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일차(2016-05-30)
STAGE
4: 데바(Deba)>>>>(23km)>>>>마르키나
쉐메인(Markina-Xemein)= 92km
새벽6시에 짐을 꾸려서
알베르게를 빠져나오며 곤히 자고 있는 헤수스와 하비를깨워서
작별인사를 했다. 참
고마운 스페인분들이다. 이 분들은 길에서 만나는 스페인사람들에게
내 소개를 하는데, 한국에서
온 71살 된 순례객이라는 말을 꼭 보태면서 항상 나를 배려
해주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언젠가는 바로셀로나에서 헤수스와 하비를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며 알베르게를 빠져나왔다. 한국인 두 분과 알베르게 바로
앞 카페에서 간단한 아침식사(사과1알+바나나1알+카페라떼1잔+크로와상빵1 = 5€ /
7,000원)를 하고 6시40분에 길을
나섰다. 그동안 매일 해변가를 걸었는데 오늘부터 며칠
간은 산길을 걸어야하기 때문에 바다와는 안녕이다.
오늘은 23km를 걸어서
마르키나 쉐메인(Markina Xemein)까지 가서 그곳에서 묵을 생각
이다. 우리 한국인 셋은
카페를 나와서 걷기를 시작했는데 체구 작은 김영희씨는 자기
키만큼이나 부피가 커 보이는 등짐을 지고 발목이 여전히 부어있는
상태로 24km를 걸
어서 마르키나까지 가겠단다.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됐지만 부산분인 정충섭씨는 46년생으
로 나와 동갑내기였다. 우리
둘은 앞섰고 김영희씨는 결국 뒤쳐져서 보이지 않게 됐다.
나는 두 번째 카미노길을 걷는다는 정충섭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쉼
없이 나눴는데 이분
은 기획력이 치밀한 참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분은 이번에 총 여행기간을
58일로잡고
도보순례여행 후에는 스페인 전역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그의 여
행 모든 일정을 하루 단위로 묵을 숙소, 숙소근처 마트위치, 교통편 등등 심지어는 식사
할 식당이름까지 아주 세세하게 작성해서 팸프릿 형식의 A4크기의 책자를 만들어서 자
신의 일정을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정충섭씨는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이동 동선
에 적합한 교통편(항공/열차)을 미리 예약하고 가장 저렴하거나 괜찮은 가격으로 숙박비
를 다 지불하고 묵을 숙소를 일일기준으로 예약해 놓고 온 것이다. 내가 그의 여행계획
에 대해서 얘기를 들으며 한 가지 걱정되는 대목은, 그러다 어떤 이유로인해서 하루라도
일정에 변화가생기면 정말 큰일이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때는 교통편을 이용해서라도
이동해가며 일정을 관리하겠지만 나처럼 걷기 외에는 어떠한 이동수단도
안 된다는 확고
한 원칙을 세운사람한테는 걱정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내 걷는 속도도 만만치 않은데 내 등짐보다 더 나가 보이는 등짐을
진 정충섭씨도 걷기
에는 남에게 지지 않을 듯 우리 둘은 거의 쉼 없이 걸어서 1시40분에 오늘의 목적지인
마르키나 쉐메인에 도착했다. 7시간동안
23km를 걸었으니 그 무거운 등짐을 지고 한 시
간에 평균 3.3km정도를
걸은 것이다. 오늘은 제법 높은 산(해발915m)도 오르내리기까지
했으니 우리 둘은 내가 생각해봐도 대단했다. 그 위에 나는 왼쪽 무릎의 통증으로 때론
신음을 삼키기도 했으나 정충섭씨와 보조를 맞추며 얘기를 나누기위해
참고 참으며 걸었
던 것이다. 도착한 알베르게(Albergue de Peregrinos)는 오후3시에 문을 연다는
쪽지가
붙어있었고 일찍 도착한 순례객들 몇이 굳게 잠긴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어느 도
시나 대개의 공립 숙소(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 무니씨팔/Albergue Municipal 또
는 교회에서 설립한 숙소)는
오후3시에 문을 여는 곳이 많다. 우리 둘은 근처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순례길이
거쳐 가는 마을의 식당들은 거의가 메뉴 델 페레그
리노스(Menu del
Peregrinos)라는 순례자를 위한 메뉴를 입간판에 써서 식당 앞에 세워
놓고 있다. 그러니까
순례객들에게는 특별히 싸게 식사를 제공한다는 선전인 것이다. 대
개의 식당들은 순례객을 위한 특별메뉴를 9유로 또는 10유로(14000원)에 제공하는데 이
식당은 10유로라고 메뉴판에
써 놓고 있었다. 우리는 같은 음식으로 포도주1병과 전채는
샐러드, 메인 요리는
납작하게 구운 소고기(카르네 필레트/Carne Fillet) 그리고
후식으로
요구르트를 시켜 먹었다.
오늘은 걷는 중간 중간에 비가 오락가락해서 판쵸우의를 입었다 벗었다
했었는데 식당에
서 나오는데 굵은 빗줄기를 세차게 뿌려대기 시작했다. 비를 쫄딱 맞고 알베르게에 도착
해서 숙소를 배정받고 샤워, 세탁
등 낼 길 떠날 준빌 하는데 해가 반짝한다. 부리나케
마을로 나가서 11세기에
설립된 교회 세 곳을 돌아보았다. 이교회들은 큰돌(巨石)주위에
세워졌는데 돌이 얼마나큰지 아니,
저렇게 큰 돌들을 어떻게 이곳으로 운반해 왔을까 아
무리 생각해봐도 불가사의했다. 또
이 지역은 구석기시대유물들이 다량으로 발견된 곳으
로 알려져 있기도 했다.
스페인의 오래된 유적들은 대개가 석조물들이다. 돌로 만들었으니 오래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스페인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유적들은 짧게는 수백 년에서 길게는 수천
년을 크게 손상됨 없이 잘 보존되어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오래된
유적으로 약1300년
전에 만들은 태안마애삼존불입상(7세기/국보307호)을 꼽는데 이 역시
바위를 쪼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오래 보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스페인에서는
수백 년 된 유적은 부지기수여서 적어도 천년은 넘게 보존되어오는
유적이라야 제작배경
이나 의도에 그나마 관심을 갖게 된다.
마트에 들려서 낼 아침거릴 사갖고 알베르게로 돌아와 보니 김영희씨가
와 있었다. 그
아픈 다리로 걸어서 온 것이다. 반갑고
이분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한국인
셋은 점심을 먹었던 식당으로 가서 점심과 비슷한 메뉴를 시켜서 함께
식사를했다.
마르키나는 작은 도시이나 역사적인 유적들이 많다. 우리 식 고인돌도 있었는데 어마어마한 바위들을 옮겨다 쌓아 놓았는데
어떻게 운반했는지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거대한 바위들이 많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온 에레나는 답답하면 잠깐 잠깐씩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찿는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