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집백연경 제7권
7. 현화품(現化品)
68) 한꺼번에 1백 명의 아들을 낳은 인연
부처님께서는 가비라위국(迦毘羅衛國) 니구타(尼拘陀)나무 아래 계시었다.
당시 성중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지닌 장자가 있었다. 그가 어떤 문벌 좋은 집의 딸을 골라 아내로 맞이하여 온갖 기악(伎樂)을 즐겨 오다가, 그 아내가 임신을 하여 열 달 만에 큰 육단(肉團) 하나를 낳자, 저 장자가 이것을 보고 상서롭지 못한 일로 생각되어 매우 근심한 나머지,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엎드려 예배하고 무릎을 세우고 꿇어앉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아내가 임신한 몸으로 이제 큰 육단 하나를 낳았습니다만, 이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를 알 수 없사오니, 원컨대 세존께서 한 말씀 일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장자여, 그대는 이상하게 여기지 말라. 잘 기르기만 한다면, 7일을 지난 뒤엔 그대 스스로가 보게 되리라.”
장자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서 집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잘 기르기를 명령하였는데, 과연 7일 만에 아들 백 명이 그 육단 속에서 풀려 나오는데 모두가 이 세간에 보기 드물 만큼 단정하고도 미묘하며 뛰어났다.
그러던 차에 나이가 점점 장대하여 한꺼번에 성문을 나가 유람하던 중, 니구타나무 아래 이르러 불 세존의 그 32상과 80종호로부터 마치 백천의 해와 같은 광명이 비춤을 보고는, 모두 환희심을 내어 부처님 앞에 엎드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 있었다.
부처님께서 곧 4제법을 가르쳐 주시자,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각각 수다원과를 얻고, 곧 부처님 앞에서 출가 수도할 것을 원하자, 부처님께서 동자들에게 타일렀다.
“부모의 허락이 없이는 출가할 수 없노라.”
이 말을 들은 동자들이 집에 돌아와 부모에게 출가할 뜻을 말씀드리자, 그 부모 역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굳이 만류할 수 없는지라,
이제 동자들은 다시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출가시켜 줄 것을 원하였고,
부처님께선 곧 동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들이여.”
그러자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닦고 익혀 아라한과를 얻고 3명(明)ㆍ6통(通)과 8해탈(解脫)을 구족함으로써 온 천상과 세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게 되었다.
그때 다른 여러 비구들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한꺼번에 출생한 1백 명의 비구는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백 명의 형제가 다 같이 단정 미묘한 몸으로 태어나 뭇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이제 또 무슨 인연으로 부처님을 만나 출가하여 득도(得道)하게 되었나이까?”
이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과거 91겁 때 비바시(毘婆尸)부처님이 이 바라날국(波羅捺國)에 출현하시어 두루 교화를 마치고 열반에 드시자, 그때 반두말제(槃頭末帝)란 국왕이 저 사리를 거두어 4보탑(寶塔)을 세워 공양하였다.
때마침 그 고을에 있던 1백 사람이 기악을 베풂과 동시에 꽃과 향을 갖고 와서 탑에 공양하고 각각 서원을 세우기를,
‘원컨대 이 공양의 선근 공덕으로 말미암아 저희들로 하여금 미래세에 태어나는 곳마다 함께 형제의 몸이 되게 하옵소서’ 하고는 각자 돌아갔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당시 같은 고을 사람으로서 발원하고 떠나간 이들이 바로 지금의 1백 비구이다. 그들이 과연 서원의 힘으로 91겁 동안 지옥ㆍ축생ㆍ아귀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과 인간에 같이 태어나 하늘의 쾌락을 받아 왔으며,
지금 또 나를 만났기 때문에 다시 같은 형제로 태어나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니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