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EU에 가입한 이후 애들 일하는 방식이 독일민족 고유의 특성 즉, 철저성, 정확성, 합리성을 잃은듯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독일어는 일감이 씨가 말라 얘네 업무 방식이 어떤 경향을 띠는지 확인할 기회가 더는 없었는데, 오랜 만에 한 업체가 연락을 해왔고, 일하는 방식이 썩 마음에 들더군요. 독일 안 죽었어!
메일이 오고가고, 이런저런 절차를 밟는 가운데 이 업체하고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려는 찰나, 여기서도 결국 샘플 테스트를 하자고 해요.
이미 <한줄 메모장>에도 쓴 얘긴데, 일전에 타 업체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3개월도 더 지난 시점에.
오역 세부사항을 알려달라고 해도 '문법과 가독성에 문제가 있다'는 기존의 총평만 반복하더군요.
참 나. 번역에서 문법과 가독성 빼면 뭐가 남는데?
그래서 이번에는 샘플 테스트에 응하기를 좀 망설였습니다. 하루쯤 지나서 독일 방식을 믿고 응하기로 결정했어요.
평가 결과가 나왔습니다: 합격.
제가 감동한 부분은 저를 합격시켜 줬다는 사실이 아니라, 결과 통지 방식입니다.
최종 결정과 더불어 총점 및 평가 항목별 점수를 함께 알려주네요.
다른 업체에서도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처음 겪는 일입니다.
그리고 평가 항목이 참 세밀하기도 하네요:
정확성 / 완전성 / 문법 / 맞춤법 / 용어 사용 / 현지화 / 서식 / 참고자료 적용 / 지시사항 준수 / 통일성.
정확성과 현지화 항목에서 100%를 받지 못해 챗GPT에게 샘플 원본과 번역본을 주고 뭐가 문제냐고 물어봤어요.
답변을 보니 제가 수긍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아주 중요한 걸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밀하게 평가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알려주니 번역사의 자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이 업체에서 일을 의뢰받게 된다면, 저는 자연스럽게 샘플 테스트를 통해 배운 점을 적용하고자 노력하게 될 겁니다.
이런 게 win-win 아닌가요?
답답할 정도로 우직하게 원칙과 규칙을 지키고 합리성을 추구하는, 독일 민족성을 고수하는 이 업체와 활발한 협업을 기대해봅니다.
첫댓글 나린 님의 진가를 알아보는 업체를 만난 것 같네요. 일감 많이 받으시길 바래요 ^^
진가는요.. 번역에서 제일 중요한 정확성과 현지화에서 낮은 점수가 나왔는데..
암튼 일하는 방식이 마음에 드니 일 많이 주면 좋겠네요.^^
축하드립니다. 그럼 한독 번역을 하산거내요. 그냥 평가를 사람이 했을지 AI인지 궁금해지긴 했어요.
감사합니다. 근데 한독 아니고 독한이었어요. 사람이 했는지 AI가 했는지는 모르겠네요. 곧 장기 작업이 들어올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