곁에 있는 춘례씨가 한마디 한다. "강이씨! 저 산죽잎위에 영근 이슬을 좀 보아요, 마치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보석같아요. " 그렇다. 산죽잎에 영글어 있는 저 영영한 이슬을 바라보며 그녀는 이미 시인으로서 영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신대장이 한 마디 한다. 정상은 좁아 정상을 7백미터 앞둔 운두골에서 점심을 한다는 것이다. 12시 20분경 내가 늦게 운두골에 도착하니 벌써 우리 일행은 자리를 펴고 모여앉아 가지고 온 도시락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번 산행에 참석한 인원 41명이 일렬로 서로 마주보고 앉아 점심상을 차렸다. 이 건 소풍이 아니라 하나의 잔치다. 그 잔치상에 걸맞게 이 번에도 누가 준비하였는지 우리 모두 홍어를 한 두점씩 맛볼수가 있었다. 다들 친구들을 위한 배려가 물씬거리는 그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손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맛있게 점심을 드는것까지는 좋은데 와들 그리 기분좋게 낮술을 찌끌어분당가.
점심을 끝내고 내가 준비해 온 꽂감 7개를 같이 식사를 한 주위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찬종이가 제일 먼저 호명을 받았다. 하나 둘 나누어주다 보니 남중이가 꽂감을 청했건만 그의 몫은 없었다. 찬종이가 한마디 한다 " 니는 47회가 아니잖아." 우리 모두는 웃었다.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나는 이 계방산을 오르면서 하나의 화두를 품었다. 왜 계방산(桂芳山)이라고 하였는지를.. 桂芳은 글자 그대로 계수나무의 꽃다운 향기를 품은 산이다. 월계수는 올림픽에서 마라톤 우승자에게 씌어주는 관이 아니가. 그리고 우리가 국민학교 시절 배운 푸른하늘 은하수가 배어있는 그 나무가 아닌가..... 정상에 올라가면서 나는 내 나름대로 이 화두를 풀었다. 산행 코스가 어렵진 않지만 밋밋하게 계속 4-50도의 경사를 지닌 산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니다. 우리가 운두령에서 산행을 시작해서 망정이지 해발 한 백미터 지점에서 부터 산행을 시작했다면 갖은 고난끝에 이 계수나무의 방향(芳香)을 고맙고 겸손한 마음으로 겨우 맡아볼 수 있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선조들이 계방산으로 명명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무렵, 이름을 모르지만 아마 계수나무일 듯 싶은 나목의 가지가 바람결에 흔들리더니 얼어붙은 설화가 마치 살구꽃잎이 지듯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 소리소리가 경이롭기 그지없었다. 자연은 이처럼 우리 인간들에게 많은 외경감과 계시를 주고 있었다. 따스한 햇볕에 산화하는 설화의 그 눈보라는 황홀한 미적 자태를 지닌 요즘 유행하는 "샤방샤방"이라는 노래처럼 얼굴은 V-line 몸매는 S-line의 천상의 선녀가 구름을 타고 내려오며 그 긴 소매자락을 바람결에 나부끼는 그런 모습이 아닐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정상을 밟았다. 멀리 광주에서 올라 온 남중이가 안다는 팀들과 또한 각지에서 찾아든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정상 계방석 표지석을 차례를 기달려 기념사진을 한 방 찍은 후 신대장의 안내로 여러 산봉과 선자령을 조망하다 드디어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하산길의 정상은 제법 설경이 그만이었다. 오후 1시 10분경에 시작한 하산도 거의 2시간 넘어 걸렸다. 신대장도 거짓말을 한다. 지금 1/3정도 내려왔으니 한 30분이면 된다는 것이 근 2시간이 걸렸으니, 내려 가기도 만만치 않았다. 마치 계향을 맡기 어려운 것처럼 ... 하행길에 여러 친구들의 농담도 들어가며 오후 4시경 산행을 마치고 4시 10분 우린 버스를 타고 귀로에 올랐다. 매 번 느낀 일이지만, 그리고 근 1년여 산행에 참석치 않았건만, 버스 맨 뒷자석 41번부터 45번의 풍경은 예전 그대로웠다. 소주, 막걸리, 매실주에 소주를 탄 복분자를 또다시 찌끌어대며 걸쭉한 육두문자가 오가는 말속에서도 그들은 정겹고 친하다. 오늘은 비록 월남 스키부대 특무상사인 성배가 개업준비 관계로 참석치 못해 그나마 다소 조용한 편이었지만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 이야기 소리가 내 귓결에 들려온 순간 나는 빙긋 웃음이 나왔다.
희중이와 산악회장의 즉석기획으로 우린 버스안에서 장기자랑 간이무대를 만들었다. 청산거사의 "친구여"와 호적선생의 "친구여"가 같은 노래인데도 느끼는 감흥은 전연 다르다는 해택회장님의 제언에 동감을 느끼며, 호적선생의 앵콜송인 감칠맛 나는 "상처"와 청해선생의 노래와 화옥언니의 옥구슬이 은쟁반에 구르는듯한 "하얀 나비"인지 뭣인지 그 노래 제목을 잊었지만 잔잔하고도 애상적인 곡조를 들으며 우리의 오늘 소풍은 서서히 막이 내려지고 있었다.
끝으로 내가 한 마디 더 한다면 매 산행시마다 버스 맨 뒷좌석 41번부터 45번을 전세내는 귀엽고 악동같지만 포근한 친구들이여!! 내 비록 강호동은 아니지만 우리 47산악회가 기를 팍팍 불어줄테니 마실 수 있을 때까지 마셔라!! 더 늙어지면 못마시나니.... 질펀한 농담과 육두문자도 팍팍 써기면서 마음 껏 즐겨라!! 그리고 우리 47산악회 모든 친구들이여!! 99세까지 88하게 영원하라!! <끝>
090201 24:00 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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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언제 쓰셨는지? 부지런 하기도 합니다. 가끔씩 진한 사투리가 더욱 정겹습니다. 금년에는 산행에 개근 하시고 담배도 줄이시어 산행을 가볍게 할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노력해 볼려 합니다.
부지런한 골드...밤을 새운것 아닌가? 그 놈의 곶감...ㅋㅋㅋ(아는 사람만 안다...)
그렇지 않다네 자정무렵 완성한 후 다음 날 새벽 6시경에 올렸다네


근데 나도 젤 첨엔 니는 47아니잖아 그 말 뜻을 몰랐당께



그 말이 아니랑께~~그것은 찬종이의 恨 맺힌 유모어 랑께...ㅋㅋㅋ
그 한맺힌 유머가 뭔데, 난 그 뜻도 모르고 웃었구먼
산행후기를 실감나게 쓴 골드의 인생철학이 들어있어 한결 감동적이 아니었나 생각되네. 언제나 우리들 모임에 빠질수 없는 홍어의 유혹... 이제 이순을 바라본 나이에 모든것을 벗어 던지고 홀가분하게 살게나. 자 우리 9988234하게 열심히 운동하면서 행복하게 살자...
오랫만일세 자네도 약간 뒤뚱거리는 뒷걸음걸이를 지금도 걷고 있는가잉


교지에서 강이친구 글을 읽을 때가 엊그제같은데 ~~~우리 벌써 이순을 들먹이는 나이가 되부렀네이. 곱고 향기나는 글 잘 읽었네~~
잘 지내시는가 참 이순이란 단어가 우리의 현실이 되었으니 옛어른들이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씀 가슴에 와닿네 그려
친구여러분! 저의 시어머님 상사시 조의 에 감사 드립니다 산행 일지를 읽다보니 저도 함께 나녀온 착각이 듭니다잘 읽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이제 집안 최고의 여자 어른이 되신 걸
드립니다. 대신 의무도 뒷따른다는 것을 잊지마소서
근디 골드가 누군지 모르겟네....언니야..........글은 진짜 참말로 정말 징하게 잘 쓴다 잉~~~~~~~~~~^*^
누구긴 누구야 지난 번 1월 산행 때 나한테 강이 오빠라고 했잖아 공주님

끝으로 내가 한마디 더가, 그냥 내맘에 쏙들어 버린당께...!
그러신가 되았구망


있었던 일을 글로 옴기기란 쉽지않는데 , 강이 친구의 타고난 천부적인 글 솜씨야 어디 가겠나 . 짧은 정상의 머무름에 계방산의 한자풀이를 생각 했다니..... 친구야 우리 열심히 산에 오르자. 그곳에서 새로운 뭔가를 찿을것이 있을듯 하는구려 .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덕성이 있나니


무지 무지 잘 읽었읍니다. 근석씨가 안부를 ....대신 전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제 안부도 전해주세요.
아~~~~~강이 오빠가 골드구만.,,,,,,,,,ㅋㅋㅋㅋ
* 부부참석자 : 김남중. 김정주 . 박희중. 유찬종. 이대우. 이삼헌. 최명술. <14 명 > * 여학생 : 고정님. 이화옥. 박춘례부부. < 4 명 > * 남학생 : 강동숙. 김강. 김극천. 김내성. 김영덕. 김준성. 박관재. 박종태. 배석경. 배영수. 송정만. 신수현. 오성교. 옥영식. 윤정하. 이동규. 이용식. 이찬웅. 이현의. 장태엽. 정해택. 채성기. 최광담. < 23 명 > 총 41 명 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