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숍과 아내의 선물
류 근만
이른 아침 서둘러 농협경제사업장에 도착했다. 리무진관광버스 두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1호차에 탑승했다. 11월 12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18년도 대의원 워크숍에 참석하기위해서다. 직원 여섯 명을 포함해서 총54명이 버스 두 대에 나누어 승차했다.
나는 아내로부터 ‘제주특산품’을 사오라는 부탁을 받았다. 나에게 여행선물을 사오라는 부탁은 처음이었다. 출발 시부터 내심 부담이 되었다. 선물을 사와여 좋은 소리보다는 잘못 사왔다는 불평만 들었기 때문이다.
버스가 출발하자 담당 팀장이 일정을 소개하고 직원들이 간식과 물병을 나누어 준다. 비행기 탑승을 위해 신분증도 걷었다. 며칠 전부터 신분증을 지참하라는 연락이 있었기에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나는 옆에 자리한 대의원과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청주공항에 도착하였다. 국내선 탑승수속은 복잡하지 않아 좋았다. 10시에 이륙한 아시아나 항공은 한 시간 후에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잠시 눈을 붙인 것 같은데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는 리무진버스 두 대와 현지 가이드가 마중 나와 있었다. 첫 대면 한 가이드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구석구석을 소개한다. 미모도 목소리도 조신한 여성답게 차분해보였다. 눈과 귀를 집중시켜 제주의 모습을 보고 듣는 중에 식당에 도착했다. 아침은 유성에서 점심은 제주에서 먹는 세상이다.
나는 2층의 식당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출렁대는 바닷물이 금방 유리창을 때릴 것 같다. 아니 육지에서 관광 온 우리를 반기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D흑돼지식당에서 소주잔을 부딪치면서 먹는 점심식사는 정말 일미였다.
첫 일정은 일출낸드 관광이다. 나는 제주여행을 한지가 꽤 오래되어 모두가 새롭게 보였다. 이곳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곳이란다. 제주의 생태문화체험관광의 명소, 자연이 주는 편안한 휴식, 다양한 즐거움이 있다고 소개한다. 공원처럼 꾸며지고 중간 중간 멋지고 재미난 조각상도 있고 글귀도 있다. 제주의 전통가옥과 놀이도 체험할 수 있는 가족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미천굴 또한 좋은 볼거리였다. 미천굴은 1700m지만 현재는 365m 구간만 개방하고 있다. 나는 잘 모르지만 일출낸드 하면 ‘런닝맨’ 촬영지로 잘 알려졌다고 한다.
워크숍장소와 숙소는 농협은행제주수련원이다. ′2018년 사업실적과 ′19년도 사업계획을 보고하는 시간이다. 관계자의 사업설명과 질의 답변 시간이었다. 대의원답게 질의가 쏟아졌다. 조합장은 궁금증을 풀어주면서 건의사항은 충분히 검토해서 반영한다는 답변이다.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신축되는 자재창고가 조합원에게 정말로 유용한 시설이 되도록 운영할 것을 건의했다. 신규로 임차하거나 신설되는 지점과 마트는 주차시설의 중요성을 감안할 것도 주문했다. 대의원들의 관심만큼이나 열띤 토의는 예정시간을 훨씬 넘겼다. 여기저기서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소리가 들린다.
일행은 서둘러 석식장소로 이동했다. 시장기가 돌았던지 해산물로 잘 차려진 식탁이 먼저 눈에 띈다. 술안주로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싱싱한 해산물에 군침이 돈다. 잽싸게 들어온 일행들이 여기저기서 잔을 부딪치는 소리와 서로 권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조합장은 내년 선거를 의식해서 인사도 건배사도 없다. 대의원들이 권하는 술잔만 받을 뿐 반배도 못한단다. 그놈의 선거가 무엇이기에 이처럼 좋은 분위기에 휩싸일 수도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숙소인 수련원은 지난해 신축한 건물이다. 현대식 건물로 바다와 접하고 있는 제주에서 손꼽히는 최고의 시설이란다. 3인 1실이 배정되는데 2인용 침대 방 1개와 온돌방이 하나씩이다. 나의 파트너는 가장 고령이신 K대의원과 L대의원이다. 두 분이 침대 방을 사용하고 나는 온돌방을 독수공방했다. 두툼한 요와 푹신한 이불을 혼자 덮고 자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술을 많이 마신 탓인지 새벽에 일찍 일어났다. 여섯시다. 바닷길을 걸으려고 혼자서 해변으로 나갔다. 수련원을 벗어난 둘레 길은 날이 밝지 않아 걸을 수가 없었다. 아쉬웠다. 잔잔한 바닷물위로 고깃배인지 불빛이 환하다. 지평선에 벌겋게 달아오르는 일출이 아름답다. 돌담은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을 하나하나 몰탈 없이 쌓아올려졌다. 바람 많기로 유명한 제주에서 돌담이 넘어지지 안는다하니 신기하다. 듬성듬성 난 구멍 때문이란다. 아침식사는 구내식당에서 콩나물해장국이다.
숙소에서 체크아웃이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제주에서 날씨가 좋은 날은 년 중 40~50일에 불과하다는데 일정을 잘 잡은 것 같다. 어제는 제주도 동편을 오늘은 서편을 구경한다. 한곳에서 보고 먹고 즐기는 해양종합관광지 ‘퍼시픽낸드’관광이다. 먼저 대의원들을 위해 통째로 임대한 그랑블루 요트 체험이다. 막혔던 가슴이 확 트이는 듯 시원하다. 주변은 신이 다듬은 듯 정교하다. 겹겹이 쌓은 검붉은 육모꼴의 돌기둥이 병풍처럼 둘러쳐졌다. 일명 ‘주상절리’라 한다. 자연의 위대함과 절묘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제주도의 지정문화재란다. 선실에서는 즉석 회와 와인 그리고 각종음료를 무료로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선상 노래방에서 여흥을 즐길 수도 있고 선상바다낚시도 즐길 수 있도록 격조 있는 요트체험이다.
나는 아쉽게도 노래와 담을 싼지 오래되어 먹고 마시면서 눈요기만 했다. 이어서 돌고래와 원숭이 쇼를 보러 이동했다. 돌고래들이 거대한 풀장 속을 질주하듯 점프하며 입장한다. 비치 볼 킥, 트위스트, 꼬리치기, 고공점프 등 감탄을 자아내는 쇼다. 특별공연으로 조련사가 돌고래와 춤추기, 점프하기, 돌고래타기 등 사방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같은 장소에서 원숭이가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한다. 회전점프와 물구나무서기, 철봉, 농구 등 다채로운 장기를 볼 수 있다. 쇼 구경하다가 시간가는 줄 몰랐다. 시간이 꽤 흘렀다.
중식은 제주의 특식 삼겹살이다. 두툼한 돼지고기를 구워먹는 맛이 일품이다. 소주를 곁들여 푸짐한 점심식사를 하니 몸이 나른하다. 다음 일정은 내 마음을 아는지 피로를 풀어주는 족 욕 체험이다. 모두들 좋아하는 눈치다. 족탕에 발을 넣고 따뜻한 물이 나오도록 수도꼭지를 튼다. 준비된 약초를 넣고 발을 주무르고 문지르고 분주하다. 발 맛 사지를 하니 피로가 좀 풀린 듯하다. 서둘러 그림자공연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좌석이 극장식 공연장이다. 제주를 주재로 한 최초의 그림자공연은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온몸으로 만드는 지상최대의 그림자공연이다. 제주의 탄생과 제주에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그림자공연과 댄스의 퍼포먼스라고 한다. 식사 후 나른한 오후시간, 주변을 둘러보니 오수를 즐기는 관객이 많았다.
나는 특산품센터를 앞서 들어갔다. 가이드를 따라다녔다. 아내의 부탁을 받았기 신경이 쓰였다.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아내가 부탁한 특산물을 사고 값을 지불했다. 맛있게 먹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석쇠에 구울 때, 뒤집으면서 참기름을 발라 구우면 정말로 맛이 있다면서 상냥하게 설명을 한다. 일행은 제주공항에서 가이드와 작별하면서 일정을 마무리했다.
내가 집에 왔을 때는 밤 열 시였다. 아내가 기다리다가 반갑게 맞는다. 내 손에 든 선물을 받으면서 한마디 한다. ‘좋은 것 샀어?’ 나는 ‘응 최고품이야’ 아내는 ‘옛날 그 맛이 날까! 하면서 좋아했다. 옛날에는 젊었기에 식욕도 좋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라서 모든 음식이 맛있었다. 나는 내일 아침에 맛 볼 제주특산물이 어떻게 밥상에 올라올지 기대해 본다. 아! 과연 아내의 선물, 제주특산물인 ’옥돔‘이 ‘옛날 그 맛’이 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