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작은 학교’ 남해 상주초등학교 살렸더니 상주면 인구 늘고, 온 마을 활력 뿜뿜~!
전국적으로 학교 통폐합과 폐교가 늘고 있지만 남해군 상주면 상주초등학교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최근 2년 동안 전교생 수가 두 배로 늘어났다. 왜 그런 걸까? 직접 찾아가 봤다.
글 백지혜 사진 유근종
마을이 곧 학습 공간인 상주면
지난달 초순 평일 오전 10시 20분. 정자세로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치는 대신, 양말을 벗고 모자를 챙겨 쓰는 아이들. 학교 뒤편 논두렁길을 걸어 은모래 바다로 향한다. 3교시 ‘맨발 걷기 수업’을 위해서다.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모래사장을 뛰기 시작하는 아이들 얼굴에서는 걱정일랑 조금도 찾을 수 없다. 자연을 만끽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싱그러운 계절과 똑 닮았다.
상주초등학교 학생들에게는 금산과 은모래 바다를 비롯한 마을 곳곳이 모두 학습공간이다.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수업재료가 도처에 널렸으니 아이들은 절로 신이 난다. 실제로 상주초등학교는 ‘은모래 바다 학교’를 만들어 요트, 카약, 생존수영 교실, 생태 운동회를 진행하고 승마, 드론 수업도 한다. 마을에서 하지 못하는 체험은 ‘둥지 탈출 배낭여행’으로 스스로 계획하고 체험하며 마음껏 세상을 배워나가는 중이다.
지역 소멸 대응의 새로운 시도,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
남해군 상주면의 분위기가 달라진 건 2020년 3월, 상주초등학교가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에 선정되면서부터다.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이 함께 추진하는 이 사업은 주민과 학생이 줄고 있는 농산어촌의 작은 마을과 작은 학교를 살린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경남도와 군은 주택과 일자리를, 도 교육청과 학교는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해 전국의 초등학생 자녀들을 둔 학부모들이 작은 시골 마을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했다. 존폐·소멸 위기에 처한 학교와 마을을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맡은 것이다. 그 결과, 2020년 2학기만 해도 30명 남짓했던 전교생 수가 2022년 5월 현재 63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사실 상주면은 10년 전인 2012년만 해도 주민 수가 2000명에 육박(1929명)했으나, 8년 만에 300여 명이 줄어 1627명이 됐다. 시골 마을에서 주민 300여 명은 매우 큰 수치다. 현재는 작은 학교 살리기 효과로 1642명까지 늘어 인구유출을 막고 반등에 성공하고 있는 중이다.
온 마을이 키우는 아이들
단연 아이들 반응이 최고다. 지난해 3월 부산에서 전학 온 2학년 윤하온 학생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부 다 친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고요. 예전에는 학교 끝나면 아주 심심했는데, 여기는 바닷가에서 놀 수 있어서 하나도 안 심심해요”라며 즐거워했다.
도시의 대형학교에서 경쟁교육에 내몰려 풀 죽어있던 표정이 밝아지고, 친구가 없어 심심해하던 아이들은 다양한 친구를 사귀었다. 바다 쓰레기를 줍는 모임 ‘은바지(은모래 바다를 지키는)’를 직접 만들고, 마을 탐방을 통해 상주면 안전 매핑을 만들어 환경개선에 앞장서는 등 마을 곳곳을 놀이터 삼아 재미있는 일들을 자꾸 만들어냈다.
가족 전체 이주라는 큰 결심을 한 학부모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림책 읽기 동아리를 만들어 아침 활동 시간에 그림책을 읽어주고, 텃밭 동아리 학부모는 학생들과 텃밭을 일구며 자연의 가르침과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모두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라는 생각으로 교육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마을 주민도 점점 마음을 열었다. 이주가족을 위해 스무 채가 넘는 빈집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학생들이 여는 마을 행사에도 동참했다. 모두의 참여가 더해질수록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은 아이들을 챙김과 동시에 마을을 생기 있게 만드는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현재 상주면은 ‘365 상주 교육’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방과후학교부터 저녁과 주말을 이용한 ‘끼리끼리 배움터’, 마을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상상 놀이터’, 학교 도서관을 개방해 마을 도서관으로 활용 중인 ‘책별당’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남칠 교장 선생님은 “우리의 반전으로 직접 보여주고 있잖아요.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이 마을까지 살리는 효과를요. 작은 학교는 없어져서는 안 될 최적의 교육 공간이에요. 앞으로 다른 지역의 작은 학교들도 함께 변화해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