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영락경 제14권
40. 십지품(十智品)
[한량없는 지혜의 문]
그때에 미륵보살(彌勒菩薩)이 부처님께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떠하나이까?
보살마하살이 먼저 어떤 법을 익히고 어떤 공덕을 닦아야 무상정진등정각(無上正真等正覺)을 이루어서 큰 법의 영락에 응하게 되나이까?”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족성자여. 살펴 듣고 살펴 들어서 잘 생각하여라.
만일 보살마하살로서 무상정진등정각을 이루어서 큰 법의 영락과 상응하고자 하는 이, 나고 죽는 근원을 끊고자 하는 이, 여래의 바른 법을 일으켜 나타내고자 하는 이, 한량없는 정의(定意)를 세존과 같이 얻고자 하는 이, 법에 맞게 법성(法性)을 얻어 노닐고자 하는 이, 이와 같은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한량없는 지혜의 문을 배워야하느니라.
어떤 것이 한량없는 지혜의 문인가?
미륵아, 잘 들어라. 여래ㆍ지진ㆍ등정각에게 열 가지 밝은 지혜가 있어서 한뜻[一意], 한 생각[一念], 한 때[一時] 사이에 한량없는 중생의 경계를 모조리 알아서 분별과 사유로 법계를 잃지 않은 채 문득 위없는 지진 등정각을 이루는 것이니,
어떤 것이 열 가지 밝은 지혜인가?
이른바 열 가지 밝은 지혜란
보살마하살이 한 때[一時] 사이에 능히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도솔천에 모조리 태어나게 해서 함께 선행(善行)을 닦으며 각각 딴 마음이 없게 하면서도 나머지 중생으로 하여금 깨달아 아는 자가 없게 하는 것이니라.
다시 미륵아, 보살마하살이 한 때 사이에 능히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보살도를 이루어 법마다 성취하여 모든 성현과 함께 즐기게 하는데도 다른 중생은 깨달아 아는 자가 없게 하는 것이니라.
다시 미륵아, 보살마하살이 한 때 사이에 능히 삼천대천세계의 중생 중에서 아직 근덕(根德)의 힘을 세우지 못한 자를 동시에 출가시켜서 위없는 범행을 닦고, 머리와 수염을 깎고, 3법의(法衣)를 입고, 손에 발우를 들고, 열두 가지 법을 행하고, 때가 이르러 분위(分衛)하고, 온갖 것을 복(福)으로 제도하고, 혹 때로는 좌선(坐禪)하여 신관(身觀)을 분별케 하지만, 그러면서도 중생으로 하여금 깨달아 아는 자가 없게 하는 것이니라.
다시 미륵아, 보살마하살이 한 때 사이에 능히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보살도를 이루게 하여 보리수 아래에 나아가 길상의 헌초(獻草)에서 가부좌하고 속으로 스스로 생각하기를
‘오늘 반드시 위없는 지진(至眞)을 이룰 것을 필연코 의심치 않으리니,
먼저 마땅히 온갖 세계를 감동시켜서 신통의 도를 얻은 성현이 와서 나를 옹호하게 하리라’ 하지만,
나머지 중생은 깨달아 아는 자가 없게 하는 것이니라.
다시 미륵아, 보살마하살이 한 때 사이에 능히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보살도를 이루어서 모두 법륜인 4제(諦)ㆍ여이법(如爾法)ㆍ고집멸도[苦習盡道]를 굴리게 하고, 또한 중생으로 하여금 닦아서 해탈하여 그 생각하는 바를 따라서 3승의 과를 이루게 하지만, 나머지 중생으로 하여금 깨달아 아는 자가 없게 하는 것이니라.
다시 미륵아, 보살마하살이 한 때 사이에 능히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여러 근(根)이 순숙하고, 5분법신을 갖추고, 여러 상호를 갖추고, 큰 서원을 성취하고, 불사를 시행하고, 마군의 군사를 항복시키지만, 그러면서도 나머지 중생으로 하여금 깨달아 아는 자가 없게 하는 것이니라.
다시 미륵아, 보살마하살이 한 때 사이에 능히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보살도를 이루어서 다 여래 등정각을 이루어 불의(佛意)삼매에 들어가고, 각각 몸을 나누어서 중생을 교화하여 성현의 법률에 들어가게 하지만, 나머지 중생으로 하여금 깨달아 아는 자가 없게 하는 것이니라.
다시 미륵아, 보살마하살이 한 때 사이에 능히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보살도를 이루어서 여의정의(如意定意)에 들어가게 하고는 모두 산ㆍ하수ㆍ돌ㆍ벽ㆍ기와ㆍ풀ㆍ나무를 변화시켜 7보(寶)로 만들어서 가난하고 괴로워하는 이에게 보시하여 널리 충족케 하고, 그런 뒤에 6바라밀을 설하지만, 나머지 중생으로 하여금 깨달아 아는 자가 없게 하는 것이니라.
다시 미륵아, 보살마하살이 한 때 사이에 능히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보살도를 이루어서 금강정의(金剛定意)에 들어가게 하고는 능히 온갖 것을 모두 황금빛으로 변화시켜 부처님의 색상(色相)과 다름없게 함으로서 모두 위없는 도를 성취케 하지만, 나머지 중생으로 하여금 깨달아 아는 자가 없게 하는 것이니라.
다시 미륵아, 보살마하살이 한 때 사이에 능히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보살도를 이루어서 과거ㆍ미래ㆍ현재 부처님의 5근과 10력(力)과 7각의(覺意)를 얻게 하고는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을 분별하여 온갖 법의 있는 바 없음을 깨닫게 하지만, 나머지 중생으로 하여금 깨달아 아는 자가 없게 하는 것이니라.
다시 다음에 미륵아, 이와 같이 보살마하살이 열 가지 밝은 지혜를 행하여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성취하는 것은 필연이니 의심하지 말라.”
그때에 미륵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제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설하신 바른 법을 듣고서는 확연하게 크게 깨쳤나이다.
원하옵건대 중생으로 하여금 이 지혜에 미치게 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