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은 애초부터 대한민국 건국기념일이었다!
광복절 다음날 유튜브를 검색하다 “대통령을 바보로 만든 광복절 노래”라는 제목이 있어, 광복절 노래가 왜 대통령을 바보로 만드나 궁금증이 생겨 보게 되었습니다. 김병현 국사교과서연구소장이 만든 영상인데, 결론은 광복절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기념해 만든 국경일이요, 광복절 노래는 이를 기념해 만든 노래라는 것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우리가 해방과 광복을 혼용해 쓰고 있는데, 해방은 남의 속박에서 풀려난 것 즉 1945년 8월 15일을 뜻하고, 광복은 빼앗겼던 나라의 주권을 회복하는 것, 즉 1948년 8월 15일이라는 것입니다. 그 영상의 내용을 좀더 설명해보겠습니다.
1948년 대한민국정부 수립 후 1949년 5월 24일, 국경일에 관한 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4대 국경일이 정해집니다. 3.1절(3월 1일), 헌법공포기념일(7월 17일), 독립기념일(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 이상 4개의 국경일이 이때 정해졌습니다. 독립기념일이란 대한민국이 정부를 수립하고 세계만방에 독립국가임을 선포한 날, 즉 1948년 8월 15일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국경일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로 넘겨지고, 6월에 국회 심의 과정에서 헌법공포기념일은 제헌절로, 독립기념일은 광복절로, 삼일절이나 개천절처럼 세 글자로 통일이 됩니다. 1949년 9월 21일 임시국회에서 통과되고, 10월 1일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어 오늘날까지 시행되게 되었습니다. 이후 한글날(10월 9일)이 추가되었는데, 중간에 노는 날이 너무 많다고 제외되었다가 다시 채택되어, 현재는 5대 국경일을 지키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의하면 광복절의 제정이유를 ‘잃었던 국권을 회복하고 대한민국의 정부 수립을 경축하며, 독립정신의 계승을 통한 국가발전을 다짐하기 위함이다.’라고 명확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1949년 10월 20일~30일 기간에 일반국민들 대상으로, ‘대한민국이 정식으로 독립을 선포하고 발족한 기념일(8월 15일)’이라는 가사 공모 요강을 내걸고 광복절 노래 가사를 널리 공모합니다. 그런데 당선작이 없어 전문가에게 노래가사를 위촉하게 되는데, 그 분이 바로 위당 정인보 선생입니다. 우리가 광복절행사 때마다 부르는 위당 정인보 작사의 광복절노래 가사 전문을 살펴보겠습니다.
1.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날이 사십 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2.
꿈엔들 잊을 건가
지난 일을 잊을 건가
다같이 복을 심어
잘 가꿔 길러 하늘 닿게
세계의 보람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
힘써 힘써 나가세
힘써 힘써 나가세
그런데 1절 가사 중에 ‘사십 년’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사십 년의 의미가 뭘까요?
1948년 8월 15일 당시 경향신문의 사설에 보면 <독립의 선포와 우리의 각오>라는 제목을 달고 있고, 1면 톱기사 제목이 <금일 대한민국정부 독립 선포식>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내용 중에 “회고하면 합병에서 독립까지 40년간 우리 민족은 외세에 포로가 되어 가진 폭압에 신음하여 오다가 연합국의 승리로 이 땅에서 일제를 물리치고 해방의 태양을 바라보게 되었으나..”
같은날 동아일보에서는 <독립정부선포식을 맞이하여>라는 제목으로 “4년 전 오늘, 일제로부터 해방되자 민족의 광명을 찾고자 악전고투한 바 우리의 염원이 감천(感天)되어 오늘의 서광을 보게 되었다. 돌이켜 일제로부터 해방되어 국민정부의 수립을 보게 된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지나간 과거를 회고컨대, 우리가 4년간 걸어온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역시 같은 날 또 다른 신문에서도 <해방 4년 희망의 새아침 자주독립 완성달성에 정부와 국민은 일체가 되라>라는 긴 제목아래 “우리는 드디어 해방 4년을 오늘에 맞이하게 되었다. 이 지루한 4년 동안 군정하 민족의 영광과 광명을 찾고자 악전고투하던 과거를 회고하면 한편 감개무량한 바 있거니와...”
이렇듯 그 당시에는 ‘합병에서 독립까지 40년’이란 용어가 널리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또한 ‘일제로부터 해방’과 ‘미군정을 벗어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통한 독립-광복’을 구분해 썼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일제로부터 단순히 해방되는 것이 아닌, 정부 수립을 통한 진정한 주권회복을 광명을 찾은 날이란 뜻의 ‘광복’을 써서 국경일로 삼은 것입니다. 광복절노래 가사의 ‘40년’은 일제 36년과 미군정 4년을 합쳐서 통상 그 당시 사용했던 용어를 그대로 쓴 것이며, 그래서 광복절 노래는 1948년 8월 15일을 기념하는 노래이고, 광복절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기념하는 날인 것입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같은 8월 15일이다 보니 해방과 광복이 혼용되면서, 광복절은 8.15해방을 기념하는 날로 국민들 의식 속에 자리잡았습니다. 저 또한 8.15해방은 기념하면서 8.15건국일은 기념하지 않나 의아해하며 광복절을 맞이하곤 했었는데, 이제사 그 의문과 불만이 풀렸습니다. 광복의 참 뜻을 몰랐던 저의 무지함을 뒤늦게 반성하며, 그동안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생일을 내년부터는 제대로 챙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지한 저를 지금에라도 깨우쳐주신 김병현 국사교과서연구소장님께 지면에서나마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