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의 골프 ♦
착하게만 살아온 싱글 골퍼가 어느 날 느닷없는 교통사고를 당해 죽고 말았다.
갑자기 하늘나라로 올라온 그를 보고 하늘나라 입구를 지키던 수문장이 난감해 했다.
아무리 명부를 살피며 기록을 조사해 보아도,
천당으로 가야 할지, 결정이 안 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한참을 망설이던 수문장은 그에게 착하게 살아온 것이 분명하니 천당과 지옥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
양쪽을 모두 가보고 나서 결정을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문장은 먼저 지옥을 구경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천당을 향하라고 했다.
지옥을 구경하러 온 싱글 골퍼를 마중 나온 사탄은 싱글 골퍼를 유혹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별다른 욕심없이 소박하게 살아온 그였지만 단 하나의 간절한 소망은 저버릴 수 없었다. 그것은 언제 어느 때라도 골프를 마음 놓고 쳐보는 것이었다.
죽어서라도 마음대로 골프만 칠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었다.
사탄은 골프광을 지옥의 아름다운 골프장으로 안내했다. 잔디가 융단처럼 깨끗하게 정리된 페어웨이와 아름드리 나무가 어우러진 맑은 호수, 한껏 골프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막힌 코스들....
지상의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황홀한 경관이 펼쳐지자 싱글 골퍼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특히 황금으로 빛나는 골프카트 위에 실려 있는 티타늄 골프세트를 보고는 아찔한 황홀감마저 느꼈다.
당장이라도 플레이를 해보겠다는 그에게 사탄은 지옥에 남겠다는 약속을 하지 전에는 골프를 칠 수가 없다고 했다.
지옥의 골프장은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나? 황금 티를 만지작거리며 사탄은, 지옥에 남기로 결정만 한다면 언제라도 제한없이 골프를 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싱글 골퍼는 수문장에게 뛰어가서 천당을 취소하고 지옥행을 결정해 버렸다.
사탄과 함께 황금 골프 카트를 타고 첫홀로 향하는 그의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다.
티 박스에 선 그는 아름다운 페어웨이를 바라보며 티타늄 드라이버로 신바람나는 연습 스윙을 마쳤다.
황금으로 만든 티를 정성스럽게 꽂고 나서 사탄에게 골프공을 달라고 했다. 그
러나 웬 걸? 사탄이 고개를 저었다. 공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아니 뭐야? 이렇게 훌륭한 골프장에 그까짓 골프공 하나가 없다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느긋하게 바라보던 사탄,
"이 사람아, 그래서 지옥이라는 거 아닌가?"
--- 세계골프유머 100선 '페어웨이에서 천국까지'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