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페인목장 김정택 집사
고향 친구들과 함께 최근에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 별로 바쁜 게 없어도 서로 시간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아 이리저리 날짜를 전주다가 벚꽃이 절정기인 날짜를 잡아 모이기로 결의했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벚꽃이 더 많이 피어있는 것이 눈에 띈다. 아직 구미에선 이렇게까지 피지 않았는데 부산에서 벚꽃을 마음껏 만끽하고 다시 구미로 돌아가서 또 한 번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더욱 포근해진다.
해마다 피고 지는 꽃이지만 전에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감정이 몰려온다. 가까이 다가가 꽃 모양을 유심히 살피기도 하고 코를 내밀어 냄새도 맡아본다. 그냥 눈으로만 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오감으로 모든 것을 담아두고 싶다.
사계절이 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눈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이 자연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해운대 바닷가의 파도 하나, 모래밭에 새겨진 아이들의 낙서, 바람에 일렁이는 동백나무 가지, 어떤 것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고 싶지 않다.
국제시장에 가니 외국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서양사람, 일본 사람, 중국 사람….
그들과 어울려 줄을 서서 씨앗 호떡 하나씩을 입에 물었다. 달콤한 설탕 맛이 입 안을 훈훈하게 달군다. 톡 톡 씹히는 해바라기 씨앗의 고소함…. 나이를 잊은 듯 길거리를 호떡을 들고 활보한다.
시장에서 만나는 여러 군상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친구들과 희희낙낙 떠들며 수다를 떠는 아가씨들, 팔짱을 끼고 즐겁게 쇼핑을 하는 중년의 부부들…. 이 시간 만큼은 모두의 마음이 평안해 보인다.
우리 친구들도 오랜만에 만났지만 엊그제 만났던 것 같이 그냥 즐거웠다. 남의 눈, 나이, 체면 다 무시하고 길거리에서 호떡을 씹으며 우리들의 수다는 끝이 없었다. 별 시답잖은 농담 한 마디에도 서로 깔깔대며 웃음꽃이 피어난다.
우리 건강하게 앞으로도 자주 자주 만나세…. 그냥 던진 친구의 말이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런 말 한 마디에 숙연해진다.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는 친구들이지 않은가?
그래 일단은 다음 일은 다음에 생각하고 오늘의 이 기분은 오래 오래 간직하고 싶다. 틀에 박힌 생활에서 벗어나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도 좋은 거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