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이 사십을 불혹이라 했던가?
자기 주체성이 확고하여 세상사의 흔들림에도 유혹되지 않은 나이라고...
난 아니다.
난 선술집에 주인 아주머니의 비릿한 웃음에도 마음을 빼앗기고 젊은 처자의 싱그러운 웃음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걸 느낀다. 술취해 비틀거리며 집으로 가면서도 혹시 어여쁜 아낙네가 나를 불러주지는 않나 하는 기대를 해본다.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서 술 한잔 하다 마누라 몰래 바람피운 이야기를 들을때면 나도 한번은 해보고픈 이상 야릇한 기분에 빠져들면서도 겉으로는 올바르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난한다.
누가 부동산에 투자해서 돈벌었다고 하면 ‘그래 잘되었구나’ 라고 이야기 하면서 집으로 돌아와 밤새 잠도 못자면서 자신의 못남을 탓하고 누가 주식해서 돈벌었다고 하면 다음날 잘 알지도 못하는 신문에 나와 있는 주식현황판에 하루를 보내고....
그리고 나면 몇일동안 밥맛도 없고 내가 왜 사나 하는 한심한 생각도 해보구.
자식하구 마누라하고 함께 오순도순 사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고 자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토요일 오후에 로또 1등당첨점을 찾아 다니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지갑에 있는 돈을 모두 털어 복권을 사고 일요일에 컴퓨터 앞에서 번호를 맞추어 보다가 역시나 하면서 샀던 복권을 찢어버리면서 아무 잘못없는 마누라와 자식에게 괜히 짜증을 내면서
너는 요행을 바라지 말고 ‘성실하게 살아라’ 말하는 내모습이 정말 애처롭다.
그러면서도 뉴스에 구린돈 받아챙겨 잘못된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을 볼때는 나는 마치 깨끗한 사람처럼 입에 개거품을 물고 그사람들을 비난하면서 저런놈들 때문에 이나라가 이꼴이라고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정작 나의 부도덕한 부분들은 숨기기 급급해 하면서 사람들에게
도덕적이고 깨끗한 사람으로 인식되기 위해 가식적으로 행동하고....
술을 많이 먹고 난 다음날 다시는 과음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슬름한 저녁만 오면 어디 공짜술 먹을 때 없나 기웃거리면서 이친구 저친구 전화해서 불러내고 한잔 두잔 마시다 보면 새벽2~3시쯤에 들어가 마누라 한테 혼나면서도 제 정신을 못차리는 난 불혹이 아니다.
사람들은 말한다.
나이 사십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질줄 알아야 한다고.
그러나 난 언제 철이 들려나.
한심하고 답답하다.
첫댓글 동생이 할말은 아니지만 사람 철들면 재미 없습다. 찐짜루...
오빠보다 한참어린 내나이에 느끼고 있는데 어쩌나?
솔직한 선배의 글에 많이 웃었슴다~ 생존연령이 연장되고 있는데 환갑때가 불혹이 아닐지...환갑이 되서도 안변하면~? 걍 그케 살어야쥐 모...ㅡㅡ;
미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