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향 ‘청정 청양’을 ‘무한 사랑’합니다. 청양은 저에게는 ‘어머니의 품 속’ 같은 곳입니다. 이런 청양이기에 바쁜 일상 속에서도 청양에 많은 관심과 발전 방안을 함께 고민해보곤 합니다.
청양군이 ‘제12회 청양고추,구기자 축제’에서 네티즌들과 여러 매스컴으로부터 ‘고추가 없는 고추축제’라는 비아냥을 들고 빈축을 사더니, 이번엔 농부들에게 시세에 맞지 않는 가격에 고추수매를 강요해 고추 농가들로부터 원성을 듣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5일~28일에 청양시장 일원에서 열렸던 청양고추축제에서 축제장을 찾았던 수많은 외지인들이 ‘명품고추 품절’로 ‘고추 없는 고추축제’에 대실망을 하고, 원망만 가득 안은 채 발길을 돌리게 하여 ‘명품 청양고추,구기자’축제가 되어야 하나 ‘전국적인 조롱거리 축제’가 된 것은 단지 ‘이상기후에 의한 작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 ‘인재’였다고 생각합니다.
1. 금년에는 고추를 한참 수확할 시기에 2달 가까이 거의 매일 비가 내렸습니다. 고추 농가에서는 이미 8월 초~중순경에 무차별적으로 탄저병이 곳곳에 발생해 고추 생산이 급감하리란 것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청양의 대표 농산물이 고추인지라 군수님 이하 군청 관계자들이 이를 몰랐을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고추 축제를 준비하면서 이미 고추 수매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에 대한 대비를 조금만 서둘러 했다면 청양고추 축제를 전국적인 조롱거리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2. 구체적 행정의 실수- 명품고추 수매를 지난 8월 21~24일에 한 것은 너무나 안일한 준비였습니다. 작황이 좋지 않아 어려움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축제장에 낼 물량을 미리 수매하여 준비했어야 했습니다. 물론 행사가 예년 보다 5일~1주일여 일찍 열리는 바람에 일반 노지재배 고추인 경우에는 겨우 두 번째(두 물) 수확을 했을 시점 이었는지라 만만치 않았을 테지만 시설재배 하시는 분들은 세 번째 이상의 수확까지도 충분히 했을 상황이었습니다.
3. 게다가 서둘러 미리 수매하였다면 쉽게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8월 15~20일 경에 군에서 정한 마른 고추 1근에 18,000원이면 충분히 높은 가격이었고, 미래의 가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작년(10,000원 수매)보다 값이 8,000이나 비싸기 때문에 농가들은 앞다투어 출하를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저는 8월 20일 경에 동네에서 13,000원에 거래되는 것도 보았습니다.
4. 8월 25일 축제 첫날 저녁뉴스에 고추가 동났다는 보도 뒤에 지인의 부탁을 받아 26일 농림과에 전화를 걸어 고추를 살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느낌이 이제는 완전히 포기한 것 같았습니다. 군이 성의가 있었다면 25일 서둘러 대책을 세웠으면 망신을 덜 당하고 오히려 ‘성의 있고, 예의 바른 청양고추축제’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5. 진짜 고추가 없어서 농부들이 출하를 못했을까요? 아니올시다… 이미 8월 25일 경에는 고추 시세가 농협수매가인 15,000원, 명품 수매가인 18,000원을 훨씬 뛰어 넘어 20,000원 이상 가던 시점이었습니다. 시장에 내다팔면 20,000원 이상을 받을 수 있는데 그리고 가격 상승이 뻔히 예상되는데… 군수님이라면 청양군 축제 살리려고 싼 값에 수매할 지 몰라도 겨우 1년 농사 지은 거, 그것도 생산이 턱도 없이 안된 상황에서 근당 최소 5,000원 이상 손해 보면서 군에 충성을 다할 농부들이 있을까요? 농부들은 고추가 없어서가 아니라 군수매가가 시세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에 출하를 기피한 것 뿐입니다.
6. 군이 준비 미숙으로 벌어진 일 수습하려면 결국은 ‘돈’ 밖에 없었습니다. 청양을 찾은 고객들에게 신용을 지키기 위해서는 ‘비싼 값에 수매해서 싼 값’에 파는 역마진 장사를 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7. 청양군의 미스테이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현재진행형이라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축제 때 예약 받은 고객들에게 보내줘야 한다며 공무원들을 동원하여 ‘고추 수매령’을 내렸다지요?? 각 읍,면장들까지 나서서 농가들에게 고추 내놓으라고 윽박에 가까운 수매작전을 하고 다닌다는 소식에 경악스러울 따름입니다. 아니 시장이나 지인들에게 팔아도 23,000원 이상도 받을 고추를 머어? 18,000원 수매하겠다고? 지나가던 개나 고양이가 웃다가 뒤로 넘어지겠다 그죠?? 면장님들, 군수님은 그렇게 하실라우? 참 대책 없는 청양군입니다.
손해를 보려면 행사 기획과 준비를 잘못한 ‘청양군’에서 져야지 그 손해를 왜 엄한 농부들에게 전가시킵니까? 농부들이 “봉”인줄 아시나 보죠?? 군청의 말을 아주 잘 듣는 착한 “봉”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불합리한 행정으로 군청직원들 괴롭히는거 아닙니다. 저가 고추 수매를 면 단위별로 할당해 놓고 다그친다구요? 공무원들은 상급자의 명령 한마디면 양심에 걸려 맘에 내키지 않는 일를 억지로 해야 합니까? 이제 그런 구시대는 지난지 오래랍니다.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자유민주주의 국가랍니다.
굳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추를 수매해야만 한다면 시세에 맞게 값을 책정하면 농부들이 기꺼이 수매에 응할 것입니다. 손해 부분은 군에서 어떻게든 재원을 마련하던가 해서 보전시키고 농부들이 피해를 보는 일만은 있어서는 절대 안되는 일입니다.
싯가 23,000원짜리 고추를 18,000원 수매하라는 면장님의 강요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어느 농부의 말씀을 듣고, 안타까워 이 글을 올립니다.
2011년 9월 2일 운곡면 모곡리 김 석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