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같은 지방선거가 끝났다. 승자에게는 안도감과 희열이, 패자에게는 아쉬움과 고통이 따를 것이다. 선거 결과에 대해 이런 저런 뒷말이 무성하나, 분명한 것은 이제 국민의 심판은 냉정하다는 사실이다.
선거기간 내내 ‘북풍’, ‘노풍’의 혼란 속에서 후보자들은 예외 없이 특화된 복지공약을 내걸고 저마다 ‘복지 전문가’임을 자처했다. 무상급식 논쟁에서도 보았듯이 이제 공약의 범위, 구체성, 현실가능성 여부는 후보자의 성향과 이념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복지공약’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그간 각종 ‘풍’과 ‘론’에 휩쓸려 제대로 살피지 못한 각 당선자들의 복지공약을 다시 들쳐보고, 그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일일 것이다.
16개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의 주요 복지공약을 다시 확인하는 일은 번거롭지만 그래서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사상 유례가 없는 대접전 속에 재임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지난 임기 때 야심차게 추진한 희망플러스 통장 등 이른바 ‘서울형 복지’를 더욱 탄력 있게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기업 1000개, 청년창업 2000개, 일자리 100만개 창출 등의 야심찬 약속의 실현 여부도 주목거리다.
부산시민들의 성원 속에 3선에 오른 허남식 부산시장 당선자는 ‘부산 발전 그랜드 비전’을 기치로 고령친화산업 중심도시 육성ㆍ건강도시 구축 등을 약속했다. ‘부산형 해비타트 운동’이나 ‘나눔과 섬김의 희망부산사업’ 등 부산형 복지브랜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도 지켜볼 일이다.
재선에 성공한 김범일 대구시장 당선자는 '교육도시 대구'의 옛 명성을 되찾는다는 목표로 교육 지원예산 1,000억 원대 확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방과 후 학교 지원, 학교급식을 위한 친환경 음식재료 구입비 지원 확대 등과 함께 어르신ㆍ여성ㆍ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수도권에서 야당 돌풍을 일으킨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공언한대로 초ㆍ중등학생을 위한 친환경 무상급식의 전면 시행 여부가 관심사다. 출산장려금 지급 확대, 5세 이하 아동 월 10만원 수당 지급, 방과 후 보육프로그램 확대 등도 의욕적으로 추진할 복지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따뜻한 복지’를 내세운 강운태 광주시장 당선자는 역시 다른 야당 당선자들과 마찬가지로 초ㆍ중등 학생에 대한 전면 무상급식 실시와 함께 2014년까지 일자리 10만개 창출을 통한 ‘범시민협의체’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4년 만에 다시 시장으로 돌아온 염홍철 대전시장 당선자는 박성효 시장이 저소득층 밀집주거지를 집중적으로 지원한 '무지개 프로젝트'를 본인 재임 시절의 주민 참여형 복지모델인 '복지만두레'로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3선 광역시장의 영광을 안은 박맹우 울산시장 당선자는 울산 특유의 경제적 역량을 극대화해서 그 힘으로 문화와 복지를 늘리겠다는 포부다. 시립박물관ㆍ미술관ㆍ시립도서관 등 3대 문화인프라를 구축하고 제2장애인체육관을 건립하는 등 시민 행복지수 향상에 올인 한다는 전략이다.
유시민 후보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재선에 성공한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경기도의 복지브랜드 ‘무한돌봄 사업’을 계속 추진할 전망이다. 2014년까지 총 197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차상위계층까지 자립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강원도의 첫 야당 도지사로 이름을 올린 이광재 강원지사 당선자는 도내 9만 8,000여명의 장애인,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정아동 등 어려운 이웃에 대한 전면적인 복지 수요 실태조사를 통해 궁극적으로 일자리+복지+교육을 한꺼번에 잡겠다는 포부다.
접전 끝에 승리한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는 핵심과제로서 만 5세 이하 무상보육실시, 권역별 여성인력개발센터 설치,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운영비 지원 등 자신의 100대 공약 중 15개를 복지분야 과제로 선정해 주목된다.
이른바 친노의 부활을 알린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는 자신의 핵심공약인 ‘행복도시 원안 추진’을 바탕으로 생애주기별 맞춤 복지를 내세웠다. 아버지 육아 휴직 할당제나 충남복지재단 건립, 다문화가정 친인척 방문 공약 등이 눈길을 끈다.
재선의 김완주 전북지사 당선자는 25개 사회ㆍ문화분야 공약을 통해 장수수당 지급과 경로당 난방비 증액, 장애인 야학 지원 및 장애인 전용 종합체육관 건립, 여성 일자리 4,000개 창출 등 피부로 와 닿는 정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호남지역에서 유일하게 3선에 성공한 박준영 전남지사 당선자는 동부권은 대규모 청소년 축제 개최, 광주근교권은 노인복지타운 건설과 일자리 8만 2000여개 창출 등 권역별발전계획을 통해 ‘고향을 떠난 젊은이들이 돌아오고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전남’을 다짐하고 있다.
경북도민의 지지를 다시 확인한 김관용 경북지사 당선자는 전국 최초로 여성부지사 도입을 통해 차별 없는 열린 공동체를 여는 한편, 농사만 지어도 부자가 되는 농어촌을 만들어 ‘서민이 대접받는 따뜻한 경북’을 자신하고 있다.
지역색을 극복한 승리로 화제를 모은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자는 경남복지의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고용촉진담당관 신설, 65세 이상 노인에게 틀니ㆍ임플란트 염가 공급, 2000병상 규모 대학병원 유치 등의 공약이 이채롭다.
극적인 승부 끝에 승리한 우근민 제주지사 당선자는 ‘지역공동체 맞춤형 복지 실현’을 목표로 읍ㆍ면ㆍ동사무소의 사회복지사 정원 확대, 출산율 2.0 성취, 장애인 이동지원센터 설립, 저소득 노인을 위한 무료 야간 간병 서비스 신설 등을 반드시 이룬다는 목표다.
16개 광역단체장들의 복지공약은 일견 다채로워 보이나, 결국 일자리 창출, 무상급식의 점진적 확대 또는 전면 실시, 보육지원 확대, 노인ㆍ여성ㆍ장애인의 복지 강화로 수렴된다.
관건은 자신의 복지공약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다. 구체적으로는 공약을 현실화할 수 있는 예산 확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다. 특히 올해는 오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의 ‘제2기 지역사회복지계획’을 수립하는 해라는 점에서 이번에 당선된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장과 기타 시ㆍ도 및 시ㆍ군ㆍ구 의원들의 역할을 더욱 중요하다.
지역의 특성과 주민의 삶이 밀착된 ‘지역복지’ 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선거유세 기간 중 울려 퍼진 복지공약이 한낱 허공에 맴돌다 사라지는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지혜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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