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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방서예[3083]계원필경집 제17권 / 계(啓)ㆍ장(狀) 시를 헌정하면서 올린 글
〔獻詩啓〕30수
계원필경집 제17권 / 계(啓)ㆍ장(狀)
시를 헌정하면서 올린 글〔獻詩啓〕
桂苑筆耕集 卷十七 / 啓狀【一十首】
獻詩啓
모(某)는 아룁니다.
모가 삼가 동년(同年)인 고운(顧雲) 교서(校書)가 상공(相公)에게
바친 장계(長啓) 1수(首)와 단가(短歌) 10편(篇)을 보건대,
학파(學派)는 고래가 바다 물결을 내뿜는 듯하였고,
사봉(詞鋒)은 검광(劍光)이 은하에 비낀 듯하였습니다.
빠짐없이 갖추어 찬송하였으니, 세상에 길이 전해질 것입니다.
모와 같은 자는 외방(外方)에서 건너온 데다
재예(才藝)도 하품(下品)에 속합니다.
그래서 유궁(儒宮)에서 덕행을 사모하며 안염(顔冉)의 담장을
엿보기는 했어도, 필진(筆陣)에서 자웅(雌雄)을 다투며
조유(曹劉)의 보루(堡壘)에 다가가 도전하지는 못하였습니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낙국(樂國)에서 노닐며 인풍(仁風)을
접하게 되었기에, 오래전부터 가슴속에 품어 온 정성을
노래로 불러 보려고 소원하다가, 이번에 공덕(功德)을 칭송한
절구시(絶句詩) 30수(首)를 지어서 삼가 별지(別紙)와 같이
봉해 올리게 되었습니다.
정왕(定王)의 졸렬한 춤은 자기가 봐도 어설프기 짝이 없고,
모모(嫫母)의 진한 화장은 남의 비웃음을 사기에 십상이니,
아름다운 공적을 찬양하지는 못한 채, 오히려 존귀한 위엄을
모독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성인(聖人)께서는 격려하는 성의가 깊으시어
호향 동자(互鄕童子)를 거절하지 않으셨고, 학자(學者)들은
췌마(揣摩)하는 뜻이 절실해서 모두 귀곡(鬼谷) 선생에게 투신하였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특별히 황무(荒蕪)한 글솜씨를 용서하시고,
모쪼록 채람(采覽)하는 은혜를 내려 주셨으면 합니다.
소원은 장강(長江) 북쪽에서 인화(仁化)를 좇아,
바다 동쪽에 끝내 미담(美譚)을 전하는 것입니다.
조감(藻鑑)을 외람되게 범하였기에,
지극히 두려운 심정을 금하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아룁니다.
부록(附錄) 칠언(七言)으로 공덕을 칭송한 시 30수를
삼가 사도(司徒) 상공(相公)에게 바칩니다.
1.병기(兵機)
오직 뜻과 사업을 춘추로 단련하며 / 惟將志業練春秋
일찍 웅심 길러 나라 원수 섬멸했네 / 早蓄雄心剗國讎
최근 이십 년간 천하의 일을 보소 / 二十年來天下事
한황이 유후 덕에 걱정이 없었다오 / 漢皇高枕倚留侯
2.필법(筆法)
듣자니 서창에 잠깐 누운 용에게 / 見說書窓暫臥龍
신이 묘결 전해 기봉을 도왔다고 / 神傳妙訣助奇鋒
또 알겠네 외국 사람 다투어 배우려 해도 / 也知外國人爭學
수적을 청할 길 없어 한탄하리라는 것을 / 惟恨無因乞手蹤
남조(南朝)의 소자운(蕭子雲)이 글씨를 잘 썼으므로,
백제(百濟)에서 사람을 보내 그의 수적을 구해서 국보(國寶)로 삼았다.
3.성잠(性箴)
성해의 물결 맑혀 깊은 근원 보았고 / 波澄性海見深源
희이의 도리 찾아 도의 문을 열었네 / 理究希夷闢道門
사한 쌍미의 자취 길이 전하리니 / 詞翰好傳雙美跡
오천언을 또 베낄 필요 있으리오 / 何須更寫五千言
4.설영(雪詠)
오색호로 엮은 육출화의 시여 / 五色毫編六出花
삼동에 회자되며 사방에 드날렸네 / 三冬吟徹四方誇
절구가 연구보다 나음을 비로소 알았나니 / 始知絶句勝聯句
이로부터 꽃다운 이름이 사가를 압도하리라 / 從此芳名掩謝家
5.사조(射鵰)
화살 하나로 두 마리 수리를 떨어뜨리니 / 能將一箭落雙鵰
만리의 오랑캐 티끌이 당일에 사라졌네 / 萬里胡塵當日銷
길이 위명을 사막에 떨쳤으니 / 永使威名振沙漠
견융이 다시는 당요를 짖지 못하리라 / 犬戎無復吠唐堯
6.안화(安化)
반필은 원래 그냥 던진 것이 아니요 / 班筆由來不暗投
군사를 몰아 봉후 되기를 기대함이라 / 旋驅熊隼待封侯
고을 이름 안화에 맞게 제대로 선화하고 / 郡名安化能宣化
다시 하황 향하여 땅을 수복하려 하네 / 更指河湟地欲收
7.연병(練兵)
농수의 가을 소리에 변방의 풀이 한가로워 / 隴水聲秋塞草閒
곽 장군이 잠시 장안에 들어왔네 / 霍將軍暫入長安
태평 천자가 재략을 사랑하여 / 太平天子憐才略
군대를 사열케 하고 종일 구경하시네 / 曾請陳兵盡日看
8.반계(磻溪)
돌에 새긴 글씨 신묘한 경지라서 / 刻石書蹤妙入神
한번 볼 때마다 더더욱 새로워라 / 一廻窺覽一廻新
더구나 왕사의 공업 일찍 달성하여 / 況能早遂王師業
도리가 만대의 봄을 끝내 이룸에랴 / 桃李終成萬代春
삼가 상공(相公)의 〈반계시(磻溪詩)〉를 보건대
“왕사가 되었을 때는 몸이 벌써 늙었으니,
모르겠네 누굴 위해 온갖 고생하였는지.
〔及到王師身已老 不知辛苦爲何人〕”라고 하였고,
또 〈경괵현시(經虢縣詩)〉를 보건대
“손수 도리 심은 지 십여 년의 봄, 오늘 지나가며 거듭 공훈 세웠네.
〔手栽桃李十餘春 今日經過重建勳〕”라고 하였다.
9.사호(射虎)
톱 어금니 갈퀴 발톱이 왕의 길을 가로막자 / 鉅牙鉤爪礙王程
화살 하나로 최반하니 온 세상이 놀랐네 / 一箭摧斑四海驚
백액을 앞세운 오랑캐 간담이 무너졌나니 / 白額前驅羌膽碎
파석한 것은 헛소리임을 비로소 알겠노라 / 方知破石是虛聲
10.진성(秦城)
멀리 용검 쥐고 용정을 진압하였으니 / 遠提龍劍鎭龍庭
이제부턴 바깥문을 잠글 필요도 없겠도다 / 外戶從玆永罷扃
변방 티끌 말끔해져 다시 일이 없는지라 / 掃盡邊塵更無事
저문 날 호각(號角) 소리 취해서 읊으며 듣노라 / 暮天寒角醉吟聽
11.생사(生祠)
예로부터 만이는 교화하기 어려운데 / 古來難化是蠻夷
교지에서 어떤 이가 거사를 얻었는가 / 交趾何人得去思
만대에 걸쳐 성조의 청사 위에서 / 萬代聖朝靑史上
계동에 세운 생사가 홀로 전하네 / 獨傳溪洞立生祠
12.사편(射鞭)
극지 맞히기 쉽지 않다 말하지 말고 / 休說戟枝非易中
버들잎 뚫기 어렵다 말하지 말라 / 莫言楊葉是難穿
볼지어다 사막 위에서 절조 세우고 / 須看立節沙場上
말채찍 쏘아 변방을 안정시킨 것을 / 永得安邊爲射鞭
13.안남(安南)
서융을 평정하자마자 남만이 일어남에 / 西戎始定南蠻起
도호가 또 표신의 위세를 꺾어 놓았네 / 都護能摧驃信威
일만 호구 머무는 만리의 봉강에서 / 萬里封疆萬戶口
한번 휘둘러 풍우를 말끔히 거두었네 / 一麾風雨盡收歸
14.천위경(天威徑)
용문을 뚫은 것은 수고했다 할 만해도 / 鑿斷龍門猶勞身
화악을 쪼갠 것은 그냥 신을 일컬을 뿐 / 擘分華嶽徒稱神
그보다는 해산의 길 시원하게 개통하여 / 何如劈開海山道
팔국이 다투어 귀순케 한 것이 어떨는지 / 坐令八國爭來賓
15.작구경(岝口徑)
세상을 구제함에 조화의 마음 돌려 / 濟物能廻造化心
산 몰고 바다 뉘어 공을 깊이 세웠네 / 驅山偃海立功深
안남이 참으로 남쪽 경계 안정시켰으니 / 安南眞得安南界
이제는 남만의 군대 감히 침범 못하리라 / 從此蠻兵不敢侵
16.수성비(收城碑)
공업은 이미 〈정북부〉에 드러났고 / 功業已標征北賦
위명은 이제 진남비에 세웠도다 / 威名初建鎭南碑
동주와 나란히 썩지 않을 줄 알고 말고 / 終知不朽齊銅柱
더군다나 유종이 색사를 엮었음에랴 / 況是儒宗綴色絲
비문(碑文)은 지금의 탁지(度支) 배 복야(裴僕射)가 지었다.
17.집금오(執金吾)
일진의 바람과 우레로 팔만을 평정하고 / 一陣風雷定八蠻
운폐에 돌아와 임금님 얼굴 펴게 했네 / 來趨雲陛悅天顔
왕손의 벼슬길은 부귀영화가 따르건만 / 王孫仕宦多榮貴
임금님 도울 마음에 잠시도 쉬지 못하네 / 心爲匡君不暫閒
18.천평(天平)
해대의 전쟁 먼지가 운성을 둘렀는데 / 海岱煙塵匝鄆城
멀리 한 칼 휘둘러 참창을 떨어뜨렸네 / 遙揮一劍落欃槍
정벌의 깃발만 보고도 죄다 항복해서 / 征旗不動降旗盡
천평의 평처럼 땅도 평이 되게 했네 / 永使天平地亦平
19.조어정(釣魚亭)
비단 자리 꽃 아래 앵무배를 날리고 / 錦筵花下飛鸚鵡
비단 소매 바람 앞에 〈자고사〉를 부르네 / 羅袖風前唱鷓鴣
선가의 시와 술의 흥취에 흠뻑 젖어 / 占得仙家詩酒興
한가히 연월 읊으며 봉호를 생각하네 / 閒吟煙月憶蓬壺
삼가 상공(相公)이 운주(鄆州)에 있을 때 지은 시를 보건대,
“술은 황금 동이에 가득하고 꽃은 가지에 가득한데,
두 미녀가 나란히 〈자고사 〉를 부르네.
〔酒滿金尊花滿枝 雙娥齊唱鷓鴣詞〕”라고 하였고,
또 〈조어정시(釣魚亭詩) 〉에 “물살이 급하니 고기 낚기 어렵고,
바람이 부니 버들이 쉽게 기우네.〔水急魚難釣 風吹柳易低〕”라고 하였다.
20.상인(相印)
휴징이 패도를 받았다고 하더니 / 早說休徵應佩刀
태성의 빛이 장성에 높이 이어졌네 / 台星光接將星高
임우를 맞으려고 용궐로 불렀으니 / 欲迎霖雨歸龍闕
표도를 전개하여 요기를 없애리라 / 看滅妖氛展豹韜
21.서천(西川)
멀리 용패 쥐고서 귀성을 살려 내고 / 遠持龍旆活龜城
몽왕을 굴복시켜 군대를 파하게 했네 / 威懾蒙王永罷兵
우스워라 난파가 술을 내뿜은 일 / 應笑欒巴噀杯酒
우사와 풍백이 알아서 모시는걸 / 雨師風伯自歸行
22.평만(平蠻)
공래관 동쪽 남만의 티끌 끊어졌나니 / 邛崍關東蠻塵絶
평정하고 진압하여 땅을 나누었음이라 / 平夷鎭扼蠻地裂
또 나성을 쌓아서 금성을 바꿨나니 / 又築羅城變錦城
남만 군대 없앤 공 없어지지 않으리라 / 蠻兵永滅功不滅
23.축성(築城)
일심으로 대중의 마음 하나로 감동시켜 / 一心能感衆心齊
철옹성이 검각을 삼켜 낮아지게 했네 / 鐵甕高呑劍閣低
산화루 위에 많이 올라가 바라보나니 / 多上散花樓上望
강과 산이 좋은 시 재료 제공해 주니까 / 江山供盡好詩題
24.형남(荊南)
범과 용처럼 위풍당당 산협에서 나왔나니 / 虎吼龍驤出峽來
복성이 비치자마자 진운이 말끔히 갰네 / 福星才照陣雲開
멀리 생각건대 굴송의 충혼이 있는지라 / 遙思屈宋忠魂在
응당 바람 앞에 한 잔의 술을 올렸으리 / 應向風前奠一杯
25.조운(漕運)
내를 건넘에 배의 역할을 이미 다했고 / 濟川已展爲舟業
바닷물 달여 부국의 공을 끝내 이루었네 / 煮海終成富國功
우리 임금이 소간을 덜 수 있게 된 것은 / 能與吾君緩宵旰
깊은 계모로 사방을 통하게 한 덕분일세 / 爲資心計四方通
26.절서(浙西)
구강의 도적들 소문만 듣고도 간담이 철렁 / 九江賊膽望風摧
만 호의 수심 어린 이마가 태양을 향해 활짝 / 萬戶愁眉向日開
초나라 춤 오나라 노래 어쩌면 이렇게 즐거울까 / 楚舞吳歌一何樂
만나는 이마다 서로들 상공이 오셨다 축하하네 / 相逢相賀相公來
27.항구(降寇)
오직 덕화로 병화를 없애려 하였나니 / 唯將德化欲銷兵
가소롭도다 멋대로 파묻은 장평의 일 / 長笑長平恣意坑
또 태구가 은혜를 조금 베풀었다지만 / 更想太丘行小惠
한마디 말로 뭇 생명을 구한 것만 하리오 / 何如言下濟群生
28.회남(淮南)
팔군을 절제한 영예는 도 태위를 능가하고 / 八郡榮超陶太尉
삼변을 안정시킨 공은 곽 표요를 압도하네 / 三邊靜掩霍嫖姚
옥황이 종일 금정을 머물러 두고 / 玉皇終日留金鼎
회왕이 손수 조제하길 기다리리라 / 應待淮王手自調
검남(劍南)과 형남(荊南)과 회남(淮南)은 바로 천하의 명진(名鎭)인데, 상공(相公)이 누차 옮겨 다니며 절제(節制)하였고, 서융(西戎)과 남만(南蠻)과 동비(東鄙)에서 적도가 일어났을 때에도 상공이 모두 직접 토벌하였다.
29.조상청(朝上淸)
열심히 마음 재계하며 스스로 조진하는 것이 / 齊心不倦自朝眞
어찌 신선을 원해서랴 사람 건지기 위해서지 / 豈爲修仙欲濟人
천상의 향기로운 바람이 초택에 불어오니 / 天上香風吹楚澤
강남과 강북이 언제나 봄날을 이루리라 / 江南江北鎭成春
30.진정(陳情)
속인의 눈으로 빙설의 자태를 엿보기 어려워서 / 俗眼難窺氷雪姿
아침 내내 소산의 노래를 함께 불렀지요 / 終朝共詠小山詞
이 몸이 의탁한 것이 닭이나 개와 같으니 / 此身依托同鷄犬
후일 하늘에 오르실 때 내버리지 마시기를 / 他日昇天莫棄遺
[주-D001] 안염(顔冉) : 안회(顏回)와 염경(冉耕)의 병칭이다.
두 사람 모두 공자(孔子)의 제자로서, 덕행(德行)으로 일컬어졌다.
염경은 그의 자(字)인 백우(伯牛)로 더 잘 알려졌다.
[주-D002] 조유(曹劉) : 후한(後漢) 건안(建安)의 시인인
조식(曹植)과 유정(劉楨)의 병칭이다.
[주-D003] 정왕(定王) : 한 경제(漢景帝)의 아들인 장사정왕(長沙定王) 유발(劉發)을
가리킨다. 《사기(史記)》
권59 〈오종세가(五宗世家)〉에
“그의 모친의 신분이 미천해서 총애를 받지 못한 관계로 낮고
습한 빈국의 왕이 되었다.〔以其母微 無寵 故王卑溼貧國〕”라고 하였는데,
배인(裴駰)의 집해(集解)에 한(漢)나라 응소(應劭)의 말을 인용하여
“경제(景帝) 후2년에 제왕(諸王)이 조회 왔을 적에,
각각 앞에 나와서 축수(祝壽)하며 춤을 추도록 명하였는데,
정왕은 단지 소매를 조금만 돌리면서 손을 들어 춤을 췄으므로
그 졸렬한 춤을 보고는 좌우가 모두 웃었다.〔定王但張袖小擧手 左右笑其拙〕
상이 괴이하게 여겨 그 이유를 묻자,
정왕이 ‘신은 나라가 작고 땅이 협소해서 소매를 돌릴 수가 없습니다.
〔臣國小地狹 不足迴旋〕’라고 대답하니,
황제가 무릉(武陵)과 영릉(零陵)과 계양(桂陽)의 땅을 더하게 해 주었다.”라고 하였다.
[주-D004] 모모(嫫母) : 전설상 황제(黃帝)의 넷째 부인으로 전하는데,
품행은 정숙하였으나 모습이 매우 추해서 추녀(醜女)의 대명사로 흔히 쓰인다.
[주-D005] 성인(聖人)께서는 …… 않으셨고 : 호향(互鄕)은 풍습이 비루해서
모두 상대하기를 꺼려했다는 마을 이름인데, 호향의 동자가 찾아왔을 때
공자(孔子)가 거절하지 않고 접견을 허락했다는
이야기가 《논어》 〈술이(述而)〉에 나온다.
[주-D006] 학자(學者)들은 …… 투신하였습니다 : 췌마(揣摩)는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이에 맞게 설득해서 목적을 달성하는 일종의 독심술(讀心術)로,
전국 시대 귀곡자(鬼谷子)가 맨 처음 주장하여 유행한 종횡가(縱橫家)의
변론술(辯論術)인데, 소진(蘇秦)과 장의(張儀)가 그를 찾아와 사사(師事)하며
배웠다고 한다.
[주-D007] 한황(漢皇)이 …… 없었다오 : 한 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장량(張良)의 계책을 써서 천하를 평정한 것처럼, 당 희종(唐僖宗)도 고변(高騈) 덕분에
난국을 타개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유후(留侯)는 장량의 봉호(封號)이다.
[주-D008] 성해(性海) : 성품의 바다라는 뜻으로,
한없이 넓고 깊은 우리의 마음을 가리킨다.
[주-D009] 희이(希夷) : 도(道)를 비유한 말이다. 《도덕경(道德經)》 14장의
“도는 보려고 해도 볼 수 없으니 그것을 이라고 하고,
들으려고 해도 들을 수 없으니 그것을 희라고 한다.
〔視之不見 名曰夷 聽之不聞 名曰希〕”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주-D010] 사한 쌍미(詞翰雙美)의 …… 있으리오 :
고변이 지은 〈성잠(性箴)〉의 내용을 보면 노자(老子)의 《도덕경》이
필요 없을 정도로 훌륭하고, 여기에 또 필법까지 뛰어나서
후세에 분명히 전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사한은 시문의 내용과 서법(書法)을 말하고, 오천언(五千言)은 《도덕경》의 별칭이다.
[주-D011] 오색호(五色毫)로 …… 시여 : 고변이 눈에 대해서 뛰어난 솜씨로 지은 시라는 말이다. 오색호는 오색필(五色筆)과 같은 말로, 문재(文才)를 뜻한다. 남조(南朝) 양(梁)의 문학가 강엄(江淹)이 만년에 꿈속에서 오색필을 곽박(郭璞)이라는 미장부(美丈夫)에게 돌려준 뒤로부터 미문(美文)이 나오지 않았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南史 卷59 江淹列傳》 《詩品 卷2》 육출화(六出花)는 눈의 별칭이다. 다른 초목은 대부분 다섯 개의 꽃잎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설화(雪花)만은 육각(六角)으로 되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육출공(六出公)이라고도 한다. 참고로 송(宋)나라 홍매(洪邁)가 편집한 《만수당인절구(萬首唐人絶句)》 권47에 고변이 지은 〈대설(對雪)〉이라는 제목의 칠언 절구가 나오는데, 그 시는 다음과 같다. “문으로 들어오는 육각형 날리는 꽃, 앉아서 보니 푸른 대가 옥 가지로 변했네. 지금 고루에 올라 바라보면 좋으리라, 인간의 험악한 길 모두 덮어 버릴 테니.〔六出飛花入戶時 坐看靑竹變瓊枝 如今好上高樓望 蓋盡人間惡路岐〕” 《전당시(全唐詩)》 권598에도 수록되어 있다.[주-D012] 절구(絶句)가 …… 압도하리라 : 연구(聯句)는 두 사람 이상이 각자 1구(句)씩 지은 것을 모아서 시 한 수를 짓는 방식을 말하는데, 한 무제(漢武帝)가 신하들과 합작한 〈백량시(柏梁詩)〉가 효시로 꼽힌다. 진(晉)나라 사안(謝安)이 눈 오는 날 자질(子姪)들과 함께 연구를 지으면서 눈 내리는 모양이 무엇과 비슷한지 물어보았는데, 조카인 사랑(謝朗)이 “공중에서 소금을 뿌리는 것에 비길 만합니다.〔撒鹽空中差可擬〕”라고 하니, 질녀(姪女)인 사도온(謝道韞)이 “버들개지가 바람에 일어난다고 하는 것보다는 못합니다.〔未若柳絮因風起〕”라고 하였으므로, 사안이 크게 기뻐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이를 후세에 사가(謝家)의 연구라고 한다. 《世說新語 言語》[주-D013] 화살 …… 떨어뜨리니 : 고변이 주숙명(朱叔明)의 휘하에서 사마(司馬)로 있을 때, 두 마리의 수리가 공중에 나란히 나는 것을 보고는, “내가 앞으로 귀하게 되려면 응당 맞힐 것이다.〔我且貴 當中之〕”라고 하고, 활을 쏘아 하나의 화살에 두 마리를 꿰니, 대중이 크게 놀라며 낙조시어(落鵰侍御)라고 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新唐書 卷224下 叛臣列傳下 高騈》[주-D014] 견융(犬戎)이 …… 못하리라 : 변방의 이민족이 중국에 반항하지 않고 귀순할 것이라는 말이다. 견융은 고대 융족(戎族)의 한 종파이고, 당요(唐堯)는 요(堯) 임금의 별칭이다. 참고로 《전국책(戰國策)》 〈제책(齊策) 6〉에 “도척(盜跖)의 개가 요 임금을 보고서 짖는 것은, 도척을 귀하게 여기고 요 임금을 천하게 여겨서가 아니라, 개는 원래 자기 주인이 아니면 짖기 때문이다.〔跖之狗吠堯 非貴跖而賤堯也 狗固吠非其主也〕”라는 말이 나온다.[주-D015] 반필(班筆) : 반초(班超)의 붓이라는 뜻이다. 후한(後漢)의 명장 반초가 젊었을 때 집이 가난하여 항상 글씨를 써 주는 품팔이 생활을 하다가, 한번은 붓을 던지면서 말하기를 “대장부가 별다른 지략이 없다면, 부개자나 장건이라도 본받아서 이역에 나아가 공을 세워 봉후가 되어야지, 어찌 오래도록 필연 사이에만 종사할 수 있겠느냐.〔大丈夫無它志略 猶當效傅介子張騫 立功異域 以取封侯 安能久事筆硏閒乎〕”라고 하더니, 뒤에 과연 절부(節符)를 쥐고 서역(西域)에 나아가 공을 세워서 정원후(定遠侯)에 봉해진 고사가 있다. 《後漢書 卷47 班超列傳》[주-D016] 선화(宣化) : 임금의 명령을 선포하며 백성을 교화하는 것을 말한다.[주-D017] 곽 장군(霍將軍) : 한 무제(漢武帝) 때에 흉노(匈奴)를 정벌하여 큰 공을 세운 표기장군(驃騎將軍) 곽거병(霍去病)을 말한다.[주-D018] 태평 천자 :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를 잘하여 태평 시대를 이룬 황제라는 말이다.[주-D019] 더구나 …… 이룸에랴 : 반계에서 낚시질하다가 주 문왕(周文王)을 만나 노년에 왕사(王師)가 된 강태공(姜太公) 여상(呂尙)과는 달리, 고변은 이른 나이에 왕사가 되었고, 또 그 문하에서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어 성황을 이루었다는 말이다. 도리(桃李)는 문생(門生)을 뜻한다. 당(唐)나라 적인걸(狄仁傑)의 문생 출신인 요원숭(姚元崇) 등 수십 인이 모두 명사(名士)가 되었으므로, “천하의 복사꽃과 오얏꽃이 모두 공의 문에서 나왔다.〔天下桃李 悉在公門矣〕”라고 일컬은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資治通鑑 則天順聖皇后下 久視1年》[주-D020] 반계시(磻溪詩) : 《만수당인절구(萬首唐人絶句)》 권47과 《전당시(全唐詩)》 권598에 〈태공묘(太公廟)〉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는데, 거기에는 ‘及到王師身已老’의 ‘到’가 ‘得’으로 되어 있다.[주-D021] 경괵현시(經虢縣詩) : 《만수당인절구》 권47과 《전당시》 권598에 〈부서천도경괵현작(赴西川途經虢縣作)〉이라는 고변의 칠언 절구가 실려 있으나, 내용은 여기에 인용된 것과 완전히 다르다.[주-D022] 최반(摧斑) : 무늬를 찢어 놓는다는 말로, 범을 잡는 것을 뜻한다. 삼국 시대 위(魏)나라 조식(曹植)의 〈칠계(七啓)〉에 “곰을 쳐서 발바닥을 으깨고, 범을 쳐서 무늬를 찢어 놓는다.〔批熊碎掌 拉虎摧斑〕”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주-D023] 백액(白額) : 백액호(白額虎)의 준말로, 범의 별칭이다. 범이 늙으면 이마가 희게 변하는데, 특히 힘이 세고 기세가 사나워서 사람이 잡기 어렵다고 한다.[주-D024] 파석(破石) : 전한(前漢)의 명장 이광(李廣)이 풀숲의 바위를 범으로 오인하고 활을 쏘았는데, 화살이 바위 속에 깊이 박혀서 끝이 보이지 않았다〔中石沒鏃〕는 기록이 《사기(史記)》 권109 〈이장군열전(李將軍列傳)〉에 나온다.[주-D025] 용검(龍劍) : 보검을 뜻한다. 고대에 용연(龍淵)과 용천(龍泉) 등의 명검이 있었던 데에서 유래한다.[주-D026] 용정(龍庭) : 흉노의 선우(單于)가 5월에 큰 회합을 갖고 천지 귀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곳을 말하는데, 흉노의 대칭으로 흔히 쓰인다.[주-D027] 생사(生祠) : 살아 있는 사람의 공덕을 칭송하기 위해 세운 사당을 말한다.[주-D028] 거사(去思) : 지방의 사민(士民)이 전임 관리의 선정(善政)을 그리워하는 것을 말한다.[주-D029] 극지(戟枝) …… 않다 : 원술(袁術)의 장군 기령(紀靈) 등에게 쫓겨 위급해진 유비(劉備)가 여포(呂布)에게 구원을 요청하자, 여포가 기령 등에게 “나는 단지 싸움을 화해시키기를 좋아한다.〔但喜解鬪耳〕”라고 하고는, 영문에 창을 세우게 한 뒤에, “제군은 내가 창의 작은 가지를 쏘는 것을 보아라. 내가 적중시키면 각자 군대를 해산하고, 적중시키지 못하면 남아서 결투하라.〔諸君觀布射小支 中者當各解兵 不中可留決鬪〕”라고 하였는데, 과연 정통으로 맞히자 제장(諸將)이 감탄하며 물러갔다는 고사가 전한다. 《後漢書 卷75 呂布列傳》[주-D030] 버들잎 …… 말라 : 춘추 시대 초 공왕(楚共王)의 장군인 양유기(養由基)가 100보 떨어진 거리에서 버들잎을 활로 쏘아 백발백중시켰다는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史記 卷4 周本紀》대본에는 ‘若言楊葉是難穿’으로 되어 있는데, 문맥을 고려하여 ‘若’을 ‘莫’으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주-D031] 서융(西戎)을 …… 놓았네 : 당 의종(唐懿宗) 함통(咸通) 4년(863) 5월에 고변이 진주 경략사(秦州經略使)에서 안남 도호(安南都護)로 자리를 옮겼으며, 7년 6월에 남만을 정벌하여 3만 급을 베고 안남을 수복하였다. 표신(驃信)은 남만(南蠻) 왕의 별칭이다. 남만 제국(諸國)의 왕이 “자칭 표신이라고 하는데, 그들의 말로 임금이라는 뜻이다.〔自稱驃信 夷語君也〕”라는 기록이 《신당서(新唐書)》 권222중 〈남만열전 중(南蠻列傳中) 남조 하(南詔下)〉에 보인다.[주-D032] 천위경(天威徑) : 천자의 위엄을 편 길이라는 뜻이다. 안남(安南)에서 광주(廣州)까지 강으로 조운(漕運)하는 길이 험하고 큰 바위가 많았으므로 고변이 인부를 동원하여 길을 뚫었으며, 특히 청석(靑石)의 바위가 버티고 있는 길은 옛날에 마원(馬援)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고 하는데 그 바위를 부수고는 그 길을 천위(天威)라고 명명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新唐書 卷224下 叛臣列傳 高騈》 또 《만수당인절구(萬首唐人絶句)》 권47과 《전당시(全唐詩)》 권598에 고변이 지은 〈과천위경(過天威徑)〉이라는 칠언 절구가 실려 있다.[주-D033] 용문(龍門)을 뚫은 것 : 하우(夏禹)가 뚫어서 황하(黃河)의 물이 통하게 했다고 한다. 용문은 우문(禹門)이라고도 하는데, 산서성(山西省) 하진현(河津縣) 서북, 섬서성(陝西省) 한성현(韓城縣) 동북에 있다고 전해진다.[주-D034] 화악(華嶽)을 쪼갠 것 : 황하의 물줄기가 화산(華山)에 가로막혀 휘돌아 갈 수밖에 없자, 황하의 신인 거령(巨靈)이 손을 들어 산의 머리를 쳐서 둘로 쪼갠 다음에 그 사이로 직진해서 흘러가게 했다는 거령비희(巨靈贔屭)의 전설이 후한(後漢) 장형(張衡)이 지은 〈서경부(西京賦)〉의 주(註)에 나온다.[주-D035] 작구경(岝口徑) : 고변이 안남 도호(安南都護)로 있을 때 뚫은 도로 이름이다. 《계원필경집》 권16 〈안남녹이도를 보충한 글〔補安南錄異圖記〕〉에 “그런 뒤에 번개 귀신과 천둥 귀신으로 하여금 외역에서 중국에 조회하는 길을 뚫게 하였고, 산신령과 물귀신으로 하여금 햇빛을 가리는 대양의 거센 파도를 잠재우게 하였다.〔然後使電母雷公 鑿外域朝天之路 山靈水若 偃大洋沃日之波〕”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밑에 “안남은 작구와 천위의 길을 경유하는데, 귀신의 공력으로 개통되었다고 원근에 소문이 퍼졌다.〔安南經岝口天威 神功所開 播在遠邇〕”라는 자주(自註)가 붙어 있다.[주-D036] 정북부(征北賦) : 북방을 정벌한 것을 기념한 부라는 뜻으로, 〈북정부(北征賦)〉와 같은 말이다. 참고로 진(晉)나라 원굉(袁宏)이 대사마(大司馬) 환온(桓溫)의 기실참군(記室參軍)으로 있으면서, 선비(鮮卑)를 정벌할 때 종군하여 환온의 명령을 받고 〈북정부〉를 지은 고사가 있다. 《世說新語 文學》[주-D037] 진남비(鎭南碑) : 남방을 진압한 비라는 뜻으로, 고변이 안남 도호(安南都護)로서 안남의 부성(府城)을 수복한 것을 기념하여 세운 것이 아닌가 한다.[주-D038] 동주(銅柱) : 후한(後漢)의 복파장군(伏波將軍) 마원(馬援)이 교지국(交趾國)을 원정(遠征)한 뒤에 중국과 남방 외국의 경계선을 표시하기 위해 세운 두 개의 구리 기둥을 말한다. 《後漢書 卷24 馬援列傳》[주-D039] 색사(色絲) : 절묘(絶妙)한 비문이라는 말이다. 색(色)과 사(絲)를 조합하면 절(絶)이라는 글자가 되는데, 이는 〈조아비(曹娥碑)〉 뒷면에 후한(後漢)의 채옹(蔡邕)이 ‘황견유부외손제구(黃絹幼婦外孫虀臼)’라고 쓴 것을 조조(曹操)의 참모인 양수(楊修)가 풀이하면서, “황견은 오색 실〔色絲〕이니 이를 합치면 절(絶)이 되고, 유부는 소녀(少女)이니 이를 합치면 묘(妙)가 된다.”라는 식으로 분석하여, ‘절묘호사(絶妙好辭)’라고 해설한 고사에서 나온 것이다. 《世說新語 捷悟》[주-D040] 팔만(八蠻) : 남방의 8개 만국(蠻國)이라는 뜻으로, 남만(南蠻)과 같은 말이다.[주-D041] 운폐(雲陛) : 구름이 머물 정도로 높은 궁전의 섬돌이라는 말로, 대궐 혹은 조정을 가리킨다.[주-D042] 왕손(王孫) : 고변이 발해군왕(渤海郡王)과 남평군왕(南平郡王)에 봉해진 고숭문(高崇文)의 손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칭한 것이다.[주-D043] 천평(天平) : 당(唐)나라 방진(方鎭)의 이름이다. 당 헌종(唐憲宗) 원화(元和) 14년(819)에 치청 절도(淄靑節度)를 나누어 운주(鄆州)ㆍ조주(曹州)ㆍ복주(濮州)의 3주 절도로 나누고 천평군(天平軍)이라는 호를 내렸다. 치소(治所)는 운주로, 지금의 산동(山東) 동평(東平) 서북쪽에 위치하였다. 고변은 일찍이 운주 자사(鄆州刺史) 천평군 절도사(天平軍節度使)를 지냈다.[주-D044] 해대(海岱) : 발해(渤海)와 태산(泰山) 사이의 지역으로, 옛날의 청주(靑州) 즉 지금의 산동(山東)을 가리킨다. 해는 발해, 대는 태산을 뜻한다. 《서경》 〈우공(禹貢)〉에 “해대가 청주이다.〔海岱惟靑州〕”라는 말이 나온다.[주-D045] 참창(欃槍) : 병란(兵亂)을 주관하는 혜성(彗星)으로, 보통 전쟁이나 반역을 상징한다.[주-D046] 앵무배(鸚鵡杯) : 바닷속의 앵무라(鸚鵡螺)로 만든 술잔을 말한다.[주-D047] 자고사(鷓鴣詞) : 당(唐)나라 교방(敎坊) 즉 기생 학교에서 가르치던 가곡 이름이다. 〈자고사(鷓鴣辭)〉라고도 하며, 또 〈산자고(山鷓鴣)〉라고 칭하기도 한다.[주-D048] 봉호(蓬壺) : 봉래(蓬萊) 즉 고대 전설 속의 바닷속의 선산(仙山)을 말한다.[주-D049] 술은 …… 부르네 : 《전당시(全唐詩)》 권598에 〈증가자(贈歌者)〉라는 제목으로 나온다. ‘술은 황금 동이에 가득하고’가 대본에는 ‘酒滿金舡’으로 되어 있는데, 《전당시》 권598 〈증가자〉에 의거하여 ‘舡’을 ‘尊’으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주-D050] 휴징(休徵)이 …… 하더니 : 삼국 시대 위(魏)나라 서주 자사(徐州刺史) 여건(呂虔)이 허리에 찬 패도(佩刀)를 칼을 감정하는 사람이 보고는 삼공(三公)에 오를 사람이 찰 칼이라고 하였다. 이에 여건이 별가(別駕) 왕상(王祥)에게 “자격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이 칼이 해를 끼칠 수도 있는데, 경은 공보의 도량이 있으므로 그대에게 준다.〔苟非其人 刀或爲害 卿有公輔之量 故以相與〕”라고 하면서 패도를 넘겨준 고사가 전한다. 왕상은 그 뒤에 실제로 삼공의 지위에 이르렀다. 휴징은 왕상의 자(字)이다. 《晉書 卷33 王祥列傳 王覽》[주-D051] 태성(台星)의 …… 이어졌네 : 무장(武將)인 고변이 정승을 겸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태성 즉 삼태성(三台星)은 삼공(三公)을 상징하는 별이다.[주-D052] 임우(霖雨)를 …… 없애리라 : 고변을 재상으로 영입하여 대궐로 불렀으니, 조만간 뛰어난 계책을 세워 시국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말이다. 임우는 장맛비처럼 가뭄을 해갈하는 단비라는 말이다. 상(商)나라 임금 무정(武丁)이 부열(傅說)을 재상으로 임명하면서 “만약 나라에 큰 가뭄이 들면, 내가 그대를 임우로 삼으리라.〔若歲大旱 用汝作霖雨〕”라고 말한 고사가 있다. 《書經 說命上》 표도(豹韜)는 고대 병서(兵書)인 《육도(六韜)》의 편명(篇名)의 하나인데, 뛰어난 전략을 뜻한다.[주-D053] 용패(龍旆) : 용 그림의 깃발로 보통은 천자를 지칭하나, 여기서는 천자로부터 정벌의 권한을 위임받은 장수의 깃발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용기(龍旗) 혹은 용기(龍旂)라고도 한다. 고변은 당 희종(唐僖宗) 건부(乾符) 2년(875) 1월에 서천 절도사(西川節度使)로 부임하였다.[주-D054] 귀성(龜城) : 서천(西川) 성도(成都)의 별칭이다. 전국 시대 진 혜왕(秦惠王)의 명을 받들어 장의(張儀)가 성도에 성을 쌓을 적에 성곽이 자주 무너졌는데, 무당의 말을 듣고서 강에 올라온 대귀(大龜)의 이동 경로를 따라 축조하여 공사를 끝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귀화성(龜化城)이라고도 한다. 《搜神記 卷13》[주-D055] 몽왕(蒙王) : 남만의 왕인 추룡(酋龍)을 가리킨다.[주-D056] 난파(欒巴)가 …… 일 : 도술(道術)에 능통한 동한(東漢) 성도(成都) 사람 난파가 조정의 연회 석상에서 황제가 하사한 술을 입에 머금었다가 서북방을 향해 내뿜어 비를 만들어서 성도 저잣거리의 화재를 진화했는데, 성도 사람들이 동북방에서 온 그 비를 맞고 보니 술 냄새가 나더라는 이야기가 진(晉)나라 갈홍(葛洪)이 지은 《신선전(神仙傳)》 권5 〈난파〉에 보인다.[주-D057] 공래관(邛崍關) : 사천성(四川省) 형경현(滎經縣) 서쪽의 공래산(邛崍山)에 있는 관문이다. 줄여서 공관(邛關)이라고도 한다. 당 의종(唐懿宗) 함통(咸通) 11년(870) 1월에 남조(南詔) 추룡(酋龍)이 공래관으로 군대를 보내 침입했다는 기록과 당 희종(唐僖宗) 건부(乾符) 1년(874)에 고변이 추장 50인을 붙잡아 목을 베고 공래관을 수복하니 남조(南詔)가 달아났다는 기록이 전한다. 《新唐書 卷222中 南蠻列傳中 南詔下》 대본에는 ‘邛峽關’으로 되어 있는데, 《신당서》에 의거하여 ‘峽’을 ‘崍’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주-D058] 나성(羅城)을 …… 바꿨나니 : 고변이 나성을 쌓아 성도(成都)의 면모를 새롭게 바꿨다는 말이다. 《계원필경집》 권2 〈서천에 축성비를 세워 준 것에 대해 사례한 표문〔謝立西川築城碑表〕〉에, 고변이 서천 절도사(西川節度使)로 재임하던 날에 처음 성도에 나성을 쌓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나성은 성 밖에 다시 크게 쌓은 성을 말한다. 외나성(外羅城)이라고도 한다. 또 《계원필경집》 권16 〈서주나성도기(西州羅城圖記)〉에, 고변이 “어찌 금성이라는 이름만 헛되이 부를 뿐, 지금껏 나성이 없게 한대서야 말이 되겠는가.”라고 하며 성을 쌓았다는 말이 나온다. 금성(錦城)은 금관성(錦官城)의 준말로, 성도의 별칭이다. 성도에 대성(大城)과 소성(少城)이 있었는데, 옛날에 소성에 비단 짜는 것〔織錦〕을 관장하는 관서가 있었으므로 금관성이라고 불렀던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주-D059] 산화루(散花樓) : 사천(四川) 성도(成都)에 있는 누대 이름이다. 이백(李白)의 〈등금성산화루(登錦城散花樓)〉라는 시가 있는데, 왕기(王琦)의 주(注)에 “산화루는 마하지(摩訶池) 위에 있는데, 수(隋)나라 때 촉왕(蜀王) 양수(楊秀)가 세웠다.”라고 하였다.[주-D060] 형남(荊南) : 당 숙종(唐肅宗) 지덕(至德) 2년(757)에 설치된 방진(方鎭) 이름으로, 치소(治所)는 강릉(江陵)이며, 형주(荊州) 등 9개 주를 관할하였다. 당 희종(唐僖宗) 건부(乾符) 5년(878)에 서천 절도사(西川節度使) 고변을 형남 절도사(荊南節度使) 겸(兼) 염철전운사(鹽鐵轉運使)에 임명했다는 기록이 《자치통감(資治通鑑)》 권253 〈당기(唐紀)〉에 전한다.[주-D061] 복성(福星) : 원래는 목성(木星)이 세성(歲星)으로서 복을 주관한다고 하여 목성의 대칭으로 쓰였는데, 뒤에는 한 지역에 행복과 희망을 가져다 주는 지방 장관의 뜻으로 전용되었다.[주-D062] 진운(陣雲) : 전진(戰陣)처럼 진하게 밀집한 구름이라는 뜻으로, 옛사람들은 이 구름을 전쟁의 조짐으로 여겼다.[주-D063] 굴송(屈宋) : 전국 시대 초(楚)나라의 충신이며 시인인 굴원(屈原)과 그의 제자 송옥(宋玉)의 병칭이다.[주-D064] 내를 …… 다했고 : 재상의 직분을 잘 수행했다는 말이다. 은 고종(殷高宗)이 부열(傅說)을 국상(國相)으로 임명하면서 “내가 큰 내를 건널 적에는 그대를 나의 배와 노로 삼겠다.〔若濟巨川 用汝作舟楫〕”라고 한 말이 《서경》 〈열명 상(說命上)〉에 나온다.[주-D065] 소간(宵旰) : 날이 새기 전에 일어나 옷을 입고 해가 진 뒤에야 늦게 저녁을 먹는다는 소의간식(宵衣旰食)의 준말로, 임금이 나라를 걱정하며 정사(政事)에 부지런한 것을 말한다.[주-D066] 오직 …… 일 : 무력으로 제압하여 항복한 군사들을 참혹하게 죽인 옛일과는 달리, 고변은 오직 덕으로 교화하여 적이 귀순하게 함으로써 무모한 살상을 피했다는 말이다. 전국 시대 진(秦)나라 백기(白起)가 장평(長平)에서 조(趙)나라 조괄(趙括)의 군대를 대파한 뒤에, 항복한 군졸 40여만 명을 이곳에 산 채로 파묻어 죽인 고사가 전한다. 장평은 산서성(山西省) 고평현(高平縣) 서북쪽에 있다. 《史記 卷43 趙世家》[주-D067] 태구(太丘) : 동한(東漢)의 명사 진식(陳寔)을 가리킨다. 그가 일찍이 태구장(太丘長)을 지냈기 때문에 진 태구(陳太丘)라고 칭하게 되었다. 당화(黨禍)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당할 때에 진식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구제해 준 일화와 자기 집에 들어온 도둑을 양상군자(梁上君子)라고 칭하며 비단 2필을 주면서 개과천선하도록 설득한 일화가 《후한서(後漢書)》 권62 〈진식열전(陳寔列傳)〉에 나온다.[주-D068] 팔군(八郡) : 고변이 절도사를 지낸 진주(秦州), 안남(安南), 옹관(邕管), 천평(天平), 검남(劍南), 형남(荊南), 진해(鎭海), 회남(淮南)의 8개 군을 말한다.[주-D069] 도 태위(陶太尉) : 동진(東晉)을 중흥한 명장 도간(陶侃)을 가리킨다. 시중(侍中)과 태위(太尉)를 역임하고, 형주(荊州)ㆍ강주(江州)ㆍ양주(梁州)ㆍ옹주(雍州)ㆍ교주(交州)ㆍ광주(廣州)ㆍ익주(益州)ㆍ영주(寧州) 등 8개 주의 군사(軍事)를 도독(都督)하며, 장창(張昌)ㆍ진민(陳敏)ㆍ두증(杜曾)ㆍ소준(蘇峻)ㆍ곽묵(郭默) 등의 반란군을 차례로 격파하여 평정하였다.[주-D070] 곽 표요(霍嫖姚) : 한 무제(漢武帝) 때에 표요교위(嫖姚校尉)에 임명된 곽거병(霍去病)을 가리킨다. 여섯 번 흉노(匈奴)에 출격하여 11만여 급(級)을 참수(斬首)하고, 그 공으로 7700호(戶)에 봉해졌다.[주-D071] 회왕(淮王) : 한(漢)나라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을 가리킨다. 그가 신선술을 터득하여 단약(丹藥)을 제련한 뒤에 온 가족에게 먹이고는 함께 대낮에 승천(昇天)하였는데, 그 집의 닭과 개도 그릇에 남아 있던 단약을 핥아 먹고 하늘에 올라가서 “개는 천상에서 짖고 닭은 구름 속에서 울었다.〔犬吠於天上 鷄鳴於雲中〕”라는 전설이 전한다. 《論衡 道虛》[주-D072] 조상청(朝上淸) : 도교(道敎)의 도관(道觀)인 상청궁(上淸宮)에 참배하는 것을 말한다.[주-D073] 조진(朝眞) : 도교에서 진인(眞人)을 알현하는 것, 혹은 불가(佛家)의 좌선(坐禪)처럼 도가의 방식대로 수련하는 것을 뜻한다.[주-D074] 빙설(氷雪)의 자태 : 신선을 비유한 말이다. 《장자》 〈소요유(逍遙遊)〉의 “묘고야 산에 신인이 살고 있는데, 살결이 빙설과 같고 부드럽기가 처녀와 같으며, 오곡을 먹지 않고 바람을 호흡하며 이슬을 마신다.〔藐姑射之山 有神人居焉 肌膚若氷雪 綽約若處子 不食五穀 吸風飮露〕”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주-D075] 소산(小山)의 노래 : 한(漢)나라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의 문객인 이른바 회남(淮南) 소산의 무리가 초(楚)나라 굴원(屈原)을 동정하며 지었다는 〈초은사(招隱士)〉라는 시를 말한다.[주-D076] 이 몸이 …… 마시기를 : 고운이 고변을 끝까지 믿고 의지하려는 심정을 비굴할 정도로 핍진하게 표현한 말이다. 한(漢)나라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신선술을 터득하여 단약(丹藥)을 제련한 뒤에 온 가족에게 먹이고는 함께 대낮에 승천(昇天)하였는데, 그 집의 닭과 개도 그릇에 남아 있던 단약을 핥아 먹고 하늘에 올라가서 “개는 천상에서 짖고 닭은 구름 속에서 울었다.〔犬吠於天上 鷄鳴於雲中〕”라는 전설이 전한다. 《論衡 道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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桂苑筆耕集 卷十七 / 啓狀【一十首】
獻詩啓
某啓:某竊覽同年顧雲校書獻相公長啓一首、短歌十篇,
學派則鯨噴海濤,詞鋒則劍倚雲漢。備爲贊頌,永可流傳。
如某者,跡自外方,藝唯下品,雖儒宮慕善,每嘗窺顔、冉之墻;而筆陣爭雄,未得摩曹、劉之壘。但以幸遊樂國,獲睹仁風,久貯懇誠,冀伸歌詠,輒獻紀德絶句詩三十首,謹封如別。
定王拙舞,適足自嫌;嫫母濃粧,轉爲人笑,不足贊揚休烈,翻憂浼黷尊威。然聖人以激勸誠深,不間互鄕童子;學者以揣摩志切,皆投鬼谷先生。伏惟特恕荒蕪,俯垂采覽,所冀趨仁化於江北,終得傳美譚於
郡名安化能宣化,更指河、湟地欲收。
練兵
隴水聲秋塞草間,霍將軍暫入長安。
太平天子憐才略,曾請陳兵盡日看。
磻溪
射虎
鉅牙鉤爪礙王程,一箭摧斑四海驚。
白額前驅羌膽碎,方知破石是虛聲。
秦城
遠提龍劍鎭龍庭,外戶從玆永罷扃。
掃盡邊塵更無事,暮天寒角醉吟聽。
生祠
古來難化是蠻夷,交趾何人得去思?
萬代聖朝靑史上,獨傳溪洞立生祠。
射鞭
休說戟枝非易中,莫言楊葉是難穿。
須看立節沙場上,永得安邊爲射鞭。
安南
西戎始定南蠻起,都護能摧驃信威。
萬里封疆萬戶口,一麾風雨盡收歸。
天威徑
鑿斷龍門猶勞身,擘分華嶽徒稱神。
何如劈開海山道,坐令八國爭來賓?
岝口徑
濟物能廻造化心,驅山偃海立功深。
安南眞得安南界,從此蠻兵不敢侵。
收城碑
功業已標《征北賦》,威名初建鎭南碑。
終知不朽齊銅柱,況是儒宗綴色絲。
【碑,今度支裴僕射撰詞。】
執金吾
一陣風雷定八蠻,來趨雲陛悅天顔。
王孫仕宦多榮貴,心爲匡君不暫閑。
天平
海岱煙塵帀鄆城,遙揮一劍落欃槍。
征旗不動降旗盡,永使天平地亦平。
釣魚亭
錦筵花下飛鸚鵡,羅袖風前唱鷓鴣。
占得仙家詩酒興,閑吟煙月憶蓬壺。
【伏睹相公在鄆州詩云:“酒滿金尊花滿枝,雙娥齊唱《鷓鴣詞》。” 又《釣魚亭詩》云:“水急魚難釣,風吹柳易低。”】
相印
早說休徵應佩刀,台星光接將星高。
欲迎霖雨歸龍闕,看滅妖氛展豹韜。
西川
遠持龍旆活龜城,威懾蒙王永罷兵
。應笑欒巴噀杯酒,雨師、風伯自歸行。
平蠻
邛峽關東蠻塵絶,平夷鎭扼蠻地裂。
又築羅城變錦城,蠻兵永滅功不滅。
築城
一心能感衆心齊,鐵甕高呑劍閣低。
多上散花樓上望,江山供盡好詩題。
荊南
虎吼龍驤出峽來,福星才照陣雲開。
遙思屈、宋忠魂在,應向風前奠一杯。
漕運
濟川已展爲舟業,煮海終成富國功。
能與吾君緩宵旰,爲資心計四方通。
浙西
九江賊膽望風摧,萬戶愁眉向日開。
楚舞吳歌一何樂?相逢相賀相公來。
降寇
唯將德化欲銷兵,長笑長平恣意坑。
更想太丘行小惠,何如言下濟群生?
淮南
八郡榮超陶太尉,三邊靜掩霍嫖姚。
玉皇終日留金鼎,應待淮王手自調。
【劍南、荊南、淮南乃天下名鎭,相公累移節制。西戎、南蠻、東鄙賊起,相公皆自討除。】
朝上淸
齊心不倦自朝眞,豈爲修仙欲濟人。
天上香風吹楚澤,江南江北鎭成春。
陳情
俗眼難窺氷雪姿,終朝共詠小山詞
此身依托同鷄犬,他日昇天莫棄遺。
[주-D001] 到 : 《全唐詩ㆍ太公廟》에는 “得”.
[주-D002] 莫 : 底本에는 “若”. 문맥을 살펴 수정.
[주-D003] 尊 : 底本에는 “舡”. 《全唐詩ㆍ贈歌者》에 근거하여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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