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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과 우주에 대해 아주 조금밖에 모르는 것들
제목이 조금 이상한 것 같은? 이 책은 2005년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창간 125주년을 맞이하여 우주와 자연, 생명과 의식에 관련한 질문 125개를 선정한 적이 있었는데 그 질문들에 대하여 대답을 적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질문들은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큼 보편적인 것들이었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우리가 잠자고 꿈꾸는 이유는 무엇인가?’‘도덕성은 뇌에 각인되어 있을까?’‘자연이 이토록 복잡하고 아름답고, 질서정연한 이유는 무엇일까?’‘줄기세포는 모든 암을 치료할 수 있을까?’등으로 대부분이 보편적이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어찌 보면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이런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석학들은 이런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고 있을까? 질문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이런 호기심에서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KAIST바이오및뇌공학과 정재승교수의 책 서문-요약)
지금부터 여기에 적힌 글, 즉 이 독후감은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이면서 또 해답이 될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 책은 브레인(전문가), 라이프(생활), 휴먼(인도주의), 유니버스(세계관) 등 모두 4장으로 나눠 서술하였고 4개 장을 다시‘뇌는 판도라의 상자일까?’‘삶과 죽음을 바꿀 수 있을까?’‘인간의 본성이 과학으로 설명될까?’‘궁극의 자연법칙은 존재하는가?’라 질문한 뒤, 마지막에는 ‘위험한 좌담, 인문학이 묻는다. 과학, 너 누구냐?’라고 하면서 김용석(영산대 철학박사) 교수와 강신주(연세대 철학박사)교수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제목과 저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BRAIN: 뇌는 판도라의 상자일까?
강봉균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2) LIFE: 삶과 죽음을 바꿀 수 있을까?
이현숙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3) HUMAN: 인간 본성이 과학으로 설명될까?
이정모 성균관대, 고려대, 성심여대 심리학 교수
4) UNIVERSE : 궁극의 자연법칙은 존재하는가?
최기운 KAIST 물리학 교수/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 부교수
책 내용이 조금 생소하고 어렵기도 하지만 신선하며 앞으로의 세대들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점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그저 쉽게 다가온 내용만을 옮겨본다. “한 인간이 저장할 수 있는 기억의 용량은 거의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엄청난 양의 기억이 저장되는 장소는 놀랍게도 무게 1.5㎏도 안 되는, 인간 몸무게의 2∼3퍼센트에 불과한 뇌이다. 그러나 뇌가 쓰는 에너지는 인체가 사용하는 총 에너지의 50% 이상이다. 이런 놀라운 에너지 소모량은 생명체를 유지하는 데 뇌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짐작하게 해 준다.”
뇌는 뉴런(neuron) 이라는 신경세포와 그 세포들을 이어주는 시냅스(synapse)라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뉴런의 세포는 1000억 개, 시냅스는 1000억조 개로 되어 있다. 그러면서 이 시냅스 구조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사람의 기억과 능력은 복제될 수 없다. 뇌는 1000조개에 이르는 시냅스로 이루어진 엄청나게 복잡한 회로라 할 수 있는데 뇌는 뉴런의 연결방식에 따라 천문학적인 수의 신경회로망이 있어 생각하고, 느끼며, 기억하고, 몸을 움직이게 한다.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은 뇌에서 어떤 신경회로망이 전기적으로 활동하느냐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뇌 과학자들에게 ‘인간을 복제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한면 아마도 대부분이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핵심은 인격에 있고 이는 뇌의 활동에서 나오는데 이러한 뇌의 활동은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개인마다 독특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다양한 정보를 뇌에 저장하고 뇌의 신경회로망은 개인마다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뇌 구조의 작은 차이는 개인의 독특한 개성으로 표현된다. 유전자를 복제한다고 해서 뇌의 회로까지를 복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인간 복제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과학이다.
마음의 장소가 심장이 아니라 뇌에 있다고 알려지기 시작한 때가 불과 2000년 전이다. 또한 18세기가 지나서야 감각을 느끼고 신체를 조절하는 일이 뇌실에 있는 뇌척수액이 아니라 신경세포와 신경섬유에 의해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100여 년 전에야 뉴런이 신경계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단위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뇌과학은 가파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서 최근 10년 동안 얻어낸 신경과학의 연구결과는 지난 1세기 동안 쌓아 온 연구결과와 맞먹을 정도이다. 이런 추세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의 뇌가 자기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알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수많은 철학자들 역시 오랜 세월 물질과 정신의 차이에 대하여 고민해 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데카르트가 선언했듯이 영혼은 육체와 분리되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러한지 아니면 육체와 정신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관계인지 혹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갖고 있는 빛처럼 보아야 할지, 그도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인지 아직 누구도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물음에 정확히 답하기 위해서는 의식이 무엇인지 답해야 하는데 그 의식이 무엇인지 제대로 답하게 된다면 정신분열증을 치료하게 되는 것은 물론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물음에도 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말할 때 사람만이 규칙적인 하루 일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오산이다. 동물 뿐 아니라 세포로 이루어진 모든 생명체는 낮과 밤의 변화, 하루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는 리듬을 갖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시계를 보지 않더라도, 때론 태양이 없는 어두운 암흑 속에서도 저마다 몸의 활동을 24시간 주기에 맞추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생명체 혹은 동물은 잠을 잘까?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모든 포유류, 조류, 파충류가 잠을 잔다. 수면시간은 박쥐는 하루 18시간, 말은 3시간 정도 잔다. 동물도 잠을 잔다는 사실은 잠은 오랜 진화과정을 거치면서도 없어지지 않은 생명체의 필수적인 기능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요소다.
“긴 여행을 떠나는 철새는 하늘을 날면서 어떻게 잠을 잘까?”“물속에 사는 물고기는 과연 잠을 잘까?”하고 의심해 본 적이 한두 번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살아가는 환경이 잠을 자기에는 어려워 보이는 동물들이 많이 있다. 그들 가운데 돌고래를 보도록 하자. 사람과는 다르지만 돌고래도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잠을 자는데 돌고래는 숨을 쉬기 위해 반드시 물 밖으로 목을 내밀어야 한다. 돌고래는 수시로 물 밖으로 몸을 내밀면서도 사람만큼 잠을 잔다고 한다.
사람과 동물의 뇌는 대부분 좌우 반구로 나누어져 있는데 사람은 잠을 잘 때 양쪽의 두 반구가 동시에 수면에 들어간다. 그런데 돌고래는 반쪽 반구가 잠을 자는 동안 다른 반쪽 반구는 깨어 있다고 한다. 이런 주기가 짧게는 5초, 길게는 2시간까지 된다고 하는데 헤엄치면서도 아주 짧게 한쪽 반구로 잠을 자는 것이다. 결국 돌고래는 토막잠을 모아 인간과 비슷하게 하루에 7∼8시간을 잔다는 것이다.
잠을 자는 동안에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현상이 바로 꿈이다. 꿈은 과학 뿐 아니라 예술, 문학, 철학영역에서도 중요한 주제다. 태몽을 꾸고 나서 훌륭한 인물이 탄생할 것이라고 예견하거나 계시를 받았다고 하는 전설도 꽤 많다. 꿈은 보통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내용이거나 때로는 기괴하기도 하다. 물론 현실과 비슷한 꿈도 있다. 꿈속에서 영감을 받아 벤젠의 화학 구조식을 알아냈다거나, 신경 전달 물질의 존재를 찾아내어 노벨상을 탔다는 일화도 있다. 꿈속에서 연주된 곡을 기억해서 불후의 명곡을 작곡한 이야기도 전한다. 이렇듯 특별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사람은 항상 꿈을 꾸고 꿈 때문에 부푼 희망을 갖거나 불안해하거나 재미있어 한다. 꿈은 신비의 영역인 동시에 우리 삶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하룻밤 사이 네다섯 번의 꿈을 꾼다고 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 기억할 수 있는 꿈은 깨는 순간 진행되던 꿈뿐이라고 하는데 생명활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잠, 그리고 자는 동안에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꿈, 꿈은 그저 잠을 자는 동안에 일어나는 뇌활동의 부산물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잠처럼 생명활동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일까? 사실은 아직까지는 꿈을 꾸는 이유를 잘 모른다. 몇 가지 추측이 있을 뿐이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이론을 통해서 금지된 욕망이나 성욕 본능이 분출되는 무의식적 방법을 꿈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꿈을 잘 해석하면 환자의 무의식적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 있으며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프로이트와 달리 꿈을 신경과학측면에서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잠을 자는 동안에 교뇌에서 무작위로 일어난 신경활동이 대뇌 피질의 여러 영역을 자극하여 그곳에 저장된 다양한 기억들이 마구 불려 나와 재구성되기 때문에 기괴한 꿈으로 합성된다는 것이다. 꿈속에서는 아무리 이상한 일이 벌어져도 거기서는 그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사실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도 많다.
생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꿈은 과연 어떤 의미인지, 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좀 더 자세하게 알아낸다면 뇌의 비밀에 한 발짝 더 다가 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잠에 대한 연구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수면 장애, 일주기 리듬장애로 인한 안전사고 같은 고통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 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뇌는 판도라의 상자일까?〉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이전 세대의 것을 다음 세대에 넘기는 유전자란 디옥시와 리보핵산을 합한 DNA라는 분자를 말한다. DNA는 아데닌(Adenine), 구아닌(Guanine), 시토신(Cytosine), 티미딘(Thymidine)이라는 네 종류의 염기가 화학반응에 의해 서로 줄 지어 연결되어 있고 서로 다른 줄의 염기와 염기가 수소결합을 통해 이중나선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띠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네 종류의 염기로 만들어진 핵산에는 디옥시-리보핵산 DNA와 단순히 리보핵산인 RNA 두 종류가 있는데 이중나선인 DNA가 RNA보다 더 안정되고 유전자 변이가 적기 때문에 흔히 유전자로 쓰인다. 반면 RNA는 DNA암호에 따라 단백질을 만들 때 조절 보조재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53년 제임스 왓슨이 《네이처》에 DNA구조를 처음 발견했다고 보고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2000년에는 인간의 유전자 염기 서열의 초벌결과가 공개되었고, 2003년에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인간의 유전자 지도가 발표되었다. 그러자 언론들은 이 일이 의학 분야에 획기적 발전을 이룬 일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십 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간의 유전자 지도(게놈)는 암을 예방하거나, 퇴치하지도 못하고 있으니 호들갑을 떨 일이었을까 한번쯤 돌아보게 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 한 뒤에는 한 개의 세포가 계속 세포분열과 분화를 거치는 발생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사람으로 태어나면 3조 개에 가까운 세포를 가지게 되는데 한 개에서 3조개나 되는 엄청난 수는 길고 복잡한 분화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 진 것이다. 지금의 의학은 이 가운데 핵 치환이나 줄기세포 추출 같은 극히 일부분만을 알아냈을 뿐이다. 그런데 벌써 핵 치환된 난자에서 바로 인공장기를 만든다거나 복제인간을 만든다고 김치국을 마시는 것은 아주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뿐이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을 모르겠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과학이다.’줄기세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암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과 비교해 봐도 그저 빙산의 일각 정도이다. 50년이 넘도록 정체를 온전히 내놓지 않고 있는 수정란 발생의 비밀, 그 유전자 발현의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는 줄기세포의 특징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서는 배아 줄기세표든 성체줄기세표든 그 유전자들을 조작하여 난치병을 치료한다는 망상은 일단 뒤로 미뤄두는 것이 옳다. 유전자의 조작은 외부 유전자를 삽입하여 유전체의 안정성을 흩뜨리는 일이기에 어떤 형태든 또 다른 암을 일으키는 단초를 제공할 뿐이다. 사람은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 -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매력적이고 치명적인 줄기세포〉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도덕이라는 과목을 배워 왔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도덕시간에 무엇을 배웠고 그것이 오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수년 동안에 도덕을 배웠음에도 왜 예나 지금이나 사회는 도덕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지 의문이 들고 더 나아가 과연 도덕이란 무엇인지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그 무엇이 있는 것인지 하는 의문도 생긴다. 도덕의 문제는 전통적으로 철학, 윤리학에서 다루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에 정의, 선악 같은 인간의 도덕, 그와 관련된 행동특성에 대해 생각하는 관점이 변하기 시작했다. 왜일까?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도덕규칙을 받아들이고 도덕적 사고를 발달시킬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는 반면, 태어난 이후의 문화적 영향을 강조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는 어떤 문화 속에서 태어나 자랐는지가 도덕적 사고와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 것으로 심리학적으로는 도덕적 사고가 단순히 논리적이고 이성적 판단에 좌우된다고 하기보다는 감정에 의존하여 진행되는 직관적이고 비이성적 사고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과연 우리의 도덕적 사고는 사회문화적 경험적 산물일까?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뇌에 심어져 있는 것일까? 과학적 증거들은 사회문화적 영향 쪽에 더 기운 것 같지만 진화 관련 연구자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도덕은 분명 뇌의 활동과 깊게 연관되어 있지만 전적으로 뇌의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직은 생물학적 메카니즘 만으로는 뇌를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며 개인의 문화사회적 환경요인에 의하여 결정되는 부분도 매우 크다는 연구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도덕성 연구에 대하여는 사회심리학, 인지심리학, 진화생물론, 진화심리학, 인지인류학적 연구를 총동원한다 해도 똑 부러진 연구결과를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 이정모 성균관대 심리학과 교수의 〈망가진 뇌가 시킨 도덕적 판단은 무죄인가〉
우주란 무엇인가?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최대 거리는 약 140억 광년, 이 거리 이내의 공간은 동일한 물리적 성질을 가지는 우리 우주에 속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40억 광년보다 훨씬 먼 세계에 완전히 다른 우주가 존재할 가능성, 혹은 우리가 아직 인지하지 못한 양자역학적 과정을 거쳐 우리 우주의 일부가 다른 우주로 변이될 가능성 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가능성을 받아들인다 해도 가까운 장래에 다른 우주가 존재함을 보여 주는 과학적 증거를 얻게 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최근에 우주의 가속 팽창을 유발하는 것으로 믿어지는 우주 암흑에너지가 발견되었고 또 초끈이론*에 따라 수없이 많은 우주를 허용해 주는 가능성이 발견되었는데 이로 인해 상당수 물리학자들이 수없이 많은 우주가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유일 우주라는 종교적 신화가 깨질 가능성은 1500년경까지 지구를 우주의 중심으로 믿어왔고 태양과 별들도 모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것처럼 보았다. 그러나 16세기 초 코페니쿠스가 자동설을 주장한 이래로 우리는 우주 중심에 위치하고 있지 않음을 알게 되었고 지구는 태양계 속 하나의 조그만 행성일 뿐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1970~80년대 이후 미국 칼텍의 이론물리학자 존 슈바르츠와 영국 퀸 메리 대학의 마이클 그린 등이 발전시킨 것으로 만물의 궁극을 끈과 같은 형태라고 본다. 즉 우주의 만물은 소립자나 쿼크와 같은 기존의 단위보다도 훨씬 작은 구성요소인‘진동하는 가느다란 끈’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바이올린이나 첼로에서 각기 다른 소리가 나는 것이 현의 진동 패턴과 주파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로, 끈들이 진동하는 패턴에 따라서 각기 입자마다 고유한 성질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태양계의 역사는 은하에 있는 수많은 별 가운데 하나이며 은하계 또한 광대한 우주 속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은하 가운데 하나로 판명되고 있다. 이런 사실로 보아 우주 역시 많은, 다양한 우주 가운데 하나라 해도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전자기력과 약력의 통합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물리학자 와인버그는 암흑에너지가 발견되기 10여 년 전인 1987년 매우 흥미로운 분석을 시도하였다. 임의의 우주상수로 우주를 가정하고 그 결과를 유추해 본 것이다. (이 다음의 설명은 우주상수 값과 가속팽창 등 너무 어려운 내용들이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 최기운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의 〈광활한 우주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나?〉
기원전 3세기경부터 만들어 사용되었다고 추정되는 이것, 한 줌의 모래 속에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는 [모레시계] 는 유리관 속에 모래들이 일정하게 흘러내리는 것을 말한다. 만약 모레시계 안에 모래 대신에 물이나 다른 액체를 넣어도 시계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을까?
드럼통에 구멍을 뚫어 물줄기를 밖으로 흐르게 할 경우 구멍을 중간에 뚫었을 때보다 바닥에 뚫었을 때 물 줄기의 흐름이 더 센 것처럼 액체는 위에서 누르는 압력에 따라 물줄기의 속도가 달라지듯이 모래시계 내부를 물로 채울 경우 물시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물줄기가 가늘어 지다가 마지막 한 방울 남았을 때는 표면장력에 의해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맺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모래시계는 모래를 사용해야만 제 기능할 수 있는 발명품인 것이다.
그렇다면 모래는 어떻게 위에서 누르는 모래의 양에 상관없이 일정한 흐름을 만들 수 있는 것일까? 모래더미의 경우 바깥경사면만 액체 성질을 나타내고 모래더미 중심부는 고체의 성질은 띠게 된다. 모래시계의 경우 유리면에 닿는 경사부분의 모래는 액체처럼 미끄러져 내려가지만 위에서 누르는 모래는 고체처럼 고정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밑으로 흘러내려 가는 모래에는 압력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모래가 일정한 속도로 내려갈 수 있다. 다만, 모래가 일정한 속도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모래 알갱이의 크기와 모래시계 목의 직경이 정교한 비율로 이루어져야 한다. 모래시계 목을 중심으로 위쪽과 아래쪽의 기압이 1만분의 1이라도 차이가 난다면 모래는 일정하게 떨어지지 않고 불규칙적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담배 연기가 담배 끝에서 펴져 사방으로 흩어지는 현상은 벌어져도 그 연기가 다시 담배 끝으로 모일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커피 잔에 떨어뜨린 우유가 골고루 커피 속으로 퍼지는 일은 있어도 다시 모여 우유방울을 만드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운동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브라질 땅콩효과라는 것은 여러 종류의 땅콩들을 한데 섞어 놓은 땅콩 믹스 캔의 뚜껑을 열어보면 가장 큰 땅콩이 항상 맨 위에 올라와 있다는 데서 붙인 이름이다.
*엔트로피라는 개념은 1850년 클라우지우스가 제안했다. 때때로 열역학 제2법칙의 형태로 표현되는데 고온과 저온의 기체가 저절로 혼합될 때나 기체가 진공내로 확산할 때, 연료가 연소할 때의 비가역 과정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엔트로피의 통계적인 해석방법에서는 열역학적인 평형상태에 있는 매우 거대한 계에서 엔트로피 S는 S에 해당하는 거시적 상태를 실현하는 미시적 방법의 최대 개수 W의 자연로그에 비례한다. 즉 S = kln W이다. 여기서 k는 볼츠만 상수이다. 모든 자발적인 반응은 비가역적이다. 따라서 우주의 엔트로피는 증가하고 있다. 즉 역학적인 일로 변환할 수 있는 에너지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우주가 '쇠퇴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브라질 땅콩효과는 오래전부터 제약회사들의 골칫거리였다. 잘 섞어 놓은 가루약을 차로 운반하고 나면 크기별로 층이 생겨 기업들은 장거리 운반 후에 다시 골고루 섞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또 아침 식사로 시리얼을 우유에 타서 먹는 경우나 시멘트 재료를 운반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브라질 땅콩 효과로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돈이 연간 66조원, 생산원가의 40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알갱이가 고체나 액체에서는 볼 수 없는 풍부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알갱이 동역학이 물리학분야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인류가 아직은 풀지 못했으나 꼭 풀어야 할 중요한 난제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사이언스〉가 꼭 풀어야 할 중요 난제 125개에 포함시킨 이유일 것이다. 알갱이 동역학을 통해서 알갱이와 소용돌이 같은 복잡한 현상 즉, 산사태가 일어나고, 브라질 땅콩처럼 위로 솟구치는 까닭을 설명할 날이 올 수 있을까?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소용돌이나 알갱이를 관장하는 일반이론을 이해하게 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모래나 곡물에 관한 연구뿐 아니라 낱알들의 비탄성적 충돌, 크기가 다른 입자들의 혼합, 초전도체의 자기선 운동과 지진이나 산사태가 발생하는 원인, 흙더미 붕괴, 우주 성운의 형성과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알갱이가 만들어 내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150년 전 프랑스 문학가 빅토르 위고는 “우리가 어찌 하나의 입자가 움직이는 경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우주의 진리에 다가갈 수 있단 말인가!”라며 탄식했다고 하는데 작은 모래 알갱이가 만들어 내는 패턴 속에 수많은 물리법칙이 숨이 있는 것이다. 땅에 떨어진 곡식 한 톨이나 해변의 모래 알갱이 하나가 우주를 만들어 낸 소중한 벽돌임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의 〈자연이 이토록 복잡하고 아름답고 질서정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이란 개념은 인문학에서도 오래전부터 흥미롭게 탐구하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지난날에 우리는 나이가 얼마인지 세지 않았다고 한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호구조사를 하러 다닐 때에야 자신이 몇 살인지 그제야 띠로 대충 계산해서 말해주고 자신의 나이가 얼마인지 인지했다고 한다. 하루하루 날짜 가는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다 도시가 발달하고 철도가 생기고 열차시간에 맞춰서 기차를 타야하면서, 즉 외부의 시간에 내 삶의 시간을 맞추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시간의 개념이 우리 삶 속에 들어오고 일정에 맞춰서 뭔가를 하는 삶이 보편화 되었다. 심지어는 5분, 10분 단위로 일정이 짜지고 거기에 맞춰서 모든 집단이 움직이는 삶이 되었다. -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의 〈인문학이 묻는다. 과학, 너 누구냐?〉중에서
2019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