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18코스가 지난 23일 개장됐다. 지난해 9월 17코스가 개장된 이래 7개월만이다. 구제역과 겨울철 날씨로 다소 늦어진 셈이다.
18코스는 제주시 옛도심지 한복판에서 시작해 역사의 고장인 조천읍 만세동산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자연과 역사를 품은 명품 올레"라고 소개했다. 23일 올레꾼들과 함께 올레 속살로 들어갔다.
18코스 출발지점인 제주시 동문로터리 산지천 마당.
18코스 표지석.
23일 오전 10시 제주시 동문로터리에 위치한 '산지천 마당'에 제18코스 개장을 축하하는 올레꾼들로 넘쳤다. 등산 동호회원과 가족, 연인 등 500여명이 족히 넘었다. 가벼운 준비운동을 마친 올레꾼들은 제주시 도심지 한복판을 관통해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산지천을 따라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명품 올레 코스'의 첫걸음을 뗐다.
2002년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산지천.
시원한 지하수(용천수)가 나오는 산지천.
생태하천으로 자리 잡고 있는 산지천 산책로 600여m를 따라 물과 함께 걷다 보니 '살아 있는' 물속에는 무리지은 물고기들이 축하 공연을 펼치는 양 반갑게 헤엄쳤다.
조선시대 사재를 털어 굶주린 백성을 구휼했다는 김만덕 객주터와 제주항을 지나서는 바다로부터 방향을 틀어 언덕을 올랐다. 제주 시내권에 박힌 보석 같은 오름, 사라봉과 별도봉이 발걸음을 이끈다. 사라봉(3㎞)은 제주시내와 바다, 한라산을 바라보는 전망이 가장 좋은 곳. 올레 마니아라고 밝힌 신백훈 전 농협제주본부장은 "제주도의 아름다운 경치 10곳을 의미하는 영주십경(瀛洲十景)에 사봉낙조(沙峰落照)가 포함될 정도로 노을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다.
사라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사라봉 정상에서 내려오는 아쉬움도 잠시, 별도봉 산허리를 감아도는 산책로로 들어서면 억새와 바다가 어우러진 해안 절경에 매료된다.
별도봉 산책로.
올레 18코스는 유독 역사의 숨결이 묻어 있다. 해안 절경에 빠져 가노라면 돌담 안에 노란 유채꽃이 가득 피어 있는 집터들이 나타났다. 제주4·3사건 당시 한 마을 전체가 불타 없어진 곤을동 마을 터(5.1㎞)다.
돌담만 남아있는 곤을동 마을터.
화북포구(6.7㎞)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고려시대부터 해안을 따라 길게 쌓은 환해장성(環海長城)을 따라 걷는다. 화산석 가루가 섞여 모래 색깔이 검은색인 삼양검은 모래해변(9.2㎞)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에서 잠시 무거워진 발걸음을 쉬어갔다.
화북 환해장성.
검은모래 삼양해수욕장.
검은모래 삼양해수욕장.
멈춘 걸음은 다시 시골의 정취가 묻어나는 원당봉 둘레, 오랜 세월에도 여전히 우뚝 서 있는 제주도 유일의 불탑인 옛 원당사의 5층석탑(보물 제1187호·11.5㎞) 앞에서 멈춰 섰다. 태자가 없어 고민했던 원나라 황제 순제가 5층석탑을 세우고 불공을 드린 뒤 태자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원당사는 이후 아들을 원하는 여인들의 성지가 됐다고 한다.
5층석탑.
그리고 다시 바다. 시비코지에서 닭모루(14.5㎞)로 이어지는 바닷길은 숨이 멎을 만큼 장대한 풍광이다. 그 풍광을 충분히 즐긴 뒤 아름다운 신촌의 포구와 표면만 살짝 굳어진 용암 지질의 특징을 간직한 대섬(16.6㎞)을 향해 다시 길을 떠났다. 유배되어 온 이들이 한양으로부터 올 기쁜 소식을 기다렸다는 연북정(戀北停·18.2㎞)을 지나 조천지역 항일 만세운동의 중심지인 조천 만세동산(18.8㎞)에 이르자 명품 코스의 여정이 마무리됐다.
시비코지.
조천읍 대섬.
조천리 해안.
조천리 마을 안에 있는 지하수가 샘솟는 용천수.
조천리 옛 돌담길.
시인이 운영하는 커피숍.
연북정.
조천만세동산.
서명숙 이사장은 "올레꾼들이 구제역으로 18코스가 개장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18코스는 오랜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길, 제주시 권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주 올레 길"이라고 말했다.
■제주 올레가 추천하는 18코스 먹을거리와 잘 만한 곳
만인칡칼국수(064-755-5959), 화성식당(064-755-0285), 명동왕만두(064-784-8582), 신촌 옛날 보리빵(064-783-6153), 서부두식당(064-756-0506), 대동호텔(064-723-2600), 로베로호텔(064-757-7111).
첫댓글 작년에다녀오고제주는자주가는편이지만늘봐도질리지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