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펙터 중에서 빠질 수 없는 약방의 감초, EQ가 있습니다.
EQ에서 매번 나오는 게 주파수가 몇Hz니 하는 거지요?
또 제가 예전에 댓글을 달아둔 것 중에,
색소폰 소리는 실음이 300Hz부근이고, 600, 900, 1200, 1500 등에서 피크가 보인다... 라고 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야기가 좀 돌아갈지 모르니, 심호흡을 하시고 천천히 읽어주세요.
우선 모든 악기, 아니 소리는 물체의 진동이 공기를 진동시켜 전해집니다.
기타, 바이올린 등의 현악기는 현이 진동하는 것으로,
플룻, 리코더, 색소폰 등의 관악기는 관 속의 공기가 진동하는 것으로 말이지요.
흔히들, 보통 악기 조율을 할 때 기본음 라 (=440Hz)에 맞추어서 한다는 얘기는 들으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모든 물체는 자체 질량과 탄성, 밀도 등에 의해 결정되는 자체 진동수가 있구요,
조율을 위해서 예전에는 자체 진동수가 440Hz로 제작된 소리굽쇠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 소리굽쇠는 440Hz에 맞추어진 소리굽쇠니까,
이 소리에 맞추어서 내 색소폰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튜닝했을때,
주파수 분석기를 통해 내 색소폰 소리를 분석해보면 당연히 440Hz만 나오겠지...
라고 생각하신다면 너무 무르신 겁니다.
소리굽쇠는 잘 모르겠지만, 악기는 '라' 음을 낼 때 정확히 440Hz의 소리만 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구요?
만약 그렇다면, 소리굽쇠를 두들기나, 색소폰으로 라 음을 내나, 피아노로 라 음을 누르나
정확히 똑같은 소리가 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소리 크기는 둘째 치고라도 말입니다. 악기의 종류가 무의미해지겠지요?
구조적으로 현악기가 분석하기 더 쉬우니까, 현악기를 기준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기타라고 하지요. 왼쪽 끝이 현이 시작하는 부분이고, 오른쪽 끝을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다고 했을 때,
줄을 튕기면 줄이 정확하게 그림의 1번 그림처럼 위아래로 천천히 진동하면, 한가지 주파수만을 만들어 내겠지요?
그런데, 이게 좀 복잡한 것이, 줄을 튕기면 분명히 처음에는 1번처럼 1배 파장(길이)로 진동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진동이 양쪽 줄 끝으로 전달됐다가 다시 반사되어 돌아오면서,
(그림은 정지순간이라 저렇지만, 실제로는 줄이 위로 튕겨지거나 아래로 튕겨지는 힘이 줄을 따라 계속 전달되는 게
파형이니까요. 실제로는 줄 가운데서 시작된 진동은 줄 끝으로 전달됐다가 다시 반사되어 돌아나오는 겁니다.)
줄 자체의 탄성과 합쳐지면 이번에는 2번 그림같은 파형이 생깁니다.
2번 그림은 파형의 길이(파장)가 절반이지요?
주파수는 파장에 반비례하니까, 그러면 주파수가 두 배가 됩니다.
주파수 두 배는 옥타브 하나 위쪽 음이지요.
이 진동이 또 어떤 조건에 맞으면, 이번에는 3번처럼 3배 파형도 생깁니다.
그러면 주파수가 세 배입니다. 대략 한옥타브 하고 반쯤 차이나는 음이지요.
저는 분명히 기타에서 어떤 한 프렛을 누르고 줄을 튕겼을 뿐인데,
양쪽이 고정되어 길이가 일정한 이 줄은 자기 마음대로 2~4배 파형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물론 기본 진동이 가장 세기가 강하고, 다른 진동은 부차적인 것이므로 그 세기가 약하긴 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현악기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현이 평행하게 여럿 걸쳐있습니다.
이렇게 걸쳐있는 여러 현 중에서 어떤 현이 특정한 진동을 하면, 그 진동과 고유주파수가 맞는 다른 현도 공진을 하게 됩니다. 그러한 여러 가지 진동이 섞이면서 우리가 듣는 '기타 소리'가 만들어지는 거지요.
이게 무슨 소리인지 궁금하시면,
기타 줄 여섯줄 중에서 다섯개를 없애 버리고 한번 튕겨 보세요.
일반적으로 듣는 소리와 사뭇 다른 빈약한 소리가 납니다. ^^*
또, 관악기의 경우에는
한쪽만 뚫린 폐색관이라고 할 때 그림처럼 파형이 생깁니다.
어릴때 했듯이 병에다 물 채워서 입구를 불면, 피리소리 같은게 나고,
병에 물 채운 양에 따라 소리 높이가 달라지지요?
그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완전한 폐색관에서는 그 진동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2배 파형을 얻기가 쉽지 않지만,
만약 생긴다면 가장 오른쪽 그림처럼 생기지요.
그런데, 일반적인 악기는 폐색관이 아니라 양쪽이 뚫린 튜브형의 관이지요?
그럴 경우 소리를 내는 부분(진동을 만드는 부분=마우스피스) 에서 첫 홀 까지가 공명공간이 됩니다.
그러니까, 높은 음에서는 담보를 많이 놓고, 관이 많이 열린 상태로 연주하지요?
또 낮은 음에서는 담보를 많이 닫아서 관이 길어진 상태로 연주합니다.
관이 짧으니 파장도 짧아서 높은 소리가,
관이 길면 파장도 길어서 낮은 소리가 나게 됩니다.
여기에 연관된 초보때 겪는 문제중 하나가,
도대체 왜 같은 운지인데 삑사리(높은 소리)가 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공기의 속도 때문입니다.
같은 관 길이에서 속도가 느리고 악기 구석까지 존재하는 모든 공기를 진동시킬 충분한 양의 공기가 흘러들어오면,
1배 파형이 생성되어 낮은 소리가 납니다.
대신에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압력과는 무관합니다), 공기 량이 부족하거나 하면 1배 파형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2~3배 파형이나 불완전한 2~3배 파형(이것은 파형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관 끝에서 불완전반사합니다. 결국 2.5배나 1.5배같은 파형이 생기지요.)이 생기면서 음정이 이상한 높은 소리 (= 삑사리)가 생기는 것이지요.
플레절렛도 원리는 같습니다. 같은 관 길이에서 높은 음을 얻기 위해서는 공기의 흐름이 빨라야 하고,
빠르면서도 충분한 압력으로 밀어 주어야 구석구석까지 정상적인 진동이 전달되는 것이지요.
이야기가 엄청 돌았습니다만,
결론은 악기는 기본 진동수 외에 엄청나게 많은 배음(2,3,4,5,6....)이 섞여있는 소리라는 것이고,
이 섞인 소리들이 그 악기의 음색을 결정한다는 거지요.
이것이 왜 필요한가 하면,
EQ를 잘 조절하려면 이러한 배음들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알토 색소폰(도 운지=실제의 미b)에서 2옥타브 레 부근(정확한건 계산해봐야 되는데 제가 지금 졸려서 좀 정신이 멍합니다. ^^;;)
이 실제로는 라 음이니까요, 알토 색소폰의 음역대는 낮은 곡일 경우 350Hz~500Hz, 높은 곡일 경우 450Hz~600Hz 정도가 기본음이 됩니다. 낮은 음의 곡이라고 치고, 380Hz정도가 기본이라고 생각해 보기로 하지요.
아. 색소폰의 기본음이 380이랬지. 색소폰 소리가 좀 더 컸으면 좋겠으니까 380~400 부근을 올리자....
하고 올려보면, 그 결과는
'목욕탕 물속에서 듣는 색소폰 소리'
가 됩니다.
왜냐면, 색소폰에서 듣기좋은 영역대(실제 음색을 결정하는 영역)는 1배음이 아니라 2~4배 배음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1배 기본음은 약간 내려주는 것이 소리가 더 럭셔리하게 들립니다.
대신, 배음에서 2배, 4배 처럼 짝수 배 배음들은 날카로운 느낌이 들고,
3배, 5배 처럼 홀수 배 배음들은 부드러운 느낌이 듭니다.
왜냐면, 2배 배음은 1옥타브 위 음이라고 했지요?
피아노에서 아래 도와 높은 도를 같이 치면, 도 소리가 나긴 나는데 합쳐져서 강력한(?) 도 소리만 납니다.
대신, 도와 솔을 같이 치면 서로 어우러지면서 풍성해진 소리가 나지요?
결국 이것은 화음을 구성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1배음과 3배음이 어울리면 풍성한 소리가 나고, 1배음과 2,4배음이 어울리면 강력한(?)소리가 납니다.
다시 EQ 얘기로 돌아와서,
색소폰 소리를 녹음했는데, 날카롭기만 하고 뭔가 럭셔리한 소리가 아니다.
이러면 기본음과 2, 4배음이 걸린 주파수(보통 300Hz와 600, 1200Hz)를 2dB정도까지 줄여주세요.
대신 3배음과 5배음의 주파수(보통 900, 1500Hz)를 1.5dB정도 올려주세요.
소리가 좀 풍성해집니다. 또 소리가 너무 부드럽기만 하고 임팩트가 없다 이러면 반대로 하시면 되지요.
그 다음으로, 사람의 호흡소리는 의외로 초고역 구간인 8~10KHz에 있습니다.
이 부분이 너무 빈약하면 현장감이 없어지니, 호흡 소리나 손가락 스치는 소리가 없어 실제 연주같지 않고 너무 맹숭맹숭하다 싶으면 8KHz 구간을 1dB정도 올려주세요.
또 소리에서 광택(?)을 지닌 소리 - (공간감에 연관된 부분입니다) -는 4~5KHz 구간입니다.
전화 목소리는 분명 사람 목소리가 다 전달되기는 하지만 뭔가 모르게 감이 멀고 현실감이 없지요?
4~5KHz 구간이 거의 없거든요. 녹음된 상태에 따라 약간 부스트(1~1.5dB)하면 공간감을 더해주는 부분입니다.
조절을 어떻게 하는가는 모두 자기 취향에 달린 부분이지만,
어떤 대역이 어떤 소리에 연관된 것인지는 알아야 조절이 가능하겠지요? ^^*
그런 의미에서 적어본 글이었습니다.
실제 EQ 적용에 대한 것은 다음 글에 적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