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12.4) 집안 당숙모님 팔순잔치에 참석차 일곡동에 있는 미용실(10년이상 댕기는 단골집)에 다녀왔습니다. ㅎㅅ 미용실. 전남대 정문 앞에 있다가 어찌하여 그리 이사를 가니 쌍촌동 저희 집에서 멀어지지만 이발하면 그냥 발길이 그쪽으로 갑니다(습관이랄까?).
저와 사장님과의 취향이 비슷해서??? 이발중에 사장님과 농작물 재배 경험 등 여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텃밭 가꾸기, 화분가꾸기를 좋아하시는 사장님이네요). 그래서 그런지 그 집에 가면 사랑방같은 느낌이 들고, 오랜 단골손님들이 많은 것 같네요. 근데 그날은 강아지 초롱이가 안보이더군요....
그리고 미용실 창밖으로는 주변에 교회가 있어서 그런지 주일(장날)을 지키는 개신교(작은집 : 저는 카톨릭교회에 댕겨서 그런지 역사적으로 큰집이라고 표현) 형제분들이 성경책들고 지나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참고로, 제가 이발하는 날은 제가 봐도 멋지게 보입니다(그때만 무스바르고...ㅎ ㅎ )
늘 사회생활하면서 외양에 신경을 잘 안쓴다고 부모님이 핀잔을 주신답니다.
제가 광야에서 지냈던 세례자 요한도 아닌데..... 여하튼 몸치장에 별로 관심이 없는 건 사실...
이쁘게 머리하고 팔순잔치가면 다들 반가워 하시겠지요...(나만의 착각인지???)
그리고 앞 손님이 염색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서 오랜만에 "갈라진 시대의 기쁜 소식"(우리신학연구소 발행)를 잠깐 보았네요. 마침 앤소니 드멜로 신부님의 좋은 글이 오랜만에 제 마음에 와 닿아서 옮겨 봅니다. 지금 여기를 사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그야, 누구는 안 그런가요?"
한 그루에게 제자들이 물었다.
"스승님, 깨달음으로 얻으신 게 무엇입니까?
깨달음이 무엇을 가져다주었나요?"
구루가 대답했다.
"깨달음으로 무엇을 얻었느냐고?
나는 먹을 때 먹고, 볼 때 보고, 들을 때 듣는다네.
그것이 내가 깨달음으로 얻은 걸세."
그러자 제자들이 대꾸했다.
"그야, 누구는 안 그런가요?"
스승이 웃으며 말했다.
"모두 그런다고? 그렇다면 모두가 깨달은 사람들이군!"
천만에 말씀!
실은 거의 아무도 그러고 있지 않다.
지금 여기를 사는 사람이 참으로 드물다는 애기다.
앤소니 드 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