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종림입니다^^
지난주, 라오상하이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머나먼 고창에 계셔서 쉽게 뵙기 힘든 원봉샘님이 찾아오신 것이지요^^
정말정말 뵙고 싶었던 분이라 아이처럼 뛸 듯이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좋아했던 것 같아서 쬐금 부끄럽습니다..ㅠ)
오늘 시음기의 주인공 '가이흥전차'는 원봉샘님께서 주신 차입니다.
가이흥차창과 이 차의 대한 소개는 원봉샘님의 링크로 대신하겠습니다.
http://cafe.daum.net/zamddong/KHcD/1141
정확한 생산일자는 알 수 없고, 2000년대 초반 차라고만 일러주셨는데,
건차에서 느껴지는 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사실 제가 3년 전 이맘때 즈음 단기출가를 했었습니다.
그 당시 스님께 보이차를 마시고 싶다고 조르면 숙차나 이런 향이 나는 차를 주셨었습니다.
당시에는 차에 관심이 많지 않던 때라, 생차 숙차 노차 구분이 없었습니다. 주시는대로 마셨었지요 ㅎㅎ
제가 당시 마셔보았던 보이차는 다 숙차라고 생각했는데, 노생차도 그 중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향이 기억나는 것을 보면요.
샘플을 주신 선생님께서는 이 차가 2000년대 초반 차의 공통적인 향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조금 갸웃 합니다.
2000년대 초반 차를 많이 마셔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향은 굉장히 특징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3년이 지나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기억되는 향이니...)
어쩌면 그것이 광저우창 홍콩창 쿤밍창 등등 어떠한 '창'의 특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혹은 일부 차창의 제다방식이나...
당시 제다 풍조?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런 것을 알려주실 수 있는 스싱님이 계시면 참 좋을텐데요.. ㅠ
세차를 해봅니다.
물기를 살짝 머금은 모습이 예뻐보입니다.
세차시에 느껴지는 향은 건차향을 그대로 빼다 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약간 잡내가 섞여있는데, 15년 세월을 지나는 동안 이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정도입니다.
세차하면 없어질 정도였습니다.
1포
음. 세차향이 건차향을 그대로 빼박아놨다고 했는데,
1포도 마찬가지입니다.
향을 맛으로 옮겨놨다고나 할까요.
향+물맛+단맛이 유유히 섞여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한가지 이상한 것은 혀에 코팅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 같입니다.
이것이 차에서 비롯된 느낌인지, 방금 먹은 음식때문인지 조금 갸웃합니다.
참고로 제 야식 메뉴는 명란젓과 계란과 돼지고기 김치찌개였습니다 후후.
이 느낌은 뒤로가면서도 계속 이어졌는데, 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독 혀에서만 이러하고, 목이나 머리. 배는 별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2포
차가 제법 깊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향을 그대로 옮겨놨다는 느낌은 여전히 유효하고, 향이 찬찬히 풀리면서 물질감으로 바뀌는 듯한 느낌입니다.
순간 얇고 뾰족한 쓴맛이 스치는데, 정말 한순간이어서 금방 쓸려가버렸습니다.
탄력있는 엽저가 인상적입니다.
이 차를 마시면서 든 생각은,
정말 맛이 균일한 차라는 것입니다.
1포나 7포나 단맛이나 고삽미가 조금 더 풀리고 덜 풀리고 차이정도 밖에 없을 정도로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노차가 되면 이렇게 차가 균일해지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 차의 완성도만 유독 높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3포를 마시면서 이 차는 년도와 상관없이 노차라고 불러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좋은 열감도 느꼈습니다.
4~6포도 마찬가지였고,
4포부터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고미가 단맛을 감싸서 단맛을 증폭시켜주었습니다.
단맛은 두세가지 있었는데, 밀향느낌이 나는 단맛이 가장 강했습니다.
2,4,6포 탕색.
우리는 시간을 거의 똑같이 10초가량으로 맞추었는데도 이러한 균일한 탕색이 나옵니다.
스탠드 불빛이 있어서 그렇지 직접 보면 거의 같습니다.
제가 여태 마신 신차에서도, 노차에서도 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차를 마시다보니, 계속 똑같은 차를 마시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정도로 맛이 균일합니다.
8포까지도 좋은 내포성으로 균일하게 우러났습니다.
8포째. 물을 붓자마자 우러나고 있습니다.
힘이 빠질줄을 모릅니다.
엽저를 보도록 합니다.
15년을 묵었는데도, 아직 엽이 부드럽고 탄력이 있습니다.
형태도 온전히 갖춘 잎이 많습니다.
흥미롭습니다.
고수차라고 말하기는 힘들어보이지만, 적어도 밭차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느낌입니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일부는 이렇게 목질화 되어있는 엽저도 있었습니다.
엽저를 관찰하는 동안 진하게 우려진 8포 탕색.
아주 맛나보이는 탕색입니다.
이렇게 진하게 우려진 차를 우려도 1~7포에서 우린 것과 거의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농도가 조금 짙은 정도...
부드럽고 고삽미 진하지 않은 것은 좋은데, 너무 성깔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받습니다.
라오상하이에서 마셨을 때는 엄청나게 성깔있는 차라고 느껴졌는데, 왜 이리 갭이 큰 것인지...
투차량의 차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한 6~6.5그람 정도 넣으면 끝내주게 맛있는 차를 마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부스러기가 거의 안생겼습니다.
온전한 엽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렇게 수준이 높은데 반해서 회감은 조금 약한편인데,
차를 마시고 난 뒤에 천천히 목 안쪽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올라옵니다.
고삽미를 앞세우고 진한 회감을 앞세우는 차들이 많은데, 이런것 또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식은 뒤 마셔도 안정적이고 좋은 차 맛을 보여줬습니다.
맛난 차, 한분과 함께 나누어 마시고 싶습니다~
원봉샘님이 제법 두둑히 챙겨주셨는데, 제가 조금 더 숨겨놓고 먹고 싶습니다 헤헤♥
중요한 날에 나누어 마실 좋은 차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ㅎㅎ
샘플 받으시는 분도 맛나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시음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손 듭니다.^^
엄청난 속도십니다 ㅎㅎ 신청 감사드립니다.
이게 글 올려놓고 잠들면 어떤 분이 신청하셨을까 두근두근 해야 재미진데,
올리자마자 신청해버리시니 그런 묘미가 없습니다 흑흑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6.04 16:44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6.04 16:57
@종림 그리고 94 곤명숙전 샘플이 조금 이상했어요 ^^
원래 그 차는 마셔본 적이 있고 어딘가에 한편 있을텐데...
살짝 맛과 향이 이상한듯 답답했고요 차두처럼 마지막까지 풀어지지도 않고요 !!
시음기를 작성하다가 이상해서 중단하기도 했네요 ㅠ.ㅠ
@원봉샘 헉 그런가요???
해괴만 하고 반년정도 마시지 않은 차인데... 꼭 마셔보겠습니다
입을 버리섰다면 죄송합니다 흑흑ㅠ
@종림 입을 버렸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저녁에 시음기를 마무리해서 올렸습니다
혹시 호의로 준 차를 혹평했다고 서운해 하지 않으시길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6.04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