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춘문예 2023년 겨울호 수필부문 당선작--
대부도 소나무 이야기
김경성
벌써 찬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올해는 일찌감치 동장군이 찾아와 두꺼운 외투를 입지않으면 감기라도 걸리기 십상이여서
사람들의 모습이 갑자기 살이 찐 듯 우수꽝스럽기도 하다.
겨울이 오니 지난 봄, 여름, 가을에 느끼지 못했던 생각들이 하나 둘씩 되살아나 마음을 자중하게 되고 돌아보는 시간을 자주 갖게 되었다.
지난 봄부터 여동생이 운영하는 대부도 펜션 현장에서 업무를 도와주게 되었다.
대부도는 바닷가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내륙 지역과 같은 곳이다.
수도권 등에서 일년 사철 사람들이 휴양 겸 관광 겸 해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찾아오는 곳인데 여동생은 펜션을 개업해서 사업을 하고 있다.
나는 마땅한 일꾼을 구하지 못한 동생을 위해 지난 1년간 일을 도와주게 되었는데 이곳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자연에 대한 신선함이다.
어떻게 보면 도시의 일부분이기도 하면서 우리가 어릴 적 보았던 고향 마을의 정취가 한껏 살아있는 대부도 마을은 자연의 풍광을 감상하고 그 살아있는 공기를 음미하기엔 너무나도 좋은 곳이다.
지난 여름, 봄에 만든 족구장과 수영장에서 사람들이 공을 차고 물놀이 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공간을 만든 내 땀방울들이 꼭 무슨 장사속이 아니고 무언가 보람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겨울이 닥쳐오면서 특별한 것을 발견하고 주시하게 되었다.
바로 소나무이다.
봄에 이곳 펜션을 재단장할 때에도 보지 못하였던 소나무 한 그루---.
아니 그 자리에 10여년을 서 있었는데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한 여름 그 작열하던 태양빛에도 갈증을 느끼며 살았을 소나무가 겨울이 오니 주위에 잡풀들이 다 쓰러지고, 나무들의 잎새가 낙엽으로 떨어지니 푸른 솔을 자랑하는 이 소나무만 홀로 서서 대부도 촌마을 이 마당의 파수꾼으로 아침 햇살을 받으며 그 꿋꿋함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산에 가면 지천에 심어져 있는 우리나라 소나무의 모습이 거기에도 있는 것이었다.
소나무는 따뜻한 환경을 좋아하고 성년의 높이는 25~35m라고 하며, 소나무 심은 주변에는 잔디 등 잡풀이 잘 자라지않는다고 한다.
또 세계 문화사를 보면 옛날 중국에는 사람이 죽으면 신분에 따라 무덤가에 평민은 버드나무를, 제후의 무덤가엔 측백나무를, 황제의 무덤가에는 소나무로 주변을 조성했다고 한다.
그만큼 소나무라는 존재는 예부터 융숭히 대접받던 몸이었다.
바람을 막아주고 토양을 단단하게 만들어 방풍 방수로 폭염 홍수 등 재해에도 자연을 보호하고 인간에게 사계절 푸른 솔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 온 소나무는 지금 이 겨울 입구에 서서 무언가 자신의 삶을 통해 나에게 인생의 교훈과 조언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철 푸르른 내 모습을 보시오”
그의 잔잔한 음성이 대부도 펜션 앞 마당에서 휴식을 취하며 문득 석양빛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있는 내게 산사의 저녁종 처럼 양 귀를 때리는 것이다.
숱하게 산을 오르고 숱하게 산을 내리며 내 시야에 들어왔을 소나무 군들이 그간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내게 했었을까?
그간 그 숱한 소나무의 외침을 듣지못하고 그 모습을 눈여겨 보지 못했던 나는 오늘 이 겨울 저녁에 그 소리와 모습을 비로소 보고있는 것이다.
거센 바람과 뜨거운 햇볕에 갈증을 하면서도 그 푸르름을 잃지않고 꿋꿋이 뿌리를 박고 수백년, 사계절을 푸른 색깔로 살아왔을 소나무의 위용이 눈에 들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조금만 일이 안되어도 본래 시작할 때 지니었던 색깔을 변색해 버리는 우리네 삶!
세상이 본래 시련과 풍파의 연속임에도 약해지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는 우리네 인생!
“사철 푸르른 내 모습을 보시오”---.
한 겨울에도 홀로 서서 그 위용을 자랑하는 대부도의 소나무.
지난 여름 그 많은 벌레 해충과 뜨거운 햇볕과 더위를 이겨내고, 그래도 묵묵히 백년 앞을 바라보며 살아가겠다며 겨울 해질녘, 서 산에 지는 차가운 해를 바라보며 미소짓는 그의 모습이 오늘 내게 감동과 겸손 그리고 의지를 가르쳐 주고 있다.
이 겨울에 바다 거센 바람은 대부도 소나무를 때리고 할키며 괴롭힐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것을 삶의 운명이라 여기며 다시 찾아올 봄을 향해 자신의 내면을 다듬고 보충하며 조용히 겨울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충전할 것이다.
푸르른 솔잎을 자랑하면서---.
나도 이 겨울 대부도 소나무처럼 봄을 준비하며 내년엔 사철 푸르른 사람으로 거듭 태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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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한국신춘문예 2023년 겨울호 수필부문 당선작으로 김경성 씨의 수필 ‘대부도 소나무 이야기’를 선정한다.
수필은 평소 보고 느끼는 것을 지으면서도 무엇인가 글 속에서 특별한 감동이 있는 것이 좋고, 또 그 감동이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내용이라면 더욱 좋은 글로 본다.
당선자 김경성 씨는 수필을 통해 평소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소나무 한 그루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되며 소나무처럼 꿋꿋하고 푸르게 살겠다는 각오를 글을 통해 다짐하고 있다.
수필을 잘 지으려면 평소의 훈련이 필요하다.
어떤 대상이라도 꾸준한 사색과 관찰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지으며 세상과 함께 공유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문단에 좋은 수필로 대성하길 기대한다.
<심사위원: 안홍열/ 박태국/ 엄원지>
[당선 소감]
먼저 부족한 글을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문인으로 활동하는 것이 어린 시절 부터의 절실한 꿈이었는데 이제야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더욱 정진하여 좋은 글로 문학 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 이 영광을 주위 사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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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성 프로필]
아름다운 시 낭송회 동인/ 서정문학회 회원/ 전)나라사랑시민연대 중앙대표/ 독도수호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한국사회문제연구소 통일연구위원장/ 뉴스타운 정치부장/ 추적사건25시 국회 출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