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내고 미술관에 들어가 명작을 관람한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좋은 그림을 자꾸 보아야 감식안이 좋아진다고 하지만 미술작품을 살 일도 없을 터이니 감식안을 높힐 필요를 그닥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시내 화랑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그것이 비록 공짜라고 해도 번거롭게 출타하여 감상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늙어가면서 세상과의 인연을 조금씩 끊어가는 것이리라.
그런 나에게 그림을 편히 감상할 기회가 생겼다.
신도림역에 역사를 신축한지 이삼년 되었는데 역사를 이용하는 승객이 아주 적다.
그래서 역사의 빈 공간을 활용한다고 문화교실을 운용하고 있는데 그 교실에서 아동 회화전을 열어 역사 벽면에 어린이들이 그린 작품을 죽 전시해 놓고 있다.
나의 산책 코스는 그 역사를 통과하게 되어있기에 오고가면서 그림들을 감상하게 되었다.
여러가지 광경을 그린 그림들이 재미있다.
플랫폼에서 전차를 기다리는 승객을 그린 사실적인 그림이 있는가 하면, 철길이 하늘로 구불구불 뻗어나간 그림도 있고, 역사위로 티라노사우루스인지 무서운 공룡이 걸어다니는 그림도 있고, 역앞 공연장에서 마술을 펼치는 마술사를 그린 그림 등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손재주에 미소짓게 된다.
그런데 그 중에서 그림 하나에 아주 감탄하게 되었다.
신서초등학교 3학년1반 김윤정 어린이가 그린 그림이다.
만추, 신도림역 부근 나무옆에 서있는 젊은 한 쌍의 뒷 모습을 그렸다.
맨 왼쪽에 서있는 줄기가 굵은 나무는 마치 전지작업을 한 듯 머리부분에 5개의 짧은 가지만이 솟아있는데, 가을 바람에 단풍이 펄펄 날리어 떨어지고 있다.
모든 단풍잎과 바람개비가 달린 씨앗들이 오른 쪽 45도 방향으로 지면을 향해 떨어지고 있고 파란 색 할킨 자국을 만들어 바람을 느끼게 한다.
남녀 한 쌍에서 오른편에 선 남자는 검은 색 긴 팔 셔츠에 청바지 차림인데 다리를 안정적으로 벌리고 서있는데 왼쪽에 서있는 동반자하고 몸이 딱 붙지는 않았지만 아주 가까이 서있어서 보이진 않지만 둘이 손을 잡고 있는 듯이 여겨진다.
여자는 키가 남자보다 조금 적은데 갈색으로 긴머리를 염색했고 보라색 스웨터에 조그만 쇼울더 백을 가로질러 메고 있다.
그녀의 하늘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스커트는 아주 짧다.
이제부터가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그녀는 날씬하고 곧은 두 다리를 붙이고 서 있는데 몸이 미세하게 남자를 향해 기우러져 있다.
왼편 보라색 신발의 앞 부분이 아주 조금 지면에서 떠있는데, 이는 몸의 중심이 일부가 왼발 뒷부분, 대부분은 오른 발에 가 있음을 나타낸다.
여자가 남자친구를 껴안았다거나 해서 더 적극적인 애정을 보였다면 그림은 매력을 잃었을 터이다.
딱 적당할만큼 여자의 애정이 표출되어 있어 어린 애인들의 미묘한 심정이 잘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여자의 몸이 남자를 향해 기울어져 있고 그것은 마음도 기울어져 있음을 포착하고 파악한 어린 화가의 안목과 이해력, 그리고 표현력에 감탄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다.
두고두고 보고 싶어서 솜씨는 없지만 스마트폰을 꺼내 한 장 찍어두었다.
이렇게 조그마하고 사소한 데에서나마 즐거움을 찾으면서 실아가는 것이 나같은 서민의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되어 오늘도 동네길로 산책을 나선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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