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들 주변에는 상(喪)을 당하여 장례(葬禮)를 치른 다음 문상 온 조객(弔客)들에게 서신을 띄워 감사의 말씀을 올리는 것이 유행으로 되어 있다. '공사다망(公私多忙)하심에도 불구하고 ○○의 장례에 와주시어 후한 부의(賻儀)와 간곡한 위로 말씀을 주신데 대하여 감사하다'는 내용이다. 있을 법도 한 일이다.
옛날 상주(喪主)들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사람들에게 서신을 전하는 일이 없었다. 조문을 가야 할 사람이 유고(有故)하여 조문을 가지 못할 경우 상주에게 글을 올려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자신의 사정을 말한 다음 너무 슬퍼하지 말고 식사를 잘하여 건강을 돌보라는 내용이었다. 이것을 조장(弔狀) 또는 위장(慰狀)이라 한다. 그러면 상주가 3개월이 지나 장례를 마치고 졸곡제(卒哭祭)를 지낸 뒤에 답장을 올린다. 즉 자신이 불효하여 부모를 여의게 되었다는 죄책의 말씀과 위문해 주시어 감사하다는 내용이다. 물론 여기에 후한 부의를 주시어 고맙다는 내용은 쓰지 않는다. 그런데 이 또한 반드시 3개월이 지나 답장을 올리는 것이 올바른 예의이다.
고대에는 사람이 죽으면 바로 장례하는 것을 갈장(渴葬)이라 하여 불효로 여겼으므로 최소한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장례를 모셨다. 옛날 상례는 크게 네 시기로 구별하였다. 즉 초종(初終)으로, 죽었을 때부터 약 3개월이 지나 장례하는 기간이 첫 번째 시기이다. 장례가 끝나면 초우(初虞)·재우(再虞)·삼우(三虞)를 지내고 뒤이어 졸곡제(卒哭祭)를 지낸다. 졸곡이란 상주가 곡을 마친다는 뜻으로 졸곡 전까지는 상주가 무시로 곡을 하다가 졸곡이 지나면 오직 조석상식(朝夕上食) 때에만 곡을 한다. 그러므로 초종의 예절은 엄격히 말해서 장례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졸곡에 끝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나 소상(小祥)을 맞고, 다시 2년이 지나 대상(大祥)을 지내며, 다시 한 달을 띄워 담제(담祭)을 지낸다. 물론 대상 때에 상복을 벗지만 담제 전까지는 백의(白衣)를 입어 애도의 뜻을 나타내다가 담제를 지낸 뒤에 완전히 평복으로 갈아입어 평인으로 돌아온다.
그러므로 상주는 졸곡 전까지는 남에게 문자(文字)를 지어 전하지 않는 것이 본래의 예절이다.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3일장을 행하고 있으며 상주 역시 삼우제(三虞祭)가 끝나면 일반인과 똑같이 행동한다. 옛날처럼 상주가 3년 동안 여막(廬幕)에서 거처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 출근하여 사무를 처리하고 가게에서 일을 한다. 찾아와 주신 조객들에게 일일이 전화할 수도 없고 하니, 짤막한 글로 인사하는 것도 예절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다음의 문구(文句)가 문제이다. '일일이 찾아 뵙고 인사드리는 것이 도리이오나 경황이 없으므로 우선 지면을 통하여 인사드린다.'는 조항이다. 장례를 치른 지 열흘이 못되는 상주가 조문객들을 일일이 찾아 뵙고 고맙다는 인사를 올리는 것이 도리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이러한 예법과 도리가 어디에서 근거한 것이란 말인가. 이는 전통예절에 크게 어긋날 뿐만 아니라 실제로 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한가한 시간이 있으면 참으로 찾아뵈올 심산인지 묻고 싶다. 예법을 알 만한 분들도 주저 없이 이러한 인사장을 내돌린다.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너도나도 이것을 따르고 있으니, 문제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인사장을 돌리되 최소한 '도리이오나' 또는 '도리인 줄 아오나' 하는 문구를 뺐으면 한다. '경황중 이만 줄인다.' 해도 좋을 것이요, '경황중 일일이 찾아 뵙지 못하고 우선 지면으로 감사말씀 올린다.' 해도 될 것이다. 허식(虛式)과 허례(虛禮)는 올바른 예의가 아니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도리에 맞아야 하고 격식과 예절이 뒤따라야 한다. 맹자(孟子)는 다음과 같이 말씀한 적이 있다.
'비례(非禮)의 예와 비의(非義)의 의를 대인은 하지 않는다.' (非禮之禮 非義之義 大人不爲 《孟子 離婁下》)
비례의 예란 예의 본의에 어긋나거나 예문(禮文)에 없는 허례를 이르며 비의의 의란 의리에 맞지 않는 의리를 이른다. 그리고 우리 선조들은 또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 하였다. 지나치게 공손함은 올바른 예의가 아니라는 뜻이다. 쓸데없는 문구로 말미암아 전통예절을 모르는 젊은이들이 상주가 조문객들을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 올리는 것이 참다운 예절인 줄로 잘못 인식할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