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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스토리텔링 TF팀이 영도 이야기 자원의 콘텐츠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진 영도구 문화체육과장, 이양훈 부산KBS PD, 김도용 전 동주대학 박물관장,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 이정은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간사, 김두진 영도문화원 사무국장. |
이야기 공작소 <2-5> 영도 스토리텔링 보물 캐기- 전문가 TF팀 방담
- 영도다리 소재 문화콘텐츠 모아
- 현대적 감각의 뮤지컬 만들수도
- '대박' 드물어 보다 신중히 접근을
- 영도다리 역사관 건립 더 현실적
- 중국 전설 속 상상의 '삼신산'
- 영도 주변에 몰려 있어 주목
- 절영해안산책로 절경과 결합
- 흥미로운 관광자원 될 수 있어
- 과거 중심의 스토리텔링서 탈피
- 웰빙·관광활성화 등 초점 맞춰야
- 손에 잡히는 콘텐츠 개발이 중요
- 후속사업들 지속성 가지려면
- 지자체 자체 시스템 마련돼야
◆ 방담 참석자 = ▷김도용 전 동주대학 박물관장 ▷김두진 영도문화원 사무국장 ▷김영진 영도구 문화체육과장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 ▷이양훈 부산KBS PD ▷이정은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간사(가나다순)
◆ 사회·정리= 박창희 선임기자(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영도 절영로 해랑길에 세워져 있는 절영마 조형물. |
"영도에서는 구황식물 조내기 고구마를 빼놓을 수 없다. 고구마 하면 영도가 떠오르게 해야 한다."
"봉래산 신선 이야기를 팔아먹자. 불로초(不老草)를 만들 수도 있다."
"태종대에서 기우제 축제를 열어보자. 태종대 암벽에 로프웨이나 엘리베이터를 만들면 인기 만점일 것이다."
이야기 공작소 마당에 이야기가 쏟아졌다. 지난 20일 열린 '영도 스토리텔링 TF팀 방담' 자리. 이야기가 돈이 되는 시대, 영도의 이야기 원석들을 잘 다듬어 콘텐츠화 하면 '지역 미래'가 열린다는 얘기도 나왔다.
-(사회)영도 스토리텔링 작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쉽게 얘기해 보자. 영도가 팔아먹을 수 있는 최고의 스토리 원석은 뭐라고 보시나.
▶김영진(직함 생략)= 이번 기획 시리즈에 제시된 것이 핵심일 것 같다. 영도다리와 대평동 조선소 테마거리, 봉래산(산제당과 아씨당), 그리고 태종대 등이 아닐까 한다. 조내기 고구마도 놓칠 수 없는 콘텐츠가 될 것이고, 그림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는 절영마도 훌륭한 자랑거리가 된다.
▶김도용= 많이 나온 얘기지만 영도다리가 최고가 아닐까. 영도다리를 소재로 한 대중가요만도 21곡이나 된다고 한다. 이것만도 엄청난 것이다.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처럼 국민가요가 된 것도 적지 않다. 영도다리를 노래한 다양한 음악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영도를 주제, 소재로 한 문학작품과 영화도 아주 많다. 이런 문화콘텐츠들을 제대로 모아서 CD나 책자를 제작하고, 전시관을 마련해 보게 하면 관광상품이 된다.
▶김한근= 영도다리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영도의 추억 상품이자 부산의 콘텐츠다. 부산항 최상의 역사적인 상징으로 쳐도 괜찮다고 본다. 구체적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현 시점 과제일 것이다.
▶이정은= 영도다리 노래가 모아지고 스토리텔링이 가미되면 이를 현대적 감각의 뮤지컬로 빚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뮤지컬은 청·장년 세대가 다 좋아하는 문화코드다.
영도는 많은 스토리 자원을 가진 이야기 보물섬이다. 사진은 영도 태종대 전망대 부근의 빼어난 경관. |
-많은 전문가들이 영도다리와 태종대는 뮤지컬로 만들 수 있는 소재라고 한다. 예산이 문제겠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지 않을까.
▶김두진= 좋은 발상이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뮤지컬이나 공연작품은 흔히 '로또'라고 하지 않는가. 여간 잘 만들지 않으면 대박이 나는 경우가 드물다는 말이다. 그보다는, '영도다리 역사관(전시관)'을 논의하는 게 더 현실적일 것 같다.
▶김영진= 영도구로선 솔직히 그게 더 큰 관심사다. 롯데가 짓기로 한 것이 중구가 소송에 패하여 부산시가 떠 안아야 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번 기회에 '영도다리 역사관'은 반드시 영도에 세울 수 있었으면 한다. 영도다리 특화거리 조성사업 용역도 추진되고 있으니, 이와 연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양훈= 전국적인 명소인 태종대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태종우, 기우제 등 기본적인 이야깃거리를 풀어내고, 절벽에는 번지점프대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오르내리게 하는 것이다. 케이블카나 로프웨이와 달리 엘리베이터는 큰 돈이 들지도 않는다.
-봉래산은 어떤 방향으로 활용하는 게 좋을까.
▶김도용= 명칭 유래부터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원래는 절영산(絶影山)이란 이름을 가졌다. 봉래산은 조선 후기에 붙여진 것 같다. 일제 때 일본인들이 고갈산으로 바꿨다고 하는데 근거가 약하다.
▶이양훈= 부산에 신선사상이 전래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영도에 봉래산(蓬萊山)이 있고, 영주동에 영주산(瀛洲山)이 있으며, 백양산 뒤편에는 방장산(方丈山)이란 곳이 있다. 중국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삼신산(三神山)이 이렇게 다 몰려있는 곳은 국내에서 부산밖에 없을 것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이런 것을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
▶김한근= 문화콘텐츠 관점에서 충분히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가 있다. 전국의 지자체들은 지금 없는 것도 만들어 팔려고 안간힘을 쓴다. 중국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시대니만큼 이 정도라면 뭘 해도 될 것 같다.
▶이양훈= 불로초를 만들어 팔 수가 있다. 엉뚱한 발상이 아니다. 불로초, 불사약이 별 건가? 중국 문헌을 뒤져보니 '고초(菰草)'라고 나오더라. 우리가 흔히 삼채, 산부추, 뿌리부추라 부르는 식물이다.
▶김한근= 재미있는 발상이다. 봉래산 자락에 '고초'를 개량 재배하여 적절한 요리나 상품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다고 본다. 중국 관광객을 노린 관광 마케팅 전략으로 아주 좋을 것 같다.
▶이정은= 인터넷에 보니 삼채라는 식물이 요즘 인기인 것 같다. 삼채는 단 맛, 매운 맛, 쌉쌀한 맛 세가지 맛이 난다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김치뿐 아니라, 무침이나 탕, 전, 찜 등 각종 요리와 빵이나 만두의 속, 주스 등 음료, 제약용에 이르기까지 그 활용 범위가 아주 넓다. 인기 식품이니까 관광식품이 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이양훈= 외국의 스토리텔링 명소를 가보면 거짓말이 반이다. 유명한 독일 로렐라이 언덕은 유럽 3대 실망 중 하나라지 않는가. 영도도 만들면 된다. 생각하고 상상하고 도전하면 길이 열린다.
영도 절영해안산책로를 걷고 있는 시민들. 국제신문 DB |
▶김한근= 영도 중리산을 잘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다. 절영해안산책로를 따라 이송도~중리산~태종대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적극 활용하자는 얘기다. 자연성과 경관이 빼어난 중리산에 한옥체험촌을 짓거나, 앞서 제안한 불로초 체험공간 등을 만들면 엄청난 부가가치와 관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영진 = 최근 국토해양부에서 전국 아름다운 해안누리길 52개 중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가보고 싶은 대표 명소 5개소 안에 영도 갈맷길이 선정되었다. 이것은 주목할만한 사건이다. 지금까지는 스토리텔링이 주로 과거를 중심으로 거론된 감이 있으나, 앞으로는 오늘의 삶과 문화, 웰빙, 관광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논의를 해 나갔으면 한다.
▶김도용= 동감이다. 영도의 흥미로운 스토리들을 잘 정리해 보여주고 체험하게 할 공간은 꼭 필요할 것 같다.
▶이양훈= 스토리텔링에 너무 기대면 안 된다.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마케팅이다. 마케팅이 따르지 않으면 허망해진다.
▶김한근= 영도에는 우리나라 '최초' '유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신석기시대 한일 교류 물꼬를 튼 동삼동 패총이 있고, 나라에서 운영하던 국마장이 있었다. 또 고구마 최초 재배지라고 하고, 근대 조선산업의 발상지이면서 오뎅이 처음 제조돼 전국에 퍼진 곳이다. 최초의 레코드 가게인 코로나 레코드가 있었고, 봉래산엔 최초의 삼각지 측량점이 있다.
▶김두진= 이런 것들 때문에 영도를 스토리 보물섬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들 원석을 다듬어 문화상품화하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다. 하나라도 손에 잡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송도의 언덕과 산복도로를 그리스의 '산토리니'처럼 관광자원화 하자는 제안이 나왔었는데, 실현 가능성이 있는 건가.
▶김영진= 이송도의 언덕과 산복도로는 확 트인 바다와 남항 묘박지를 동시에 볼 수 있어 경관은 물론 정취가 아주 좋다. 통영의 동피랑 마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교통 해소책만 잘 마련되면 관광객을 불러들일 수 있는 곳이다.
▶이정은= 앞으로는 도시 재생이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다. 문화예술인들을 끌어들여 작업실을 마련해 주고 지역민들은 그 속에서 경제적 이익을 찾으면서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
▶김도용= 구청에서 스토리텔링에 관심 갖는 건 바람직하다. 단체장이 바뀌어도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양훈= 영도는 앞으로 스토리 산업으로 먹고 살아야 한다. 민·관이 뜻을 합쳐 스토리텔링 사업을 펼치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김한근= 논의가 논의에 그치지 말고, 후속사업으로 연결돼야 할 것이다.
-좋은 의견과 제안들이 나왔다. 영도구와 협의해 실효성 있는 후속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애쓰겠다.
# 문학 속 영도, 영화 속 영도
- 신소설 '혈의 누'부터 흥행 영화 '친구' 까지 다양한 배경으로 차용
전수일 감독의 영화 '영도다리'의 한 장면. |
영도는 근현대사의 많은 추억과 흔적을 간직한 탓에 문학과 영화의 소재로도 자주 활용됐다. 그 으뜸 소재는 영도다리와 영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다.
1907년 발표된 이인직의 신소설 '혈의 누'에 나오는 영도는 매우 역동적이다. '부산 절영도 밖에 하늘 밑까지 툭 터진 듯한 망망대해에 시커먼 연기를 무럭무럭 일으키며 부산항을 향하고 살같이 들어닫는 것은 화륜선이다. …웅장한 그 소리 한마디에 부산 초량이 들썩들썩 한다.'
작가 방인근의 출세작인 장편 '마도의 향불'(1933년)에는 봉래동 일대의 석유회사, 사기 회사가 나오고, 6·25 전쟁통의 피란생활을 다룬 안수길의 단편 '제3인간형'(1953년)에는 영도산에서 자줏빛 안개에 휩싸인 대마도를 보는 장면이 표사돼 있다. 재미작가 김은국의 장편 '순교자'(1964년)에는 한진중공업으로 나룻배가 닿는 장면이 그려져 있고, 요산 김정한의 '액년'(1957년)에는 청학동과 그곳에 사는 제주도 출신 해녀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밖에, 조해일의 '내 친구 해적'(1973년), 윤정규의 '마지막 황제'(1976년), 윤진상의 '영도다리'(1997년), 천운영의 '눈보라콘'(2001년) 등에도 영도가 작품 배경이나 소재로 다뤄져 있다.
'와사등'으로 유명한 시인 김광균도 영도다리의 추억을 노래했다. '영도다리 난간에 기대어 서서/ 오늘도 생각한다/ 내 이곳에 왜 왔나./ 부두엔 등불이 밝고/ 외국상선들 때맞춰 꽃고동을 울려도/ 손목잡고 밤샐 친구 하나도 없이…'(시 '영도다리'중)
영화 속 영도는 문학에서보다 한층 더 다채롭게 다뤄진다. 김승호 감독은 1960년 초 영도에서 '마부'를 찰영했다. 전수일 감독은 2009년 '영도다리'란 제목으로 모성애과 입양아 문제를 극적으로 그려냈다.
영도는 최근까지도 영화의 배경으로 곧잘 등장하고 있다. '친구' '첫사랑 궐기대회' '마음이' '사생결단' '사랑' '태풍' 등이 그런 영화다. 하지만 이들 영화는 영도가 부분적인 배경으로 나오긴 하나, 영도 사람들의 삶이나 스토리가 메인 테마로 부각되진 않고 있다. 영도의 다양한 원천 스토리들이 영화 속으로 넓게, 깊이 파고들게 하는 전략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 공동기획: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영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