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화) 특별 협력 프로젝트가 단번에 완성되는 순간
이제 이틀 남았다. 18일(목) 출항이다. 배가 많이 흔들려 잠이 깼다. 새벽 3시다. 마리나 내에 조류가 빠른가 보다. 어차피 항해 중엔 밤과 낮의 구별이 별로 없다. 야간에도 견시를 해야 하니 취침 시간도 따로 없다. 한국에서 같으면 새벽잠이 안와 큰일이다. 며 스트레스 받을 텐데, 항해 중엔 뭐 그럴 일이 없다. 졸리면 졸면 된다. 하루 24시간이 선장 마음대로다. 물론 주변을 지나는 배와 날씨가 우선이긴 하다.
오전 4시 13분. 이제 20분 더 있으면 김기자님 부자가 콜롬보에 도착이다.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하시니 툭툭이나 택시 타시는데 고생을 덜하시기를 기도한다.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최대한 충실하게 시간을 보내야 한다. 존과 Gavin하고 인사도 나누어야 한다. 다들 작별인사를 나눌 수 있어 섭섭한 중에 다행이다. 빠듯한 시간이지만, Fort와 스리랑카의 해변도 보여드리고 싶다. 물론 오늘 마리나 허가증을 처리하는 에이전트 Nuwan이 얼마나 빨리 일을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다.
말레이시아 랑카위까지는 인도양중에서 Bay of Bengal(벵골만) 에 속한다. 8~9일간 항해해야 한다. 랑카위 도착해서는 임대균 선장 일행을 기다려야 한다. 지난주에 미리 랑카위 마리나 매니저 Latif와 연락했다. 그에게 답변이 왔다.
Royal Langkawi Yacht Club : Latif Langkawi Marina Manager +60 19-479 2288
Berthing rate 계류비용, 단위는 말레이시아 링깃.
Daily – RM127 (37,700원)
Weekly – RM806 (239,259원)
Monthly – RM2,879 (854,623원)
10% discount if paid 3month berthing fee in advance. 20% discount if paid 6month berthing fee in advance (이건 뭐 나와는 해당 없다.)
Water – RM2/(594원)day OR RM30/month
Electric – RM0.60(178원)/kW
Voltage: 230Vac single phase 단상 230ACV
이걸로 봐서는 처음엔 1주일로 계산하고, 출항 때까지 일수는 일별로 계산하면 되겠다. 여기에 카드 은행 수수료가 더 붙을 거다. 이렇게 항로와 마리나 예약 상황을 확인하고 있는데, 해외안전 지킴이 센터에서 다시 문자가 왔다.
[다른 해역에 비해 좁고 많은 섬 사이를 통과해야하는 험난한 경론데다 해적들이 장칼이나 총으로 무장하고 돈 되는 건 모두 갈취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사고 발생 시 가족 분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으니 이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이고, 이 해역은 반드시 낮에 통과 하거나, 임의로 항로를 바꾸어 싱가포르 쪽에 바짝 붙어 가야겠다. 랑카위 가서 항로를 재설정하기로 마음먹는다.
며칠 전 문의했던 필리핀 Colon Busuanga 섬의 Puerto Princesa, Palawan 의 sunset mooring에서 답이 왔다,
Mooring in our marina is Php 250 per day for members and Php 325 for non members. 비회원은 325 페소 (7,743원)
Mooring is free when you spend Php 500 per day in our restaurant. (자기 식당에서 500페소(11,913원) 이상 팔아주면 앵커링 비용 공짜.
Diesel per liter depends on the prevailing rate on the day of purchase but currently at Php 90 per liter; (디젤유는 리터당 약 1.6달러)
water is Php 1 per liter (물은 비회원 리터당 1페소 (24원) for non members and free for members (fair use).
There is currently no shore power/ electricity at the dock/pontoon yet.
전기와 물은 없다.
Rap (마리나 관리 담당자)
Rapunzel Garcia-Santos
GM-Hospitality Group
Rayomar Management Inc.
Mobile/ WhatsApp/ Viber: +63.917.305.70.47
이제 코칭 마리나만 확인하면 된다. 만약 연락이 안 오면 랑카위에서 마리나 매니저에게 확인해 달라고 부탁하자.
오전 5시 15분. 김기자님으로부터 콜롬보 도착했다는 보이스톡이 왔다, 너무 반갑다.
오전 6시 24분. 잠시 후 밴 택시를 탔다는 연락이다. 일단, 어디로 오시는 건가? 확인하니 11, closenberg hotel galle 로 마리나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또 콜롬보에서 여기까지 200Km 가 넘는 거리인데, 택시비가 우리 돈 5만원이라고 한다. 역시 스리랑카다. 엄청나게 싸다. 2시간 걸린다고 하니, 9시 전에 도착하신다. 세상 진짜 좋다. 멀고먼 강릉에서 스리랑카 Galle 까지 24시간 정도 만에 오는 거다.
오전 8시 40분. 김기자님을 만나러 closenberg hotel galle 호텔로 간다. 마리나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너무 좋은 데 자리 잡으셨다. 호텔 지은지 2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호텔이다. 미리 가서 기다리려고 했더니 5분전에 벌써 도착하셨다. 동영상 파일을 넘겨 드리고, 에이전트에게 연락하여 GAC 회사의 밴을 타고 다 같이 마리나로 들어왔다. 에이전트가 세관 서류 제출 하는 동안, C80 때문에 혹시 세관에서 트집 잡힐까봐 나는 C80 상자를 등 가방에 짊어지고 먼저 배로 왔다. 배에 도착하니 그제서야 안심이다. 일단 유수 분리기 필터를 갈고, 시동을 걸어본다. 엔진 음이 좋다. 새로 사온 엔진 벨트를 확인해 본다. 적당하다. 만일의 사태에 교환하기로 하고 일단 보관한다. 마음 든든하다. 이제 벨트 걱정은 없다.
엔진 점검을 마치고 나오니, 마침 호주에서 온 Gavin의 요트에 ‘존’도 와 있다. 김기자님과 Gavin 의 요트에 가서 인사를 나눈다. 진짜 세계 일주용 세일 요트에 대해 설명 드린다. 멋진 아일랜드 퍼킷 45피트의 실내까지 다 구경하고 시원한 음료도 대접받는다. 역시 다르다는 말씀이시다. 당연하다. 직접 두 요트를 비교해 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세계일주 항해에 적합하게 설계 되었다. 아일랜드 퍼킷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생산하는 배다. 한참 이야기 나누고 촬영한 후, 함께 존의 터그보트로 이동한다. 존의 크루들과 인사를 나누고 터그보트 내부를 구경한다. 본격적인 작업용 선박이다. 존은 종이 해도로 몰디브 근해 바다를 Gavin에게 설명해 준다. 좋은 시간이다. 우리는 존과 Gavin 부부도 함께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로 약속한다.
다시 제네시스로 와서 C80을 교체한다. 헛! 아예 레이더 화면이 나오지 않는다. 해도만 표기 된다. 물건을 잘 못 샀나? 분명히 똑 같은 물건인데? 수십만 원 떡 사먹은 건가? 아니면 뭐 두 대를 분해해서 한 대로 조립하지 뭐. 편하게 생각하고 한참 조작을 하다 보니 화면 세팅이 레이더가 안 나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레이더가 출력되는 화면으로 전환하고, 테스트 해보니 제대로 정확하게 레이더가 출력 된다. 가드 존도 확실하게 표시되고 알람도 잘 울린다. 나도 모르게 만세! 가 터져 나온다. 김기자님과 그 아들까지 셋이서 우리끼리 무한 감동을 느낀다. 임대균 선장, 김기자님의 특별 협력 프로젝트가 단번에 완성되는 순간이다.
우리는 호텔 곁 사바나 비치로 이동한다. 함께 점심을 먹으며 묵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나 없는 몇 달 사이에 강릉에 변화가 크다. 돌아가면 할 일이 많다. 해변에 외국인들이 몰려와 서핑을 즐긴다. 이렇게 멋진 Galle에 한국인이 우리 밖에 없는 것이 생경하다. 더 많은 한국인들이 스리랑카와 이 해변을 즐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오후 3시. 잠시 호텔과 배로 돌아가 2시간가량 쉬고, 5시 30분에 다시 만나기로 한다. 오늘은 Fort에 가서 식사를 할 예정. 다들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네.
오후 5시 30분. 김기자님 부자와 함께 Fort로 가다가 아프리코 마트에 들러 장을 본다. 장바구니는 아프리코 마트에서 오후 10시까지 맡아 준다니 걱정 없이 두고 Fort로 간다. Fort 거리를 구경하고 이번에는 성곽에 올라간다. 적군의 상륙이 가능한 해변 전체를 둘러 성벽을 쌓았다. 너무 정교하게 잘 쌓았다. 스리랑카내의 네덜란드, 유럽풍의 성곽과 건물들을 천천히 돌아본다.
연락이 뭔가 잘 못 되었는지, Gavin 부부와 존은 마리나 인근에서 식사를 한단다. 우리는 그냥 Fort에 있기로 한다. 누군가 변덕을 부린 거겠지. 상관없다. 우리끼리 Fort 구경을 마치고 식사를 한다. 매운 크랩과 치킨커리. 다행이 김기자님과 아들의 입에 잘 맞는다. 밥을 추가로 시켜 먹었다. 그리고 스리랑카의 밤거리에서 함께 세상과 삶에 대해 즐거운 이야기를 나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우리가 함께 스리랑카 Galle Fort에 있다니.
오후 8시 40분. 우리는 툭툭을 타고 돌아오다가 아프리코 마트에 들러 짐을 찾아온다. 내일 아침에 만나기로 하고 마리나 입구에서 헤어진다. 인생에 몇 번 없는 너무 행복하고 의미 깊은 밤이었다.