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점 효과와 두 시스템
무작위 기준점의 효과는 시스템1과 시스템2의 관계와 관련해 많을 것을 말해준다.
이제까지 기준점 효과는 결국에는시스템2가 마무리하는 판단과 선택을 대상으로 연구되었다.
그러나 시스템2는 기억에서 끄집어 낸 자료를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기억을 소환하는 작업은 시스템1이 즉흥적이고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이다.
이때 정보를 좀 더 쉽게 소환할 요량으로 기준점이 편향적으로 자동할 때가 있고,
시스템2는 이런 상황에 쉽게 휘둘린다.
게다가 시스템 2는 기준점 효과를 통제하지도, 눈치채지도 못한다.
무작위 기준점이나 터무니없는 기준점(간디가 144에 상망했다느 등)에 노출된 실험 참가자들은
백해무익한 그런 정보에 절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큰소리치지만, 그건 몰라서 하는 소리다.
앞에서 소수 법칙을 이야기할 때,
어떤 메시지가 그 자리에서 거짓으로 판명되어 퇴짜 맞지 않는 한,
신뢰성과는 무관하게 연상 체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었다
사람들이 메시지에서 주목하는 것은 내용이고, 그 내용은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에서 나오는데
심지어 그 정보가 양적, 질적으로 빈약해도 개의치 않는다. 그저 보이는 것이 전부일 뿐이다.
다친 등산객을 구조한 영웅적 이야기를 볼 때, 그
이야기가 뉴스든 영화든 연상기억에 미치는 영향은 똑같다.
지준점 효과는 연상 활성화에서 나온다.
이야기가 진짜인지, 단지 그럴듯한지는 전혀 중요치 않다.
무작위 지준점에는 정보가 전혀 없다는 걸 생각하면,
무작위 기준점의 막강한 영향력은연상 활성화의 극단적 사례다.
앞서 점화 효과의 당혹스러운 다양성을 설명하면서
우리 생각과 행동은 우리가 전혀 주목하지 않은 자극에,
심지어 듣도 보도 못한 자극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고 이야기했었다.
점화 효과 연구에서 새겨둘 점은 우리 생각과 행동은 그때그때의 환경에 우리 생각보다,
우리가 원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가 자신의 주관적 경험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이 이를 믿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이 결과가 인간은 행위 능력과 자율성이 있다는 세간의 인식을 위협한다는 생각에
못마땅해하는 사람도 있다.
모르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컴퓨터 화면보호기에서 영향받은 것이라면
나는 과연 자유로운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기준점 효과도 이와 비슷하게 위협적이다.
항상 기준점을 인식하고 심지어 거기에 주목하는데도
기준점이 내 생각을 어떻게 유도하고 제한하는 지 알 수 없다.
기준점이 달랐다면(또는 없었다면) 내가 어떤 식으로 생각했을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눈앞에 있는 별것 아닌 숫자가 내게 기준점 효과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야 하고,
그에 따른 득실이 크다면, 나(시스템2)를 움직여 그 효과에 맞서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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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점 효과와 관련한 말들
"우리가 인수하려는 회사가 예상 수익을 포함해 업무 계획을 보내왔다.
그런데 그 수익에 좌우되어 판단을 내리면 안 된다. 그 숫자는 체져놓자."
"계획은 최선을 가상한 시나리오다. 실제 결과를 예측할 때는 계회을 기준점 삼지 말자.
그러려면 계획이 어떤 식으로 틀어질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 목표는 이 숫자를 상대의 기준점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쪽에서 그렇게 제안해온다면 협상은 끝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자.
우리는 거기서 시작하고 싶지 않으니까"
"피고 측 변호사가 같잖은 자료를 가져와 터무니없이 낮은 배상액을
제안하는 바람에 그 액수가 판사의 기준점이 되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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