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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뽀르뚜게스의 뻬레그리노에서 파띠마의 순례자로 잠시 바뀐 신분
일대에 적막이 감돌고 있는 안시앙의 봄베이루스.
자정이 넘어 돌아왔을 때 안시앙 자원소방서의 모습이었다.
관할 구역내에서 화재와 긴급 상황 등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대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으나 방 하나만 깜깜했다.
뻬레그리노스 몫으로 정해진 방인데, 이용자가 아직도 나 외엔 아무도 없다는 증표다.
내 재고 먹거리에는 축제장에서 그가 봉지에 담아준 바게트와 캔맥주 하나가 추가되었다.
가장 풍성한 먹거리의 날을 헛되지 않게 하려면 냉장고가 필요한데 봄베이루스의 배려가 고마웠다.
한여름이기 때문에 냉장하지 않으면 맛 좋은 비프스테이크를 모두 버릴 수 밖에 없는데 비치되어 있는 소형
냉장고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자정 넘어서 들어왔고, 짐 정리와 하루의 일 정리 등을 끝내고도 한참 뒤척거리다 청했는데도 겨우 1시간반
을 넘기지 못히고 멀리 달아나버린 잠.
다시 불러올 수 없음을 익히 알고, 길 떠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맨몸으로 방을 나왔다.
한낮처럼 환한 소방서 앞 원형 로터리에서 석양에 익혀 두었던 나방 공원(Nabão Green Park)을 거쳐 나방
강 뚝길을 걸었다.
행사장 지근까지 갔다.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처음인 밤 새우는 축제장이다.
이 분위기를 접해 보는 것도 무익하지 않을 것 같아서 였는데 약간 실망스러웠다.
확성기를 통해서는 요란스럽다고 느껴진데 반하여 새벽 3시쯤의 참여 인원은 겨우 2자리 수의 젊은 남녀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3일이라는 행사기간은 이해되었지만 밤을 새우는 축제는 이해되지 않는 이유도 된다.
걷기 시작할 몇개의 길 안내판 앞, 바야흐로 선택의 고민이 시작되어야 할 위치인데도 담담했다.
안시앙 이후의 행로(Fatima경유)와 파띠마까지의 1박 2일의 첫날 코스를 그와 함께 이미 확정한 후라 고민
거리가 있을 리 없는 것이 그 이유리라.
고민이 있다면 그것은 간밤을 안시앙에서 보냈기 때문이며 결국 안시앙의 행사가 주범이라 하겠는데, 결코
잊혀지지 않을 비프 스테이크의 지자체(município) 안시앙이다.
소교구마을(Freguesia) 안시앙의 긴(3일) 행사와 특이한 축제(전어)에서도 뿌듯한 행복감을 만끽했다.
늙은 나그네에게는 모두 행복을 뿜어내는 뽀수(poço/샘)에 다름아니지 않은가.
나방강변의 행사가 없었다면, 행사가 진행중이었다 해도 그와의 조우가 없었다면, 아마도 걷기를 계속해서
안시앙을 벗어났을 것이며, 파띠마를 경유한다 해도 어차피 안시앙 내에서 할 고민은 없었을 것 아닌가.
나그네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주지 않는 덕스러운 안시앙.
권고 사항이기는 해도 봄베이루스의 아침 출발 시간은 6시 이전이다.(스페인 시간으로는 섬머타임 7시)
봄베이루스의 룰 대로 아침 6시 전에 숙소를 나왔다.
무료 숙박의 이로움 보다 젊은 소방대원의 말대로 화재로부터 안전한 집에 의미가 있는 1박을 하고.
소방서 앞 로터리에서 동쪽 길(R. Dom Manuel de Melo)을 따라 N348도로에 진출했다.
파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우측(남쪽) 길(N348)을 따름으로서 궤도에 오른 것.
역 방향 까미노 뽀르뚜게스다.
잠시 남하하면 갈림길 앞에서 뻴로리뉴(Pelourinho)를 지난다.
까미노는 이 돌기둥의 좌측 길이다.
정의의 심판자(Pelourinho)가 있다면 지근에 있는 것은 당연히 지방관청이다.
돌기둥 뒤, 두 길 사이에 자리한 건물(Junta de Freguesia de Ansião/Parish Council of Ansião)이다.
지자체 안시앙과 동명 프레게지아의 관청.
뻴로리뉴를 우측에 두고 왼쪽 길을 택하여 남하하는 길, 아직은 까미노다.
왼쪽에 자리한 안시앙의 교구교회(Igreja Paroquial de Ansião)를 지나 남하를 계속한다.
이른 아침이라 노변에 있는 수퍼마켓(Supermercado)도, 참한 건물이라 생각되는 공립도서관(Biblioteca
Municipal de Ansião)도 모두 고요한 아침이다.
영국인에게는 공짜가 없다는데도
계속되던 돌포장 길이 끝나는 지점 이후는 유칼립투스 숲의 비포장 야산길이다.
광범위한 일대에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나 체계적 공동 개발이 아니고 각각의 난개발인 것 같다.
건물마다 자기 길을 요구할 것이다.
집들의 개성미는 돋보이겠지만 외부인들에게는 미로가 될 가능성이 높겠다.
완만한 오름의 비포장 길을 오를 때 뒤따라 오던 SUV 1대가 서행으로 니를 추월하며 내 시선을 끌어갔다.
산길을 조심스럽게 달리는 이 차량의 우측에 있는 핸들(handle/운전대)이 그랬다.
구체적 이유는 논외로 하고, 각종 자동차의 통행 방식은 차 핸들의 좌우 위치에 따라서 좌우된다.
핸들의 위치가 차량의 좌측인 나라는 우측 통행을 하며 좌측 통행을 하는 나라의 차 핸들은 우측에 있다.
유럽의 이베리아 반도(스페인, 뽀르뚜갈)에서 챠량은 우측 통행을 하기 때문에 핸들이 우측에 있는 차량은
이 지역(뽀르뚜갈과 스페인) 차량이 아님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유럽땅에 있는 이 차량은 유럽에서 좌측 통행국인 영국, 아일랜드, 키프로스와 몰타 등 4개국 중
한 나라의 차량이라는 뜻이며 뻬레그리노인 나로 하여금 이색적인 관심을 갖게 한 차다.
이 관심 외에도 중년 남녀와 두 꼬마가 타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한 가족의 주말 나드리 정도로 짐작되었으며
서행은 먼지를 일으키지 않으려는 배려라고 생각되어 산뜻한 기분이려 했다.
그러나, 한 순간이었을 뿐이다.
50여m 전방에서 멈춰섰던 이 차는 길 우측의 절로(自動?) 열리는 문을 통해 사라저버렸다.
자기 집 앞이기 때문이었는데 내가 착각한 것이며 산뜻하기는 커녕 아침부터 씁스름해졌다.
이른 아침(8시 전)이라 결례는 되겠지만 만나보고 싶은 이유(이베리아 반도인이 아닌 점이)가 될만 하다고
생각하며 대문 앞에 다가갔을 때 문이 열리고 운전했던 중년남이 나타나서 먼저 말을 걸어왔다.
자기가 커피를 끓이려 하는데 시니어도 한잔 마시고 가지 않겠냐고.
그의 말은 영국인임을 직감하게 하는 영어였다.
불감청 고소원 아닌가.
"영국인에게 공짜는 없다"
6. 25 민족동란이 휴전으로 수습되고 각 참전국의 군인들이 귀국길에 오른 때, 60여년 전의 에피소드다.
대부분의 참전국 군인들은 구사일생으로 살아서 귀국하게 된 것을 기뻐하며 지원부대에서 사용하던 타이프
라이터(typewriter)를 비롯해 각종 사무용 기구와 도구들을 버리거나 인연있는 한국인에게 주고 갔다.
그러나 영국군인들은 일체를 한국인에게 팔거나 가지고 갔다.
"태평양에 버릴지언정 거저 주지는 않겠다"며.
자기 나라의 물건을 그냥 주면 그만큼의 수출길이 막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모든 언행은 이처럼 철두철미한 애국심(?)에서 시작한다.
공짜가 없을 뿐 아니라 접대에도 인색하다는 평판인 영국인이 자발적으로 커피를 대접하겠다니.
뿐만 아니라 500ml 얼음물병(pet)도 챙겨 주는 등 놀랄 만큼 호의적이었다.
초면인 타국 늙은이에게 이토록 공대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이 까미노 길목에서 수년을 사는 동안 시니어(Senior)를 더러 보았다는 49세의 호인형 잉글리스인 그.
어르신(Sir)은 까미노에서 자기 두 다리의 힘만으로 홀로 걸어서 가는 최초의 80대 노인인데 공대하지 않고
외면할 수 있겠냐고 반문 형식의 답을 했다.
애국주의 경제관과는 무관하기 때문일까.
수년 전에 필피핀인 아내와 1남1녀를 대동, 이베리아 반도로 건너온 후 이곳 야산 고지대에 정착했단다.
자기네만의 낙원을 설계하고 기반을 다져왔으며 내년(2016년) 이맘때면 딴 세상이 되어 있을 것이란다.
영국은 토지의 공개념( 土地公槪念 )이 철저한 나라다.
그러므로, 본토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너른(5.000평/16.500㎥ 이상이 될 듯) 동산에 어린이 놀이터 등 극소
부에 인위적 가공을 할 뿐 자연 공원을 방불케 하는 천연 정원을 만들겠다는 그다.
그가 힘 주어 말한 그 때 보다 7년이나 더 지났는데 얼마나, 어떨게 달라져 있을까.
위성 구글 맵(map)을 열정적으로 뒤졌으나 반복되는 실패에 의욕마져 상실되어 갔다.
지중해변 알마리아의 도둑이 모든 것을 뺏어갔으나 강렬한 의욕과 의지가 늙은이의 한계를 극복하고 첨단
문명을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서 웬만큼은 커버하게 되었건만.
불시에 침입한 대상포진은 그 의욕과 행운마져 거의 앗아가버렸다.
불행히도 포기할 줄 알게 한 것이다.
잉글리스의 집에서 알레망을 생각하고 있는 늙은 꼬레아노
이베리아 반도의 인적 드문 산골에서는 알레망(Alemães/독일인)과 잉글리스(inglês/ 영국인)를 대면하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 영국인처럼 활력적으로 뜻을 펼치려 온 사람도 있으나 대개는 자기 나라 중앙정부의 정책이나 지방정부
의 시책에 불만을 가졌지만 풀지 못한 사람들이다.
특히 독일의 경우는, 동-서독의 통일 과정에서 서독의 정치가들이 정치적 이유로 동독에 과도하게 많이 퍼
주었다고 생각한 서독의 소외 계층 중 일부다.
남의 나라 중에서도 먼 서양 나라의 일이다.
그래도, 독일인들은 분단의 고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인지 한국인에게는 동병상련의 정서가 있는 것 같다.
호의적이니까.
그러나 원론은 그렇다 해도 각론에 들어가면 엄청 다른 민족적 정서가 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두 나라다.
그들의 결속력과 일체감은 믹스(mix)가 잘 된 콘크리트(concrete)에 비유될만 하지만 한국인은 어떠한가.
응집력이 없는 맨 모래알 같지 않은가.
매우 험난할 것이라던 만인의 전망을 뒤엎고, 나라가 기우뚱할 정도로 퍼주며 일조에 통일을 이루어 민족적
일체감을 과시한 독일인.
통일만이 민족지상(至上)의 과제라면서도 이전투구 양상의 반(反)통일적 정쟁에만 올인하고 있는 한국인.
비록, 통일 방식에 극단적 반기를 들고 조국을 등지기는 하였으나 변함없이 게르만족(Geruman族)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그들과 달리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기는 고사하고 국내에서 끊임 없던 반목질시의 장
(場)을 이역 만리 이민사회까지 연장, 확대하며 대를 이어가고 있는 소위 배달민족(倍達)이다.
"70년대에 김포 공항을 떠나 시카고 공항에 착륙했을 때부터 시달린 교포들 간의 편가르기에 실망, 남쪽 끝
한하고 내려가 정착하게 된 곳이 한국인이 없는 매캘런"(McAllen/Texas주)이라던 이민 교포.
그에게서 "멕시코와 국경지인 이 곳에도 한국인 이민수가 늘면서 이 고질병이 확산 일로에 있다는 장탄식을
들은 때가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린 2002년 봄이다.
22년 세월에 국내외를 망라해서 긍정적으로 바뀌거나 말전한 것이 있는가.
1997년에 맞은 IMF 위기를 어렵사리 극복하는 중인 2000년에 한국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되었다.
외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하여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나라와 국민에게 격려가 되는 반가운 일이며 온 세계가
환영하고 축하하는 큰 경사였다.
그러나, 수상 자격의 유무는 전적으로 심사위원회가 결정함에도 수상자와 정치적 반대편인 사람들이 현지
까지 가서 잘못된 결정이라며 시상을 철회하라고 플래카드 들고 데모한 희한한(strange) 사람들의 나라다.
5000평이 너끈할 광대한 정원이 부러운 영국인의 집에서 과감하게 통일을 이룩한 독일과 그 민족의 기질을
부러워하고 있기는 하나 그게 다는 아니다.
독일은 1차와 2차 세계대전에서 주도적이었으나 모두 패전, 항복했다.
그랬음에도 경이롭게 복구, 재기를 거듭하여 위협적인 위치를 회복한 나라다.
2차 대전에서는 나치의 휘장 '하켄-크로이츠'(Hakenkreuz/卐)가 잔악성의 심벌(symbol)이었다.
그 휘장이 모든 까미노에 등장,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늘어나는 수효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의미가 늙은 뻬레그리노에게 불안 요인이 되어가고 있다.
자업자득의 응보인 1, 2차 세계대전의 굴욕에 앙깊음할 의지를 드러내는 그들 나치주의자들의 소행 아닌가.
반c 이상을 요지부동한 붙박이로 살고 있으며 옆 정원과 뒷 정원이라고 자만스러워 하고 있는 내 동네의 산
(북한산, 도봉산)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고 선망을 애써 누르며 생각을 돌렸다.
모든 까미노에서 나는 장기 보행 뻬레그리노스 중에서는 최고령자로 낙인되었는데, 특히 독일인들은 나를
자기네의 롤 모델이라고 공공연히 토로하며 더욱 접근하려 한다.
다가오는 그들의 손에는 볼펜과 메모지가 필수다.
궁금한 것이 왜 그리도 많은지 꼼꼼히, 다양하게 묻고 답을 기록하는 그들이다.
나도, 불안한 마음을 누르고 그들의 그 자세를 높이 평가하며 그들의 궁금증에 최선의 응답으로 격려하지만.
내가, 자라에 놀란 사람이 솥뚜껑에도 놀라는 격이기를 바라며.
예나 지금이나 불만이 없게 할 수 있는 사람(지도자)이 있는가.
하물며, 잘 해야 본전인 것이 정치판인데.
유다도 자기를 친히 선택한 예수를 불만 때문에 팔아 넘겼다.
공적인 이유를 사적인 감정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생기는 불만을 누가 해결하겠는가.
더구나 그 불만의 합리화가 빚는 다른 불만까지 책임지라 하면?
나는 까미노 3대국(스페인, 프랑스, 독일)인의 특징을 신체의 한 부분으로 요약 표현한다.
스페인인은 배(식성)가 크고,
프랑스인은 가슴(감성)이 크며,
독일인은 머리(이성)가 크다고.
(부정적이라면 유감이지만, 오직 까미노 생활을 통해 갖게 된 느낌이며 까미노 외적으로 받은 영향은 없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