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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마이크로LED 기반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피부에 문신처럼 부착하고, 몸을 움직여도 디스플레이 화면이 자유롭게 늘어났다 줄어든다. 용암이 끓는 장면이 나오면 보글보글 용암이 끓듯 화면이 튀어 오르고, 종이접기 하듯 착착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고 다시 꺼내 크게 펼친다. 최근 디스플레이 시장의 화두는 이처럼 형상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자유 형상 폼팩터(기기 형태) 개발에 있다. LED(발광다이오드)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활용한 자유 형상 디스플레이는 어느 정도 개발이 완료됐다. 과학자들의 연구실에서는 이보다 더 우수한 색 재현력을 가진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를 이용해 평면 디스플레이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정보까지 표현할 수 있는 3차원 디스플레이 원천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종이접기 열광하는 ‘코딱지들’ 주목
양자점(퀀텀닷, Quantum dot)을 발광물질로 활용하는 QLED는 기존 LCD와 달리 백라이트 등 부피가 큰 요소가 필요 없어 얇은 두께를 가진 디스플레이 기기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진은 머리카락보다 30배 이상 얇은 초박형 QLED를 개발하고, 이 QLED를 원하는 형태로 자유자재로 접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연구는 2021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실렸다.
▲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은 2021년 종이접기 하듯 자유롭게 입체 형태를
만들 수 있는 QLED를 개발했다. <영상 보러가기> ⓒIBS
연구진은 레이저를 이용해 QLED 표면을 미세하게 깎아내는 공정을 새롭게 개발했다. 깎인 부분은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얇은 두께를 가지고 있어 외부에서 힘이 가해졌을 때 쉽게 변형이 일어난다. 종이접기로 치면 접는 선을 만드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렇게 제조한 소자를 이용해 나비, 비행기, 피라미드 등 복잡한 구조를 가진 3차원 폴더블 QLED를 제작했다. 500번 이상 반복적인 접힘에도 모서리 부분을 포함한 모든 발광면이 안정적으로 구동하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김대형 IBS 나노입자 연구단 부연구단장은 “개발한 공정을 이용해 QLED의 곡률 반경(기판이 휘어진 정도)을 50㎛ 이하까지 줄였는데, 이 정도 곡률 반경에서는 소자가 휘어짐을 넘어 날카롭게 접히는 것처럼 보인다”며 “2차원과 3차원 구조 간 변형이 자유롭기 때문에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자유자재로 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인치 TV가 30인치까지 쭉~
더 나아가 연구진은 지난 15일 QLED 디스플레이를 고무처럼 쭉 늘릴 수 있는 원천기술도 개발했다고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보고했다. 스트레처블(신축성) 디스플레이 개발이 이번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 LED나, OLED를 이용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이미 개발됐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기술은 신축 시 화질이 저하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늘렸을 때 발광부를 제외한 배선부만 늘어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화면에서 발광부가 차지하는 면적 비율(필 팩터)이 감소해 화질이 떨어지고, 기계적 오류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
▲ 본질적 신축성을 지닌 스트레처블 QLED 소자의 구조. 탄성을 가진 고분자와
퀀텀닷 혼합하여 발광층을 구현하여 신축에도 픽셀 간의 거리가 늘어나지 않아
성능이 유지된다. ⓒIBS
IBS 연구진은 우수한 색 재현력을 가진 QLED를 이용해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려는 연구를 시작했다. 우선 적색(R), 녹색(G), 청색(B)의 퀀텀닷과 탄성을 가진 고분자, 정공 전달 소재를 균일하게 섞은 용액을 제작했다. 이후 이 용액을 코팅해 40nm 두께의 균일한 발광층으로 만들었다. RGB 3색의 픽셀을 모두 함유한 풀컬러 스트레처블 QLED 디스플레이 소자를 완성한 것이다.
연구진이 제조한 소자는 최대 1.5배까지 늘려도 소자 내 픽셀 간의 거리에 큰 변화가 없다. 또한 양옆으로 당기는 힘이 가해져도 기계 속 손상이나 발광 성능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다. 가령, 이 소자로 20인치의 QLED TV를 만든다면, 필요에 따라 30인치 크기까지 잡아당겨 늘려도 동일한 화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 개발된 소자는 최대 1.5배까지 늘려도 동일 성능을 유지한다. ⓒIBS
원천기술인 만큼 상용 디스플레이에 비해서는 성능이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신축성 QLED 디스플레이 중에서는 최고 성능을 보였다. 연구진이 제조한 소자의 최고 휘도(밝기)는 1만 5,170니트(nits), 구동 전압은 6.2V로 나타났다. 기존 성능이 가장 우수하다고 보고된 2022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소자는 휘도 7,450니트, 구동 전압 15V였다. 성능을 대폭 혁신한 것이다.
김대형 IBS 부연구단장은 “최근 독일 자동차 시장을 중심으로 자동차 내부 곡면을 모두 디스플레이로 구현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폴더블이나 플렉서블 등 기존 개발된 폼팩터로는 구현이 어렵다”며 “이번 연구는 퀀텀닷 발광소자의 고해상도‧고색재현력이라는 장점을 살리면서 본질적 신축성을 지닌 소자를 개발한 것으로 자유 형상 디스플레이 시대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