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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의라는 우상숭배 『작은 것이 아름답다』E.F.슈마허/문예출판사 몸집이 가냘플 정도로 야윈 어떤 정년을 앞둔 경제학 교수로 기억된다. 그는 강단에서 예의 그 가느다란 목소리로 “small is butiful"을 반복하곤 했다. 나는 그 노교수가 주먹 쥔 손을 아래에서 위로 치켜올리며 반복하던 그 말 속에서 진심을 느꼈고, 도서관에 달려가 슈마허의 책을 움켜쥐었었다. 당시에 나는 주류경제학을 조소하며 그 경제학 강의 시간에 혼자서 하품만 했었는데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달려가서 만났던 슈마허는 내게 울림을 주지 못했고 나는 여전해 주류경제학을 힐난할 뿐이었다. 하지만 인연의 힘은 강력했다.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제목이 주는 고운 느낌은 두고두고 내 뇌리와 내 혀를 자극하곤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곧추선 자세로 슈마허를 다시 만났다. 나는 무릎을 치고 진저리를 치면서 이 책을 만나야 했다. 내게 슈마허가 다가오는 데는 그토록 많은 세월이 필요했던게 안타깝지만 이나마 다행으로 여기게 되었다. 이 책은 어느덧 환경주의나 생태주의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숲과 환경과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만난 여러 가지 언설들의 핵심이 이 책 속에 녹아있다는 사실에 나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36년 전에 출간된 책이니 한국 사회가 새마을 운동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국가적 대의에 정신이 없을 무렵 아니던가. 피폐하고 무지하고 좁고 암울했던 시절 아니던가. 그 때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는 현재 한국사회의 사회적 고민들이 명제로 등장했다는 점도 놀라울 뿐이었다. 사람들은 경제 제일주의라는 우상에 빠져서, 개발과 경제발전이라는 수렁에 빠져서 지구 생명체의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했다. 이는 대량생산과 거대주의를 낳았고 빈익빈부익부의 확대와 자기파괴를 향해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인간은 작은 존재인데 말이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인문학의 소외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우리 한국 사회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된 지 불과 10여년 된 점을 상기하면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는 슈마허가 바라보는 인문학을 잠깐 생각해보고자 한다. 슈마허는 세계가 그토록 경제라는 우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교육의 폐단에서 찾는다. 교육의 핵심 내용은 삶에서의 가치관 즉,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관념을 전달해야 한다. 다시말해 교육의 본질은 우리 인생을 이끌 수 있는 정신이 되는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슈마허는 이 책에서 우리의 정신을 충만하게 할 위대하고 중요한 관념 6가지를 열거하고 있다. 이 6가지는 사고의 도구가 되고 세계, 사회, 인생을 이해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1. 진화관: 낮은 형태로부터 높은 형태로 자연스럽고 자동적인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했다는 다윈의 진화관 2. 경쟁, 자연선별, 적자생존에 대한 관념: 이것은 자연스럽고 자동적인 진화와 발전 과정을 설명한다. 3. 계급투쟁의 역사: 인류의 전체 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로 취급하는 마르크스가 주장하는 상부구조라는 관념 4. 무의식: 프로이트가 말하는 무의식의 어두운 충동 5. 실용주의: 모든 절대적인 것을 부정하고 모든 규범과 기준을 해체하는 상대주의 관념 6. 실증주의 관념: 어떤 종류의 의미나 목적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의 가능성을 부정 **다소 거칠어 보인다구요. 19세기와 20세기의 지배적 관념을 말한답니다. 저 6가지를 탐구하노라면 우리의 지금 정신적 주소의 근원을 찾아낼 수 있고, 확장적 사고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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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하다한 6가지 관념이 어떻게 연결되고 작동되어 우리의 세계와 인생을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공부해봐야겠는데요. 즐건 한 주 학~실히 시작하셨군요. 호랭이가 안물어 가겠네요,,, "딸랑딸랑"
작은것이 아름답다란 제목만 보고, 진짜로 크기의 작음에 대한 미학을 쓴 책인 줄 알고 읽었는데..경제에 관한 책(경제서라고 하는게 맞나?)이잖아요??? 헐
경제학자가 쓴 책입니다. 그런데 사회과학 전반에 대한 이야기이고, 특히 철학적인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경제학자가 쓴 철학책이라고 부릅니다. 이 분은 규모화되어가는 경제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은것'을 강조하지요.
난 언제 이런책들에 구미를 당길까요?????
아주 오래전에 '불교경제학'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을때 처음 보았습니다. 참~ 어렵기만 하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