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고구마, 땅콩, 들깨 수확-대전]
오늘은 2001년10월13일(일요일)이다.
날씨도 가을 하늘이라 그런지 정녕 가을인 것은 틀림이 없는 날씨로서 청명하고 맑기만 하다.
그런데 격주제로 전일 근무를 하니 집안일을 하기는 좋다.
오늘은 고구마를 캐기 전에 들깨를 모두 베어야 한다.
들깻잎이 모두 떨어지기 전에 베어야 하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나니 잎은 모두가 떨어지고 들깨가 잘못 베다가는 모두 땅바닥으로 떨어져서 수확을 해도 알맹이를 다듬지 못하면 수확을 못할 판이다.
그래서 아침 이슬에 촉촉한 김에 들깨를 베어서 얼른 큰 천막을 받고 베어 놓았다.
마누라는 병원에 신장 투석을 하려고 일찍 나가고, 나는 들깨를 베러 터 밭에 일찍 나온 것이다.
들깨를 베는 데에는 이슬이 걷히기 전에 촉촉한 상태로 베기 시작을 하니 얼른 베어 놓았다.
금년에는 들깨가 평년 보다는 수확이 많을 것이다.
다른 해에는 남는 자투리땅에다 조금 심어도 두되들이 됫병으로 두병을 기름을 짜고 친지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었다.
2홉 자리 병으로 한개 씩 나눠주어도 다섯 집정도 주고 나면 우리가 먹는 것은 한 되가 되지도 않는다.
우리도 들깨 기름을 나중에 다시 사서 먹더라도 별미로 내가 직접 재배하여 짜낸 기름이라서 나누어 먹는 것이다.
주는 기쁨 두 배에 받는 기쁨 세배로 생각을 해서 나누어 주는 사람은 기분이 항상 좋은 것이다.
금년에는 고구마가 작년에 비하여 달리기는 많이 했으나 워낙 여름에 가뭄이 심해서 고구마가 자라지를 못해서 크기가 없으니 소출이 얼마 많지를 않을 것이다.
달린 것이 모두 자라만 주었다면 가마니로 몇 개는 능히 넘치고도 남을 숫자가 달리기는 한 셈이다.
그나마 먹기에 좋게 자라고 숫자가 많으니 조금씩이라도 나누어 먹기는 안성맞춤이다.
벌써 지난번에 제주인 단합체육대회 날에 김 창국 내과 형님께 조금은 갖다 드리고 지금은 이모 내 밖에는 나누어 준 사람은 없다고 본다.
집에 놀러 오신 분들에게 조금씩 쪄서 나누어 먹기는 한 모양이다.
그런데 작년에는 잎이 너무나 무성하여 고구마가 잘 안 달렸지만, 금년에는 잎도 무성 하지도 아니하고 제법 달리기도 해서 기분이 좋은 수확을 하는 것이다.
서너 번 캐어다 먹고 오늘 캐면 모두가 15kg자리 4박스는 캔 셈이다.
그러니 정확하게 50~60kg정도는 수확을 한 셈이다.
작년보다 모종도 적은 량으로 이만하면 잘 된 셈이다.
협동 농장에 내가 일을 거들어 주러 간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일을 하는가 하고 살피러 갔다가 이랑만 만들려는 것을 모종까지 모두 심을 수가 있도록 일하는 방식을 가르쳐 주니 사람이 많으니 얼른 일을 해 치운 것이 사실 그대로 협동 농장이 되어 버리고 나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내일은 그 협동 농장에서 고구마를 캔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을 낼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어떤 방법을 동원을 하더라도 내가 일머리를 가르쳐주지 않으면 하루에 일을 마치기가 힘들 것 같다.
들깨를 베고 나니 우선은 땅콩이 생각이 난다.
땅콩은 작년에는 까치의 극성에 못해 먹고 말았는데 금년에는 땅콩 씨를 심고 바로 그물을 덮어 줘도 조금 구멍이 난데가 있어서 그 곳으로 까치가 포복을 해서 씨를 빼 먹었는지 씨가 고루 서지를 않았으니 땅을 놀리기가 아쉬워서 다시 들깨를 빈자리에 듬성듬성 심어둔 것이 잘 된 것이다.
들깨는 금년에 많이 수확을 보게 된 것도 겨울 김장 농사를 지으려고 미리 준비한 터에도 겨울 농사를 못 짓게 한다기에 여름 농사로 마감을 하려고 들깨랑 녹두를 심어서 수확을 하고 녹두도 많이 따서 마누라가 어제까지 장만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땅콩도 혼자서 캐려니 좀 시간이 걸려도 오전에 모두 캐고 말았다.
아마도 13kg 정도는 수확을 한 것이다.
땅콩을 모두 캐고 깨끗이 씻기 위하여 가뭄에 쓰려고 가두어 둔 물통으로 가서 뚜껑을 열고 땅콩에 흙을 씻다가 땅콩이 물에 떠서 나오는 바람에 혼 줄이 나게 건져 내고 말았다.
우리 집에는 남에게 주는 기쁨을 맛보아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내가 뼈가 의스러지게 캐어온 땅콩을 의용소방대 이 금옥 부녀대장과 장 순덕 부장에게까지 모두 나누어 주고 만다.
그래도 기분은 좋은 걸 어떻게 하란 말인가?
항상 남에게 나누어 주는 기쁨은 두 배가 넘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엔 없는 노릇이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L 여사에게도 땅콩을 주고, 호박도 부녀대장과 부장에게도 주었으니, 일요일 아침에 L 여사를 밭에까지 데리고 와서 호박도 늙은 것으로 따주고, 조롱박도 두개를 따주니 기분이 좋기만 하다.
내가 일요일도 바쁘게 되어 아침에 막내를 청주 공예 비앤 나래를 관람하기 위하여 터미널까지 태워다 주고서 L 여사를 태우고 협동농장에 가서 고구마 줄기를 걷어치우는 것을 시범을 보여 주기도 했다.
모두가 다섯줄을 잡고서 고구마 줄기를 걷어치우고 나니 허리도 아프지만 모두 하라고 해도 남은 사람들도 일머리를 알아야 하므로 시범을 보여준 것이다.
학하리에서 원내동으로 돌아서 L 여사와 같이 드라이브를 하고서 내 농장을 구경을 시키고 호박을 따주고 보낸 것이다.
오늘 아침은 기분이 좋은 아침이다.
젊은 시절에 못 다한 로맨스를 즐기고 멋지게 회포를 풀었다고나 할까 참 재미있는 요즘 생활이다.
지나간 추억에 쌓인 일들일랑 모두 잊고서 현실을 중요하게 생각을 하면서 현실에 충실 할 때라고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지난날의 고통을 감내하기 위하여 우리는 만나고 모든 것을 해탈 하면서 이 세상을 즐기는 것이다.
내 청춘을 누가 보상을 하리요 마는 우리는 남아 있는 여생을 멋지게 살면서 후회 없는 나날을 보내기로 마음을 굳게 먹기도 해 본다.
그러나 농사는 이제 끝이 난 것인지 아니면 내년에도 남은 땅이라도 지을 수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제 모종으로 옮겨 놓을 것은 더덕하고 취나물이 전부이고, 그 다음은 창고를 옮기던지, 아니면 신축을 해서 잡동사니 살림을 정리를 하던지 해야 하는데, 마음의 여유를 갖지를 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시간에 쫒기는 기분이다.
다음 주에는 창고 문제를 제고 해 보아야 할 판이다.
주말에 연가를 내고 아들놈을 내려오도록 해서 같이 정리를 해 보아야 하겠다.
양쪽 살림에 내가 힘들지는 모르지만, 천안 중앙소방학교에 오가는 시간을 이같이 컴퓨터에 맛을 들여서 나는 요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