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한양목공예학원)
50년을 한결같이 목공예의 맥을 잇다
한양목공예학원 송태림 대표
-공예 부문에서 유명하신데 전통 공예 입문 과정과 그간의 활동 사항은?
저의 입문은 스승을 모시고 공부를 하면서 시작된 보편적인 과정이 아니라 독학하다가 좀 더 나은, 더 전문화된 방법을 찾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10대에 비누조각과 인장 새기는 작업을 시작으로 만들고 새기고 하는 작업이,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질 때 그 시간을 즐기는 제 삶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각을 규칙적으로 하게 된 것은 저의 인생관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제 삶의 목적이나 주제는 늘 한 가지, 제 존재에 대한 인식과 탐구입니다. 이것을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수련 공간을 열고 운영을 하기도 했었지만, 일반 대중과 원활한 소통이 쉽지 않은 것을 절감하고 그 소통의 매개체로 삼은 게 제가 좋아하고 즐기던 조각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학원에서 수업하면서 내뱉는 많은 내용의 말이 조각에 대한 설명이지만 결국에는 자기 존재의 본질에 대한 설명이며 그것이 교육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자신도 잘 모르는 내면의 자아를 조각을 통해 만날 수가 있습니다.
저는 한양 목공예학원에서 배움을 청한 이후로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과 목야회라는 소모임을 만들어 해마다 회원전을 해오고 있습니다. 2016년도에 선생님이신 김용춘 원장님께서 작고하시면서 본의 아니게 학원을 맡아 운영을 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학원에서도 해마다 회원전을 개최하고, 요구에 따라 국립민속박물관 등에서 강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양 목공예학원이 모태가 되어 설립된 사)한양문화예술협회 이사장으로서 해마다 ‘한양예술대전’이라는 전국규모의 공모전과 ‘국제깃발전’ 등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한양목공예학원을 소개하자면.
우리 한양목공예학원은 1967년 ‘한양목공연구원’으로 시작하여 1970년 11월 7일 ‘한양목공예학원’으로 설립인가를 받은 이후 몇 분의 원장님을 거쳐 현재 제가 원장으로 학원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이름 그대로 목공예 전반에 걸쳐 교육하였으나 김용춘 선생님 때에 목조각 위주의 교육형태로 자리 잡았고 지금은 목조각을 주로 하고 부로 전통 서각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양목공예학원을 거쳐 간 사람이 수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양목공예학원의 자랑
지금까지 50년이 넘는 세월을 한 곳에서 한결같이 그 맥을 이어오고 있는 국내 유일의 목공예 전문 학원입니다.
학원의 주 과목인 부조는 김용춘 선생님에 의해 기존의 형태에서 벗어나 눈부신 질적 진전을 보였으며 많은 예술작가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한양목공예학원만의 차별화된 시스템과 특징이 있다면?
우리 학원의 교육과정은 철저하게 수강생과 일대일 교육으로 진행되어 개인적인 편차에 맞는 맞춤 교육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 현대 학원에서 느낄 수 없는 끈끈한 인간적 정서가 있고 평생 회원 제도가 있어 부담 없이 자유롭게 학원에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본인의 부족한 부분을 고급수준으로 끌어 올려드리는 책임교육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본인의 노력도 필수적입니다.
-학원 운영의 노하우와 경영 철학
학원 운영의 노하우나 경영 철학이라고 딱히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학원 운영뿐만 아니라 제 삶의 바탕에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철학이 있다면 그것은 인화(人和)입니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은 인간관계에서 나오기 때문에 인간적인 마음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통 공예를 배우고자 하는 분들께 한 말씀
전통이라는 것은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바람직한 사상이나 관습, 행동 따위가 계통을 이루어 현재까지 전해진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전통 공예를 배우자면 전통에 대한 이해가 먼저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전통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있다면 전통 공예에 관한 공부는 힘들 것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전통에 현재심이 포함되지 않으면 그것은 박물관에 박제된 유물에 불과하며 미래로 전승되기 힘들다고 봅니다. 전통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의 다양한 에너지가 가장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그것을 전승이라 할 것입니다. 전통을 배운다면(공예든 어떤 것이든) 그 사람은 본의든 타의든 전통을 미래로 연결하는 매개체가 됩니다. 이왕이면 전통을 미래로 잘 이어주는 연결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먼저 전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모든 마음의 망상을 내려놓고 칼을 들고 천천히 나무에 새김질을 해보십시오. 그리고 그 순간을 즐겨 보십시오. 내 안에 깊숙이 감춰져 있던 나의 새로운 참모습이 나무 위에 춤추듯이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내가 나와 대화하며 배우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
전통 공예 방면에서 일가를 이루신 선생님들을 초빙해서 학원에서 공부하시는 분들의 배움의 경계를 넓히기 위한 계획을 몇 년 전서부터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여건이 마땅치 않아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그 계획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또한, 제 개인적인 역량 제고를 위한 공부에도 신경을 쓸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 학원은 교육사업을 하는 곳입니다. 우리는 사)한양문화예술협회라는 단체를 통해 다양한 예술 장르의 작가들을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화센터’를 만드는 것이 교육사업의 목표입니다. 다양한 장르의 뛰어난 작가님들의 역량을 전수할 교육의 중심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요즘 문화센터는 흔한 말이고 많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문화의 센터 역할을 할만한 곳은 보이지 않습니다. 진짜 이름만 문화센터가 아닌 명실공히 ‘문화센터’, 즉 그곳에 가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그 어떤 예술의 장르도 배울 수 있는 그러한 교육의 중심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