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이 있다. 내가 글을 길게 늘어뜨리며 쓸때는 꼭 끝까지 읽었줬으면 좋겠다. 중간에 그만두면 뜻이 왜곡되어 전달되고 오해하게 된다. 끝까지 읽기가 귀찮으면 차라리 안읽었으면 좋겠다. 꼭 읽어야하는 글이라는 말이 아니라, 나름대로 내 생각을 이렇게 홈피를 통해 이야기해보는게 오랜만인데 괜히 읽다 중간에 그만둬서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나를 오해하게 되는게 싫고 걱정이 된다는걸 표현하는 것이고, 클릭했거들랑 끝까지 읽어달라 부탁하는 것뿐이다.
*
몸무게가 계속 내려간다. 동생 결혼식을 한달 앞둔 1월초, 예쁜모습으로 참석하려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조금씩 내려가던게 이제는 운동에 부지런을 덜 떨음에도 다시는 올라가질 않고 계속 내려가기만 한다. 어렸을때 자라면서 자연스레 도달한후로 볼일이 없던 숫자까지 내려갔다.
2004년 여름, 운동이라고는 딴나라 이야기고 챙겨먹는 요령도 없던 그해 내내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매일 버거며 중국음식등 기름진 음식들만 사먹고 지냈을 때에도 이런 이상현상이 있었다. 그때는 요령도 없이 무조건 열심히 산다고 고생이랍시고 한것이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그때 처음으로 이상하게 줄었던 것보다 더 가벼워졌다. 부쩍 만들어먹는데에 관심이 생겨 그 어느때보다도 잘 챙겨먹고 있고,밤참을 좋아하는 것도 여전하고 운동은 많이하면 일주일에 산책까지 쳐서 세번인데, 일절 고기를 먹지 않은 것이 이유일까. 목적으로 한게 아닌데 체중감소라는 싸이드이펙트? 까지 보게 되었다.
벌써 언제부터인가, 작년 가을부터 나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시작의 계기는 건강이었는데 그후 또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나는 채식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사람이 풀만 먹고 사냐고? 그렇게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강제로 단 한달간만이라도 '풀만' 먹고 지내보면 그후로는 자연스레 '풀을' 먹는 자신을 보게 될것이다. 나 또한, 사람이 얼마나 쉽게 습관에 물들고 또 얼마나 적응을 쉽게 하는지 새삼 놀라게 되었으니.. 하물며 몸만도 이렇게 상황따라 적응을 해가는데, 마음과 의지가 더하여지면 더 쉬울거라는건 말할 것도 없겠지. 점점 입맛과 생각이 함께 바뀌어 지금은 채식이 익숙해진 상태고 개인적으로도 하면 할수록 좋다는 생각뿐이다. 돌이켜보면 더 일찍 생각을 해볼 기회가 많았음에도 어떻게 풀만 먹고 사냐? 한마디로 마음을 싹 닫게 되고말아버린, 수없이 지나쳤던 그 순간들이 안타까울 정도로.
음식으로는 고기를 무엇보다도 사랑하던 내몸이 지난 겨울에 집에 갔을때 밥상에 올라오던 갈비며, 사골국물에 끓인 떡국을 진정 원하질 않았다. 유난떠는 것은 싫으므로 그냥 먹었지만 끝내주는 엄마표 양념갈비도 몇점 먹고나니 더 많이 먹고 싶지는 않았고, 사골국도 향이 새롭게 와닿아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고기를 멀리하기 시작한지 불과 서너달만에 찾아온 변화다. 그동안 고기보다 다른 것들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엄마랑 전화로 얘기했지만 들려오질 않았을거다. 고기 안들은건 김치찌게도 아니고 아침부터 구워먹는 고기 내놓으라 하는 나였으니까. 일주일에 한두번은 꼬박꼬박 사발면과 함께 갓 튀겨낸 후라이드 치킨을 먹는 행복을 누리며 일부러 치킨 나오는 시간에 맞춰 장보러 가던 나였으니. 고기라면 웬만한 남자들보다 많은 양을, 웬만한 여자들이 못먹는 것까지 잘 먹던 나였으니.
긴세월은 아니지만 가을 이후를 돌아보면, 이유가 채식 한가지만이 아닐진 몰라도 달고 살아야 하던 타이레놀과도 멀어진지 오래고, 잊을만하면 날 찾아와 고생시키던 각종 앨러지 증상과도 거짓말처럼 멀어져 환절기에도 별탈없이 잘 지내고 있다.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몸으로 느끼는 건강을 노리는 것만으로도 식성을 바꿔보려는 시도에 아주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는 것이지만, 사실 실천으로 이어지기에는 힘없는 목적이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나는 그랬다. 맛있게 먹고 일찍 죽을래. 하는게 사람이니깐. 하지만 운좋게도 거기서 그치지 않았고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생각, 채식이라는 개념이 생겨난 후로 나는 기왕하는것 잘해보고 싶은 뜻이 생겼다. 관심을 갖게 되니 보이는게 많아지고 그렇게 열린마음으로 몇권의 책도 읽어보고 여기저기에서 정보와 지식을 섭렵하는 과정에서 내눈밖에 있던 세상의 다양한 면을 보고 몰랐던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한번도 달리 생각해 본적이 없었을까 의아할 정도로 재밌고 재밌고 새로웠다.
건강하겠다는 이유 외에 다른 뜻과 이유가 생기고 나니 채식한다는건 고기 먹고싶은걸 참는게 아니라 오히려 자유로 다가왔다. 고기먹을 자유를 뺏긴게 아니라 고기를 먹느라 먹지 못했던 다른 여러가지를 맛보며 새로운 생각을 갖고 살아갈 자유를 얻게된 것. 시작은 건강해지겠다는 것이었지만 이쯤되니 건강은 부수적인 효과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더욱 건강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채식하면 좋다니깐 호기심으로 채식해볼까? 하는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는데 나의 경우엔 그것만으로는 굳어진 식습관을 바꾸는건 불가능했다. 고기를 그렇게나 좋아해온 사람으로서 그런 사사로운? 이유는 고기를 멀리할 수 있기에는 부족했다.
사실 지금 내게는 뜻대로 무언가를 하기에 제약이 되는 상황이 별로 없다. 빡빡한 사회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항상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야하는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니며, 그저 나 한몸 신경쓰고 할일 하는 것만을 생활의 전부로 하고 있는 중이니 새로운걸 접하고 마음에 들여 실천하기가 다른 생활스타일을 가진 사람보다 훨씬 수월했을게 사실일거다. 하지만, 누구든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을지 모르는 것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자꾸 이렇게 글이 늘어질까.
오래 살아보자고 나랑 같이 채식을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들과 함께 고기를 구우면서 나누는 이야기, 끓는 감자탕을 앞에 놓고 벌이는 정감있는 시간들을 몽땅 멀리하며 내뜻대로 가겠다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또, 그저 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게되니 식성이 점차 바뀌었다는것 뿐, 고기를 먹을 상황에 놓이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개고기 먹는 사람을 야만인 취급하며 우리에게 먹히기 위해 태어나는 동물들을 측은해하자는 감정이 앞선 이야기를 하고싶은 것도 아니다. 굳이 동물들이 죽는다고 난리를 치지 않아도 우리곁 멀지 않은 곳에서도 당장 사람들이 수없이 죽어가고 있다. 아무튼 개고기에 대해 내생각을 조금 더 말하자면, 개고기 먹으면 나쁘다는 생각을 갖고는 사실 닭이나 멸치도 똑같이 생각해야 할것이다. 유독, 개만 가지고 그러는건 앞뒤가 안맞는다는 생각이다.
도대체 그럼 건강말고 무슨 다른 이유와 목적으로 채식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냐고 물어봐준다면.. 왜 이렇게 변해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비디오 폴더에 올려놓은 동영상을 한번 봤으면 한다. 길지도 않으니 부담없이 보면 좋겠다. 자막도 있고 간단히 영어리스닝 훈련도 겸할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조금씩 더 소개하고 싶은 것들을 올릴거다. 단순히 지적 호기심을 꺼내서라도 한번씩 봐주면 좋겠다. 너무나도 우연한 조그만 순간들로 새롭게 생각하게 되고 마음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고, 이제 내 홈피를 찾아주는 단 몇명의 사람들만에게라도 내가 알게된 걸 전해주고 싶은 욕구가 생긴 것이다. 최소한 무언가를 어떻게 하지는 않더라도 그저 알면 좋겠다는 것이다. 더는 없고 단지 그뿐이다. 다만, 앞에서도 부탁했듯이 동영상도 보려거든 꼭 끝까지 봤으면 한다.
첫댓글초심치고는 상당히 격이 다릅니다. ^^ 그런데 유튜브가 오류가 발생했다고 뜹니다. '고기먹을 자유를 뺏긴게 아니라 고기를 먹느라 먹지 못했던 다른 여러가지를 맛보며 새로운 생각을 갖고 살아갈 자유를 얻게된 것.' 멋진 느낌입니다. 강의 때 자주 써먹어야 겠네요. ^^
저는 뭐든 초심발 만큼 강력한 파워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설프지만 순수한 힘이 따라줘서 일까요? 그래서 뭐든 처음 할때 제대로 배워놓자는 것이 제 주의입니다. 나중에 해이해지고 매너리즘에 빠져도 처음의 마음을 떠올릴 장치들만 마련된다면 다시 시작할 힘이 나니까요.
제가 자유게시판에 따로 올린 생각해보세요. 글에 포함된 동영상과 같은 것입니다. 그것을 보세요. 자막도 있답니다. 다른 영상들은 아마 국가제한 때문에 아마 제게는 보이는 영상들이 오류로 뜨나봅니다. 다른 방법을 알아보고 가능하면 다시 올려볼게요. 까페에서의 채식수다가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초심치고는 상당히 격이 다릅니다. ^^
그런데 유튜브가 오류가 발생했다고 뜹니다.
'고기먹을 자유를 뺏긴게 아니라 고기를 먹느라 먹지 못했던 다른 여러가지를 맛보며 새로운 생각을 갖고 살아갈 자유를 얻게된 것.' 멋진 느낌입니다. 강의 때 자주 써먹어야 겠네요. ^^
저는 뭐든 초심발 만큼 강력한 파워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설프지만 순수한 힘이 따라줘서 일까요? 그래서 뭐든 처음 할때 제대로 배워놓자는 것이 제 주의입니다. 나중에 해이해지고 매너리즘에 빠져도 처음의 마음을 떠올릴 장치들만 마련된다면 다시 시작할 힘이 나니까요.
제가 자유게시판에 따로 올린 생각해보세요. 글에 포함된 동영상과 같은 것입니다. 그것을 보세요. 자막도 있답니다. 다른 영상들은 아마 국가제한 때문에 아마 제게는 보이는 영상들이 오류로 뜨나봅니다. 다른 방법을 알아보고 가능하면 다시 올려볼게요. 까페에서의 채식수다가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님의 채식수다가 채평연에 평화를 나눠주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된다는 것을 믿습니다 *^^*
오오오~
이제 채식주의가 되어야할때가된것같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가장 지름길은 지금입니다. ^^
함께 길을 떠나는 분이 한 분 더 늘어 기쁩니다.
늘 평화가 함께 하시길...
함께해요!! 채식으로 인해 많은 좋은 선물을 받았어요.. 의식의 성장과 몸건강의 균형.. 마침내 자유로 가는 길임을 믿고 길목길목 여전히 시행착오도 겪어가며 정진하는 중이랍니다.. 길동무가 생겨 기쁩니다!! ^-^~~~
고맙습니다 어제부페가서는 야채두접시 와과일과 떡몇개 과자몇개만 먹고왔답니다 정말제가 변하고있습디다 앗싸!기분이좋던데여 할수있다는뿌듯함^~*
네, 서로 어깨동무하면 훨씬 더 수월해지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