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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化 시대의 漢字
經濟的 측면에서 본 漢字敎育의 必要性
〔1〕 우리 語文生活(어문생활)에서 ‘漢字’를 추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살필 수가 있다. 우선 들어야 할 것은 日常(일상) 생활 속의 漢字語(한자어)가 70%나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글만으로는 우리의 語文生活(어문생활)이 매우 불편해진다는 점이고, 둘째로는 고급의 學問(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주요 槪念語(개념어)가 漢字語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한글만으로는 그것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고 하는 점을 들어야 하며, 셋째로는 우리의 역사적 傳統(전통)과 文化(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대부분의 歷史記錄(역사기록)이 漢字로 되어 있기 때문에 漢字를 모르고서는 그것의 올바른 이해와 계승이 안 된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漢字를 추방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이 밖에도 또 있다. 그것은 오늘과 같은 國際化(국제화), 世界化(세계화) 시대에 보다 풍부한 文字生活(문자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나 또는 域內 經濟協力(역내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제적 필요성에 의해서도 또한 漢字를 배우고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要求(요구)가 그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國際化(국제화) 시대라고 하더라도 오늘날 世界 公用語(세계 공용어)로 되어가고 있는 ‘英語(영어)’ 한 가지만으로 충분하지 않겠느냐 하는 反問(반문)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하는 것을, 즉 英語(영어)와 더불어 ‘漢字’도 반드시 배워야 한다는 것을 미리 강조해두고자 한다. 즉 경제적 관점에서 다가오는 國際化(국제화) 시대에 우리가 왜 漢字를 배우고 또 써야만 하는가를 밝히고자 함이 바로 이 글의 집필 목적이라 할 수 있다.
〔2〕 잘 알다시피 오늘날 世界(세계)는 급속히 한 지붕 밑으로 모여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국제화, 세계화라고 부른다. 이러한 국제화, 세계화 추세는 무엇보다도 경제적 측면에서의 요구를 강력히 반영하고 있다. 즉, 經濟(경제)가 발전하고 技術(기술)이 발달할수록 그것은 보다 넓은 市場(시장)을 요구한다. 國家(국가)간의 國境(국경) 장벽을 허물고 하나의 市場(시장), 하나의 分業圈(분업권)으로 통합되기를 바라고 있다. 한마디로 오늘의 世界(세계)는 하나의 世界市場(세계시장), 하나의 世界經濟(세계경제)로의 통합을 급속하게 진행시켜가고 있다. 이러한 統合(통합)의 추세는 그렇다면 어떠한 과정으로 전개되고 있는가. 여기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과정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汎世界主義(범세계주의)라고 할 글로벌리즘(globalism)의 길과 地域協力主義(지역협력주의)라고 할 리저널리즘(regionalism)의 길이 그것이다.
前者(전자)의 글로벌리즘 길은 美國(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美國(미국)은 지금 지구상의 크고 작은 모든 나라(지역 또는 경제)를 하나의 제도적인 틀 속으로 묶고자 하고 있다. 지난날의 우루과이 라운드(UR) 協商(협상)이나 새로 만든 世界貿易機構(세계무역기구 : WTO) 등은 바로 이를 위한 國際協定 (국제협정)내지 國際機構(국제기구)의 재편성에 지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新自由主義 市場經濟秩序(신자유주의 시장경제질서) 속에서 商品(상품)이나 資本(자본) 또는 각종 서비스나 사람(勞動力:노동력)까지도 자유로운 國際移動(국제이동)을 허용코자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두고‘國境(국경)없는 經濟(경제) border-less economy’의 추구라고 부르고 있다. 1995년 WTO 出帆(출범) 이후 이러한 世界經濟(세계경제)의 ‘無國境化(무국경화)=글로벌화’ 현상은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後者(후자)의 리저널리즘(regionalism) 길은 오늘날 유럽이 앞장서 추진해가고 있다. 상품이든 자본이든 그것의 이동을 자유화하고 또 國境障壁(국경장벽)을 허물고자 하는 데는 앞의 글로벌리즘의 입장과 결코 다르지 않다. 그러나 ‘유럽聯合(연합)-EU’의 추진과정에서 잘 나타나듯이, 역사적 傳統(전통)이나 문화적 價値(가치)가 비슷한 인접한 나라 ―지역 내지 경제― 끼리 먼저 市場(시장)을 터고, 그러한 인접 지역간의 統合體(통합체)를 매개로 한 상호간 協力(협력)관계를 추구한다고 하는 점에서 앞의 글로벌리즘과 차이가 있다. 물론 이러한 후자의 지역별 통합 움직임은 오늘날 유럽에서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으로 번져가는 추세에 있다. 예컨대 1994년에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이 결성한 北美自由貿易地域(북미자유무역지역 : NAFTA) , 그리고 太平洋(태평양) 및 아시아 지역까지를 한데 묶는 ‘아시아·태평양 經濟協議體(경제협의체)-APEC’의 확대 강화 등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상 두 가지 세계경제 흐름은 그 지향하는 바의 궁극적인 目標(목표)는 같다고 할 수 있다. 다같이 自由貿易主義(자유무역주의) 및 市場經濟原則(시장경제원칙)에 따라 각자의 國民經濟(국민경제) 장벽을 허물고 世界經濟(세계경제) 통합을 추구한다고 하는 점에서 그러하다. 다만 양자간의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世界經濟 統合(세계경제 통합)이란 목표를 달성하는 구체적인 方法(방법)과 戰略(전략)이 서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앞의 글로벌리즘의 입장이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한꺼번에 각자의 市場(시장)을 개방하여 하나의 世界市場(세계시장), 하나의 世界經濟(세계경제)를 만들고자 하는 1단계 統合戰略(통합전략)이라면, 뒤의 리저널리즘의 그것은 상호 통합이 손쉬운 이웃 나라, 이웃 경제끼리 먼저 통합하고, 그 다음 단계로 지역별 경제통합을 해가는 그러한 제 2단계 統合戰略(통합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을 따름이다.
〔3〕 이 두 가지 統合化 戰略(통합화 전략)을 놓고, 어느 쪽이 더 지배적인 흐름인가를 말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두 가지 추세가 거의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최근의 東南亞 經濟危機(동남아 경제위기)를 비롯한 러시아, 브라질 등 경제위기의 세계적인 도미노현상은 전자 쪽의 흐름이 지배적임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즉 世界經濟(세계경제)는 지금 貿易(무역)·投資(투자)·金融(금융) 등 여러 측면에서 급속히 개방화, 국제화되어 가고, 또 製造業(제조업)이든 金融業(금융업)이든 모든 영업활동이 一國的(일국적) 영역을 벗어나 급속히 多國籍化(다국적화 : multi-national) 되어 가고 있음이 그것이다. 그런가 하면, 다른편으로 유럽에서는 유럽만의 통합, 예컨대 1999년부터 유러貨(화) 單一通貨(단일통화) 창출에 성공하고, 또 아시아에서도 東南亞國家聯合(동남아국가연합 : ASEAN)의 확대·강화는 물론, 유럽(EU)과의 제휴를 모색하는 ‘유럽·아시아 會議(회의) - ASEM’의 진행도 가져오고 있다.
世界史(세계사)의 발전 전망과 관련하여 이상의 두 가지 흐름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意味(의미)는 각기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만약 앞의 글로벌리즘이 世界史(세계사)의 지배적인 추세로 된다면, 우리가 序頭(서두)에서 제기한 문제, 곧 國際化(국제화) 시대에 英語(영어) 한 가지만으로 충분하고 漢字의 필요성은 그만큼 약화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후자의 리저널리즘이 지배적 조류로 된다면 그것은 앞으로의 世界史(세계사) 전개에서 韓國을 포함하는 동아시아의 位相(위상)은 크게 바뀌게 되고, 나아가 또한 英語(영어) 이상으로 漢字의 필요성을 클로즈-업 시키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글로벌리즘 하에서는 오늘과 같은 미국 한나라에 의한 覇權(패권)시스템, 곧 팍스 아메리카나(單極體制 : 단극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며, 반대로 리저널리즘 하에서는 “北美(美國) ― 유럽(EU) ― 아시아(東아시아)”간으로 세계가 3極體制(3극체제)로 변해갈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반드시 아시아를 또 하나의 軸(축)으로 하지 않고 北美(북미)나 유럽의 어느 한쪽에 아시아를 편입함으로써 세계가 “北美-유럽”간의 2極體制(2극체제)로 변모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쨌든 현실의 리저널리즘 전개방향에 비추어 앞으로의 世界가 東아시아를 한 축으로 하는 3極體制(삼극체제)로 지향해간다고 할 때,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여 이 지역을 한데 묶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중대한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經濟的(경제적) 및 文化的(문화적)인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경제적으로는 지역내에 하루빨리 市場(시장)을 통합하는, 곧 배타적인 경제통합체를 만드는 일이다. 말하자면 지금의 유럽의 EU나 北美(북미)의 NAFTA 또는 東南亞(동남아)의 ASEAN과 같은 어느 정도 배타적인 그러한 域內 經濟統合體(역내 경제통합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이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APEC이나 ASEM과 같은 아시아 바깥의 지역까지도 포함하는 廣義(광의)의 지역협력기구와는 그 성격을 달리해야 한다. 고쳐 말하면 이 지역만의 경제통합체로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현재와 같이 環太平洋機構(환태평양기구)로서의 APEC이나 또는 아시아-유럽機構(기구)로서의 ASEM처럼 되어서는 이 지역이 세계시스템의 獨自的(독자적)인 軸(축)을 이룰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의 문화적 측면에서는 이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共通性(공통성)을 찾고 또 그것을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그것은 이 지역의 儒敎文化(유교문화) 내지는 漢字文化的(한자문화적) 전통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東南亞(동남아) 나라들은 처음부터 儒敎文化圈(유교문화권)에 속했다고 볼 수는 없으나, 그러나 역사적으로 中國人(華僑:화교)의 대량 移住(이주)로 말미암아 이 지역은 일찍부터 대륙의 漢字文化(한자문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어온 것이 사실이고, 또 오늘날 이 지역에서의 華僑(화교)-華人(화인)의 경제적 역할의 중요성에 비추어 결코 이 지역도 대륙의 儒敎(유교)-漢字文化(한자문화) 전통으로부터 자유롭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앞의 경제적 통합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를 둘러싼 文化的 要素(문화적 요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문화적 共通性(공통성)이 經濟統合(경제통합)에 얼마나 중요한가는 그간의 유럽(EU)의 경험에서도 잘 드러난 바라고 하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東아시아 경제위기를 맞아 클로즈 업된 바 있는 소위 ‘아시아적 價値(가치) - Asian Values’ 논의는 현단계 이 지역 경제통합체 형성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다고 할 것이다.
〔4〕 지역적으로 아시아 내지 東아시아의 經濟統合(경제통합)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그 경제적, 문화적 비중으로 보아 아무래도 韓-中-日 3國(국) 중심의 추진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이들 3國(국)의 共通文字(공통문자)인 漢字의 시대적 중요성에 특별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國際的(국제적) 및 經濟的(경제적) 관점에서 21세기 국제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하여 漢字 敎育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序頭(서두)에서 제기한 국제화 시대에 英語(영어)만으로는 안 되고 그와 더불어 漢字도 필요하다고 하는 當爲性(당위성)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면 東北(동북)아시아에서도 그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韓國은 어떠한가. 다가오는 21세기 3極構造(3극구조) 世界(세계)시스템의 한 軸(축)을 형성하게 될 이 지역에서 韓國이 담당해야 할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 이 점이 바로 20세기를 마지막 보내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시대적 흐름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적 여건은 급속하게 변해가고 있다. 예컨대, 90년대 이후 北美(美國)와의 경제적 의존관계는 현저히 줄어드는 대신에 中國(중국)을 비롯한 東南亞(동남아) 지역과의 그것은 놀랄 만큼 늘어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1990~97년간 對美(대미) 수출의존도는 29.8%에서 15.9%로 줄고, 반대로 中國(중국)은 0.9%에서 10.0%로, 동남아는 14.8%에서 23.7%로 늘어나, 양자를 보탠 이 지역 수출의존도는 기간 중 17.8%에서 무려 33.7%로 미국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輸入(수입)이나 또는 直接投資(직접투자)의 경우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그 基調(기조)만은 마찬가지이다. 뿐만 아니라 美國(미국), 日本(일본), 유럽 등 선진권에 대한 엄청난 貿易收支 赤字(무역수지 적자)를 그나마 이들 中國(중국)과 東南亞(동남아) 나라들에 대한 黑字(흑자)로 커버하고 있는 실정임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경제적인 海外依存度(해외의존도)는 지난 날의 北美市場(북미시장)으로부터 이제 東南亞市場(동남아시장)으로 급속하게 바뀌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그 어느 분야보다도 대규모 재벌 기업이거나 全經聯(전경련) 등 경제단체 쪽에서 앞장서 漢字 敎育(교육)과 漢字 使用(사용)을 선호하고 있음도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광복후 韓國이 줄곧 海洋指向的(해양지향적)인 발전의 길을 걸어오다가 90년대 이후 東西 冷戰體制(동서 냉전체제)가 허물어지고 중국, 러시아 등 대륙과의 관계가 정상화됨에 따라 이제 大陸指向的(대륙지향적)인 발전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하고 있다. 韓國은 경제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결코 이 지역으로부터 이탈될 수도 없고 이탈되어서도 안 된다. 韓-中-日 3國(국) 가운데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韓國이 가장 약한 地位(지위)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더욱이 문화적으로는 지금 韓國이 유교적 傳統(전통)을 가장 많이 溫存(온존)시키고 있다고도 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韓國이 스스로 漢字를 추방하고 한글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것은 한마디로 歷史發展 展望(역사발전 전망)에 대한 沒理解(몰이해)에서 오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자살행위에 다름 아니다. 결론적으로 오늘의 世界經濟(세계경제) 흐름이나, 나아가 앞으로 東아시아 經濟圈(경제권)의 형성 전망에 비추어 이 지역 統合(통합)의 일차적 매개수단이라고 할 ‘漢字’를 추방해서는 결코 안된다고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해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