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원하는가를 가장 먼저 생각하라
지난 8월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3월 대원중과 영훈중을 국제중학교로 전환해 개교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998년 개교한 부산국제중학교와 2006년 3월 경기도 가평에 문을 연 사립 청심국제중학교가 있다. 부산국제중은 주로 지역학생 위주로 선발한다. 반면 청심국제중은 전국 단위에서 학생을 뽑는데, 일반전형의 경우 2007학년도에 52:1을 기록한 데 이어 2008학년도에도 22.6:1에 이르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의 입시전형에서는 토익이나 토플 같은 공인 영어점수는 평가항목에서 제외된다. 또한 별도의 필기시험도 치르지 않는다. 전형방식은 3단계로 실시되며, 모집대상은 서울 지역으로 한정된다.
1단계 서류전형은 학교장 추천을 받아 학교 생활기록부 중심으로 모집정원의 5배수인 800명을 선발한다. 학생부의 출결, 교과학습 발달상황, 창의적 재량활동상황, 특별활동상황 등이 주요 전형요소가 된다. 토익이나 토플, 사설 영어경시대회 성적은 반영되지 않지만, 교육과학기술부나 교육청 등 공기관에서 실시한 영어대회 성적은 반영된다. 특히 학교가 중심이 돼 운영하는 방과후 영어 학교나 각종 영어교육 프로그램 참여 실적 등 학교 중심의 영어 활동은 평가에 반영될 예정이다.
2단계 전형인 토론은 개별면접과 집단토론으로 이뤄진다. 이 단계에서는 학생의 개방적 태도, 인성과 창의력, 사고력, 문제해결능력 등 수학능력을 평가한다. 모집정원의 3배수인 480명을 선정하며, 모집인원 중 30∼40명은 외국어능력 우수자, 저소득층 자녀 가운데 특별전형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면접은 모두 한국어로 진행되지만, 특별전형 특례입학 대상자 중 오랜 해외생활로 우리말 구사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에 한해 영어 사용을 허용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는 2단계 선발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공개 추첨을 거쳐 160명의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특례입학 모집인원은 대원중 20명, 영훈중 28명이다. 특례입학 대상자 조건은 부모와 함께 외국에서 2년 이상 거주하며 2년 이상 수학한 자, 부모 중 1인 이상이 외국인인 자 등이다.
국제중에서는 국어와 국사 등 일부 교과를 제외하곤 영어로 가르치는 수업이 도입된다. 영어, 사회 교과 등 국제 관련 교과 수업시수는 늘어난다. 재량활동시간을 통해 외국어 중점 교육, 국제사회 이해 교육이 실시된다.
수업료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지만 외국어고 수준인 학생 1인당 연간 480만원을 넘지 않도록 했다. 모집정원의 약 7.5%는 저소득층 자녀를 선발한다.
입시준비는 이렇게
1단계 서류전형에서 학교장 추천 인원은 제한이 없다. 따라서 결격사유가 없는 한 많은 학생들이 학교장 추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심국제중의 경우처럼 학교장의 주관적인 판단 내용이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소개서와 학교 생활기록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기소개서는 지원자의 경력사항 등을 통해 학생의 특징을 자세히 알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학교 생활기록부가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학생의 재능이나 실력, 경력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자기소개서가 주요 전형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 토플, 토익 등 각종 영어인증시험과 사설 경시대회 수상 실적 등이 전형요소에서 배제되지만 학교에서는 자기소개서에 적힌 관련 실적을 통해 얼마든지 영어능력을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학생들도 국제중이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한다는 점을 감안해 자신의 영어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공인 영어점수와 해외연수 경험 등을 자기소개서에 적어낼 것으로 보인다.
높은 변별력을 갖고 있진 않지만 학교 생활기록부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물론 국제중에 지원할 정도의 학생이라면 성적은 웬만큼 자신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원학생 대부분이 교과학습에서 ‘매우 잘함’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객관적인 근거자료 없이 ‘근면성실’ 또는 ‘타의 모범’ 같은 두루뭉술한 내용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입시 전문가의 분석이다.
따라서 창의적 재량활동이 얼마나 뛰어난지가 주요 평가항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학교 수업활동은 기본이고, 다양한 특기적성 프로그램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성과를 거뒀는지가 중요하다. 반장이나 전교회장 등 학교 임원 경력은 아이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청심국제중의 경우 지원자들은 학교에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기 위해 각종 경력을 쌓으며 수년간 준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 서울 시내 학원가에서도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을 인식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력을 쌓도록 당부하고 있다.
영어 실력 여부가 주된 평가항목이 아닌 만큼 특별활동도 영어에 국한시키지 말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학생이 열심히 특별활동을 했더라도 담임교사가 알지 못하면 학생부에 반영될 수 없다. 각종 수상기록, 공인성적, 참가 확인증, 수료증, 임명장 등 수년간의 활동들에 대한 기록을 정리해놓으면 추후 면접에서도 자기소개를 조리 있게 할 수 있다.
교육당국은 ‘영어면접을 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영어공부를 하기보다는 초등학생에게 부족할 수 있는 발표력이나 가치판단능력을 키우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성면접 수준의 간단한 질의응답으로는 학생들의 우수성을 변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고입시의 구술면접 같은 논리적 사고가 필요한 면접이 실시될 수도 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는지, 제시된 정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지에 따라 지원자의 실력이 판가름될 수 있다. 협동심과 같은 인성도 평가대상인 만큼 지나치게 공부에만 치중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제중 합격 전략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를 위한 국제중 합격 전략을 알아봤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국제중 입학을 원하는지 아이와 충분히 의논하고, 원하는 학교를 정해 입시요강을 꼼꼼히 살피고 준비하는 것이다.
아이의 의지 확인 본격적인 국제중 입시에 돌입하기 전, 먼저 아이가 국제중학교 입학을 원하는지 충분히 대화를 나눠본다. 자칫 부모의 욕심만으로 입학했다간 아이와 부모 모두 힘든 3년을 보낼 수 있다. 일반 중학교와 다른 영어몰입수업, 주도적인 학습을 위한 자신감, 힘든 교육과정을 이겨나갈 의지 등에 대해 의논한다. 가능하다면 청심국제중이나 외국어고 등 특목학교에 재학 중인 선배를 만나 대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입시요강 분석 부모와 아이가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청심, 대원, 영훈국제중 가운데 원하는 학교를 정한다. 집과의 거리도 고려 사항이다. 청심국제중의 경우 경기도 가평에 있어 모든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한다.
1차 서류전형에선 제출한 서류를 근거로 교내외 활동과 영어능력, 수상 실적, 봉사활동 경력 등을 심사해 모집정원의 4배수 내외를 선발한다. 여기에선 학교가 원하는 인재, 즉 이타적 심성·창의적 사고·글로벌 리더가 될 자질이 있다는 것을 최대한 부각시켜야 한다. 특히 국어·국사를 제외한 모든 과목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므로10월에 각 학교의 입시요강이 발표된다. 이미 발표된 청심중학교의 경우 105명을 모집한다. 영어, 일본어 우수자와 외국인 등 특별전형 42명과 일반전형 58명, 특례입학과 국가유공자 자녀 등 정원외입학 5명을 포함한다.
무엇보다 영어능력이 중요하다.
2단계 전형에선 자필 면접을 일절 배제하고 2박3일 동안 합숙을 하며 심층 면접을 본다. 영어면접과 통합교과적 평가, 종합적 사고력, 창의력 평가 등 학업 면접과 이타적 품성이나 공동생활 적응 여부 평가 등의 인성 면접이 진행된다. 영어 우수자 전형에선 영어 팀별 토론이, 일본어 우수자 전형에선 일본어 면접이 진행된다.
대원과 영훈국제중은 아직 구체적인 요강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일부는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내용과 다를 수 있으므로 꼼꼼히 분석하고 따져봐야 한다. 10월에 전형요강을 발표하고, 11월에 원서 접수를 시작해 12월에 합격자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입시요강이 나오기 전이라도 아이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시작페이지를 목표하는 학교로 설정해놓고 늘 목표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 생활기록부 차별화 초등학교 6학년이라면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겠지만 아직 여유가 있는 4학년 이상의 학생들은 학교 생활기록부에도 신경 써야 한다. 각종 교내외 수상 경력과 창의적 재량활동상황, 특별활동상황 등을 고려해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한다. 교육청이 주관하는 영어캠프나 경시대회 등도 꼼꼼히 챙겨 참여한다.
면접을 위한 준비 전형에 필요한 면접을 대비해 자신을 표현하는 힘을 기른다. 자신 있게 질문하고, 모르는 문제가 나오더라도 우물쭈물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한다.
이를 위해 꾸준한 독서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해 토론하는 연습을 한다. 다소 어려운 내용의 신문 사설도 꾸준히 읽어 사고력을 기르고, 이슈가 되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인 문제는 신문 기사 등을 읽고 내용을 정리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게 좋다. 한편 합숙 면접에선 다른 학생들과 기숙사 생활을 하므로 협동심·리더십·솔선수범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중학교에 대한 궁금증 Q&A
1 외고, 민사고 등 특목고 진학에 유리할까
첫 졸업생이 나올 때까지 현재 외고·국제고 입학전형이 유지되면 불리하다. 우수한 학생이 많아 내신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 지역 외고입시 일반전형에서 내신 비중은 50%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국제고도 일반전형과 특별전형 내신 반영 비율이 각각 85.3%와 96.7%에 이른다. 영어 등 외국어 능통자가 유리한 특기자 특별전형 폭도 넓지 않다. 내신을 보지 않고 외국어 특기자를 뽑는 외고는 명덕ㆍ서울ㆍ이화외고 정도인데, 선발 인원은 명덕과 서울이 전체 정원 중 3.3%와 4.2%에 불과하다.
2 교육과정은 어떻게 되나
국제중 설립 취지는 향후 국제 분야에서 활동할 인재 양성이다. 교육과정도 사회과학 중심이다. 국민 공통 기본교과 수업시수를 조정해서 사회 교과가 늘어나며, 재량활동 시간에는 국제사회 이해 교육도 진행된다. 따라서 수학ㆍ과학 실력을 키우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더구나 우수 학생들이 모여 내신 따기가 어려우므로 과학고 진학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한성과학고와 세종과학고 모두 내신 비중이 80%를 넘기 때문이다.
3 영어 잘 못해도 괜찮을까
일반전형 면접에서 영어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토익·토플 등 공인 영어성적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학교 내 방과후 영어학교, 영어체험센터 등의 참여 실적이 있으면 우대받는다. 순수 국내파, 조기 유학파 등 다양한 학생이 몰려 국제중 입학자들의 영어 실력도 천차만별이므로 영어 실력에 따른 수준별 교육이 이뤄질 예정이다. 영어 실력이 다소 부족한 학생을 위해 알려진 대로 국어와 국사를 제외한 모든 과목을 영어만으로 수업하지 않고, 1학년 때는 영어와 한국어를 함께 사용하는 ‘이중언어 수업’을 실시한다.
4 타지역에 있는 학생도 지원할 수 있나
안 된다. 서울 지역 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 경기도 가평의 청심국제중학교가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것과는 다르다. 6학년 2학기 때 다른 지역에서 서울로 전학을 와도 지원 자격을 갖는지 등 세밀한 규정은 10월 중에 확정 발표될 계획이다. 청심국제중에는 지난해 서울 지역 학생 1600여 명이 지원했다. 청심의 입학 경쟁률은 2007학년도 52:1, 2008학년도에는 22.6:1이었다. 신설되는 두 국제중학교의 정원은 각각 160명씩 320명이며, 경쟁률은 최소 5:1로 예상된다.
5 청심중과 서울의 국제중에 복수 지원할 수 있나?
청심중과 대원·영훈국제중은 각기 원서접수 시기가 달라 복수 지원이 가능하다. 청심중은 8월말부터 9월초에 원서접수를 받아 10월 20~22일 심층 면접을 거쳐 10월 28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하지만 대원중과 영훈중은 오는 11월께 전형을 시작해 12월에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두 학교의 면접일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중복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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