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남민 기자]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단돈 1000원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생뚱맞을 듯한 얘기가 현실로 등장했다.
도심 속 전통 사찰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경내엔 신도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 정장차림의 직장인들까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로 북적였다.
봉은사는 2006년부터 일반인에게 보우당을 개방해왔다. 가격은 1인당 1000원으로 요즘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구내식당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이 때문에 하루 평균 500여명이 이곳을 찾고 있다. 입소문을 타고 알음알음 오는 이들도 적지않다고 한다.
특히 최근 고물가로 주변
음식점들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이곳을 찾는 외부인의 비중이 꾸준히 늘어왔다. 올해 직장인 평균 점심값은 6007원(잡코리아
조사)으로 지난 3년
사이 13% 이상 올랐다.
봉은사 측은 “전체 이용자들 중에 외부인이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일부러
홍보를 하지는 않지만 아시는 분들이 찾아 오시고, 또 이분들이 불편함 없이 식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인근 직장인 김 모씨는 “점심값이 턱없이 비싼 요즘 이곳에서 단돈 1000원으로 해결한다”며 “다른데서 한끼 먹을 값이면 그 돈으로 여기서 1주일 점심이 해결된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봉은사를 찾는 외부인들 중에는 김씨 같은 직장인부터 인근 주민, 소문을 듣고 멀리서 찾아온 노인들처럼 이곳 신도나 불자가 아닌 사람들도 많다. 대부분 싼 값에 한끼 식사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다.
멀리 분당에서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봉은사 측은 늘어나는 외부인들 탓에 상당 시간 줄을 서야 하는 신도들이 불편할 만도 하지만 베푼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봉은사 측은 “일손이 달려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거부감없이 식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명희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봉은 사무국장은 “점심을
무료로 개방해오다가 2006년부터 사회환원의 취지로 1000원씩 받게 됐다”며 “수익금 전액이 사회복지기금으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보시(布施)의 개념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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