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소니는 세계 전자업계의 패권을 다투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대표 기업이다. 현재는 삼성이 앞서 있지만,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소니가 ‘절대적 강자’로서 그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한홍 교수는 삼성이 소니를 꺾은 몇 해 전, 삼성미래전략개발연구소에서 있었던 강연을 회고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저는 그때 2500여 년 전, 로마와 카르타고의 세계 패권 쟁취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500여 년의 긴 싸움 끝에 로마가 카르타고를 점령하고 불바다로 만들던 순간, 카르타고의 멸망을 원치 않았던 로마의 수장 스키피오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불타는 카르타고를 통해 로마의 쇠퇴를 본 것이지요.” 두 나라는 강력한 상대가 있었기에 모든 분야에서 서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이유 때문에 스키피오 장군은 카르타고의 멸망을 원치 않았음에도 로마인들의 깊어진 분노는 강한 상대를 소멸시켰고, 수백 년 뒤 로마도 야만족들에 의해 결국 불바다가 되고만 얘기였다. “당시 강연에서 그 비유를 들었습니다. 삼성이 소니를 앞서기 시작한 건 큰 성과지만, 한국경제가 일본을 이긴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것, 즉 스키피오가 흘린 눈물의 의미를 깨닫는 자가 진정한 승리를 한다는 것이지요. 2등부터 10등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1등이 되는 거지요. 하지만 1등은 스스로 비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스스로를 이겨내는 겁니다.” 자기 자신을 이겨내는 힘, 한홍 교수는 서번트 리더십을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셀프 리더십’을 화두에 올렸다.
스스로의 장점을 극대화해야 셀프 리더십은 가장 기본적인 리더십이자 리더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이큐(EQ: Educational Quotient)’라는 말을 유행시킨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 교수는 “탁월한 사람을 괜찮은 사람과 차별화하는 척도는 자기통제 능력, 즉 자기를 얼마나 다스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홍 교수는 건강한 리더란 자신의 장점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백설공주의 계모가 참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40대의 괜찮은 아줌마가 왜 10대인 백설공주와 스스로를 비교하며 악마가 돼갔냐는 겁니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신을 이겨내는 리더가 건강한 리더입니다. 그리고 그런 리더에게는 남을 이끌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한 교수는 자신의 강점을 사랑하지 못해, 하버드의 MBA 스쿨에까지 기록돼 있는 <스마트한 기업의 가장 우매한 실수>를 저지른 코카콜라사(社)의 사례를 들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 청량음료 시장에서 부동의 1위는 코카콜라였고, 2위는 펩시였다. 그 차이가 워낙 커서 2위부터 10위까지의 점유율을 모두 합해도 코카콜라의 아성을 넘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코카콜라의 점유율이 13% 격감하고, 펩시는 13%가 상승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원인은 ‘펩시 첼린지’라는 광고 때문이었습니다. 샴페인 잔에 코카콜라와 펩시를 각각 따라 놓고, 코카콜라 애호가들에게 무작위로 시음 테스트를 한 결과 모두가 펩시의 손을 들었습니다. 이에 놀란 코카콜라사는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같은 테스트를 했고, 역시 같은 결과가 나왔음을 확인했지요. 당황한 코카콜라사는 엄청난 연구비를 투자해 ‘뉴 코크’라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지만, 결과는 대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코카콜라 애호가들의 분노만 샀지요.” 콜라를 샴페인 잔에 따라 마시는 사람이 얼마나 되며, 큰 컵에 얼음을 가득 넣고 마시는 게 콜라다. 한 교수는 “작은 잔에 온도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조건에서 테스트를 하면 묽고 단 쪽을 선호하게 마련”이라며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해 상대를 전장으로 끌어들인 펩시의 전략에 끌려간 코카콜라의 우매함을 예로들어 지적했다. “물 싸움에 능한 적과 물에서 싸우면 승산이 있겠습니까. 얼음을 통째로 마시는 테스트를 했다면 코카콜라가 이겼을 겁니다. 자신을 사랑해야 이기는 것입니다. 남을 이끌 수 있는 힘 또한 자기 자신을 건강하게 가꾼 리더에게 생깁니다.”
겸손, 칭찬, 그리고 신뢰 ‘자기애(自己愛)’, 즉 셀프 리더십에 이어 한교수가 언급한 서번트 리더십의 또 다른 요소는 ‘겸손’이다. 다운 리더십(down leadership), 스스로를 낮추면 조직원들의 잠재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고, 팀워크 또한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리더가 죽어야 한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으며 리더의 ‘약함’이 강한 조직을 만든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리더가 매우 깔끔하고 일 처리가 확실하고 효율적인 계산만 따지면 잘될 것 같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리더 곁에는 사람들이 오래 붙어 있을 수 없습니다. 리더에게 채워주고 싶은 게 있어야 그 조직이 건강해집니다. 여전히 많은 리더들이 너무 강인하기만 합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도 비정하지요. 그러다 보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입니다.” 기업에서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안 내는 것, 얘기를 안 하는 것 또한 사장의 다변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아울러 한 교수는 “누구나 자기를 가르치려는 사람을 싫어한다”며 경청하는 자세가 겸손의 근간임을 지적했다. “내 안의 소리가 너무 크면, 타인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법입니다. 인간은 영물입니다. 대화를 통해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영혼의 소리가 사람과 기업을 살리는 것입니다.”
 한 조직의 리더는 종종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유된다. 자신은 어떤 소리도 내지 않지만 단원 각각의 음을 깊은 곳까지 끌어내고 모든 소리를 조화시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지휘자의 역할은 리더십과 닮았기 때문이다. 지휘자는 모든 단원들이 각자 소리를 내도록 하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한 교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 있는 잠재능력을 끌어내기 위해 격려를 아끼지 말라고 주문했다. 서번트 리더십의 세 번째 요소로 ‘칭찬’을 말한 것이다.
“몇 해 전 일본에서 <물은 답을 알고 있다>란 제목으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사랑과 감사라는 말을 들은 물의 결정은 예쁘고 우리 몸에 좋은 육각수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언어를 들은 물의 결정은 이와 정반대였습니다. 이것은 말에 따라 물도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로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 몸의 약 70%가 물로 돼 있기 때문일까, 한 교수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말에 힘을 주었다. 이어 그는 마지막으로 서번트 리더십의 주요요소를 하나 더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지휘자가 단원들을 A급이라고 믿으면 그 단원들은 모두 A급이 되고, C급이라고 생각하면 C급이 됩니다. 직원들의 가능성을 항상 ‘신뢰’하십시오. 그럼 직원들은 제 역할을 해낼 것입니다.” <월간 리더피아 2008.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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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박 ㅎㅎ 잘읽었어 ㅎㅎ
웅 잘읽었다면 감사하지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