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인천마을넷 창립기념 Open Conference
마을만들기 10년+10년
박은희 _ 시민과대안연구소 사무국장
사단법인 인천마을넷은 7월 24일 창립기념 Open Conference ‘마을만들기 10년+10년’을 부평아트센터에서 개최하였다. 각 지역에서 마을공동체 운동을 펼치며 인천지역에 확산시키고자 모임을 이어나갔던 인천지역 마을만들기네트워크가 지난 6월 14일 ‘사단법인 인천마을넷’을 창립하였으며 활동의 일환으로 이번 행사를 개최하게 되었다. 30여개 단체와 모임에서 100여명이 참석한 이번 컨퍼런스는 인천시 마을만들기 정책에 대한 제언을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6개 주제별 마을만들기 사례가 소개되었다.
희망을만드는마을사람들 유진수 공동대표는 1970년대 빈민운동으로부터 시작된 마을만들기의 역사와, 인천지역 마을만들기네트워크 등 민관이 함께 마을만들기 지원제도를 만들어 나간 경과를 소개하였다. 그 결과, 올해 5월 인천시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조례가 제정되었으며 이 조례에 기반한 인천시 마을만들기 정책에 대한 몇 가지 제언을 하였다. 첫째 주민참여가 잘 되는 곳은 시범사업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행정은 열악한 환경의 동네가 보편적 수준으로 올라올 수 있는지 관심을 보여야 하고, 둘째 마을만들기는 무엇보다 직접 실천이 중요하므로 더디더라도 직접 사업을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셋째 마을만들기를 위해 주민조직이 형성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과 포괄적 지원이 필요한데, 이러한 중간지원조직인 ‘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역할의 막중함과 자리매김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주민자치와 마을만들기」사례는 서구 가좌2동 이부종 주민자치위원장이 발표하였다. 가좌2동은 주민자치센터를 기반으로 민관협력을 통한 자치활동을 지속했고, 1년동안 준비하던 푸른샘도서관을 2005년 개관하면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주민참여의 장을 펼쳤다. 2005년 주민자치위원과 주민 50여명이 참석해 마을의제를 선정하고, 마을의제팀을 결성하여 10년 동안 해나가야 할 활동들을 토론했다. 현재 다양한 복지사업,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느루’, 마을까페 ‘사람사이’ 등은 마을의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협동조합과 마을만들기」는 부개일신동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평화의료생활협동조합’의 사례가 소개되었다. 평화의료생협의 송영석 이사는 1996년 11월 의료생협이 설립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주민이자 조합원인 3,246세대(2012년 말 기준)로 확장되어 가는 과정을 설명하였다. 의료생협병원은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건강을 유지 증진시키는 활동과 장애인과 노인 등 지역사회에서 건강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활동이 일반 병원과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일반의원, 한의원, 치과, 건강검진센터, 가정간호, 노인복지센터 등의 사업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사회적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진행 중에 있다.
「역사문화 마을만들기」는 배다리역사문화마을의 사례가 스페이스 빔의 민운기 대표를 통해 소개되었다. 배다리는 인천 역사 문화의 모태라고 할 정도로 개항 이후 근대 종교와 교육, 교통, 상업 등 시발지로, 한국전쟁 이후 헌책방 거리로 유명했다. 이후 도시 확장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져 잊혀져가던 배다리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마을 한 중간을 관통하는 산업도로 공사와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사업 때문이었다. 이러한 대규모 공사를 반대하고 막아내는 활동을 하면서, “배다리는 인천의 살아있는 역사입니다”라는 구호를 통해 도시개발이 인간적 삶에 기초해야 한다는 도시철학과 문화적 상상력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배다리 문화선언’을 선포하게 된다. 이후 주민들과 끈질긴 운동을 통해 산업도로 완전지하화와 재정비촉진사업은 최근 존치(관리)로 방향을 잡은 상태이다.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사례는 우각로문화마을의 김종현 운영위원이 발표를 맡았다. 한때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 이야기와 삶이 있었으나, 지금은 도시개발에 밀려 사라져가고 있는 마을인 우각로를 주민, 예술가, 행정이 함께 문화마을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설명하였다. 2011년 하반기부터 기획하여 빈집의 소유주와 이야기하여 재개발이 실행되는 시점까지 예술가들이 무상으로 임대해 사용하면서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마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재개발될 마을이지만 여전히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기에 아이들과 도시캠핑, 축제, 마을도서관 등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임을 강조했다.
「마을공동체와 마을만들기」사례로는 ‘청학동 마을과 이웃’의 윤종만 대표가 15년의 활동을 소개하였다. 마을과 이웃은 부당 감보율 철회 운동, 문학산 예비군 사격장 설치반대, 수인선 지상건설 반대운동 등 주민권리를 찾기 위한 활동으로 시작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공동주택이 밀집되어 있고 한부모 가정과 조손가정 그리고 저소득맞벌이 가정이 많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현안문제를 해결하게 된 힘을 교육, 복지, 문화 사업 등 지역에 필요한 활동으로 변화를 일구어 낸 동네다.
「마을축제와 마을만들기」사례로 ‘여럿이 함께하는 동네야 놀자’의 이용우 사무국장의 발표가 마지막으로 이어졌다. 청천산곡동은 부평4공단과 인접해 있어 1970~1980년대부터 노동자들이 들어와 살면서 동네가 커지게 되었고, 현재는 공장이 많이 이주하여 젊은 노동자들은 많이 없으나 예전 주거형태가 아직 남아 있어 노인들과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곳이다. IMF이후 공장이 문을 닫고 동네가 침체되어 있을 때, 80년대부터 청년단체와 지역탁아소 운동을 해오던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2001년 단오제를 시작으로 동네 축제를 하게 되었는데, 이 모임이 지금의 ‘동네야 놀자’라는 단체가 되었다. ‘동네야 놀자’는 활동가나 조직의 필요가 아닌 주민이 하려고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주민의 성장이 가능한 사업을 우선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사례발표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관심있는 주제별로 모여 더 깊이 있는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고 컨퍼런스는 막을 내렸다. 참가자들 대부분 마을공동체 운동에 관심있는 분들이라 인천에서 여러 번 소개된 이 사례들이 식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기우에 불과했다. 새롭고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는 자리였으며, 마을공동체 사례 공유 또한 인천시 마을만들기 사업의 중요한 부분임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