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휴거(Be Back)
- 신성한 매실 758
그때 무림 거사가 최림을 타일렀다.
“흥분은 금물! 반드시 남자아이들 뒤에 있는 악령을 노려. 사람 먼저 치다 보면 뒤에 있는 악령에게 당한다.”
“알겠습니다.”
“혼자 할 수 있겠어?”
무림 거사의 질문에 최림은 그대로 창문을 넘었다.
휘리릭.
“여기까지! 그만, 그만둬!”
최림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갑작스러운 방해꾼의 등장에 아이들은 같잖은 표정을 지었다.
“어이 뭔데? 너도 하고 싶나? 그러면 좀 기다리지.”
어이가 없었다.
“이 나쁜 새끼들이 뭐라는 거야!”
“보아하니 우리 또래 같은데, 그냥 가지? 안 그러면 정말 다친다.”
아이들이 방향을 바꾸어 최림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최림은 선방을 생각하는 한편, 아까 무림 거사의 말을 명심했다.
‘사람 뒤에 있는 악령을 쳐라!’
다다닥. 훨 ~.
최림은 순식간에 속력을 높여 뛰다가 높이 날았다.
그리곤 정확하게 놈들 뒤에 있는 악령의 면상을 발로 깠다.
퍽!
그러자 자동으로 앞에 놈도 바닥에 널브러졌다.
이번에 또 날아서 돌려차기로 다음 놈을 날렸다.
그러기를 몇 번, 마지막 놈을 날리기 위해 이단 돌려 옆차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엔 결과가 정반대였다.
최림이 당한 것이다.
게다가 놈의 발길질은 얼마나 강했던지 최림은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이 새끼가 어디서 굴러먹다가, 감히!」
놈은 품속에서 칼을 꺼냈다.
그리곤 누워있는 최림을 향해 거의 날아왔다.
“조심해요! 칼이에요!”
벽에 기대서있던 여학생이 소리쳤다.
최림은 피한다고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아까 맞은 부위가 당겨 제대로 돌아눕질 못했다.
‘억!’
결국, 최림은 오른쪽 다리에 칼을 된통 맞았다.
붉은 피가 솟구치면서 다리에 힘이 빠지고 있었다.
「새끼! 별것 아니네. 이번엔 네놈의 심장이다.」
최림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마침 옆에 있던 벽돌을 쥐었다.
그런데 어느 놈을 조준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사람과 악령 둘이 동시에 날아오고 있었다.
“오른쪽이야!”
무림 거사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그런데 때를 놓쳐버렸다.
감각이 없던 최림은 왼쪽으로 날아오는 아이의 머리를 찍은 것이다.
퍽!
다행히 최림이 왼쪽으로 벽돌을 찍는 바람에 심장은 비껴갔다.
놈은 최림의 오른쪽 팔에 칼을 꽂은 것이다.
‘아악! ’
최림은 고통으로 몸부림쳤다.
이에 놈은 재차 칼을 손에 쥐고 최림의 몸에 올라탔다.
「잘 뒤져라. 이 멍청한 놈아.」
하지만 이 순간은 얼마 가지 않았다.
무림 거사의 날카로운 검이 바람결에 휙, 하고 지나갔다.
순식간에 악령의 목이 달아나버렸다.
이후, 무림 거사는 그 자리에서 최림을 치료했다.
치료 방법은 그의 손이었다.
최림은 설핏 눈을 떠보니 스승의 손에서 신비로운 광선이 나오고 있었다.
잠시 후, 최림의 몸은 걸을 수 있을 만큼 치유되었다.
* * *
그날 처음으로 무림 거사는 손수 술상을 차렸다.
최림은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아직 몰랐다.
그저 오늘 악령을 처치했으니 홀로 축배를 드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잔이 두 개였다.
최림은 스승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림 거사는 잔 가득 술을 따르더니, 최림의 잔에도 술을 부었다.
“전 아직 ….”
“옛날 같으면 장가도 갈 나이다.”
별수 없이 최림은 잔을 받았다.
무림 거사가 건배 제의를 했기에 최림은 술을 입에 대는 시늉만 했다.
술이 거나해지자 무림 거사는 눈을 감았다.
“오늘 악령과 처음 전투를 해보니 어떻더냐?”
최림은 막판에 스승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꼼짝없이 죽을 뻔했다.
처음엔 이쯤이야,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악령들은 만만치 않은 놈들이었다.
“힘들었습니다.”
최림은 공손하게 말했다.
“그럴 테지. 결코, 만만하게 볼 놈들은 아니다.”
“더욱 수련에 정진하겠습니다.”
“그래, 내일부턴 내가 직접 가르쳐주겠다. 단, 그 이전에 나에 관하여 이야기해야겠다.”
최림은 갑작스러운 스승의 변화에 놀랐다.
이날 이때까지 스승은 자신에 관한 말을 일절 하지 않았다.
“말씀하십시오.”
그때부터 무림 거사는 거침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무림 거사는 이 지역에서 고아로 자랐다.
어릴 때 물난리로 부모님과 누이를 잃었다.
기적적으로 그만 살아났다.
이 점이 최림을 제자로 받아준 가장 큰 이유였다.
그의 나이 스물 때 우연히 고향에 있는 오대양에 들어갔다.
그는 오대양이 공예품을 만드는 회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곳의 사장, 박 씨는 이상하게도 그에게 물건 만드는 일을 시키지 않았다.
오로지 사람 모으는 일과 돈을 거두어들이는 일만 시켰다.
그리고 매일 밤, 예배를 드렸다.
밤의 박 대표는 한마디로 신(神)이었다.
그는 그녀의 설교에 깊이 빠져들었다.
한편, 교주 역시 그를 몹시 신뢰했다.
그러다 그는 결국 교주의 수행비서가 되었다.
‘종말이 온다. 적그리스도 또한 올 것이다. 우리는 그것에 대비하여야 한다.’
교주의 설교는 매번 똑같았다.
그때부터 그는 만일에 대비하여 무예를 익혔다.
교주의 신변 보호와 그녀가 말한 적그리스도를 대비하는 방편이었다.
그러다 사고가 터졌다.
1987년 8월 29일이었다.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에 있는 오대양(주) 구내식당 천장에서 32구의 시체가 발견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그는 사고로 병원 입원 중이었다.
사건 전날, 교주가 그를 찾았다.
「나는 곧 하늘나라로 올라간다.
너는 이곳에 남아 적그리스도를 대비하라.
오늘부터 사방에 놈들이 설칠 것이다.
모조리 소탕하라.
1992년 휴거가 일어날 것이다.
이날, 내가 너를 들어 올릴 것이다.」
그는 교주의 말을 굳게 믿었다.
교주가 말하는 적그리스도는 한마디로 악령이었다.
이후, 그는 자처해서 악령의 소굴로 들어가 한패가 되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 기간에 그는 악령들과 똑같이 나쁜 짓을 저질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몇 년 후, 악령들의 실체를 모두 파악한 그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때부터 그는 악령들을 대적하며 살았다.‘
무림 거사는 이야기가 끝나자,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때부터 놈들을 쫓아다니며 처단하는 일을 한 거야.”
“그랬군요. 그분이 말씀하신 적그리스도가 바로 악령이란 말씀이네요.”
“그렇지.”
그때 최림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어릴 때 어머니가 예수란 분에 관해 말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분명히 어머니는 예수가 인류를 구원할 그리스도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승이 말한 그 여교주는 누구인지 궁금했다.
“그 교주란 분은 어떤 분이십니까?”
최림의 말에 스승은 눈이 반짝였다.
“그분은 살아 있는 그리스도였어.”
“네? 그건 제가 생각해도 좀 아닌 것 같 ….”
그러자 스승은 목소리를 높였다.
“알아,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지만 난 누가 뭐라 해도 그분이 그리스도임을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어.”
‘…….’
“난 그분께 신비로운 은사를 전수받았다. 병자를 고치고 장풍을 사용하는 것부터 순간이동이 가능한 것도 그분의 능력 때문이었어.”
최림은 어릴 때 떡볶이집에서 스승이 장풍을 사용한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오늘 신비한 광선으로 자신을 치료한 것을 실제로 목격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교주에 관하여선 미심쩍었다.
“그런 분이 왜 스스로 하늘나라로 올라갔단 말입니까?”
그러자 스승의 낯빛이 바뀌었다.
“갑작스러운 적그리스도의 출현 때문이었어. 그분은 인류의 구세주이기 때문에 놈들이 끈질기게 방해하려는 거였지. 결국, 그분은 하늘에서 뜻을 이루기 위해 그곳으로 올라갔어.”
최림은 또 반문했다.
“아까 1992년 휴거 때 스승님을 하늘로 올린다면서요? 그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잖습니까?”
“휴거가 뭔지나 아냐?”
스승은 자꾸 의심하는 최림이 못마땅한 것 같았다.
“네, 예수님이 세상을 심판하기 위해 재림할 때 구원받는 사람을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 거잖아요.”
최림은 어릴 때 어머니가 한 말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지.”
“그런데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잖아요?”
쾅!
스승은 별안간 탁자를 쳤다.
“세상 사람들은 그때 휴거가 실패했다고 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몇몇 사람들은 분명히 공중으로 올라갔어.”
“네?”
스승의 말에 최림은 깜짝 놀랐다.
“그럼, 스승님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