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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경요집 제14권
23.3. 사음연(邪婬緣)
대개 음란한 소리는 덕을 무너지게 하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행하지 않고, 음욕의 모습은 정신을 미혹하게 하므로 거룩한 사람은 멀리 여윈다.
그러므로 주(周)나라 유왕(빼王)이 나라를 잃은 것은 진실로 포사(褒姒)의 허물이요, 진(晋)나라 헌제(獻帝)가 집안을 망친 것은 진실로 여희(麗姬)의 죄이다.
독각산(獨角山) 위에서 목을 매달은 부끄러움을 깨닫지 못하고 묘당(廟堂)에 있기를 기약했으니 어찌 몸을 태우는 고통을 깨달았겠는가?
이것은 다 욕계(欲界)의 중생들이 관해(觀解)를 닦지 않음으로써 지상(地上)에 얽매인 번뇌를 끊어 조복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에 있어서 어느 것이 주재자[宰主]가 되겠는가?
신수심법(身受心法)의 본성은 다 공(空)한 것이다.
엷은 껍질과 두터운 가죽에 두루 돌아다니는 깨끗하지 못한 것과 생장(生藏)과 숙장(熟藏)의 더럽고 혐오스러운 것은 이루 다 논하기 어렵다.
항상 사람을 끌어다가 세 갈래 악한 세계에 떨어뜨리려고 한다.
그런 까닭에 보살대사(菩薩大士)는 항상 관행(觀行)을 닦아 더러운 것이 흘러 넘쳐 온몸에 가득하다고 관하느니라.
육진(六塵 : 色ㆍ聲ㆍ香ㆍ味ㆍ觸ㆍ法)의 원적(怨賊)은 늘 서로 접촉하여 괴롭히고
오음(五陰 : 色ㆍ受ㆍ想ㆍ行ㆍ識)의 전타(旃陀)는 친근히 하기 어렵다.
범부(凡夫)들은 뒤바뀐 착각으로 이것을 탐하여 미혹됨으로써 부질없이 아름다운 자태를 보고 꽃다운 태도라고 그리워하고 집착한다.
새하얀 이와 붉은 입술이며 긴 눈썹과 우뚝한 상투를 틀고 그림자를 희롱하며 아름답고 고움을 더욱 뽐낸다.
그런 까닭에 낙천(洛川)에서는 패물을 풀어 진왕(陳王)에게 수레를 세금으로 얻을 수 있었고,
한곡(漢曲)에서는 구슬을 희롱하여 마침내 교보(交甫)에 뜻을 두었으며,
무산(巫山)의 누대 위에서는 운우(雲雨)에 의탁해서 오고 갔으며,
서고(舒姑)의 물가에서는 흐르는 샘물에 몸을 기탁해 갔다왔다 했던 것이다.
마침내 타는 향의 기운으로 하여금 멀리 한수(韓壽)의 옷에 배게 했고,
거문고를 탄 곡조로 하여금 멀리 상여(相如)의 마음을 끌게 하였다.
혹은 천침(薦枕)으로 인하여 친분을 이루기도 하고 혹은 패관(掛冠 : 벼슬을 내놓음)을 핑계로 숨어서 지내기도 하였다.
그러니 이 몸뚱이는 거품 덩어리와 같은 것이고, 본질은 뜬구름 같아서 안팎이 다 공(空)하여 잠깐 사이에 흩어져 없어질 것임을 어떻게 알겠는가?
온몸은 깨끗한 것이 아니요 온몸은 항상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알아야 비로소 개미와 땅강아지들이 득실거리는 개천[溝渠]을 버릴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저 중생들은 이 삿된 행위가 있어서 범천으로 가는 길을 어기고 보리(菩提)의 업을 막음으로써 사취(四趣)의 원인을 만들고 삼도(三塗)의 결과를 받는다.
이로써 알 수 있나니 삼유(三有 : 三界)의 근본은 바로 음욕의 업 때문이요,
육취(六趣)의 과보는 다만 애염(愛染)으로 기인하는 것이니, 업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특별히 중하기 때문에 성인의 제도를 실천하지 못한다.
[이 아래에 네 가 지 연(緣)이 있다.]
(l) 탐욕이 너무 많아 괴로워짐을 꾸짖음[呵欲多苦]
『열반경(涅槃經)』의 게송에서 말한 것과 같다.
만약 항상 시름하고 괴로워하면
시름은 마침내 불어나고 자라나나니
마치 사람이 잠자기를 좋아하면
잠이 더욱 많아지는 것처럼
음행을 탐하고 술을 즐기는 것도
또한 이와 같으리.
또 『정법념경』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치 불에 마른 나무를 보태면
그 불길 더욱 커져서 훨훨 타오르듯이
이와 같이 애욕(愛慾)을 즐기게 되면
애욕의 불길 더욱더 증가하리라.
나무에 붙은 불 아무리 치성하게 타올라도
사람은 다 그것을 버리고 여윌 수 있으나
애욕의 불이 세간을 태울 때에는
꼭꼭 얽어매어져 버릴 수 없네.
또 『지도론(智度論)』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어리석고 미혹되어
다섯 가지 욕망을 탐하고 집착하여
죽을 때까지 버리지 못하나
그것이 다음 세상에 이르러서는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게 되나니
비유하면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맛있는 과일을 탐내고 집착한 끝에
나무에 올라가서 그 과일 따먹으면서
때가 되어도 내려오려 하지 않다가
사람이 그 나무를 베어버리면
그 나무가 넘어가면서 곧 나무에서 떨어져
온몸을 다치고 손이 부러져서
아파하고 괴로워하다 죽는 것과 같다네.
얻을 때에는 즐거움이 적건만
잃을 때에는 괴로움이 많나니
마치 칼날에 꿀을 발라 놓으면
칼을 핥는 사람은 단맛만을 탐내어
혀를 다치는 줄도 모르고 핥아 먹다가
뒤에 커다란 고통을 겪는 것과 같다네.
또 『성실론(成實論)』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탐욕은 진실로 괴로운 것이건만
범부들은 뒤바뀐 착각으로
부질없이 즐겁다는 생각을 내거니와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고통으로 본다네.
고통으로 보았으면 곧 끊어야 하건만
탐욕하고 사랑하여 싫어하지 않나니
마치 소금물을 마시는 것과 같아서
그 갈증만 더욱더 심해진다네.
갈증이 더욱더 심해졌으니
어떻게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리.
비유하면 개가 마른 뼈다귀를 씹을 적에
그 마른 뼈에 피만 묻히고
게다가제 침까지 보태어
그것을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으리.
탐욕도 또한 그와 같아서
아무 맛도 없는 그 가운데에서
삿된 착각의 힘 때문에
그것이 맛있다고 말하네.
그러므로 알아야 한다. 저 색욕(色欲)에 대한
괴로움은 실제요 즐거움은 헛되다는 것을.
반드시 탐내 구하는 일 없어야만
비로소 진실한 즐거움이라 말할 수 있다네.
(2) 여인의 부정(不淨)을 관함
다만 생각해보면 모든 여인들은 겉으로는 아름다운 용모를 가장했지만 속에는 냄새나고 더러운 것을 간직한 채 사람을 미혹시키므로 사람들은 그 겉모양에만 집착하여 거짓으로 속이는 것인 줄 알지 못한다.
오직 큰 지혜가 있는 사람만이 그것이 미워해야 할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선비요경(禪秘要經)』에서 말하였다.
“장로 목련(目連)이 아라한도(阿羅漢道)를 증득하였다.
그러나 본부인이 그를 따라다니면서 좋은 옷으로 장엄하게 꾸미고 목련을 무너뜨리려고 하자 목련이 그 때 게송을 설하였다.
당신의 몸은 마른 뼈를 세워 놓은 것으로서
가죽과 살이 서로 얽어매고 싸고 있으며
그 안엔 깨끗하지 못한 것이 가득 들어 있어서
어느 것 하나 좋아할 물건이 없다네.
가죽 자루에 대변과 소변을 담아놓은 것으로서
아홉 구명으로 항상 흘러 나와서
아무 데에도 적합하지 않은 귀신과 같은데
어찌 족히 스스로 귀하다고 하는가?
당신의 몸은 마치 걸어다니는 변소를
엷은 가죽으로 싸놓은 것과 같아서
지혜로운 사람은 버리고 멀리하기를
마치 변소를 버리고 떠나는 것과 같이 하네.
만약 누구든지 자신의 몸을 알아
나처럼 미워하고 싫어한다면
일체를 다 멀리 여의기를
마치 사람들이 변소 구덩이를 피하듯 하리.
당신은 그 몸을 스스로 장엄하되
꽃과 향 그리고 영락으로 꾸몄네.
범부는 그것을 애착하여 탐내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거기에 미혹되지 않네.
그대 몸은 바로 부정(不浮)한 덩어리로서
온갖 더럽고 악한 물건을 다 모았으니
마치 변소를 장엄한 것과 같건만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래도 그것을 좋다고 하네.
그대의 갈비뼈는 등에 달라 붙어
마치 석가래가 기둥을 의지하고 있는 것 같고
오장(五藏)은 뱃속에 들어 있어
깨끗하지 못하기 마치 똥 담은 상자 같다네.
그대의 몸은 똥이 들어 있는 집과 같건만
어리석은 사람은 보배를 탐내는 것 같이 하여
구슬과 영락(瓔珞)으로 잘 꾸며서
겉껍데기 호화롭기 마치 화병(畫甁)과 같네.
만약 누구든지 욕염(欲染)이 비어지면
시종(始終) 거기에 집착하지 않으리니
그대가 와서 나를 유혹하려 하는 것이
마치 불나방이 스스로 불 속에 뛰어드는 것 같네.
온갖 탐욕의 독을
내 이제 벌써 멸하여 없앴으니
다섯 가지 욕망을 이미 멀리 여의었고
마군의 그물로 이미 다 찢어 버렸다네.
내 마음은 마치 허공과 같아
온갖 것에 집착하는 일이 없거니
설사 하늘의 사신이 온다고 해도
내 마음을 더럽힐 수 없으리.
또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서 말하였다.
“차라리 불에 달군 쇠송곳으로 눈을 지질지언정 여인을 봄으로써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또 『정법념경』에서 말하였다.
“여인의 성심(性心)은 질투가 많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여인은 죽은 뒤에 대부분 아귀의 세계에 태어난다.
아무리 그 말이 아름다울지라도 마음은 독이 해치는 것과 같아서 허망하고 삿됨을 기억하고 알면서도 능히 세간을 현혹시킨다.”
(3) 여인은 친근히 하기 어렵고 싫어해야 할 대상임을 밝힘
『우전왕경(優塡王經)』에서 게송으로 말한 것과 같다.
여인은 가장 악한 것이라서
그와 더불어 인연을 맺기 어렵다네.
은애(恩愛)에 한 번 얽매이고 집착하면
사람을 끌고 죄의 문으로 들어간다.
다만 사람을 끌고서
악한 세계로 들어갈 뿐만 아니라
천상(天上)에서 퇴락(退落)하는 것도
또한 여인의 유혹 때문이라네.
또 『정법념경』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천상의 커다란 결박이라 하더라도
여색(女色)보다 더한 것은 없다.
여인은 모든 천상의 사람들까지 얽어매어
세 갈래 악한 세계로 데리고 들어간다.
또 『지도론』에서 말하였다.
“보살은 갖가지 깨끗하지 못함을 관찰한다.
모든 재앙 중에서 여자의 재앙이 가장 심하다.
불ㆍ칼ㆍ우레ㆍ번개ㆍ벼락ㆍ원수의 집ㆍ독사 같은 따위는 그래도 잠시 가까이할 수 있지만
여인의 간탐ㆍ시샘ㆍ성냄ㆍ아첨ㆍ요망함ㆍ더러움ㆍ투쟁ㆍ탐욕ㆍ질투는 친근히 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차라리 벌겋게 달군 쇠뭉치를
눈 속에 넣고 굴리지언정
산란한마음으로써
삿되게 여색(女色)을 보아서는 안 된다.
웃음을 머금고 갖은 교태 부리며
또 교만하고 수줍어하며
얼굴을 돌려 곁눈질하고
아름다운 말로 질투하고 성내기도 하며
요염하고 더러운 걸음걸이로
사람들을 모두 유혹하나니
음탕하게 펼쳐놓은 촘촘한 그물에
사람들은 모두 다 몸을 던진다.
앉거나 눕거나 다니거나 서 있으면서
돌아보며 아양떠는 그 아름다움에
지혜 적고 어리석은 사람들은
마음이 무너져 내리게 된다.
칼을 가지고 도적을 대적하면
그것은 그래도 이길 수가 있지만
여자라는 도적이 사람들을 해치면
이것은 정말 금지하기 어렵다네.
독기를 머금은 저 독사를
오히려 손으로 붙잡을지언정
사람들을 유혹하는 여인의 정(情)
그것은 정말로 접촉해서는 안 되느니라.
또 『증일경(增一經)』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부디 여인과 더불어 교통(交通)하지 말고
또 함께 어울려 이야기하지도 말라.
그 여인을 멀리 여윌 수만 있다면
곧 여덟 가지 환란을 여윌 수 있으리.
또 『살차니건자경(薩遮尼乾子經)』에서 니건자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제 아내에게 만족할 줄 모르고
다른 이의 부녀자와 음행하기 좋아하면
이런 사람은 부끄러움이 없어
괴로움만 받고 항상 즐거움은 없으리.
현재 세계와 미래 세상에서
괴로움을 받고 또 매맞고 결박당하며
몸을 버린 뒤엔 지옥에 태어나서
괴로움만 당하고 항상 즐거움은 없으리.
또 『잡비유경(雜警喩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의 일이었다.
그 때 어떤 바라문이 두 딸을 낳았는데 딸들은 모두 단정하였다.
그래서 바라문은 성금을 내걸고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누구든지 구십 일 안에 내 딸을 보고 추하다고 꾸짖는 자가 있으면 찾아내 이 상금을 주리라.’
끝내 이 말에 응해오는 자가 없었으므로 그 딸을 데리고 부처님을 찾아갔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곧 꾸짖어 말씀하셨다.
‘이 여인은 모두가 추하기만 할 뿐 어느 것 하나 좋은 데가 없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여인은 정말로 아름다운데 부처님께서는 추악하다 말씀하시니 어디가 좋지 못하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눈으로 색(色)을 보지 않으면 그것을 좋은 눈이라 하나니, 귀ㆍ코ㆍ입도 또한 그러하니라.
몸이 섬세하고 매끄러운 촉감을 집착하지 않으면 그것을 좋은 몸이라 하고,
손이 다른 사람의 재물을 훔치지 않으면 그것을 좋은 손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관찰해 보니 이 여인의 눈으로는 색(色)을 보고 귀로는 소리를 들으며, 코로는 냄새를 맡고 몸은 섬세하고 매끄러운 촉감을 좋아하며, 손은 남의 재물 훔치기를 좋아하고 있으니 이런 것들이 다 좋지 않은 것이니라.”
또 『불반니원경(佛般泥洹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나녀(奈女)에게 말씀하셨다.
‘삿된 음행을 좋아하는 것에 다섯 가지의 스스로를 방해하는 것이 있다.
첫째는 명성(名聲)이 좋지 않은 것이요,
둘째는 왕법(王法)의 미움을 받는 것이며,
셋째는 다른 사람들이 많은 의심을 가지는 것이요,
넷째는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는 것이며,
다섯 째는 지옥의 죄를 마치고 나면 축생의 몸을 받는 것이나,
이런 죄들은 다 삿된 음행으로 이룩되는 것이다.
능히 스스로 마음을 없애고 삿된 음행을 하지 않는 이는 다섯 가지 복이 늘어난다.
첫째는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는 것이요,
둘째는 고을 관리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몸이 편안함을 얻는 것이요,
넷째는 죽고 나면 천상(天上)에 태어나는 것이며,
다섯 째는 뜻의 청정함을 따라 니원(泥洹)의 도를 증득하는 것이다.”
(4) 여인의 간사하고 거짓됨
『구잡비유경(舊雜譬喩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옛날 어떤 큰 씨족의 집안 아들이 모습이 매우 단정하였는데 그는 금으로 여인의 상(像)을 만들어 놓고 그의 부모에게 말하였다.
‘이 여인의 상과 같은 여자가 있으면 저는 마땅히 그녀와 결혼하겠습니다.’
그 때 다른 나라에 어떤 여인이 있었는데 용모가 매우 단정하였다.
그녀도 금으로 남자의 형상을 만들어 놓고 그의 부모에게 말하였다.
‘어떤 남자든 이 형상과 같은 이가 있으면 저는 마땅히 그에게 시집을 가겠습니다.
이들 부모는 각각 이 소문을 듣고 멀리서 서로 맞이하여 결혼 시켰다.
그 때 국왕은 거울을 걸어놓고 스스로의 모습을 비추어 보고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천하 사람들 가운데 용모가 나만한 사람이 있는가?’
여러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신 등이 들으니 저[彼] 나라에 어떤 남자가 있는데 단정하기가 비할 데가 없다고들 합니다. 곧 사신을 보내 초청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신이 가서 그 남자에게 말했다.
‘왕께서 그대를 보고 싶어 하십니다.’
그는 곧 치장하고 수레를 타고 가다가 스스로 생각하였다.
‘왕은 아마도 내가 명철하고 통달하였기 때문에 사람을 보내서 부르는 것이리라.
그리고는 책을 가지고 가려고 집으로 되돌아갔다가 그의 아내가 사내종과 간통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몹시 슬퍼하고 착잡한 나머지 그 때문에 병이 생겨 안색이 쇠잔하고 추해졌다.
신하들이 이와 같은 모습을 보고 말하기를
‘길을 오느라 수척해졌다’고 하면서 마굿간에서 편안하게 쉬라고 하였다.
그 날 밤에 그는 마굿간에서 왕의 정대부인(正大夫人)이 마굿간 하인과 간통하는 것을 보고
마음 속으로 곧 스스로 깨달았다.
‘왕의 대부인도 오히려 이와 같거늘 하물며 내 아내이겠는가?’
그리고는 곧 분이 풀리고 마음도 편안해져서 안색이 예전처럼 되었다.
그는 곧 왕과 함께 서로 만나게 되었다.
왕이 말하였다.
‘무슨 까닭에 밖에서 사흘 동안이나 지냈느냐?’
대답하였다.
‘신이 올 때 잊은 것이 있어서 그것을 가지러 집에 되돌아갔다가 제 아내가 사내종과 간통하는 것을 보고 마음 속에 분노가 치밀어 안색이 쇠잔하게 변했고 때문에 마굿간에서 사흘 동안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에 정부인이 와서 말 기르는 사내와 간통하는 것을 보고는
〈왕의 부인도 저러한데 하물며 다른 사람이겠는가?〉라고 생각하였더니
분이 풀리고 안색도 예전과 같이 회복되었습니다.’
왕이 대답하였다.
‘내 아내도 오히려 그러하거늘 더구나 보통 여자들이겠느냐?’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세속을 버리고 곧바로 산중으로 들어가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사문(沙門)이 된 뒤에
‘여인이란 함께 종사(從事)해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하면서
정진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아 모두 벽지불도(辟支佛道)를 증득하였다.”
또 『구잡비유경』에서 말하였다.
“옛날 어떤 부인이 한 딸을 낳았는데 모습이 단정하기가 비할 데가 없었다.
그 딸의 나이 세 살 때에
국왕이 그 딸을 데려다 보고는 도인을 불러 관상을 보게 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후에 내 부인이 될 만한가?’
도인이 왕에게 대답하였다.
‘이 여인은 남편이 있습니다. 왕은 다음에 얻어야 할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내가 마땅히 단단히 감추어 둘 생각인데 어찌 다음에 얻으라고 하는가?’
그리고는 곧 학(鶴)을 불러 오게 하여 말하였다.
‘너는 어디서 살고 있느냐?’
학이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큰 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 산은 산 중턱에서 나무들이 빽빽해서 사람이나 짐승들이 다니지 못하고 산 밑에는 소용돌이치는 큰 물이 있어서 배조차도 다닐 수 없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내가 이 소녀를 너에게 부탁할 것이니 데리고 가서 잘 기르도록 하라.’
학은 그녀를 데리고 가서 날마다 왕으로부터 음식을 받아다가 소녀에게 주곤 하였다.
이와 같이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위에 있는 한 마을에 갑자기 홍수가 나서 나무 하나가 그 물에 떠내려 왔다.
그런데 어떤 남자 하나가 그 나무를 안고 소용돌이치는 물 속으로 떨어져서 빙빙 돌면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물가에 있는 머루 넝쿨을 부여잡고 뛰어나와 산모퉁이에 의탁해 머물렀다.
그 남자는 얼마 후 학이 살고 있는 나무에 올라갔다가 그 여인을 만나 사사로이 정을 통했고 그 여인은 그 남자를 숨겨 두었다.
학은 그 여인의 몸이 무거워진 것을 깨닫고 사방으로 찾아 헤매다가 남자를 찾아내고는 모두 움켜잡아다가 버리고 그 사실을 왕에게 아뢰었다.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전에 그 도인이 정말로 관상을 잘 보는 사람이로구나.’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은 전생에 정해진 배필이 있어서 힘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배필을 만나는 것이 옳다.
축생들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또 『구집비유경』에서 말하였다.
“옛날 어떤 국왕이 있었는데 여자를 보호하고 지키는 일에 급급하였다.
그 왕의 정부인(正夫人)이 태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너의 어미로서 너를 낳은 이후로 지금까지 나라 안을 구경하지 못했는데 지금 한 번 돌아보고 싶다. 네가 왕에게 이 뜻을 아뢰어다오.’
이와 같이 세 번이나 부탁하였다.
그러자 태자가 왕에게 아뢰었고 왕은 곧 허락하였다.
태자가 손수 수레를 몰 고 가자 여러 신하들이 길에 나와 받들어 영접하고 절까지 하였다.
부인은 손을 내어 휘장을 열고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볼 수 있게 하였다.
태자는 여인이 이와 같이 얼굴을 내미는 것을 보자,
곧 배가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도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그러자 부인이 말하였다.
‘내가 너무나 생각이 없었다.’
태자가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 어머니도 오히려 이와 같은데 하물며 다른 여인들이겠는가?’
그리고는 그 날 밤으로 곧 나라를 버리고 떠나가 산으로 들어가서 돌아다니며 구경하였다.
그 때 길가에 있는 어떤 나무 밑에 샘물이 있었다. 태자는 나무에 올라갔다가 어떤 범지(梵志)를 보았다.
그 범지는 혼자 다니며 물 속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고 나와 밥을 먹고 술법을 부려 병 하나를 토해내었다.
그 병 속에는 여인이 살고 있었는데 은밀한 곳에서 범지는 그녀와 함께 누우려고 하였다.
여인도 또 병 한 개를 토해 냈는데, 그 병 안에는 다시 남자가 있었고 다시금 그와 함께 누웠다.
그러나 그렇게 눕고 나서 여인은 병을 삼켜 버렸다.
조금 있다가 범지도 일어나서 다시 그 여인을 병 속에 넣어 삼키고는 지팡이를 짚고 가버렸다.
태자가 본국으로 돌아와 왕에게 아뢰어 범지(梵志)와 여러 신하들을 초청하고 세 사람의 음식을 만들어 한쪽 가에 가져다 놓았다.
범지가 벌써 와 있다가 말하였다.
‘저 혼자만 먹을 것입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범지여, 그대는 마땅히 여자를 토해 내어 같이 먹으시오.’
범지는 하는 수 없이 여자를 토해 내었다.
태자가 여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마땅히 네 남편을 토해내어 같이 먹도록 하라.’
이와 같이 세 번에 이르자 그 여인도 하는 수 없이 남편을 토해내어 함께 음식을 먹었다.
그들은 음식을 다 먹고 나서 가버렸다.
왕이 태자에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그것을 알았느냐?’
태자가 대답하였다.
‘제 어머니께서 나라 안을 구경하러 다니실 때 제가 수레를 몰고 다녔습니다.
그 때 어머니께서는 휘장을 걷고 손을 내어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보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인들은 욕락(欲樂)이 많다〉고 생각한 끝에 곧 거짓으로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산으로 들어갔다가 범지가 자신의 배 안에 여인을 숨겨둔 것을 보았습니다.
이와 같이 여인의 간사함은 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부디 바라건대 대왕이시여, 궁중의 여인들을 다 놓아 버리시고 자재(自在)하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왕이 곧 후궁(後宮)들에게 칙명을 내렸다.
‘너희들이 떠나고 싶거든 어디든지 마음대로 떠나가라.’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천하에 믿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여인들이니라.’”
또 『구비유경(舊譬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어떤 사성(四姓)이 있었는데 그는 부인을 감추어 두고 사람들로 하여금 보지 못하게 했다.
그 부인은 하인[靑衣人]들을 시켜 땅 속에 방을 만들게 하고 은(銀)을 다듬는 아이와 몰래 정을 통했다.
남편이 나중에 부인의 일을 알았을 때에 부인이 말하였다.
‘나는 금생에 삿된 행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그런 민망한 말은 하지 마십시오.’
남편이 말하였다.
‘나는 너를 믿을 수 없다. 마땅히 너를 데리고 신령스런 나무로 갈 것이니, 너는 그곳에서 맹세하라.’
부인이 말하였다.
‘좋습니다.’
남편은 이레 동안 재(齋)를 실행하기로 마음 먹고 비로소 재실(齋室)에 들어갔다.
그러자 그 아내는 은을 다듬는 아이에게 은밀하게 말하였다.
‘너는 거짓으로 미친 사람이 되어 머리를 풀어헤치고 시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거든 누가 되었든 끌어안고 데려다가 희롱하라.’
남편이 재를 마치고 나와 곧 아내를 데리고 나갔다.
아내가 말하였다.
‘저는 아직 시장을 본 적이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데리고 시장으로 지나가 주십시오.’
그런데 은을 다듬던 아이가 갑자기 나타나서 그녀를 끌어안고 거짓으로 미친체하면서 땅에 드러누웠다.
부인은 곧 큰 소리로 그의 남편을 불러댔다.
‘어째서 당신은 남이 나를 끌어안도록 그대로 내버려 두십니까?’
남편이 말하였다.
‘이 사람은 곧 미친 사람인데 뭐 꼭 탓할 필요가 있겠느냐?’
부부가 함께 신령스런 장소에 이르렀다.
그녀는 머리 숙여 절하고 말하였다.
‘나는 태어나서 여태까지 악한 짓은 하질 않았고 다만 미친 사람에게 끌어안긴 적은 있습니다.’
그리하여 아내는 곧 살아날 수 있었고 남편은 아무 말도 못하고 부끄러워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여인들은 간사하기 이와 같아서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만 하느니라.’”
또 『십송률(十誦律)』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衞國)에 계실 때였다.
어떤 바라문이 딸 하나를 낳았는데 얼굴 모양이 단정하고 안색(顏色)이 맑고
깨끗하였으므로 묘광(妙光)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관상장이가 그녀의 상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여아는 훗날 오백 명의 사내들과 정을 통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이 말을 들었으므로 그녀는 열두 살이 될 때까지 청혼해 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 때 바라문의 이웃에 살고 있던 상인은 항상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캐오곤 하였다.
이 상인이 멀리 누각(樓閣)위에서 이 여인을 바라보고는 곧 욕심이 생겨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저 여자는 누구의 딸입니까?’
대답하였다.
‘저 여자는 아무 바라문의 딸입니다.’
‘아내로 데려간 사람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청혼한 사람은 있습니까?’
‘아직까지 없습니다.’
‘어째서 청혼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까?’
‘이 여인에게는 한 가지 허물이 있습니다.
관상장이가 그녀의 상을 보고 말하기를
〈이 여인은 훗날 틀림없이 오백 명의 사내들과 정을 통할 것이다〉라고 하였으므로
그 때문에 청혼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 때 장사꾼은 자기 생각을 말하였다.
‘사문(沙門) 석자(釋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우리 집에 드나드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는 곧 그녀와 결혼하였다.
여인이 그 집으로 시집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상인은 일행들과 함께 바다로 가려고 하면서 문지기를 불러 말하였다.
‘나는 바다에 가려고 한다.
어떤 사내든지 억지로 우리집에 들어오려고 하거 든 받아들이지 말라.
다만 사문 석자는 예외이다. 이들은 허물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 상인이 떠난 뒤에 어떤 사문이 그 집에 걸식(乞食)하러 오자 이 여인이 사문을 보고 말하였다.
‘나와 함께 애욕을 행합시다.’
모든 비구들은 그 사정을 알지 못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집에는 틀림없이 깨끗하지 못한 행실을 지닌 사람이 있으니 너희들은 마땅히 가서는 안 된다.’
이 여인은 그 후 병이 걸려 그 날 밤에 죽고 말았다.
그 집 사람들은 그 여인이 장엄했던 도구와 함께 그녀를 시체 버리는 곳에 내다 버렸다.
그 때 오백 명의 도적떼들이 그곳을 지나가다가 죽은 여인을 보고 곧바로 욕심이 생겨 모두 돌아가며 음욕을 행하였다.
이 여인은 전에 사문 바라문에게 나와 함께 음욕을 행하자고 말하였었는데 이 인연 때문에 악한 세계에 떨어졌다.
그리하여 그 나라 북방에 음란한 용으로 태어나서 이름을 비마달다(毘摩達多)라고 하였다.”
정보송(正報頌)을 말한다.
삿된 음행 저지르면 지옥에 들어가서
저 도엽림(刀葉林)에 오르게 되며
뜨거운 쇠못을 그 입에 박고
구리쇠 녹인 물을 그의 심장에 쏟아 붓는다네.
독한 용이 골수(骨髓)를 부수고
금강쥐[金剛鼠]가 그 오음(五陰)을 먹으며
구리 기둥을 타고 오르내리고
쇠평상에 누워 깊숙히 숨는다.
습보송(習報頌)을 말한다.
몰래하는 음행은 마음과 몸을 어지럽혀
겉과 속 할 것이 괴로움을 받으며
나머지 업 때문에 사람의 몸 받더라도
아내로부터 항상 배신을 당한다.
피차(彼此)가 다 시기(猜忌)하는 마음 품나니
누가 그 마음 순종하기를 즐거워하리.
조금이라도 성품에 신령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찌 무안하고 수치스러운 마음 없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