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민족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 있다.
바로 《구약성경》이다.
《구약성경》은 《모세오경》(《토라》)을 비롯해 역사서, 시서와 지혜서, 예언서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구약성경》은 한 권의 책이 아니라 여러 권의 책들을 모은 것이다.
자기 백성에게 개입한 하느님의 구원 업적이 때로는 역사서의 형태로, 때로는 예언자의 입을 통해서, 또는 교훈적 가르침을 통해서 기록되어 있다.
역사가들은 《구약성경》이 기원전 1200년경에 시작되어
8백 년 이상에 걸쳐 기록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대교 성경 《타나크(TANAKH)》는
율법서(Torah), 예언서(Neviim), 성문서(Ketubim)로 구성되어 총 24권이다.
‘타나크’는 이 세 분류명의 첫 글자를 떼어 합성한 이름이다.
유대교는 히브리 원문이 남아 있지 않으면 경전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독교의 《구약성경》보다 권수가 적다.
기독교에서는 그들의 새로운 복음을 ‘신약’이라고 부르고
유대교의 《타나크》를 ‘구약’이라고 부른다.
구약(舊約)의 약(約)은 ‘계약’을 뜻하는데,
히브리어로는 혈약(血約)을 의미한다.
‘피로 약속한 영원불변의 언약’이라는 뜻이다.
오늘날 《구약성경》을 경전으로 삼고 있는 종교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다.
유대교는 《구약》만을 경전으로 인정한다.
반면 기독교는 《구약》과 예수 이후의 복음서인 《신약》을 함께 《성경》으로 믿는다.
이슬람교는 여기에 마지막 예언자 무함마드가 쓴 《코란》이 보태진다.
《코란》의 내용을 살펴보면 율법은 모세가,
복음은 예수가 선포했으되
진정한 예언자는 무함마드이고 그의 계시가 최종적인 것이다.
세 종교의 뿌리가 《구약》이다.
유대교도는 ‘구약’이란 말을 싫어한다.
신성모독적인 개념으로 여긴다. 그
래서 ‘구약’ 대신 ‘히브리 성경’이란 말을 선호한다.
‘히브리 성경’의 도입부 처음 다섯 권이 《모세오경》이다.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말한다.
다섯 두루마리라 ‘오경’이라 하며,
모세가 저술했다는 전승에 따라 ‘모세오경’이라 한다.
유대인들은 이 《모세오경》을 《토라》라 부른다.
이 《토라》가 유대인들의 경전이다.
유대인들은 《모세오경》 이외의 예언서나 성문서는
《토라》를 보조하는 보조경전으로 보고 있다.
《토라》의 원리를 가르치는 것이 예언서이고
가르쳐진 말씀을 어떻게 삶 속에 적용시켜야 할지를 보여주는 게 성문서다.
이렇듯 유대인에게 《토라》는 모세를 통한 하느님의 말씀이다.
따라서 《토라》는 《성경》 가운데서도 계시의 핵심이다.
계시(revelation)란 “숨겨져 있는 것을 나타내 보여준다”는 뜻이다.
유대인은 합리성을 중시한다.
그런데도 계시가 합리성보다 우선한다고 믿고 있다.
유대인들의 《토라》에 대한 연구는
그들이 하느님의 계시에 참여하는 가장 본질적이고도 핵심적인 수단이다.
유대인에게 《토라》는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영원히 현존하는 신비스러운 차원의 이야기다.
유대인들에게 《토라》 공부는 가장 중요한 종교행위다.
《탈무드》에는 《토라》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을 지탱하는 세 가지 기둥이 있다.
첫째는 《토라》요,
둘째는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요,
셋째는 자선 활동이다.”
그들에게 《토라》는 평생 공부해야 할 거룩한 대상이다.
유대인은 ‘모든 진리는 하느님에게서 나온다’고 믿고 있다.
진리는 인간이 만드는 게 아니라 단지 발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믿음은 자연히 유대인들을 계시의 교리로 이끈다.
유대인들은 모든 과학기술도 하느님이 창조한 세상과 생명의 섬세한 구조를
인간이 이해해 모방한 것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회당 예배의 중심, 《토라》
지금도 유대교에선 《모세오경》인 《토라》를 가장 중요시한다.
그래서 유대회당의 중요한 특징은 동쪽 벽 맞은쪽에 예루살렘을 향해서 법궤가 놓여 있다는 점이다.
궤 안에는 양피지에 히브리어로 쓰인 《오경》의 두루마리가 있다.
토요일 아침 예배는 먼저 회중이 일어나 그들의 고향 예루살렘을 향해 기도드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뒤 법궤의 두루마리는 높이 들려서 회당 좌석 사이를 돌아간다.
법궤 안에 들어 있는 《토라》 ⓒ 행성비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마우리시 고틀리엡(Maurycy Gottlieb), 〈용서의 날 시너고그에서 유대인들의 기도〉(1878) ⓒ 행성비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성경》이 낭독된다.
그들은 귀한 《성경》에 직접 손가락을 대고 읽지 않는다.
읽기가 끝나면 《성경》 두루마리는 다시 회중석을 도는데,
이때 유대인들은 자기들의 《성경》이나 숄의 끝으로 두루마리 《성경》에 댄 후에
그 숄 끝에 키스를 하는데, 이것은 신의 말씀에 대한 헌신과 경외를 나타내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성경》을 읽을 때 직접 손가락을 대지 않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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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라》에 대한 유대인들의 신앙은 놀랍다.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토라》는 대부분 필사 《토라》다.
최근에는 인쇄된 《토라》가 나오기도 하지만, 직접 손으로 쓴 것을 선호한다.
특히 회당에서 읽는 《토라》는 반드시 손으로 쓴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토라》를 옮겨 쓰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토라》의 내용 중에 ‘하느님’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반드시 쓰기를 멈추고 목욕을 한다.
몸과 마음이 깨끗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느님’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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