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찬기 목사 (예수인교회)
성도에게 있어서 성경읽기는 말씀을 정확하게 자신의 삶에 적용하기 위해 훈련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말씀 묵상에 대한 여러 서적들이 있는데 그 중에 고대로부터 수도사들이 사용하였던 'LECTIO DIVINA'(렉치오 디비나, 경건한 성경읽기)라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성경읽기가 내 삶의 전 영역에서 뼈 속 깊이 파고들도록 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도사의 영성이 필요하지만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현실을 간과할 수 없다. 그렇기에 바쁜 현대의 신앙인이 수도사들의 영성을 갖지 못한 것을 경건 생활의 실패로 여길 필요는 없다.
경건한 성경 읽기는 성경을 더 잘 알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 전부는 아니다.
1. 성경 묵상 방법
경건한 성경읽기의 전통에 따른 성경 묵상의 방법들을 살펴보자.
1) 기도로 시작하라
원래 전통적인 경건한 성경읽기의 시작은 '침묵'이다. 그러나 오늘날 개신교 안에서 성경묵상은 기도로 시작하는 것이 보편화 되었다.
성경읽기의 시작을 기도로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성경읽기가 단순한 책읽기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이므로 조용히 그분 앞에 엎드리는 것은 "주여 말씀하옵소서! 종이 듣겠나이다."라는 심정으로 성령님의 도우심을 바라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직장에서 일하기 전, 학교에서 공부하기 전, 식사하기 전에 기도하듯이 말씀을 읽기 전에 기도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에게 기도는 매순간 하는 특별할 것이 없는 호흡과 마찬가지이다.
만약 성경을 읽고 묵상하기 전에 드리는 기도가 특별한 것은 우리의 마음을 다시 한 번 하나님의 말씀에 집중할 수 있기를 간구하는 기도이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기도할 때 탈릿이라는 보자기를 머리에 뒤집어쓴다. 그것은 주변의 환경과 단절을 의미하며, 보다 하나님께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게 한다.
성경읽기를 중심에 두었을 때 마음을 열고 기도하는 것은 탈릿을 쓰는 것처럼 온전히 말씀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기도는 성경을 펴는 순간 이루어질 수도 있고, 휴대용 기기를 손에 드는 순간 이루어질 수도 있다.
2) 본문을 읽으라
본문 읽는 방법은 많이 있다. 혹자는 소리 내어 읽으라고 한고, 어떤 이는 조용히 읽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떠한 방법이든 상관없다.
각각의 성경 읽는 방법이 주는 장단점이 있다. 먼저 소리 내어 읽는 방법은 성경읽기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즉 다른 생각을 막아주지만 소래 내어 읽는 것은 뜻밖에 본문을 깊게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조용히 읽을 때 성경의 내용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으나, 다른 생각을 할 가능성도 많다.
성경읽기를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굳이 한 가지 방법만 고집하고 싶지 않다.
최근에는 읽는 성경을 듣는 방법으로도 읽을 수 있다. 어떠한 방법이든 괜찮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본문을 읽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하워드 핸드릭스 교수가 언급하는 8가지 성경읽기의 자세는 다음과 같다.
가) 처음 읽는 것처럼 읽어라
나) 연애편지를 읽듯이 읽어라.
다) 탐구하는 자세로 읽어라.
라) 반복해서 읽어라.
마) 분석적으로 읽어라.
바) 기도하는 자세로 읽어라.
사) 묵상하며 읽어라.
아) 망원경 시각을 가지고 읽어라.
3) 묵상하라
공부하는 방법 가운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은 계속 책을 읽는 것보다, 한번 책을 본 후 그 책을 덮고 내용을 머릿속으로 되뇌어 보는 것이다.
그 같은 방법을 통해 책의 내용이 정리되고, 그 내용이 뭘 말하느느지 주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같은 방법과 같은 선상에서 성경을 보다 더 효과적으로 읽기 위해서는 성경을 잠시 덮고 내가 읽은 말씀의 내용을 조용히 되짚어 보는 것이다.
이 과정을 묵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묵상'이라는 단어가 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묵상한다'는 표현보다 말씀을 '되뇌인다'라는 표현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즉 성경을 묵상하는 것은 많은 동양종교나 신비주의 종교, 또는 명상가들이 사용하는 묵상과 다르다. 성경을 묵상함은 내 생각을 발전시킨다거나, 나를 비움도 아니다. 말씀을 깊게 생각함이다.
말씀을 읽다가 잠시 눈을 감고 내가 무슨 말씀을 읽었는지 되뇌어보면서 그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다. 조용히 말씀을 되뇌며 말씀이 주는 의미를 생각하고 나아가 그 말씀이 내 삶에 적용되는 점을 살펴보라.
'묵상'이라는 표현은 그 어원을 살펴보면 '약'이라는 단어와 그 어근을 같이 한다. 마치 약이 우리 몸에 작용하는 것처럼 묵상을 통하여 우리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온 말씀이 전천히 몸 전체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4) 적용하라
말씀을 읽고 묵상했다면 말씀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라. 그렇다면 그 말씀이 일하기 시작할 것이다.
많은 성경읽기를 지도하는 책들이 실수하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성령님의 도우심을 바라고, 하나님께 내 삶을 내어 드리는 것이 성경읽기라고 말하고, 마지막 적용하기 단계에서 결단하자고 말하면서 내가 해야 할 것과 하나님이 할 것을 나누어서 생각한다.
그러나 바른 성경읽기는 성경읽기를 통하여 이끌림을 받는 것이다. 말씀이 내 삶에 들어와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그 말씀이 우리로 하여금 회개하게 하고 말씀이 우리로 하여금 강하게 주님을 따르도록 끌어들이는 것을 체험해야 한다.
말씀과 상환없는 이상한 결단과 과오들로 가득 찬, 내 생각이 충만한 성경읽기가 아니라, 성령님께서 일하시는 것을 체험하는 성경읽기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