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를 치는 사기꾼이 나쁠까요? 아니면 사기를 당하는 사람이 나쁠까요?
법적으로 보면 사기 친 사람만 처벌하지만
사기를 당한 사람도 진리의 관점에서 볼 때 죽어서 좋은 데는 못 가요.
왜 그럴까요? 사기를 당한다는 것은 그 사람 마음에도
사기꾼 못지않은 사기성이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내면에 사기성이 없는 사람은 사기꾼이 아무리 유혹을 해도
사기를 당하지 않아요.
제가 출가하기 전에 서울 남산에 갔다가
돈 놓고 돈 먹기 하는 속칭 야바위판을 보았습니다.
옆에서 가만히 보니까 사람들이 돈을 꽤나 잘 따 가기에
나도 하면 될 거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은 다 자기들끼리 짜고 하는 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어린 마음에 겁도 없이 달려든 것이죠.
그때 학교 등록금 내려고 부모님한테 받은 돈이 있었는데
금방 잃어버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늦었어요.
내 돈 돌려달라고 사정을 해도 안 주는 거예요. 줄 리가 없죠.
그래서 "야, 이 도둑놈들아. 이 사기꾼들아" 했더니
오히려 그 사람이 큰 소리 치는 거예요.
"사기꾼은 네가 사기꾼이지 내가 왜 사기꾼이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혼란스러웠어요.
'정말 누가 사기꾼인가?'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도 사기성이 농후했던 겁니다.
그 야바위꾼 돈을 따 먹겠다고 덤비는
이 마음도 결코 하얀 마음은 아니었어요.
시커먼 도둑 마음이잖아요?
내 마음에 도둑놈이 들어앉아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 하고
상대방이 내 돈 떼어 먹은 것만 생각하는 어리석음에 빠져 있는
저 자신을 보고, 그 때부터 정말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런 어리석은 마음을 가지고 살 게 아니라
깨끗한 마음을 닦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인생의 방향을 새로 설정하였습니다.
우리 마음에 항상 좋은 마음만 있는 건 아녜요.
좋지 않은 마음, 나쁜 마음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고 삼가야 합니다.
삿된 유혹에 휘둘리지 않도록 항상 깨어 있어야 해요.
허술한 지붕에 빗물이 스며들어 집안을 망가뜨리듯,
어리석은 마음에 욕심이 스며들어 인생을 망치는 수가 있어요.
그래서 거저 된다고 하거나 쉽게 된다고 하는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아픈 사람에게 사기꾼이 접근을 잘 해요.
“이것만 먹으면 무조건 낫는다”고 유혹하는 거죠.
별 능력도 없는데 사장 시켜준다고 하면서 접근하는 사람도 있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해서 속여먹는 것인데,
그런 말에 넘어가지 않는 방법은 간단해요. 욕심을 비우면 돼요.
내 마음 속에 있는 도둑놈만 조심하면 밖의 도둑은 도둑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