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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어묵의 달인’ 송일형씨를 찾아서... 매서운 한파가 휘몰아치는 안양 중앙시장의 저녁, ‘SBS 생활의 달인, 어묵 최강의 달인’이란 현수막이 내걸린 제일식품 앞이다. 칼로 수제비 뜨듯 따다닥 꼬마어묵을 튀겨내는 예사롭지 않은 손놀림, 어묵달인 송일형(43세)씨였다.
생선살에 각가지 야채를 넣고 사정없이 치대자 어묵재료 완성이다. 어묵을 만드는 도구라야 칼과 강철로 된 철사가 전부지만, 도마 위에선 거침없는 어묵 쇼가 마술같이 펼쳐진다.
바람을 가르듯 반죽을 칼로 밀고 펼치더니 돌돌 말아 기름에 풍덩! 고소한 핫바의 완성이다. 눈과 손이 따로따로, 보지 않고도 척척 뚝딱뚝딱 떼어내도 어묵의 크기는 한결같다. 신바람 나게 튀겨지는 사각어묵은 신선할수록 크게 부풀어 오르며 윤기 자르르, 뭇 사람들의 시선과 발길을 사로잡는다. 최강 어묵달인. 그저 먹고 살기위해 묵묵히 어묵과 함께 해온 외길인생 26년, 시장동료의 추천으로 “SBS생활달인”으로 출전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어묵달인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부산의 선배를 단숨에 꺾고, 최강자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선배보다 경력은 짧아도 수제어묵만큼은 자신만만했다.
국내 유명 어묵공장은 물론, 백화점에서 잔뼈가 굵기까지 그에겐 스승이 따로 없었다. 왼손잡이였던 그는 선배들이 식사하러 가면 슬며시 칼을 쓰고 닦아 놓을 정도로 대단한 의지와 눈썰미가 있었다. 초봉 몇 만원일 때 그는, 어묵다라를 이고 다니며 행상을 하는 아주머니들이 지폐를 세는 모습을 보며 내심 장사를 꿈꾸었다.
어묵기계에 손가락 끝이 잘리며 받은 산재보상금으로 부인과 함께 포장마차를 시작한 것은 12년 전의 일이다. 비닐하우스에 아기를 재우며 아이 셋을 양육하고, 병든 노부(老夫)를 모시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돈요. 버는 게 아니라 안 써서 버는 거죠”라고, 말하는 그에게 종종 일을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17세부터 고생한 걸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고생을 모르고 자란 사람들은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포기하고 만다. 방송의 위력. “여기가 달인 가게 맞나요?” “네 어서 오세요. 이거 드셔보세요.” 상냥한 친절은 기본이다. 시장에 왔다가 출출하면 해물. 깻잎. 고추가 든 어묵을 취향대로 골라서 간단히 요기하며, 사람들은 마술 같은 달인의 손놀림에 그만 혀를 내두르고 만다.
“흔히 어묵은 주전부리나 볶음. 조림. 어묵 국 정도로 아는데, 동그랑땡처럼 계란 옷 입혀 부치면 아주 좋아요.”라며 달인은, 비트와 시금치를 갈아 넣고 돌돌 말아서 잘라낸 어묵을 건넨다. 붉고 파란 빛깔만큼이나 형형색색으로 빚어지는 어묵은 모양도 크기도 다양하다.
핫바에 머스타드 소스를 바르던 주부는 “청양 고추의 매콤한 맛이 일품이네요. 골고루 섞어서 어묵 5천원어치만 주세요.”한다. 방송의 위력은 대단했다. 방송 전에는 빈자리 지키기 일쑤였는데, 방송 후, 얼마동안은 점심도 먹지 못할 정도로 바빠졌다.
어묵 만드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으며, 싸인 해 달라는 사람부터 달인의 가게를 묻는 유형도 가지가지였다. 그의 흰 위생복 너머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온 장인정신이 아름답게 돋보이고 있었다. 제일식품 ☎449-5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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