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무차장님께서 올리기는 좀 그렇다고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보고 평가 해주는것이
우리 센터의 존재이유이기도 하고 개인에게도 도움이 될것 같아서 올립니다.
한마디씩 짧게 나마 해주세요
그리고 이글은 별일이 없는 한 참교육 학부모회의 회지에 실릴 예정입니다...
< 발레교습소 Flying Boys , 2004 > 감독 : 변영주
독립영상미디어센터 진주 사무차장 김 설해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모습을 갖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들 또한 나름대로의 문제점과 고민거리를 갖고 등장한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쯤엔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비록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변화라 할지라도..
많은 영화에서 그 주인공들은 한층 성숙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화한다. 무미건조한 남녀 사이에 사랑이 싹트고 자신감 없고 평범하기만 하던 미성년이 어느 순간 열정적인 성인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이런 성장을 바라보는 관객은 꼭 자신이나 주위 사람이 그러한 것처럼 감동받는다.
발레교습소라는 영화는 작년 겨울 수능시험이 끝날 때 쯤 개봉 되었다. 영화는 시기적절하게도 수능시험을 마친 평범한 고3들의 이야기이다. 극중 인물들과 똑같은 상황에 있던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공감의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에는 로맨틱한 사랑도, 꿈을 향한 험난한 여정도 나오지 않는다. 우정조차 얄팍해 보이고 사소하고 성가셔 보이는 사건들만 끊임없이 터진다.
열아홉 살의 민재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지만 특별히 가고 싶은 과도, 하고 싶은 일도 없다. 그는 항공기 기장인 아버지의 권유로 항공운항과를 가려고 하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다. 그런 민재가 짝사랑하는 동갑내기 수진은 스스로 세상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공부도 잘하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 이 둘의 친구들도 처지는 비슷하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나 즐기고 노는 것 외에는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 수 없어 보이는 어설픈 날라리들이다.
수능이 끝난 후 이들은 나름대로의 자유를 실컷 누려보고자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들은 엉뚱한 사건에 휘말려 한 번도 원한 적 없던 발레를 억지 춘향이로 배우게 된다.
발레는 절제된 형식과 감정을 표현하는 고전 무용중의 고전 무용이다. 이런 발레를 19살 먹은 큰애기들이 전신 타이즈를 입고 엉거주춤하게 추는 모습이란 그저 코미디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발레공연을 한번 하기 위해 함께 연습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비좁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나와 타인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경험하고 성장하기 위해 나름대로 치열한 시간을 갖는다. 그 과정은 더없이 유쾌하고 한편으론 마음 아프다.
극중에 “부모 때문에 상처 받지 않은 영혼이 이 땅에 몇이나 되겠냐”는 랭보의 시를 따라한 대사가 나온다. 가난한 환경에서 동생 병원비를 벌며 힘들게 사는 기태는 가볍게 이 말을 던졌지만 아버지와의 불화로 고민하던 민재는 이 한마디에 많은 것을 느낀다. 어깨에 힘주고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채 절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말 한마디로 쉽게 달라질 수 있는 유연하고 역동적인 열아홉의 모습이 거부감 없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영화가 끝날 때쯤엔 이들 모두 스무살이 되지만 사실 달라진 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서툴기만 하던 수진과 민재의 사랑은 여전히 서툴고 아버지에게 먼저 화해를 청하는 듬직한 모습을 보이는가 싶더니 “아직 스무살이잖아요“ 라고 애교 있게 말하는 민재의 모습은 열아홉일 때의 그들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발레 공연은 성공리에 마치게 되지만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그들에게 발레라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렇지만 무언가를 함께 해냈다는 뿌듯함과 다른 이의 삶을 직접 들여다보고 함께 체험한 그 시간은 학원에서 어떤 지식을 공부했어도 배우지 못했을 소중한 경험이다.
서두를 것 없이 그런 소소한 변화를 소중히 여기면 된다고 영화의 카피문구는 ‘ 꿈 많은 청춘 , 희망을 건다 ’이다. 따뜻하게 어깨를 다독여 주는 다정함과 엉덩이를 툭툭 두드려주는 유쾌한 응원을 나 또한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첫댓글 goo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