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일차 (2017. 8. 4. 금요일 오후, 김해공항 출발 - 광조우 경유 - 호치민 도착)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가는 것이지, 다리 떨릴 때 가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 만큼 여행에 대한 적합한 표현은 없는 것 같다. 여행은 설렘이 있을 때 즐거움도 따르는 것이다. 돈과 시간이 있어도 나이 들어 다리에 힘 빠지고 난 후면 여행이 오히려 고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도 내 가슴에 뜨거운 정열이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난 어릴 적 친구들에게 가까운 동남아라도 함께 여행 한번 하지고 제안을 했었지만 모두가 그렇게 하자고 하면서도 이 핑계 저 핑계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런데 몇 해 전 이탈리아 여행을 함께 했던 지인들이 지난 7월 초에 김해시내 어느 식당에 다시 모여 얘기를 나누다가 이번 여름에 베트남 여행을 함께 하기로 뜻을 모았다. 때가 휴가철이라 여행사 예약이 마감 됐을 법한데도 박경원 선생의 놀라운 추진력으로 8월 4일부터 8월 9일까지지 5박 6일 일정으로 베트남 호치민시 일대를 여행하는 것으로 계획을 확정하고 속전속결로 실행에 옮겼다. 자유여행으로 비교적 값이 싼 중국 남방항공을 이용하다보니 첫날은 김해공항에서 4일 저녁에 출발하여 경유지인 광조우 공항에서 3시간 대기하다 호치민에는 5일 새벽시간에 도착하고, 돌아오는 날은 8일 밤을 광조우에서 1박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5박 6일이었지만 실제 여행 일수는 3박 4일이 되는 셈이다.
초등 교장 1명 중등 교장 1명 영어 교사, 중국어 교사 각 1명 그리고 일반직인 나를 포함 5명의 남자들로 구성된 우리 일행은 모처럼의 여행을 보다 재밌고 알차게 보내기로 다짐하고 여행의 그날이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나는 마침 얼마 전에 사무실로 찾아온 구두상인으로 부터 발이 편한 캐주얼 구두도 한 켤레 맞추었고 세종시에 출장갔다오는 중에 어느 휴게소에서 작은 가죽가방인 여행용 크로스백도 사두었다. 그리고 여행 일정이 확정된 후에는 시장에서 모자도 하나사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꽃무늬 남방도 2개 구입하였다. 최종적으로는 출발 전 날 20만원의 거금을 들여 멋진 선글라스도 한 벌 맞추었다.
사진 1) 여행용 캐주얼 구두
사진 2)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꽃무늬 남방 (왼쪽 1개는 기존에 입던 옷)
사진 3) 모자와 선글라스, 크로스백(여행 3일차 숙소 피아노 앞에서)
드디어 8월 4일 금요일, 여행의 그 날이 밝았다. 처음이 아닌데도 해외여행은 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저녁에 출발이라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베트남에 가서 혹 있을지도 모를 외국 여인과의 만남을 대비하여 오전에는 이발을 하며 때 빼고 광을 내었다. 가이드 역할을 할 박경원 선생이 호치민에 사는 친구를 통해 좋은 곳(?)을 물색해 두었다고 우리에게 미리 광고를 했기 때문에 과연 뭔일이 있을지 내심 기대가 되었다. 집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고 오후 4시경이 되어 인제대 역에서 박경원 선생을 만나 경전철을 타고 김해공항으로 이동하였다. 연일 폭염이라고 뉴스에 나와도 실내에 있을 땐 잘 몰랐는데 바깥에 나오니 가만히 서있는데도 땀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여간해서 더위를 잘 안타는 나도 이렇게 더운데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더울까?
공항역에서 내려 캐리어를 끌고 햇볕을 피해 빠른 걸음으로 국제선 청사 출국장으로 이동하였다. 오후 5시경이 되어 약속 장소인 2번 게이트 앞으로 가니 일행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오후라서 그런지 출국장에 여행객들이 예전에 봤던 것만큼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다. 인솔자인 박경원 선생은 와이파이부터 챙겼다. 인터넷 없이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나 보다. 박 선생은 자신이 와이파이를 확보했으니 개별적으로 돈 많이 들어가는 데이터 로밍은 하지 말라고 우리에게 몇 번이나 당부를 하였다. 덕분에 우리들은 여행 기간 중 카톡으로 자료를 공유하고 문자로 통신하며 불편함이 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사진 4) 김해공항 국제선 출국장
사진 5) 와이파이 장비를 대여 받는 장면
우리는 중국 남방항공 접수처를 찾아 수하물 수속을 마치고 출국 심사대를 거쳐 비행기 탑승 대기실로 이동하였다. 면세점에서 딸이 주문한 향수를 하나 구입하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돌아다녀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공항에서 항상 느끼는 것인데 어느 곳을 가더라도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지루하기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광조우 공항에서는 무려 3시간이 넘게 대기하였다. 공항의 빈 공간을 활용하여 곳곳에 댄스장을 설치해 둔다면 춤을 추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무료하게 시간을 죽이는 것 보다는 춤을 추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고 값진 것인지 세계 각국의 위정자들과 공항 관계자들은 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우리는 오후 6시 30분경이 되어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우리를 태운 중국 남방항공 비행기는 오후 7시 경에 천천히 활주로에 진입한 후 커다란 엔진소리와 함께 속도를 높여 달리더니 어느 순간 사뿐히 하늘로 솟아올랐다. 우리가 늘 살고 있는 곳인데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모습은 새롭게 느껴졌다. 저녁을 안 먹어서 배고플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이륙한지 30분이 지난 오후 7시 30분경에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뭐를 선택하라는 승무원의 말은 못 알아들었지만 옆자리에 앉은 길기현 선생을 따라 치킨라이스를 주문하여 맛있게 먹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평소 잘 먹지 않았던 빵과 바나나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사진 6) 중국 남방항공 비행기 탑승
사진 7) 포장을 열기전 기내식
사진 8) 포장을 연 후 기내식
비행기를 타고 가는 중에 해는 저물어 갔다. 붉게 물든 하늘빛은 구름과 잘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었다. 밥을 먹고 난 후 몸이 나른해져 한참을 졸다 창밖을 보니 멀리 도시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불빛은 서서히 밝게 다가오더니 경유지인 광조우 공항에 다다를 즈음 형형색색의 휘황찬란한 도시의 야경을 연출하였다. 계속되는 불빛의 향연으로 보아 광조우시의 규모를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시간 오후 10시(현지 시간 오후 9시)경이 되어 비행기는 광조우 공항에 착륙하였다.
공항청사에서 멀리 떨어진 비행기 대기장에서 내린 우리는 셔틀버스를 타고 환승 탑승장으로 한참을 이동하였다. 공항의 규모도 엄청나게 크고 넓어 보였다. 다른 여행객들의 뒤를 따라 청사 안으로 들어갔지만 여기 저기 통로가 엇갈리는 그 넓은 곳에서 호치민행 비행기를 어디서 환승하는지를 몰라 우리는 잠시 당황하였다. 영어교사로서 해외여행 경험이 풍부하고 동작이 재빠른 길기현 선생이 이리저리 물어 보더니 알았다는 듯 우리에게 손짓하면서 어디론가 향해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혹시 사람을 놓쳐 길을 잃을까봐 그 뒤를 부지런히 쫒아갔더니 호치민행 게이트 안내 전광판이 나타났다.
사진 9) 비행기에서 바라본 석양
사진 10) 하늘에서 내려다 본 광조우 야경(1)
사진 10-2) 하늘에서 내려다 본 광조우 야경(2)
사진 11) 광조우 공항의 한 부분
사진 12) 광조우 공항에서 내린 후 환승 출구를 찾기 위해 비행기 표를 보며 의논하는 모습
사진 13) 환승 출구를 찾아 이동하는 모습
사진 14) 호치민시가 표시된 환승 출구 전광판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았다. 시간은 현지시각 오후 9시 52분으로 환승 비행기 탑승시간인 11시 55분까지는 무려 2시간이나 더 남았다. 몇 사람이 말도 없이 사라져 찾아 나섰더니 그 와중에 아래층에 있는 화장실입구 흡연부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들은 여행기간 내내 담배를 물고 살았다. 평생 담배 한 개비 안 피워본 내가 애연가들의 심정을 어찌 이해하랴! 흡연실이 따로 있어 간접흡연의 피해를 받지 않게 된 것이 나로서는 천만 다행한 일이다.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대부분의 면세점도 문을 닫아서 딱히 둘러 볼 데도 없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공항청사 빈 공간에 댄스장이 마련되어 있다면 낯모르는 외국여인과도 손잡고 춤을 추며 시간을 좀 더 재밌고 알차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 그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아까운 시간을 죽이는 것이 안타까웠다. 박경원 선생은 배가 출출했는지 습관적으로 음료수 등 간식을 사서 우리에게 제공하였다. 우리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지루함을 달래다가 현지시간 오후 11시 10분이 넘어서 호치민행 환승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중국은 우리보다 1시간이 늦고 베트남은 우리보다 2시간이 늦다. 호치민행 비행기는 이륙하여 2시간쯤 지난 우리시간 오전 2시 10분경에 우리에게 또 다시 기내식을 제공하였다. 저녁은 앞 비행기에서 이미 먹었고, 아침이라고 하기 엔 너무 이른 이 시간에 왜 밥을 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비행기가 바뀌어서 그런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차이나 누들을 선택하여 먹었다. 광조우 공항에서 대기할 때에 간식을 먹을 탓에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아 빵과 바나나는 남겨서 가방에 넣었다.
사진 15) 환승 출구 앞 대기실 의자에 앉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사진 16) 공중 화장실 입구에 설치된 흡연부스
사진 17) 호치민에 가기도 전에 기다리다 지쳤어요
사진 18) 호치민으로 가는 환승 비행기에 탑승
사진 19) 환승 비행기 안에서 박종대, 이헌동 교장과 함께
사진 20) 기내식 차이나 누들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우리시간 새벽 4시(현지시간 2시)경에 호치민 공항에 도착하였다. 다소 긴장된 마음으로 입국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 게이트를 빠져 나오니 바로 바깥이었다. 일행 중 베트남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우리는 요령껏 택시를 잡아타고 예약한 아파트형 숙소로 향하였다. 20분쯤 달려 우리시간 새벽 4시 35분경에 숙소 앞에 도착하였다. 25층 건물인 아파트형 숙소는 일반 호텔이 아니라서 그런지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도록 입구에서부터 보안관리가 철저하였다.
우리는 예약문서를 경비원에게 보여주고 1층 대기실에 들어가 잠시 기다렸다가 주인을 만나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22층에 있는 숙소로 올라갔다. 숙소 현관문이 열리자 우리는 모두 와하고 감탄하였다. 대략 25평형 아파트인데 침실 2개에 거실과 부엌이 크며 구조가 반듯하고 깨끗하여 우리 일행 5명이 4일간 생활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우리는 거실에 1명, 2인용 침대가 있는 2개의 방에 2명씩을 배정하고 각자의 방에 들어가 여장을 풀었다. 그리고 간단히 샤워를 한 후 시계를 현지시간인 새벽 3시로 맞춘 다음 10시에 일어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사진 22) 호치민 공항 입국장
사진 23) 공항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를 기다리며
사진 24)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
사진 25) 호치민시에서 4일간 숙박한 ICON 56 아파트
사진 26) 아파트형 숙소 입구(택시에서 내려 짐을 내리는 중)
사진 27) 아파트형 숙소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바람에 주인에게 연락을 취하는 모습
사진 28) 숙소 1층 로비에 들어가 숙소 주인 오기를 기다리는 중
사진 29) 주인으로 부터 숙소를 안내 받고 거실에서 숙박비를 계산하는 모습
사진 30) 피아노가 놓인 거실의 한 모습
사진 31) 거실의 한쪽 면인 부엌
사진 32) 안방 더블침대
사진 33) 안방 화장대와 옷장이 있는 공간
사진 34) 숙박하는 동안 흡연실로 사용한 발코니
사진 35) 낯에 본 아파트형 숙소
사진 36) 숙소 1층 출입구와 마트
사진 37) 출입구 앞 분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