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들, 즐거운 연휴 보내고 계시죠?
놀러가자고 눈치주는 와이프도, 어부바하며 재워줘야할 꼬맹이도 없는 메르셀은
사무실에 나와서 꾸물꾸물 일을하다가.. 문득 25살 어린이(?)를 씻겨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삼주전인가.. 어찌어찌하다보니 서울을 벗어나서 용인 어디메의 두메산골까지 운행을 해야했고,
이 녀석은 2년전에 내게 온 이후 속편한 나날들을 보내다가, 그날은 신발에 흙을 묻히며 장거리를 뛰어야 했죠.
보통 나이먹은 우리 아이들은 제가 직접 닦아주는 편입니다만
날이 좋았던 탓인지.. 자주 가는 셀프세차장엔 대기줄이 몹시 길었고, 결국 셀프세차장 옆의 손세차를 선택합니다.
' 룡 : 저.. 세차 얼마나 걸릴까요?
' 세차장 아저씨 : 우왓 이게 뭔 차여? 이게 아직도 다니는구먼! #!@$#$!$%^
정작 세차를 맡기는 나는 안중에도 없고, 한참을 아저씨들끼리 어쩌니 저쩌니 이야기를 하더니
어느새 차에 물을 뿌리고 있습니다.
마침 1살 정도 되어보이는 에쿠스 어린이는 세차가 거의 끝나서 물기를 닦고 있었는데요,
이십몇년 전에는 에쿠스보다 귀한 아이 대접을 받았을 우리 25살 그랜저를 보니 뭔가 아련.. 하기보다 재밌었습니다 :)
' 세차장 아저씨 2 : 우오- 씨트가 뽀송뽀송하네. 근데 매트가 없어?
' 룡 : 아.. 네.. 거의 타지 않는 차라서 낡은 매트를 버리고는 아직 안샀어요
' 세차장 아저씨 3 : 근데 이거 전두환 차고에서 훔쳐온 거야? ㅋㅋㅋ ㅍㅍㅍ ㄷㄷㄷ
하여튼 이런 실없는 개그를 뒤로하고 끼끗해진 차를 타고 돌아오는데 문득 [국산! 올드카]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 국산차의 내구성은 허접해서..
- 외제차를 봐 끝내줘..
라는 말들이 상식으로 통하고는 합니다. 물론 상당부분 맞는 부분도 많구요.
하지만, 일면 과장된 부분들도 없지 않아서 내구성으로 정평이 난 [벤스]들도 관리를 안하면 [썩차]의 다른 이름일뿐..
마찬가지로 [국산]차들도 관리만 잘하면 훈늉하게 잘 달리고 멋질수있는데 말이죠.
(이 글에서 등장하는 저의 아이들이 관리가 잘되었다.. 훈늉하다는 말은 절대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개체수가 턱없이 적던 w126 은 왕왕 보이는데,
동시대, 혹은 그보다 어리게 수십만대가 굴러다니던 스텔라, 그랜져, 소나타(1) 들은 대체 다 어디로.. 안드로메다로..
그래서! 애국소년 메르셀은.. 국산품.. 애용에 분연히 투신하게 되었습니다.
(당연 이것도 핑계일뿐, 예뻐서.. 하나둘씩 데려오게 된거죠)
1. 그랜져 - 말할 나위 없는.
사실 보면, 그렇게 나이든 녀석도.. 몹시 희귀한 녀석도 아닌데
아마 온몸으로 시대에 저항하던 (anti-에어로다이나믹) 각.. 디자인에다,
그 당시 그랜져가 가졌던 권위와 이미지 때문에 적지않은 관심과 시선을 끄는 아이입니다.
아직 생존해 있는 개체 수가 꽤 있는데다, 부품수급도 그런대로 용이한 편이죠.
그런데 문제 아닌 문제는.. 매물로 나오는 녀석들의 상당수가.. 튜-닝.. ㄷㄷㄷ
외관이 괜찮다 싶으면.. 실내에 뭔가.. 휘황찬란한 오디오..
물론 개인의 취향입니다만, 그렇게 가버린 순정 파츠는 (특히 내장이나 오디오 등) 다시 구하기가 하늘의 별이거든요.
그렇게 몇번의 주인을 타고 넘으면서 우리의 그랜져는 [양카]화가 되기도 하고.. 그 무렵의 품위는 그만, 달나라로 갑니다.
다행히, 할아버지 한분이 출고때부터 가지고 있던 아이를 가져올수 있는 행운이 제게 왔고.
(물론 할아버지기 때문에.. 끝판에는 그닥 관리를 잘해주시는 못했.. 흑흑.. 수리비..)
그래도 기본적인 컨디션이 좋았기에, 몇몇 부분의 정비를 거쳐 지금은 꽤 훈늉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렁물렁한 특유의 승차감과, 부드러운 주행감은 스포티 드라이빙화 되어가는 요즘의 차와는 사뭇 다릅니다.
타고 다니면 괜히 재미있고.. 그리고.. 운전하기 몹시 편하다는 사실!
그 당시에는 대형차(?)라고 했지만, 사실 요즘의 중형차보다도 작은 사이즈에.. 특히나 폭이 좁고! 각이 졌기 때문이죠.
누군가 올드카의 진수는 노팅 - 썬팅을 안한 - 의 맨유리에 있다고 했다는데요,
이렇게 맨유리를 보다보면 맞는 말인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렇게 맨유리도 다니면 문제가..
횡단보도 같은데 서있으면 사람들이 쳐다보곤 하는데.. 그게.. 시선이 딱 마주쳐서.. 서로 민망한 경우가 왕왕 생기곤 하죠.
이젠 어느정도 두터운 썬팅 (영혼의) 이 얼굴에 칠해져서, 뭐 괜찮습니다. 후훗.
2. 콩코드 - 희귀한 녀석, 그리고 희한한 매력.
콩코드는 크게 전기형(좀더 얄상한)과 후기형으로 나뉘는데요,
이 녀석은 끔찍하게 안팔렸던.. 전기형입니다.
그 당시의 경쟁차종이던 로열시리즈나 스텔라, 소나타에 비해 상당히 작은 체구에 오히려 비싼 가격 등이
결국.. 이 아이를 레어템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후기형은 가끔 (아주 가끔) 보이는데요, 전기형에 비해 나름의 쉬크한 매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87년 식으로.. 잠시후면 30살이 될 예정입니다만.. 1인 차주가 별로 운행을 안해서 상태는 나쁘지 않습니다.
바쁜 업무가 좀 지나면, 새끈한 녀석으로 리스토어를 하겠다는 몽상을 역시 품고 있죠.
(다행히 실내 및 시트는 굉장히 끼끗합니다. 빙고)
그런데 함정은-
수
동
그렇습니다. 수동입니다.
덜컥 사기로 하고 데려오는데.. 20년 너머의 기억과 감각을 되살리며.. 반클러치.. 언덕출발..
요즘 차들은 거의가 다 오토다보니.. 언덕길에서 아주아주 바짝 붙습니다.
- [수동입니다. 30센티이상 밀릴수 있습니다] 라는 스티커를 뒷유리에 붙이거나
- 피어린 언덕출발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근데, 오랜만에 수동을 몰다보니. 재미있습니다! 뭔가 스포츠를 하는 기분..
3. 에스페로 - 외계에서 왔던, 그리고 외국으로 가버린.
중학교 2학년 때였던걸로 기억하는데요,
우리 아래층 친구네집 차가 바로 이 에스페로였습니다.
하얀색- 2000cc 초기형이었습니다만, 일년인가 있다가 차를 바꾸더군요.
친구한테 물어봤죠.
' 룡 : 그 외계에서 온 우주선 같이 멋진 차는 왜 바꾸셨대?
' 친구 : 응, 고장나서 미치겠대
혁신적인 스타일을 따라주지 못했던 품질과 정비성때문에 초기에 많이 고전했고 평도 좋지 않았습니다만,
나중엔 괄목상대 개선되서 꽤 많은 아이들이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많은 아이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요?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외국]으로 갔답니다.
꽤 많은 양이 정식으로 신차 수출되었었기에, 우리나라에서 좀 낡아버린 에스페로들은 해당국으로 '수출'된거죠.
이것은 대부분의 90년대 대우차들 - 티코 포함 - 이 마찬가지라는.
'세계경영'을 필두로 수출도 열심히 했고, 기본이 GM등의 기술제휴로 만들어지고 해서 부품의 호환이나 유지에 용이하다고 해요.
결국, [외계]에서 와서 [외국]으로 가버린 비운의 차, 에스페로.
다행히 그 중 상태가 괜찮은 - 79,000km - 한 녀석이 제게 왔습니다. thanks very!
4. 티코 - 세월의 승리!
아마, 제 지인들한테 이녀석을 데려올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미리 했다면
' 그들 : 푸하하하하. 이히히히. 혹시 당신, 이른 더위를 먹었습니까?
라는 반을을 보였을 것입니다.
사실 저도 얼마전까지 전혀 생각조차 안하던 녀석이었거든요.
근데 사건의 발단은 아주 엉뚱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어느날인가, 예처럼 동작대교를 타고 출근을 하는데 아주 매력적인 로버 미니 (요즘의 미니 말고..) 한대가 지나가더군요.
오옷 멋진데- 하는 생각을 하며.. 나도 한대.. 한대.. 갖고 싶다 라는 몽상에 빠졌습니다만,
근데 그만.. 그 몽상에 [국산품 애용] 첨가제가 들어가 버렸죠.
결과는?
티
코
그리고는 조금 티코에 대해 살펴보다 보니 의외로 재미있어졌습니다.
- 대한민국 최초의 경차
- 대우자동차가 아닌 대우조선에서 제작
- 일본의 스즈키 알토를 들여옴
- 작은차 큰기쁨.. 을 표방하였으나, 그 당시에는 가루가 되도록 까임 (경사길에서 주차고임목 대신 껌으로 붙여논다던지..)
또, 대부분 목격되고 돌아다니는 티코는 '수퍼'티코라고 에어댐.. 같은 파츠를 붙여서 당초의 발란스가 깨진 느낌인데
이 녀석과 같은 '깡통' 티코는 볼수록 알수없는 심플함의 매력이 있더군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덥썩 데려오게 된 마지막 이유 (물론 핑계입니다) -
국내의 티코들을 모아모아서.. 해외로 싸그리 수출하는 산업이 한창이라는!
어.. 빨리 사야지.. 하는 차에 눈에 들어온 '민자' 티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구에서 탁송으로 받고보니,
꽤 훌륭한 기본컨디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50,000 km.. 1인 소유..
아마, 바쁜 업무가 지나면 제일 먼저 이아이를 새끈하게 단장해서..
외양은 크림 베이지 색으로 새끈하게 칠하고
실내는 초록색 시트로..
끈내주는, 훈늉한 티코로 만들어서 '큐티코' (큐티 티코)라 불러주리라 굳게 다짐중입니다.
그런데 며칠 타보니 정말 기름을 안먹습니다.
심지어 125cc 스쿠터보다 안먹는거 같은..
별로 먹지도 못하면서, 달고 있는 번호판은
' 51도 51!
푸하핫.
보너스 샷으로..
왠지 사이 좋아보이는.. 90년초의 극과극.
# 번외편 - 데일리카?
사실, 저는 뭔가 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순정지상주의자인 것도 그런 성향의 발로인지도 모르겠구요.
매일의 일상을 너무 편안하게 잘 달려주는 이 아이가
레어하고 매력있는 다른 아이들 못지않게 저는 사랑스럽습니다.
(이 아이도 벌써 6년이나 되었는데.. 왠지 20년 후에도 매일을 타고 있을것 같은..)
그런데 말이죠,
사실 이 무난하고 노튜닝 오피러스의 놀라운 비밀 - 반전이 있습니다.
벤틀리에도 놀라지 않는 주차관리 아저씨나
롤스에도 꿈쩍않는 대리기사 아저씨의 심장을 놀라키는-
지구상.. 단 한대의 오피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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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뒷자리에 기본 탑재된 [슈퍼맨] 옵션.. 때문입니다 :)
완전 쿨이네요~어릴적에 타고 다니던 각 그렌져가 생각나네요 ㅠㅠ
콩코드나, 에스페로 등이 훨씬 희귀한 차종이긴 하지만.. 각 그랜져는 정말 영원한 레전드 같습니다.
으악 콩코드 저휠달린차는 거의 못봣는데 방갑네요!
굿 그랜져
콩코드는 장난감 차로 어릴때 갖고 놀던 그 모델이네요 ㅋㅋㅋ
그리고 말씀하신 슈퍼티코가 제 수유의 첫차였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