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툭하면 방출되는 독가스
한 TV 채널에서 여섯 명의 남자가 모여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녁 시간이 되어 숙소를 잡은 후 맛나게 저녁 식사를 끝마치고 방에 오순도순 모여 있는 상태였다. 도란도란 재미있는 얘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다섯 명의 남자가 동시에 얼굴을 찡그리며 코를 막더니 급하게 창문을 열어젖히는 것이다. 나머지 한 명의 남자는 민망한 듯 씩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가 썩은 냄새가 나는 방귀를 뀌었기 때문이었다.
방귀 사태는 곧 진정되는 듯싶었다. 다시 도란도란 얘기로 돌아가는가 싶더니 또다시 다섯 명의 남자가 코를 막더니 급하게 창문을 여는 것이다. 역시나 범인은 동일했다. 나머지 다섯 명은 제발 그만 좀 뀌라며 방귀 낀 남자를 타박했다.
방귀를 자주 끼는 그 남자는 복부 비만이 상당히 있었다. 전체적으로 통통한 체격이었는데 특히나 복부가 볼록하니 복부비만이 있는 체형이었다.
또 다른 TV 채널에서는 일곱 명의 남자가 모여 매주 새로운 과제를 놓고 도전하는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날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딘가로 출발할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한 명의 남자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알고 보니 대변이 급하다며 화장실에 잠시 다녀온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일행은 그를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 남자는 꼭 결정적인 시간에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설사를 하기 일쑤였다.
이 남자의 체형 역시 복부 비만이 상당했다. 얼굴도 통통하고 전체적인 체형도 통통한데 특히나 배에 몰려있는 지방이 상당했다. 마치 항아리를 배에 두른 듯했다. 첫눈에 봐도 복부비만임이 눈에 보였다.
* 음식이 쌓여서 생기는 증상, 식적(食積)
활동량보다 더 많은 음식을 과잉 섭취하게 되면 흔히 말하는 비만의 상태가 된다. 마치 항아리를 두른 듯 배가 볼록한 복부 비만의 체형으로 점점 바뀌게 된다. 요즘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 혀를 즐겁게 하는 음식이 넘쳐나므로 이런 음식들로 하루하루 혀를 즐겁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렇게 항아리 배가 되어 버리고 만다.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여 생긴 병적인 상태를 동의보감에서는 식적(食積)이라고 부른다. 음식 식(食), 쌓일 적(積) 글자 뜻 그대로 지나친 음식의 찌꺼기가 쌓여 있는 상태를 뜻한다.
만약 적당한 양의 음식을 먹고, 또한 먹은 음식이 깔끔하게 소화되어, 마지막으로 찌꺼기가 모두 배설되었다면 식적의 상태가 되지는 않는다. 지나친 양의 음식을 먹고 또 깔끔하게 소화되지도 못하고 찌꺼기가 모두 배설되지도 못하기에 이런 식적의 상태가 된다. 이러한 식적에 대해서 동의보감은 이렇게 말했다.
평소보다 음식을 두 배로 먹으면 위장이 상하게 된다. (동의보감 잡병편 내상문)
식적은 대부분 과식으로 인하여 음식이 모두 소화되지 못하여 생긴다. 증세는 가슴과 배에서 음식이 정체되어 더부룩하고 답답하며 종국에는 음식 먹기를 싫어하게 된다. 시큼한 냄새가 나는 트림이 올라오고 냄새나는 방귀를 끼며 때로는 배가 아프면서 토하고 설사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열이 나면서 머리도 아프다. 이것은 음식에 의해 몸이 상한 것이다. (동의보감 잡병편 내상문)
여러 가지 음식에 몸이 상하면 식적이 된다. 무릇 비위가 허약한 사람이거나 혹은 음식을 정상보다 지나치게 먹었거나 혹은 찬 음식을 과도하게 먹어 소화가 제대로 되지 못해 적취나 덩어리가 되면 명치가 불러 오르고 답답하며 트림이 나오고 신물이 올라오며 얼굴빛이 퍼렇게 변하게 된다. (동의보감 잡병편 적취문)
이렇게 과도한 음식은 몸에 크고 작은 병을 부른다. 앞에서 말한 경우처럼 복부 비만을 가진 사람이 툭하면 방귀를 잘 뀌거나 툭하면 설사를 한다면 식적 때문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특히 식적 때문에 잦은 설사를 한다면 이런 설사를 식적설(食積泄)이라고 부른다.
식적설(食積泄)은 설사를 할 때는 배가 아프다가 설사를 하고 나면 통증이 가시는데, 대변의 냄새가 마치 계란 썩은 듯 하며 트림이 나고 신물이 올라오는 증세가 동반된다. 대체로 식적으로 인한 설사를 할 때에는 배를 긁어대듯이 아프다가 설사를 하게 된다. 또한 윗배가 그득한데 눌러보면 단단하다. (동의보감 내경편 대변문)
김밥을 쌀 때 꾸역꾸역 밥과 부재료를 넣으면 김밥 옆구리가 터지게 된다. 식적설은 꾸역꾸역 밀어 넣은 김밥의 옆구리가 터지는 것과도 같다. 음식이 너무 쌓이다 보니 설사로라도 배설하려는 것이다.
* 햄버거 세트를 즐겨 드신다고요?
식적을 잘 일으키는 음식의 종류는 뭐니 뭐니 해도 육류, 밀가루, 찬 음식, 기름진 음식이다. 그러니 식적을 가장 잘 일으키는 음식의 예가 바로 햄버거 세트이다. 햄버거 세트는 패티 속의 고기, 밀가루 그리고 얼음이 잔뜩 담긴 콜라나 사이다로 구성되어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할 때에도 이러한 식적의 주범들로 메뉴를 고른다. 스테이크, 빵, 청량음료가 주로 먹는 음식들이다. 간식으로 먹는 과자 역시 식적의 주범이다. 밀가루로 만들어 감미료를 넣고 기름에 튀겨서 만드는 과자는 식적의 원인이 아닐 수 없다. 가만히 보면 현대인들이 즐겨 찾는 먹을거리들이 대부분 식적을 일으키는 것들이다.
끈끈하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기(氣)가 울체되어 잘 통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현미와 채소를 먹어야 기(氣)가 잘 통할 수 있다. (동의보감 잡병편 내상문)
설사 이런 식적의 주범들을 먹었더라도 적당히 팔다리를 움직이며 운동을 한다면 깨끗하게 소화되어 찌꺼기를 남기지 않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들이 더 많다. 그러니 식적은 자꾸 쌓여만 갈 뿐이다.
서양식 음식, 인스턴트 음식, 슈퍼 음식들이 편리하고 맛있으며 입을 즐겁게 할지는 모르겠다. 비록 입은 즐겁게 만들겠지만 몸은 괴롭게 만든다. 왜냐하면 이러한 음식들이 동의보감의 3大 독소 중 세 번째인 식적이라는 강력한 독소를 남기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이 소중한 까닭은 부모에게서 몸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음식 때문에 몸을 상하게 만드는 사람이 세상에 가득하다. 사람은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프면 음식을 먹음으로써 살아 나간다. 어리석은 사람은 입에서 당기는 대로 음식을 마구잡이로 먹어서 병이 계속 생기게 만든다. 처음에는 그 증세가 심하지 않기에 먹고 싶은 대로 음식을 먹어대느라 병이 생기는 것을 소홀히 하다가, 병이 심해지고 나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때가 되면 부모에게 근심을 끼치고 의사를 찾아다니고 기도를 드리는 등 온갖 짓을 다 한다. 산이나 들에서 일하는 사람은 기름기 없는 음식을 먹으며 부지런히 움직이므로 몸이 건강하다. 똑같은 기운과 체격을 타고 났는데 왜 나만 병이 많은지 뉘우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게 된다. 그러므로 주역에서는 음식을 조절하라고 하였고 맹자는 조그마한 음식을 탐내 먹느라 큰 것을 잃지 말라고 하였다. 입은 병을 생기게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의 위신까지 손상시킨다. 그러므로 입을 조심하여서 음식을 함부로 먹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동의보감 내경편 신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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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에서 말한 3大 독소 중 하나인 식적에 관해 설명한 책의 내용 일부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독소를 제거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첫댓글 원장님 책 너무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