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 재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2대총장, 한국대학총장협의회 부회장,21C국정자문위원회 교육분과 부위원장, 광주시민단체총연합 대표 회장, 광주3.15의거 기념사업회 대표회장, 광주시자치행정자문위원
회 위원장, 문화예술분과 위원장, 대통령직속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양림동산꿈자문위원회 자문위원장, 광주광역시 초교파장로연합회 회장.
자식 교육에 앞선 아버지의 모범
최근 공교육의 위기니 학급 붕괴니 염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들마저도 공부시간에 제멋대로 수다를 떨거나 선생님의 주의를 듣지 않고 산만한 행동을 일삼는다. 이런 행동은 그 아이의 신체적 정신적 결합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가정의 교육 부재이다. 특히 아버지가 가정에서 자녀 교육을 위해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를 반성해 보면 사뭇 아버지들의 교육에 대한 무관심이 학급붕괴로 나타나고 있지 않는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아버지가 자녀교육에 참여하면 예절의 기본이 선다. 옛말에 ‘아버지가 되기는 쉬워도 아버지 역할을 다하기란 쉽지 않다’라고 했다. 아버지가 아버지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자녀들은 비행에 쉽게 빠져든다. 그러나 아버지가 자녀교육에 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참여 한다면 청소년의 비행을 조금이나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자녀교육은 논리적인 이론보다 생생한 체험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인간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시장이다. 큰 아이를 데리고 시장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며 수고하는 많은 상인들의 생활상을 보게 했다.
어떤 인생을 살지라도 자기 스스로 만족해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넘치지만, 일하기 싫어 억지로 하는 사람에게는 장사도 안 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는 것도 체험하게 하였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다양한 직종과 사회봉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스스로 고생하는 상인들의 모습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삶과 생활도 보았다. 특히 이른 아침부터 잠을 잊은 채 수고하는 상인들의 생활상은 아이에게 큰 교육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아버지는 자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녀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화를 나누는 일이야말로 자녀들 스스로가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한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인해 부모와 대화시간이 줄어들어 아버지를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존재로 인식하므로 맘을 열어 놓고 고민을 상담하기보다는 자기 비밀을 알아 혼내는 무서운 어른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자녀들은 어렵고 힘든 일에 대해서는 어머니와 대화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자신의 한계에 벗어난 난처한 일들을 아버지에게 미루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아버지와 자녀간에 더 큰 거리감을 만들어지기 쉽다. 그런 거리감을 없애기 위해 전적으로 어머니가 자녀 교육을 전담하는 가정도 많아 아버지는 자녀 교육에 더욱 무관심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신문기사에 의하면 여자 선생님이 70%를 넘으니 아이들이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이로 인해 남자아이들이 여자 친구들의 모습을 하며, 남자다운 패기와 오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도덕과 존경심의 본을 보여야 한다. 자녀를 데리고 여행은 물론 서점에도 가야하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 알고 직접 사주기도 해야 한다. 아무리 직장과 친구들이 소중하다고 해도 가장으로서 자식과의 약속을 깨뜨리지 않는 아버지가 되어야 그들에게 존경을 받는다.
또 자녀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같이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족회의에서 주말이나 일요일 아침 식사 당번을 정하여 가족 사랑의 기회를 가지며, 자녀들의 운동화나 실내화를 한번쯤 빨아준다면 아이들은 더욱 아버지의 애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가족 안에서 존중받고 자란 아이는 바르게 성장하기 마련이다.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배운 좋고 나쁜 습관은 평생을 좌우하기 때문에 자녀를 방임이 아닌 가르침으로 인도하여 그릇된 길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진정 아버지를 공경하고 존중하는 자녀라면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것이다.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확실히 가르쳐주는 것이야말로 사회생활을 위한 기본예절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버지가 먼저 어린 자녀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가정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실 때도 기본예절이 있다. 술 취한 상태에서 자녀를 훈계하는 버릇이나 교통법규 위반, 운전하다가 담배꽁초를 마구 버리는 나쁜 습관은 즉시 고쳐야 한다. 교통질서를 지키는 아버지로부터 자녀들의 기초 질서와 시민 의식이 싹틀 수 있다. 이 땅의 부모라면 마땅히 자신들의 2세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