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춘시조상 감상하기
조국문을 다녀오다 권규미
북쪽의 북쪽으로
흰 말을 타고 갔다
바람 강 얼음산을 넘고 또 넘어서
찔레꽃 우거진 뜨락
왕의 잠에 닿았다
만발한 묵언뿐인 오래된 꽃의 나라
원래 가시나무의 먼 혈족이었던 나는
뚝뚝 진 그 묵언들을 치마폭에 거두었다
능원은 아득하고 때때로 반짝였으나
말과 글과 풍속이 서로 멀어진 탓에
면벽한 물방울들만
총총 세다 돌아왔다
오늘 우리 카페에 올라 온 2024년도 중앙일보 신춘작품 장원 작품이다. 오래간만에 무게 있는 좋은 작품을 대하는 기쁨이 크다. 작품 전편을 통일하고 있는 이미지는 제목에서 이야기 하는 것 같이 본래의 우리 땅을 추억하고 있다. 응어리로 남아있는 암울한 역사를 되돌아보고 있다. 응모전 작품에 썩 어울릴만한 텍스트 선택이 탁월하다
북쪽의 북쪽으로 흰 말을 타고 갔다
초장이 이렇다. 북쪽에서도 더 먼 곳 북쪽 반주 땅이나 발해국까지 흰 말을 타고 갔다 했으니 白衣民族을 이야기 한 것 같고 초장부터 강한 민족주의가 내재 되어 있다. 바람강 어름산을 넘어 다다른 조국문 앞에서는 잠들어 있는 왕의무덤이 지난 역사를 말 하고 있을 뿐이다. 역사 속에서 놓쳐버린 아쉬움을 비유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왕은 비단 임금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그 곳에는 수많은 우리 민족의 혼이 왕의 무덤이 되어 고이 잠들어 있다. 한민족의 역사를 극명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
원래 가시나무의 먼 혈족이었던 나는
이라고 자신을 잇대어서 소개하고 있다. 자랑스럽다. 우리민족은 가시나무처럼 억세고 질긴 뿌리를 갖고 번성 해 왔다 마지막 수에 와서는 말과 글 살아가는 풍속이 세월 속에 변하고 만 현실을 탓하면서 답답하고 슬픈 눈물로 벽면을 헤아리다가 돌아왔다 한다. 이미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를 통한 역사를 더듬어 보면 주체성을 강조한 민족주의 사관을 바탕으로 해서 종래의 삼한과 신라 중심의 기술에서 벗어나 단군-부여-고구려 중심의 고대사체계를 세우고 그 무대를 한반도에 한정하지 않고 중국 동북지역과 요서지방까지 확대한다. 해서, 만주 땅이 한민족의 땅이었음을 강조하고 발해가 한민족의 국가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유물과 사료의 중요성을 강조한 실증주의자였다. 지금 말로 확실한 fact에 의한 실증적인 역사관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시조작가 권규미는 우리의 작은 땅 안에서 진영 논리에 빠져 복작거리는 소인배들을 향해 잠들어 있는 민족정신을 일깨우고 있다. 작품 감상을 이렇게 해 보면서 빼앗긴 땅 북한 이야기까지 작품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을 관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할! 권규미의 죽비가 비실거리는 내 등짝을 후려치는구나 당선을 축하하면서 이름을 기억 해 둔다. _글: 김문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